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많은 작품 중 가장 쓰레기 작품으로 뽑히는
《게드 전기: 어스시의 전설》
국내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영화화 되면 보통 작품 판매량이 증가해야 할 텐데.
이 작품은 '아아 게드 전기 원작? 그럼 쓰레기잖아'
같은 소리를 들으며 최대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원작 작가는 필립 K. 딕 등의 작가들과 함께
7,80년대 SF/판타지 등, 장르소설의 뉴에이지 부흥을 이끌었던
어슐러 K. 르 귄.
5권의 장편과 여러 단편으로 구성된 긴 시리즈인데
영화는 장편 3권인 《머나먼 바닷가》를 원작으로 한다.
갑자기 작품 중간부터 시작하니 아무도 이해 못하지.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가 쓰레기인 건 둘째 치고,
원작이랑 너무 달라서, 원작팬이 애써 자위할 수도 없음.
작가가 그린 어스시의 지도.
작중에서 세계를 땅(地球, Earth)이 아니라
어스시, '땅바다'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지형이라 바다가 생활에 밀접하기 때문.
어스시 사람들에게 바다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다.
오히려 저승을 물이 없는 '건조한 땅'이라고 여길 정도.
마찬가지로, 말을 타고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영웅의 이미지는 없다.
대신 이 세계에선 영웅에 어울리는 멋진 배의 이야기들이 있다.
말은 있기는 한데, 대부분이 농마인 듯?
먼 곳에 가든, 전쟁을 하든 바다를 건너야 하니까.
아니 영화는 왜 뚜벅이?
배는 오프닝에서 잠깐만 나온다. 그리고 그거 말이니?
……흠흠,
다시 위의 지도로 돌아가면,
중앙의 헤브너 섬이 내해(內海)를 둘러싸고 있고,
그 밖의 외해(外海)에 수많은 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중앙의 대부분 지역을 '군도(群島)'라고 부르고.
이 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탄탄한 몸, 검은 머리와 갈색 눈, 적갈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
아마 현실 세계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태평양 지방 원주민에 가깝지 않을까?
너 왜 수염 있어.
그리고 피부색은 왜 이래.
어스시에 수염을 기르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고,
헤브너 북쪽, 오스킬 섬 주민들은 군도인보다 약간 밝은 피부에, 검은 머리와 수염을 볼 때,
아리아인이나 중앙 유럽인에 가까운 듯 하고.
주 군도 북동쪽에는 흰 피부에 노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카르그 지방이 나온다.
참고로 군도인들은 카르그 인들 야만인으로 봄.
진짜 야만인은 아니고, 계절 되면 카르그 해적들이 넘어와서.
(아마 바이킹과 비슷한 문화인 듯)
카르그인은 칼 들고 와서 동네 불 지르고, 약탈하는 놈들만 봤으니, 다 그런 줄 안다.
어스시에 우리 세상과 딱 대입 되는 종교 개념은 없다.
나름의 신앙이나, 믿음은 있지만, 딱 '신'에 대입하는 개념은 없음.
(카르그인들은 예외로, 다신교 신앙을 가짐)
땅이나 여러 장소에 존재하는 '힘'이 있고(일종의 애니미즘),
독자적인 생활이나 문화에서 기인한 미신 같은 것도 있다.
(예로, 어업이나 항해 같은 바닷일은 남자가, 광업이나 건축 같은 뭍일은 여자가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 '이름'에 대한 신앙이다.
어스시 사람들은 이름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이름을 알고, 부른다는 것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군도 사람들은 이름을 여럿 가진다.
어릴 때 가졌다 버리게 되는 아명, 비밀로 하는 진정한 이름, 사람들과 공유하는 이름.
특히 옛 언어, 진정한 언어 등으로 불리는 '창조의 언어'에는 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들은 세고이라는 존재가 만물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난바다에서 섬들을 끌어 올렸다고 믿는다.
환한 에아가 있기 전, 세고이가
섬들이 있으라 이르기 전,
여명의 바람이 바다 위에서 불었으니
……
말은 침묵 속에만
빛은 어둠 속에만
삶은 죽어감 속에만 있네,
텅 빈 하늘을 나는 매의 찬란함이여.
……
그리하여 물거품으로부터 찬란한 에아가 터져 나왔다네.
-세상의 창조를 다룬 노래,「에아의 창조」중
그리고 마법사들은 창조의 언어로 된 이름을 부름으로써, 만물에 그들의 의지를 행사한다.
사실 마법사의 재능 중에는 만물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내는 것도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바다술사가 있어서 파도를 멈추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당연히 바다술사는 바다를 뜻하는 '이니옌'이라는 기초적인 옛 언어를 알 것이다.
하지만 파도를 멈추려면, '에사'라는 이름도 알아야 한다. 파도라는 뜻이다.
바다는 이니옌이지만, 내해에는 내해를 부르는 이름이 있다.
외해도 독자적인 이름이 있을 것이고,
모래톱에 밀려오는 파도와, 배를 때리는 거친 파도는 또 이름이 다르다.
말 그대로, 바다의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각각의 이름이 있다.
결국 마법사가 알아야 하는 지식은 무한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넌 왜 이름을 말 안 하니.
마법은 쓰는 거 같은데.
이름 말 해, 이름.
왜 마법을 쓸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어스시의 마법과 마법사는 몇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는
마녀, 마술사, (진짜) 마법사로 구분된다.
마술사는 스승에게 마법을 전수 받았지만, 진정한 큰 마법은 배우지 못한 자들을 이른다.
마법사는 마법사들의 학당이 있는 로크 섬에 가서 수련을 완료하고, 지팡이를 받은 자들을 이른다.
