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사 님···, 어째서죠? 저희는 친구가 아니었던 건가요? 제발 대답해 주세요!”
또 이 꿈이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나기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매일 밤 히후미가 퇴학당하는 악몽을 꾸게 된 지도 어언 한 달째.
양팔이 등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절규하는 그녀가 가소롭다는 듯, 꿈속의 자신은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그저 찻잔을 기울일 뿐이다.
“히후미 씨, 저는 제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없답니다. 제가 당신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셨나요?
“저, 정체라니요? 그게 무슨···.”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지만, 그녀의 말은 금세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지타니 히후미. 무장집단 ‘수영복 복면단’의 리더. 대부업체 ‘카이저 론’ 지부를 습격해 1억 엔의 현금과 기밀 장부를 탈취. 단 5명의 병력으로 추격해오는 병력을 간단히 제압···.”
싸늘한 표정으로 늘어놓는 사실 앞에 히후미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 새파랗게 질렸다.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기 시작한 그녀는 거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항변해보지만, 의심암귀의 어둠 속에 빠져 있던 꿈속의 자신은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트리니티에 당신 같은 불온 분자가 있을 장소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제 기대를 배신했으며,이대로는 에덴 조약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 뿐이죠.”
기대를 배신했다니, 대체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지.소중한 친구였던 히후미의 기대를 배신했던 것은 자신이지 않았던가. 나기사는 실소를 흘리며 그렇게 자조했다.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만 내보내세요. 두 번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나, 나기사 님! 아니에요! 저, 저는 그저 휘말렸을 뿐이에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나기사 님!”
이 뒤는 누가 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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