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짤과 같은 말이 있지만
놀랍게도 이번 이야기는 영국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정도 위 짤과 비슷하다
원래 유럽사에서 뭔가 독특한게 보이면
대부분은 기독교에서 비롯된다
역시나 이번 이야기 또한 기독교에서 시작한다
구약성경의 일부인 다니엘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기독교도 결국 구약을 인정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이 예언 또한 인정한다
그 네 임금이 누구냐, 네 번째 짐승이 어느 나라냐는 여러 추측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네 번째 나라가 "로마 제국"이라는 추측이 대세였다
즉, 로마 제국이 완전히 망한 뒤에 하느님의 나라가 올 것이라는 예언이 된다
근데 이새끼가 트롤링하다 터져버린거임
그런데 아직 하느님의 나라는 안옴
하느님의 나라가 온 뒤면 상관없는데
오기 전에 다른 제국이 등장하면 그건 예언이 잘못됐다는 뜻이 됨
그 말은 구약성경을 부정하는 거고
그 말은 기독교를 부정하는 거고
그 말은 유럽의 세계관을 부정하는 거임
뭐 사실 오른쪽에 이새끼가 있긴 했는데
외적 막을 군대는 없어도 내전할 군대는 있는 나라인건 둘째치고
어쨌든 하느님의 나라가 안온 이상 다른 제국이 등장할 수 없다는건 마찬가지임
프랑크 제국(=신성 로마 제국)초대 황제, 카롤루스 대제(=샤를 1세)
근데 이분이 정치하다가 빡치는거임
높이 올라가봐야 왕(Rex)고
왕 위에는 황제(Imperator)밖에 없음
실질적으로 주변의 잡다한 왕새끼들 다 찍어누르고 있는데
동등한 왕이라는 이유로 자꾸 깝치겠지?
그리고 상속이 발생하면 자식놈들이 다 동등한 왕으로서 서열없이 뿔뿔이 흩어지겠지?
(물론 황제가 있어도 싸워대긴 했지만 비교적 구심력은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제일 띠꺼운거로
동로마가 저렇게 쪼개지긴 했어도 로마는 로마라서, 서유럽에 대한 지배권도 있었고, 조세권도 있었나봄
그래서 프랑크도 로마에다가 조공을 바치고 있었다는 것 같음
근데 당시 동로마는 이레네 여제가 지배하고 있었단 말야
그리고 프랑크도 서로마 권역을 다 먹었음
군사력도 딱히 동로마에 뒤진다는 생각이 안드는거야
그래서 마침 로마(도시, 혹은 지방으로의 의미) 지배권도 확보했고
교황한테 은혜도 입혔겠다
교황하고 거래를 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름도 찬란한 "(서)로마 황제"로 대관을 받음
동로마는 당연히 이걸 인정 안함
서유럽 조세권 다 날아가는데 그걸 미쳤다고 인정하겠냐
그래서 갈등이 좀 많았는데
동로마는 당장 아바스도 지랄인데 프랑크랑 붙을 여력이 어딨음
그럴 여력 있었으면 또 내전하다가 국력 다 깎아먹었겠지
그래서인지 프랑크랑 타이틀매치 떴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음
전에 조사할 때 하나쯤 본거같은데, 잘못봤던건지 지금은 안보이네
쨌든 그렇게 세상에 2개의 로마 제국이 존재하게 됨
내가 글로 쓰면서도 존나 ㅂㅅ같은 소리네
자 그럼 이제 이후의 이야기야
레온 왕국의 왕, 레온-카스티야 연합왕국의 왕, 전히스파니아의 황제; 알폰소 6세
11세기 이베리아 반도의 카스티야 왕국 페르난도 3세는 아들이 셋 있었고
그 아들 셋한테 상속을 해주다보니 나라가 쪼개졌어
그 아들 셋 중 하나가 위의 알폰소 6세고
형제간에 우애는 ㅈ도 없어서
1071년 막내 갈리시아의 가르시아 2세를 다굴쳐서 갈리시아를 분할통치하기로 하고, 3년간 평화협정을 맺음
그런데 1072년 맏형 산초 2세가 알폰소 6세의 통수를 쳐서 나라가 통일됨
근데 또 그 산초 2세가 동년 8월 사망하면서, 다시 알폰소 6세가 돌아와서 즉위함
하지만 서로마는 이베리아 반도를 전부 지배하고 있었고
그 지배권은 기독교인 왕들에게 부여됐고
그 지배권 또한 그 아들들에게 상속됐음
즉, 아무리 이슬람 교도들한테 ㅁㅁ혔더라도
(다른 기독교 왕국 영토를 제외한)이베리아 전역의 지배권이 이 통일왕국, 즉 알폰소 6세에게 있는거임
그래서 알폰소 6세는
1077년 그 권리를 바탕으로 전히스파니아의 황제(Imperator totius Hispaniae = Emperor of All Spain)를 자칭함
근데 결국 알폰소 6세한테는 로마를 계승한다는 근거가 없는거야
누가 황제 타이틀을 달아준 것도 아냐
로마를 지배하는 것도 아냐
유럽 사람들이 그걸 인정해준 것도 아냐
그래서 알폰소 6세는 이베리아 반도 내에서는 어쨌든, 유럽의 인정은 받지 못했음
물론 인정만 못받은거지, 그거가지고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음
솔직히 니가 유럽 군주라 생각해봐라
쟤가 이슬람 탱킹을 넘어서 수복까지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그걸 통수치면 니가 욕먹겠냐 쟤가 욕먹겠냐?
