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는 그들만의 음어(淫語)가 있다. 밀레니엄의 학생이라면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단어의 기원은 이 학교의 역사처럼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샬레의 선생님이 부임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퍼진 음어는 모두가 하교할 시간, 밀레니엄의 CCTV에 감지되지 않는 수수께끼의 동아리실 입구에서 사용된다.
40인의 도적들의 은신처를 열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나무꾼처럼 동아리실의 문을 노크하고 특정한 음어를 말하면, 입구의 문이 열리면서 동아리실 안에서 누군가가 소녀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원초적이며 궁극적인, 그러나 소녀들이 바라던 특별하고 진심어린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동아리실이라고 하지만, 밀레니엄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빅 시스터,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을 주관하는 세미나는 그 동아리의 정체와 음어의 사용처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정체불명의 동아리실에 대한 제재가 없었기에 사실상 암묵적으로 묵인 된 상태다.
오늘도 밀레니엄의 캠퍼스에는 하교를 알리는 저녁 노을이 졌다. 별도의 잔업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학교 생활을 끝낸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저마다의 일정을 품고 교문 밖으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어느 쪽도 해당 되지 않는 학생 한명이 정체불명의 동아리실 입구에 다다랐다. 그리고 소녀는 노크를 하며 음어를 말했다.
"아리스가 동생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시간,
평소와 다름 없는 장소,
평소와 다름 없는 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실에서는 평소에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소음은 교정이 떠내려갈 정도로 크게 울려퍼졌다. 그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천진난만하게 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고, 오래지 않아 동아리실 안에서 누군가가 문을 소란스럽게 열어젖혔다.
"아... 아리스...?!?! 여긴 어떻게, 아니, 그 문장은 어디서...????"
"와아! 역시 선생님 이셨군요! 모모이에게 들었습니다. 정체불명의 히든 플레이스에서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특별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모모이... 안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선생님의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스는 싱글싱글 웃으며 선생님의 두 손을 잡으며 물었다.
"선생님, 아리스도 아리스의 동생을 가질 수 있는겁니까?"
"아니... 그... 그렇지! 아리스에겐 케이가 있잖니? 케이가 아리스 동생이잖니?"
"케이는 저와 같은 모습을 하면서 저를 따랐지만, 동생이라기보단 소중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리스는 진짜 동생이 갖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리스는 꼭 알고 싶습니다. 아리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아리스는 어떤 지시든 전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다음 날, 세미나의 주도하에 정체불명의 동아리는 폐부 처리 되었다. 동아리가 사라지면서 음어 또한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자연스럽게 사어 취급 되어 사라졌고, 모모이는 세미나의 강제집행 결과로 일주일 동안 아리스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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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
왜... 왜그러니? 불건전한 괴문서는 아니지 않나?
그래도 어린 소녀는 안건드렸으니 인간쓰레기는 면하셨네요.
괴문서 속의 이야기지만 그거 참 고맙구나.
아무리 학생들이 선생님 좋다고 해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그런 학생도 존재할거고, 그게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서는 아리스 라는 학생이겠죠?
그렇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스쿼드에서도 공주님이 그런 포지션이긴 해요.
저희들은 못먹는다고 해도 공주님 만큼은 꼭 챙기면서 지냈거든요.
물론 공주님은 이제 더이상 공주도 아니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거 있잖아요? 막 챙겨주고 싶은 그런 느낌?
확실히 그런게 있기는 하지. 나한테 있어서 히요리가 바로 그런 포지션이고.
그렇...
... 뭐라구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저,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응? 뭐 필요한 거 없어? 먹고 싶은 건?
아뇨, 오늘은 괜찮아요 선생님.
(IP보기클릭)211.227.***.***
감히 안 어울리게 꼬리를 치다니 선생 사형이야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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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오해입니다. 불쌍한 아이들을 챙겨주는게 뭐 어때서 그래요, 빼애앵 | 23.09.13 21:4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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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치는 히요리 이거 귀하군요...
(IP보기클릭)110.70.***.***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겪고 심란해진 히요리 | 23.09.13 22:0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