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거의 읽지도 못하면서 파파고 베이스로 핫산했었음
오역 있을거 같은데 뭐 전체 내용은 알아볼 수 있겠지
그리드맨 방영 전인 2017년에 올라왔고, 감독은 남고에 공대 나왔다는거 알고 보면 잼씀
주인공은 그리드맨에 나오는 아카네 친구 두명
글고 극장판 개봉기념 재업임
볼놈이 있나 싶긴 한데 다 봤으면 댓글 남겨줘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는 금지"
"질투"
"물리기초 숙제"
"저렴한 종이팩 차"
"데스소스"
"반출금지 액체 비누"
"위태로운 아이"
"녹을 것 같은 아이스크림 걱정"
"내가 모르는 다른 학교 교복"
.....아직 15살이라서.
우리 고등학교에는 세세한 교칙이 없다.
제대로 교칙을 읽으면 알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는 금지"인 것 정도 밖에 나는 모른다.
그 아르바이트도 반의 3할은 하고 있다. 숨기는 사람도 적고 들켜봤자 아무것도 없다.
교복이 있기는 하지만, 사복도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지정된 대로 입고 오는 여자는 1할도 없다.
남자는 사복이 더 귀찮은지 교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지정된 와이셔츠는 없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제각각.
자신의 고등학교를 보여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학생의 집회나 등하교는 꽤 혼돈스럽다.
이것이 자유를 존중하는 내 고등학교의 모습이다.
나는 후루마 아코. 자신의 외형은, 1학기에서 해방된 이래 완전한 금발. 이제는 이너 컬러도 연하게 들어갔다.
메이크업과 눈매와 복장이 각박한 성격이라고 여길 만하다. 적어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나온다면 정답이다.
난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싫거든.
그렇게까지 위협하지는 않지만 화려한 외모라면 다들 신경써서 말을 건다. 거리를 갑자기 좁혀 오는 녀석은 싫어서 5월에 큰맘 먹고 머리를 염색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게 되고 나서부터 인간관계가 편해졌다.
쇼와라면, 틀림없이 양아치라고 불렸을 것이다.
"아코는 사람을 볼 때 째려보는 것처럼 보여"
라고 말하는 사람은 내 친구인 마루사 라모.
모두로부터 '마루산' 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 별명은 내가 처음 붙인 것이 침투한 결과이지만, 모두가 '마루산'이라고 부르게 되었을 무렵에는 나는 그녀를 라모라고 바꿔 불렀다.
이건 질투라고 자각하고 있다.
나는 라모가 좋아
라모는 검은 장발로 이마와 윤곽을 가리지 않는다. 누굴 대할 때 밝고 잘 돌봐준다. 비밀이 없는 그녀의 성격을 드러낸다.
만화같은 경우는, 스포츠를 잘하고 공부를 잘 못하는 것 같은 캐릭터가 있지만, 라모는 전부 잘한다. 게다가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댄스부에 소속돼 있다. 또 체육대회 실행위원도 맡고, 아무 소속도 아닌 나와 함께 놀기까지 해준다.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게 라모 혼자라면 눈에 띄겠지만, 우리 학교의 학생은 공부에도 행사에도 전력으로 임하는 사람이 많아서 동아리활동도 왕성하고, 과제 제출이 많다.
다들 어떻게 시간을 융통성 있게 관리하는지 정말 수수께끼다.
내 수준보다 조금 높은 이 고등학교에 합격한 것에 들뜬 채 입학한 나는 과제나 실력 테스트, 각종 이벤트의 압박에 5월쯤엔 완전히 지쳐 있었다.
그런 이유를 대지 않으면 화려한 머리색으로 할 수 없었다.
중3 봄방학 때 갈색 머리를 했을 때는 부모님이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물론 선생님도 뭐라 하지 않았고.
우리 고등학교는 도립 중에서도 그럭저럭 머리가 좋은 편이고 그 대신 자유로운 교풍이다. 그러니까 모두들 허둥지둥해도 바보는 아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여름방학을 넘어서 지금은 9월.
하계 과제도 전부는 제출하지 못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반면 어딘가 남의 일처럼 생각하게 된다.
