원작이 10점 만점이라면 리메이크는 7점 정도
일단 가장 큰 단점이, 원작의 강점이었던 의도치 않은 쫄깃한 긴장감을 잘 살리지 못했음.
리메이크이니만큼 원작에서 나왔던 위기와 해소는 거의 다 그대로 나왔는데
연출의 차이인지, 아니면 원작을 먼저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 리메이크는 원작만큼의 긴장감이 부족함.
이게 가장 두드러지는게 마지막에 주인공-악역이 만나서 폭탄으로 날려버리는 장면인데
원작은 조진웅이랑 이선균이 만나서 담판 지을 때 이선균이 너죽고 나죽자 포스를 내뿜으면서 조진웅이랑 협상하는데
일본판은 걍 나 죽이면 메스컴에도 터질거다 하면서, 원작이랑 큰 틀은 같은데 한국판 이선균의 광기 넘치는 연출 없이 그냥 담백함.
막판에 폭탄으로 긴장감 주는것도 한국판에서는 조진웅이 넉살 좋게 선지국 타령하면서 접근하고, 이선균은 언제 터질지 모르니 덜덜 떨면서 성질부리고 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일본판은 그냥 악역이 나랑 같이 일해보자고 하고, 주인공은 대충 눈치보다가 폭탄 터질거 같으니까 바로 몸을 날려서 피하고 끝.
두번째 단점은 악역이 너무 카리스마가 없음
원작 악역인 조진웅은 경찰 고위직이면서 범죄조직 보스라는 설정이라 시종일관 주인공 머리 위에서 탭댄스추면서 압박하는 무시무시한 모습에
마지막 싸움에서도 피투성이 상태로 태연하게 집에 찾아와서 물 한잔 마시는 딱 한 장면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줬었음.
근데 일본판 리메이크의 악역은 부패 경찰간부의 부하 겸 사위인데, 상관 명령에 따라서 돈세탁 하다가 일이 꼬여서 주인공이랑 엮이는거임.
기본적으로 누구의 부하라서 그런지, 조진웅같은 포스도 없고 행동도 어딘가 미숙하고 감정적이라는 인상을 줌.
당장 주인공 협박할 때도 조진웅처럼 주인공을 심리적, 육체적으로 압박하는게 아니라 흔한 악당마냥 딸내미 납치해버림.
마지막 대결에서도 앞서 말했듯 조진웅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같은 모습에 비해, 몰리다 못해 악에 받쳐서 쌈박질하게 되는 느낌?
마지막 단점은 리메이크 하면서 일본판이 스토리에 손을 좀 댔는데, 이게 잘 어우러지지 않은거 같음
범죄조직 보스 조진웅 vs 어쩌다 휘말린 부패경찰 이선균 두 축을 시종일관 중심으로 잡았던 원작과 다르게
일본판 리메이크에서는 야쿠자 보스 할아버지가 추가되었음.
근데 사실 이 야쿠자 보스가 사실상 흑막이었던 거고, 덕분에 주인공이나 악역이나 노렸던 돈 다 이 야쿠자 양반한테 뺏김.
이 야쿠자 보스가 주인공이랑 악역한테 "출세하고 싶지? 그러면 큰 돈이 있어야 한다"라고 꼬신거고, 마지막에 둘 다 통수칠 때도 "출세하려다가 실패하고 죽었네" 대충 이런 뉘앙스였음.
그러니까 일본판에서는 나름대로 느와르 영화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범죄에 손을 대서 큰 물에서 노려다가 파멸하는 클리셰)
다만 원작에서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보니, 아무리 봐도 억지로 집어넣었단 느낌이 강했음.
왜냐하면 주인공은 영화 후반 전까지(딱 저수지에서 담판지을 때 까지) 출세니 뭐니 하는건 별 관심없고
어디까지나 뺑소니 숨기는거, 딸내미 찾는게 목표였으니깐.
결국 원작이 이선균과 조진웅의 사생결단, 말 그대로 "끝까지 간다" 였다면
일본판은 야쿠자 할배가 조종하는 러닝머신 위에서 주인공 악당 둘이 "열심히 간다"가 되버렸다는 느낌?
일본판 감독도 이 점을 고려한건지, 결말부에 돈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주인공이 탄 차 뒤에 쓰러졌던 악당이 차로 들이받고, 서로 미친듯이 차를 들이받으며 질주하는 걸로 끝을 냈는데
아마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랑 악당이 악바리밖에 안남아서 상대방을 어떻게든 끝장내려는 사생결단의 상황, 즉 "끝까지 간다"를 의도한것 같은데
흑막으로 야쿠자 할배를 추가해놓고 갑자기 마지막에 가서야 이렇게 드리프트를 하니까 오히려 더 어색하다고 느꼈음.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주 나쁜 영화는 아님.
원작이 원작이니만큼 이걸 좀 개악시켰더라고 해도 어쨌든 볼만한 영화가 나왔고
원작을 안봤거나 큰 기대 없이 그냥저냥 시간 죽일만한 느와르 영화를 원했다면 그럭저럭 볼만 할 것임.
다만 원작을 그대로 따라하지도, 아예 원작이랑 다른 관점을 보여주지도 못한 어정쩡한 덧칠이 아쉬운 영화는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