그리고 통수쳐서 다 ㅁㅁ는다 치자
이슬람 탱킹은 앞으로 니가 해야되는데 그게 이득일까?
그 이슬람 탱킹도, 당시에 무라비트 왕조라고 좀 센 세력이 나왔어서 골치아팠음
괜히 알폰소 6세가 그 엘 시드를 데리고도 수복을 다 못한게 아님
이제 막 통일된 참이라서 국내 정세도 소란스러운 것도 문제였고
계륵도 이만한 계륵이 없음
정통성이 좀 있는 알폰소도 논란이 되는데, 정통성도 없는 외부 군주가 먹는다?
그대로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임. 현실은 크킹이 아니니까
아무튼 알폰소 6세는 황제 타이틀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 없다가
그 뒤를 이은 우라카, 알폰소 7세 등등한테 교황이라던가, 다른 군주들이라던가, 항의를 했다고 함
이베리아는 십자군도 파견되던 곳이라서 교황을 무시할 수 없었을거임
그래서 알폰소 7세 이후로는 그 타이틀이 사용되지 않음
중세에는 이 둘 이외에는 황제(Imperator) 타이틀이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
동로마는 예외임 걔들은 아예 계속성을 띄는 로마인데 뭔 계승 어쩌고 할 필요가 없잖음
중세 이후로 가보면
러시아 제국, 프랑스 제1제국(나폴레옹), 독일 제국 등등 나오긴 하는데
걔들도 전부 로마와의 관계성을 들고 나옴
러시아 제국은 동로마의 계승을 주장했고
나폴레옹은 카롤루스-위그 카페-나폴레옹으로 이어진다니 어쩌니 했고 대관도 받았음
독일 제국도 (나폴레옹이 해체한)신성 로마 제국의 계승을 주장함
오스트리아 제국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신성 로마 제국의 '제국'은 'Reich', 오스트리아 제국의 '제국'은 'Kaiserthum'
그리고 오스트리아 제국의 군주는 '오스트리아 대공(Archduke of Austria)'이었음
근데 또 영어로 찾으면 Emperor, 라틴어로 찾으면 Imperator라는 단어가 나옴...
이새끼들은 대체 왜 안까인건지 모르겠음;; 신롬 타이틀 있을 때 선포한거라 그런가?
잘 아는 사람 있으면 얘기해주기 바람
결론
로마 제국은, 구약성경에 예언된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 전의 마지막 제국
로마 이외의 제국이 새로 등장하는건 기독교에 대한 모독이자 부정
그래서 다른 제국은 등장할 수 없고, 그래서 로마의 계승을 주장함
추가
시작할 때 이 짤을 언급하면서 영국은 이번엔 무관하다 했는데
대영제국의 제국은 신성로마제국의 제국하고 다름
신성로마제국 등의 제국은 "황제가 국가원수인 나라"인데
대영제국 등의 제국은 "왕이 국가원수인 식민제국"임
그래서 "식민제국이지만 제국이 아니다"라는 이상한 말이 나와버림...
스페인 제국, 포르투갈 제국 등도 마찬가지라고 함
그 점을 제외하더라도
영국 군주가 인도 무굴 제국의 황제를 겸하기도 했지만
Emperor라고 적지 않고 King/Queen이라고 적었다고 함
진짜 완전히 관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