"쿠니이 쌤이라면 토요일까지 기다려줄거야"
점심시간, 복도의 방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으면서 나와 라모는 저렴한 종이팩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물리 기초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을 라모는 알고 있었고 가르쳐 주었다.
라모는 내 숙제를 도와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내가 강요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표현해준다. 그런 점을 정말 좋아해.
근데 나는 의욕이 없어서
"에이, 딱히 괜찮은데" 라고 대답한다.
"좋지 않거든" 이라며 라모는 웃으면서 말한다.
라모는 선천적으로 눈가에 다크서클이 있다.
본인은 그것이 콤플렉스라고 하지만, 그것을 남에게 말해 버리는 것이 라모답다.
콤플렉스와 사귀는 법도 매우 능숙하다.
그 행복의 엷은 미소가 너무나 허무해 보일 정도로 아름답다. 분명 남자들에게 인기있겠지.
하지만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없다.
본인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는 얘기를 듣진 못했어도 곁에서 보고 있으면 알 수 있다.
라모에게 그럴 시간은 없어.
공부, 동아리, 위원회…. 다른 반 여자 모임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녀의 인맥은 넓고 상급생에도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바쁜데도 불구하고, 비어 있는 시간엔 거의 나를 상대해 주고 있다.
라모 눈가의 다크서클은 수면부족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방과 후 옆반인 D반에 불려갔다.
D반의 여자, D녀들은 과자파(티)를 자주 한다.
누군가의 생일에 맞추어 시작한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볼일이 없어도 모여서 과자를 먹으면서 이야기한다.
입학한 직후에는 학교에서 과자를 먹을 수 있다니! 라고 들떠 있었지만, 그것이 당연하게 되면 고마움도 덜하다. 그저 타성으로 열량을 탐하는 불량배 집단은 평일 낮에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아줌마들이 겹쳐 보인다.
장차 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나라도 되고 싶지 않은 것은 저런 것이라고 나는 분명히 생각한다.
오늘 그런 모임에 소극적이던 나를 꼬신 것은 라모다.
내가 인간관계를 귀찮아하는 것을 걱정해, 오랫만에 권유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보고 있으면 좋지 않은 집단이라고 생각해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쁜 애들은 아니다. 나 이외에 '추추후시험'을 본 사람은 여기서 밖에 만날 수 없었다.
아마 학력 차원으로 따지면 라모보다 나랑 가까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대화도 그런대로 활기를 띤다.
하지만 라모가 권할 때가 아니면 절대로 가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서 D반에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나는 느끼니까.
교실 이동이나 점심시간에 엇갈린 애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로 가볍게 목례를 한다. 1학기때는 손을 흔들고 이름까지 불러줬었는데.
모든 사람과 사이가 좋은 채로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공백이 있어도, 이 과자파라고 하는 모임에 참가하고 있으면 오랫만에 여자 집단의 1명이 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화가 여기저기 흩어지는 것도 기분 좋다. 다만,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다.
"유타카, 이리 와봐"
"유~~타~~카~~"
방과 후 D반은 우리와 유타카라고 불린 남자밖에 없었다.
유타카는 복도 쪽 자리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일단 "응?"하고 이쪽을 보았지만, 곧바로 게임으로 돌아갔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면 액션이나 리듬게임 같은 종류일 것이다.
집에 가서 하면 될 것을 여자들만 있는 모임이 열리는 교실에 남아서까지 게임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가 있는 탓에 우리의 대화에도 약간 제한이 걸려.
들으면 곤란한 이야기나 부끄러운 이야기, 즉 가장 즐거운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유타카~~ 이리 오라고~~"
결국 내 눈 앞의 아이(이름이 떠오르지 않음)는 안방인 이곳으로 불러 그를 괴롭히기로 한 것 같다.
유타카가 휴대폰을 들고 이쪽으로 왔다.
"뭐야?"
"야, 거기 앉아. 게임 계속 해도 돼."
근처에 있는 의자를 당겨 내 옆에 앉아서 게임을 계속했다.
유타카는 키가 작다. 머리는 완전히 빨래 같다고 할까, 잠버릇을 한 채 학교에 오는 아이 같다. 안경에다가 약간 새우등이다. 덕후같다기보다 어린애같다.
