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단 몸무게가 덜 나간 시절
산책을 나가 볕이라도 쬘 생각으로 공원을 나갔다
몇 걸음 안 가고 벤치에 앉아서 쉬었는데
어디서 달랑달랑 소리와 함께 작은 개가 나타났다
개는 날 보더니 늠름하게 자세를 고쳐잡고는
학
하악
하학!
하고 소리반 공기반으로 짖고는
아장과 절뚝 그 사이의 무빙으로 내 다리사이로 파고들어
내 발목을 매우 빠르게 여러번 물었다
내 청바지는 그저 침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사실 말하자면 청바지 밑단이 내 발목에 닿지도 않았다
얘는 뭐가 문제일까 싶어 그저 쳐다보니
노인 두 분이서 목놓아 자기 개를 부르면서
뛰지는 못하시고 지팡이를 짚어 빠른 걸음으로 오셨다
"아이고 정말 미안해요. 우리 뽀뽀가 10살을 넘기고 성질이 드러워져서..."
할머니가 뽀뽀를 떼어놓자 뽀뽀는 용맹하게
학
하응
흐학 하고 짖었다
찹찹 거리는 잇몸엔 옥수수가 한 톨도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이도 없고 간도 나빠져 습식 건강사료만 먹는 뽀뽀는 매우 흉포해졌다 설명했다
멀리서 할아버지까지 빠르게 걸어와 숨을 골랐다
뽀뽀도 청바지와 격전을 치뤄 숨이 차오른 것 같았다
연신 미안하다는 어르신 두 분과 헤어지고 생각했다
뽀뽀 죽음 내 탓인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살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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