마녀…는 좀 차별적인 분류인데, 어스시에서는 여자는 진정한 마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마법 능력이 있는 여자는 모두 마녀다. 그녀들은 로크 섬에 가지고 못하고, 남자 마술사와 마법사에게 수련을 받지도 못 한다.
마녀가 가장 열등하다고 여겨지고, 마법사가 가장 위다.
참고로 꽤 고등 마술이라도, 마녀가 쓰면 모두 '마녀술' 취급임.
이런 속담도 있다,
'여자의 마술처럼 약하고, 여자의 마술처럼 음험하다'.
로크 섬의 현자와 스승들은,
진정한 마법의 기초를 닦고, 각각의 분야에 스승을 두었다.
풍향사
날씨, 파도, 바람 등을 제어하는 주문을 가르친다.
장거리를 항해하는 배들은 대부분 이런 주문을 배운 날씨술사를 데리고 다닌다.
기예사
환상과 환각을 만드는 주문을 가르친다.
역량만 되면 뭐든 만들 수 있지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약초사
치유 주문과 약초의 효능을 가르친다.
마술, 마녀술과 좀 겹치는 영역인데, 본인들 말에 따르면 마법사 건 다르다고 한다.
명명사
'진정한 언어'에 대한 지식을 가르친다.
일반적으론 암기 과목이다.
선인들이 알아낸 이름들을 달달 외어야 하는 분야.
변화사
질료와 형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가르친다.
소위 변신술, 다른 물건, 사람, 본인의 형상과 힘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위험성이 큰 고위 마법이다.
많은 마법사들이 나무나 곰으로 변했다가 인간의 정신을 잃고 짐승이 되었다.
조형사
만물의 의미와 균형을 가르친다.
균형과 질서, 선함 등을 가르치는 도덕 훈련인 동시에,
진정한 이름을 알아보거나, 균형을 알아보는 직감을 기르는 분야다.
찬미사
노래와 송가를 가르친다.
지식층이자 지식 전승자인 마법사의 의무로써,
노래, 송가, 시, 전기 등을 배우는 분야.
(어스시의 역사는 대부분 시와 노래 형태로 남아있다)
운율 형태의 마법도 포함된다.
소환사
뭔가를 부르고 소환하는 주문을 가르친다.
새, 동물이나 사람이 이쪽으로 오게 하는 간단한 주문부터
죽은 자의 영혼을 부르는 아주 위험한 주문까지 망라한다.
산 사람의 영혼을 부르는 건 큰 금기.
변화사의 변신, 변환 주문과 함께 위험성이 큰 분야로 뽑힌다.
수문사
로크 섬의 학교를 지키는 스승이다.
로크의 모든 학생들은 들어올 때, 나갈 때 수문사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진정한 마법사로 거듭난다.
나중에 로크 섬이 조금 정치에 개입하게 되면서
아홉 스승을 지휘하는 '대현자'라는 직책이 생긴다.
최초의 대현자는 할켈이라는 인물인데,
아홉 스승 중 찾기와 구속 주문을 가르치는 탐색사의 자리를 없애고,
(너무 단순한 주문이라는 이유였다)
로크의 학교에서 여자는 공부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버린다.
여자는 진정한 마법을 배울 수 없다는 건 완전한 헛소리인데,
애초에 로크의 학교를 세운 건, 혹은 그 전신은 '손(手)'이라고 불리는 여자 마법사의 비밀 조직이다.
마술사와 마법사들이 이런 오명을 쓰게 된 건,
왕이 사라지고, 군벌들이 마법사를 고용해 싸우던 시대 때문이다.
어스시 대부분이 그들의 저주 따위의 부작용과 피해를 쓰게 된다.
문제는 그 원흉이 동네 마술사나 마녀가 분명하다고 사람들이 오해했고.
현재는 그런 오해는 없지만, 한 번 생긴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로크 섬 출신 마술사라고……?
그런데 님은 여자 아니세요?
아니, 나도 성별에 따른 교육 격차 같은 악습을 철폐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왜 여자세요?
어스시엔 진짜 용이 있다.
어떤 옛 노래들에 따르면,
한 때, 그들이 인간과 동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정착할 수 있는 땅과 바다를 선택했고,
용은 자유로운 불과 바람을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용들은 불을 뿜을 수도 있고,
땅에 닿을 필요 없이 평생을 날 수도 있다.
(용들이 섬에 자리 잡는 건, 보물을 저장하고, 알을 낳기 위해서다)
인간 마법사들이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진정한 이름을
용들은 자연스레 타고난다.
가장 특이한 건, 마법사들이 창조의 언어로 말할 때는
말의 힘에 묶여,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데
용들은 창조의 언어로도 거짓말을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용은 그만큼 위험하고, 교활하며 속이기에 능하다.
물론 보통은 귀찮게 설득하기 보단 바로 잡아먹는 쪽을 선호함.
용이 바로 죽이기 보단, 먼저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를 '용주'라 부른다.
하지만 강하고, 마법도 타고 났고, 불도 뿜고, 대가리도 엄청 좋아서
쉬운 일도 아니다.
성질도 더러워서 동족끼리 서로 싸워 죽이는 일도 있음.
아니 죽이는 일도 있다니까.
원작 설정도, 내용도, 캐릭터도 완전히 뜯어 고친 작품이라
보통의 망작들처럼, 에휴, 영화는 망해도 그래도 실사로 봤으니까,
하고 좋아할 수도 없음.
대체 왜 미야자키 고로 이 샛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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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는 나쁘지 않은데, 구도가 지브리 특유의 역동감이 없어서 동화 매수가 아쉬움. | 24.05.10 00:4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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