자기는 대화를 시작하지 않고 묻는 것에만 대답한다.
'여자친구는 있나' '좋아하는 타입은' '이 안에 있으면 누구와 사귀고 싶나' 등 그냥 이지메 요소밖에 없는 질문을 이어가는 D녀.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한 나는, 처음으로 유타카와 대화하려고 했다.
"왜 교실에 남아서 게임하고 있었어?"
"상태 좋았으니까."
모르겠어. 대답이 안 돼.
게임으로 돌아온 유타카에게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없었고 궁금하면 이쪽에서 다시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이쪽에서 대화를 리드해야 하는가. 게다가 비교적 평범하게 라모와 유타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혀 알 수 없는 쇼기에 대한 이야기. 조금 짜증이 난 나는, 유타카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누군가 옛날에 유행하던 데스소스라는 매운 소스를 들고 왔다.
크래커에 살짝 묻히더니 실신했다. 물론 주변은 빵 터졌다.
유타카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해서 바로 앞의 아이(이름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가 데스소스 크래커를 만들어 준다.
그걸 먹은 유타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말 매운 것을 잘 먹는 것 같다.
나는 혀가 바보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나도 그걸 먹는 흐름이 됐다. 원래부터 그렇게까지 즐겁지 않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처럼 라모가 불러준 장소의 분위기를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단 것을 매우 좋아하고 매운 음식을 남달리 잘 못먹지만, 데스소스 크래커를 먹은 다른 아이들의 리액션이 너무 호들갑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하게 먹고 모두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자고 생각했다.
그게 물렀다.
아니야, 너무 매웠어. 맵다고 할까 혀가 아파. 통증이 계속돼서, 내 페트병의 호지차를 마셔도 여전히 통증은 낫지 않았다.
복도에 있는 워터쿨러까지 뛰어갔지만 사용금지 벽보가 붙어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더 달려서, 싱크대까지 도착해 평상시 움직이지 않던 수도꼭지를 위로 향하게 하고 물을 많이 마셨다. 가글까지 했어요
물이 코로 들어가서 아렸다.
내가 D조 교실을 뛰쳐나올 때 웃음기는 보이지 않았고 모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아마도 위태로운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흐르는 수도 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취주악부의 합주.
조금 침착하게 창밖을 보니, 도장이 없는 궁도부가 주차장의 옆에서 알 수 없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울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이대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휴대폰은 D반에 놔둔 채였다.
"아코, 괜찮아?"
달력상 9월이 가을이라지만 실제로는 한여름 그대로다.
아직 밖은 밝다. 불 꺼진 복도에 떠오르는 실루엣. 바깥의 빛이 그녀의 윤곽을 만든다.
나를 데리러 온 사람은 역시 라모였다.
정성스럽게 내 핸드폰까지 가져다주었다. 이대로 내가 페이드 아웃할 수 있도록 신경써준 것이다.
그런 상냥한 라모의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
"저 안에서 사귄다면 난 라모가 좋아"
"아코가 남자가 되면 생각해 볼게"
나는 웃는 얼굴로 D반에 돌아갈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나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유타카는 없어져 있었다.
다음 날 방과 후, 라모는 댄스부 심야 연습에 나가기 때문에 저녁에는 한가하다고 해서 스타벅스에 가자고 했다.
맥[*맥도날드]이나 사이제[*사이제리아. 일본의 이탈리안 음식 체인점]는 시끄러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벅스나 데니즈[*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에 자주 간다. 지출은 늘어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집은 용돈제+α이고, +α는 비싼 쇼핑과 필수품(옷도 포함). 상의하면 돈을 준다.
아르바이트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준 학칙 덕분에 돈이 부족할 일은 없다.
스타벅스에서 크고 단 것을 주문했다가 저녁을 먹지 못하면 혼이 나기 때문에, 항상 작은 걸로 마시고 있다. 라모도 나한테 맞춰서 비슷한 걸 먹는다.
라모는 중1부터 사용하고 있다는 조금 너덜너덜한 수첩을 펼치면서,
"역시, 랜드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서, 랜드가 될지도 몰라"
하고 상담을 꺼낸다.
