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신화의 영웅
에리히 메르겡 Эрхий МЭРГЭН
먼 옛날, 하늘에 일곱 개의 태양이 나타나 이 세상에 지독한 가뭄이 찾아왔다.
대지는 붉게 달아올랐고 냇물과 강물은 바닥을 드러냈으며 나무와 식물은 말라버렸고 동물과 사람들은 극심한 더위와 허기, 갈증에 시달렸다.
이 때 활을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으로 유명한 에르히 메르겡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에르히 메르겡이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맞출 수 있다는 명사수였기에,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은 그를 찾아가서 하늘에 뜬 태양을 쏘아 없애 지상을 구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용맹한 에르히 메르겡은 이 부탁을 수락하고는 자신의 활 솜씨를 자만하여 이렇게 맹세했다.
"만약 내가 일곱 개의 화살로 저 일곱 개의 태양을 하나하나 쏘아 맞히지 못한다면, 내 엄지를 자르고 남자이기를 포기하며 물도 마시지 않고 마른 풀도 먹지 않는 타르바간( * 쥐 비슷한 설치류) 이 되어 어두운 땅굴 속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초원으로 나간 에르히 메르겡은 동쪽 하늘에서 서쪽 하늘까지 줄지어 있던 일곱 개의 태양을 동쪽에서부터 차례로 쏘아 떨어뜨렸다.
순조롭게 여섯 개의 화살로 여섯 개의 태양을 없앤 에르히 메르겡은 마지막 화살로 일곱 번째 태양을 쏘기 위해 활 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때마침 어디선가 제비 한 마리가 에르히 메르겡과 태양 사이로 날아 들어왔고, 제비가 시야를 가리는 순간 시위를 놓아버린 탓에 일곱 번째 화살은 태양이 아닌 제비의 꼬리를 맞추고 말았다.
(제비 꼬리가 두 갈래가 된 건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마지막 태양은 에르히 메르겡이 두려워 서쪽 산 너머로 숨어버렸다. 이후로 이 세상에는 낮과 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 편 에르히 메르겡은 제비 때문에 태양을 모두 없애지 못한 점에 대해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르히 메르겡은 매처럼 빠른 자신의 말을 타고 제비를 쫓아가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말이 맹세했다.
"만약 제가 다음 새벽까지 저 제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제 앞다리를 부러뜨려 초원 외딴 곳에 버리셔도 좋습니다. 저는 안장을 얹은 말로서 살기를 포기하고 굽이진 언덕에서 살아가겠습니다."
말이 제비를 뒤쫓으려 했지만 제비는 이쪽 저쪽으로 도망쳐 날아다녔고 그러는 동안 새벽이 밝아왔다. 화가 난 에르히 메르겡은 말이 맹세한 대로 말의 앞다리를 부러뜨려 사람이 살지 않는 외진 초원에 버렸다.
버려진 말은 날쥐가 되었으며 날쥐의 두 앞다리가 짧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제비가 황혼 녘에 말을 탄 사람의 앞뒤를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빙빙 도는 것도 이 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제비를 죽이지 못한 에르히 메르겡은 맹세한 대로 엄지를 자르고 남자이기를 그만뒀으며,
타르바간이 되어 물을 마시지도 않고 마른 풀도 먹지 않으며 땅굴 속에서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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