10월 축제가 끝난 뒤, 뒤풀이도 할 겸 반이 디즈니에 가게 되었다.
라모는 댄스부 우선이라 우리 반의 상연 작품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 뭔가 도와준다며 축제 뒤풀이 담당을 자청한 것 같다.
여름방학 직전에 반 여자들이 조금 모여서 디즈니랜드에 간 적이 있다.
나는 그날 돌아와서 다음엔 디즈니씨에 가고 싶다고 라모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수결이라면 어쩔 수 없다. 랜드에서도 충분히 재밌어. 하지만.
"역시 씨, 가고 싶어. 둘이서 가지 않을래? 아침부터가 아니라 저녁에만 가는 걸로도 괜찮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바쁜 라모를 곤란하게 하는 말을 꺼낸 나.
디즈니는 애프터 6, 오후 6시 이후 입장이면 싸고,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평일에도 아슬하게 갈 수 있다.
"아-,잠깐,음."
라모는 수첩을 확인하고 있다.
뭐, 평일은 무리라고 나도 생각하지만, 어차피 무리라면 더더욱
"이번주 일요일은?"
의식의 흐름에 맡기고, 거듭 새로운 주문을 하는 나.
"이번주 일요일은 무리야. 동아리 활동 저녁에 있으니까."
왠지 스케쥴을 주시했던 적은 없는 것 같지만, 그런 주문은 무리라는 것은 알면서 들었다.
라모에 의하면, 10월에 에어컨인가 뭔가의 공사로 오전 수업의 날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파악하지 못했었는데, 라모는 꼬박꼬박 메모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이녀석 대단해.
그때 간다면 10월에 두 번이나 디즈니에 가는건가. 음 나쁘지 않아
다소 억지로 꼬시긴 했지만, 두 사람의 데이트는 일단 그 오전 수업날로 결정됐다.
그 주 일요일 저녁
거실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좋았다만 그걸 책상에 펼쳐놓기만 한 채 그새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나.
엄마가 만드는 저녁밥 냄새 때문에 집중이 안되는 거면 그렇다고 해두자.
"너 좀 한가하면 키친페이퍼나 사다 줄래?"
엄마가 큼직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한가하면? 내가 한가해 보였나보다.
책상에 펼쳐놓은 몇 A짜리 프린트가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다.
엄마가 젖은 손으로 천엔짜리 지폐를 건네주셨다.
"아이스크림도 사도 돼?"
"그럼 가족거 다 사와라."
키친페이퍼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거스름돈으로 사려던 미니스톱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200엔이 넘기 때문에 4개나 사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제 지갑은 가져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은 세븐과 미니스톱. 둘 다 대략 같은 거리 정도이다.
어차피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길은 사라졌기 때문에 세븐일레븐에 가기로 했다. 조금 큰 점포라서 키친페이퍼는 팔고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더이상 외출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므로, 위에는 중학교때 탁구부의 폴로셔츠, 아래 또한 중학교때 가정과에서 만든 반바지.
렌즈도 빼고 집에서만 써야 하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쯤되면 신을 수 있는 신발이면 다 좋아. 아빠의 더럽게 촌스러운 샌들로 걸어가기로 했다.
큰 샌들을 살짝씩 끌면서 저녁을 걷는다.
내 등에는 아라타니 제2중학교 탁구부라고 명조체로 쓰인 글씨. 난 아직 15살이니까 금발인 거 빼고는 중학생으로 보일 거야.
어차피 누구를 만날 일도 없으니 어떤 모습이라도 상관없다.
사실 엄마 심부름은 어린애가 하는 일이야. 거스름돈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려는 거고.
일요일 저녁은 기분 좋다.
밀려오는 월요일의 발소리 때문에 우울해지는 사람도 많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일요일 저녁밖에 나지 않는 냄새가 있어서 그것을 느끼며 익숙한 주택가를 거닐기를 좋아한다.
키친페이퍼는 그냥 세븐일레븐에서 팔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상자에서 파는 "몇 개들이" 같은 적당한 것을 샀다.
서투른 바느질이 된 주머니에 거스름돈을 집어 넣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큰 가도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의 보도. 비어 있는 버스가 몇 번인가 왔다갔다했다.
그 반대편 보도에 라모가 있었다.
처음엔 닮은 사람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역시 라모 본인이었다.
문제는 2개.
첫 번째는 라모 앞에 선 키 작은 중장년의 남성. 아버지치고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리고 라모는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옥신각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장년의 남성이 라모의 손을 잡으려고 하고, 그걸 라모가 뿌리쳤다.
사안... 아니 사건이야!
손을 뿌리친 후에도 라모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남성에게 무슨 말을 듣는 듯했다.
나는 꼼짝도 않고 라모와 중장년의 남성이 같은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문제는 하나 더.
라모는 블레이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라모 닮은 사람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오늘 이 시간 댄스부 연습이 있다고 나는 라모한테 들었는데.
라모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내가 모르는 일을 하고 있다.
설령 무슨 사건이었다고 해도, 나는 보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반대편 보도는 5차로나 떨어진 먼 곳.
나는 라모가 아니라 녹아버릴지도 모르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걱정을 했다.
일요일 저녁, 라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저쪽에서도 아무 일이 없었다.
날이 밝아서 월요일 아침.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라모를 기다렸다. 라모는 전철로 이 역까지, 나는 조금 돌아가지만 도보로 이 역까지 가서 함께 등교한다.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특유의 리셋 감각으로, 조금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여느 때처럼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흐린 하늘, 오후부터 비가 올 것 같다.
대충 라모는 평소와 같은 시간 정도에 왔다.
라모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픽 하고 이어폰을 빼면서
"안녕~ 더워…"라고, 늘 보던 텐션의 인사를 해 왔다.
학교까지는 이 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현대사의 시간에, 키타 선생님은 테러같은 유사시 자위대의 움직임 같은걸 또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정말 이런 얘기를 좋아하구나. 이 시험범위에 조금도 포함되지 않는 이야기만 머릿속에 남는데 좀 자제해주면 좋겠다.
문득 라모 쪽을 보니 그녀는 졸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어제의 광경이 생각난다.
나가지도 않은 댄스부 연습에 지쳐 잠이 든 것일까.
"저기,요즘 마루산 학교 와?"
쉬는 시간. 내가 자판기에서 거스름돈을 꺼내려고 했을 때 잘 모르는 질문을 한 사람은 잘 모르는 여자.
"오고 있는데요?"
나는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존댓말로 대답했다.
왠지 상급생으로 보였던 것과 나에게 라모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라면 댄스부일까 하는 직감으로 경어로 말해두었다. 우리 댄스부는 상하관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으니까.
그 직감은 훌륭히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댄스부의 2 학년으로, 라모의 팀을 돌보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아, 그렇구나, 응, 고마워."
라고 말하고 떠나려는 그녀에게 큰맘 먹고 라모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최근 기초훈련만 빼먹은 일, 연습메뉴 노트를 빌린 채 돌려주지 않은 일, 상급생 LINE을 무시하는 일 등 무릇 라모답지 않은 이야기들만 들었다.
"그녀석, 할 마음은 있나?"
하면서 그 상급생은 떠났다.
또 다음 쉬는 시간에 나는 라모의 머리를 잡고 억지로 아래로 내려 고개를 숙이도록 해보았다.
"어? 뭐야?" 하는 라모.
그걸 빤히 보는 나. 맞아, 어제는 이런 각도였어
라모의 염색하지 않은 긴 검은 머리는 분명 아저씨에게 인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댄스부를 땡땡이 치고,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모르는 교복을 입고, 모르는 아저씨와 만나고 있었다.
라모의 하얀 두피가 내 손가락 사이로 보인다.
"저기요, 아코, 힘들어."
그 말을 들은 나는 손을 놓고 교실을 나왔다.
힘든 건 나야.
그 후 방과 후까지 나는 라모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약식 종례가 끝나고 모두가 제각기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으니 나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고 생각했었지만, 여름방학이 끝난 후의 확인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은 나에게 부과된 추과 과제를 제출.
그러기 위해 교무실로 향했다.
담당 선생님이 안 계셔서 책상 위에 과제를 올려놓고 교무실을 나왔다. 진급 의사가 있다는 사실만 밝혀두면 일단 유급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 나름의 생각.
생각까지 물러진 것인지도 모른다.
진로지도실 앞 각종 전문학교 포스터와 대학 안내자료가 내게 부담을 준다.
진학 같은 건 할 생각도 없는데 유급은 무서운거야?
최대한 장래부터 눈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간다.
건물 중앙 문의 도쿄 올림픽기가 휘날렸다.
2020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차장 쪽으로 돌아서 가기로 했다.
이쪽으로 돌아가면 조금 우회하게 되지만, 학교를 밖에서 둘러볼 수 있다.
슬슬 각 동아리가 시작될 무렵이다. 운동부도 문화부도 녹색 울타리와 네트로 구분된 우리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마치 동물원 같다며 깎아내리지 않으면 나는 나를 유지할 수 없다.
무엇인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자전거를 옆으로 쓰러뜨려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최대한 거리를 두고 눈을 부릅뜨고 보니 D반에서 유타카라고 불리던 그였다.
한번은 면식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나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설마 그쪽에서 말을 걸어올 줄이야.
"저기.. 좀"
"응?"
"자전거 체인이 떨어져 버렸는데, 좀 도와줄 수 있어?"
"싫어."
나는 바로 거절했다.
그는, 몇단 변속등의 자전거 체인이 떨어져 나가 버려서 그것을 고치기 위해 자전거를 옆으로 세워 놓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의리도 아니고, 의리가 있어봤자 자전거 기름은 손에 닿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만지고 싶지 않다.
이미 그의 손은 기름투성이로 검게 변해 있었다.
단호히 거절하자 그 자리를 떠나려는 나에게 그는
"여기를 잡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하고 분명하게 두 번째 부탁을 했다.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2번이나 부탁받다니 의외였다.
나는 예상외의 사태에 약해서 동요했다.
그는 이어서
"이쪽에 손가락 같은 걸 걸치지 않으면 이쪽이 금방 빠져"
라고 했다.
이쪽인지 이쪽인지 몰라.
보통 수상한 사람이라면 무시할 수도 있지만 괜스래 한 번 만나서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차가운 태도를 아는 사람에게 취하는 것은 조금 스위치를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이게 내가 흔들리는 상태야.
"이쪽인지 이쪽인지 몰라."
나는 생각하고 있던걸 그대로 입 밖으로 내고 있었다.
결국 그에게 다가가 체인을 잡아주는 일을 했다.
오른손에 검은 기름이 단단히 묻어 버렸다.
그것만은 절대 옷에 묻히고 싶지 않았어.
손을 씻기 위해 유타카와 둘이서 손가락을 벌린 채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차장 안쪽, 긴 호스가 달린 수도가 있었다.
물로 1분 정도 계속 씻어도 예상대로 검은 기름은 완전히 씻기지 않는다.
유타카는 씻어서 젖은 손을 바지에 닦고 있었다.
나도 같은 말을 두 번 째 하면서 물었다.
"왜 얼마 전에 교실에 남아서 게임하고 있었어?"
순간 무언가 생각을 했던 유타카. 곧 "얼마 전"이 생각난 것 같았다.
"친구가 제출해서 그거 끝나길 기다렸어. 그럼 잘 되거든. 아. 게임이 말이야."
왠지 정말 상관없을 것 같은 이유였어.
"뭐야. 말이 너무 부족해서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라고 내가 말했더니,
"근데 내가 필받아서 하고 있는데, 억지로 그쪽이 불러냈잖아. 게임 계속 해도 된다면서."
그런가, 내가 억지로 부른 쪽의 사람이었구나. 이제 와서 보니 좀 나쁜 짓을 했구나 싶었다.
"마루산이랑 같은 반이야?"
갑자기 나한테 질문하는 유타카
이녀석까지 "마루산"이라고 라모를 부르는건가. 근데, 어떻게 라모의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나.
다시는 체인이 풀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전거 기어를 바꾸면서 유타카는 말했다.
"마루산, 결국 다시 어머니 쪽에서 살기로 한 모양이야."
"뭐? 무슨 말이야?"
듣자하니 유타카는 라모와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딱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올라와서부터는 가끔씩 문자나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라모는 지금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라모와 엄마는 성격 안 맞는 것 같아서 라모는 아버지를 따라갔지만, 아버지가 칠칠치 못하고 잔소리가 심해져서 역시 엄마 쪽으로 가려고 하는듯 했다.
라모 입장에선 어느 집에도 가기 싫기 때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는 댄스부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고 유타카는 말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수학여행비 적립할때도 라모가 낸 모양이다.
역시, 라모는 무엇인가 장기적인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
분명 모르는 교복을 입었던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단발성 아르바이트 얘기는 몇 번이나 들었지만, 그것도 설마 가정형편 같은 걸로 일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 아이를 스타벅스나 디즈니같은 내 개인사에 끌고다니고 있었다니.
하지만,
하지만,
"라모는 그런 인상의 애가 아니잖아"
"너, 그런 부분에 신경쓰는구나." 라는 유타카.
"뭐가?"
'너'라는 말투가 약간 거슬린다.
하지만 난 유타카한테 이름을 댄 적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너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구나 싶어서."
나는 유타카에게 정곡을 찔렸다.
"도와줘서 고마워. 잘있어."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유타카.
초록색 우리를 빠져나가는 그를 다시 한 번 쳐다보는 나.
나는 이 동물원에 있을 곳이 없는 동물이야.
어떤 비유를 들어 세상을 대입해 봐도 그것은 결국 내가 싫어하는 '겉모습으로 낙인찍기'일 뿐이었다.
D반 여자들을
처음 봤던 유타카를
너무 좋아하는 라모를
나는 겉모습만으로 알고 있다 생각했다.
나의 검은 오른손을 보고, 역시 비누를 사용해 더러움을 닦아내고 싶어져서 교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1층의 싱크대에서 "반출 금지"라고 쓰여진 녹색의 액체 비누의 펌프를 누르고 누르고 눌러, 손을 계속 씻는다.
역시 기름때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죄인은 이런 기분일까 하고 수도를 잠갔다.
안뜰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교사의 3층.
우리 1학년 E반 복도에 라모가 보이는 것 같았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나는 달리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복도를 달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E반 앞 복도에 도착했다.
노란색 댄스반 티셔츠, 검은색 반바지의 라모는 자기 보관함 문을 잠그고 나온 길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저 온 힘을 다해 여기까지 달려온 나에게 라모는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었다.
"선배에게 돌려주는 것을 잊었던 연습노트 때문에. 가져왔는데 보관함에 두고 와서."
아직 내 숨결은 고르지 않았다.
나는 라모의 손을 끌고 복도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뭐야뭐야뭐야"
라모는 깜짝 놀라며 따라왔다.
어차피 댄스부의 월요일 연습 장소인 체육관으로 돌아가려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하니까.
나는 그제서야 서서히 침착해지고 있었다. 라모의 손을 놓는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로 왔지?
맞다.
차가운 차가 마시고 싶었구나, 눈앞의 자판기를 보고 생각난다.
내가 라모의 손을 놓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을 때,
"아코. 왜 그래?"
라모가 더욱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렇게 하면 울 것 같아.
하늘의 구름이 두꺼워지고 있었다.
동전을 자판기가 빨아들이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녹차 버튼을 누른다.
종이팩에 담긴 차가운 차를 꺼내고, 라모를 돌아봤다.
"어제 우리 집 근처에서 라모를 봤는데 모르는 학교 교복 입고 있었어"
"아...응"
라모는 어딘가 체념한 모습이다.
"그거야, 언니 옛날 교복. 그거 빌려 입었어"
"왜?"
"미안해, 알바야. 마이너한 알바. 언니 말고는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언니 걸쳐서 아빠한테 걸렸어.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고 하는 아르바이트의 내용은 신경이 쓰이지만, 그만큼의 스케줄을 하고 있다면, 라모라도 동아리활동이 적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마이너한 것을 알고 있다면, 나도 라모를 멈추고 싶다.
"나카노의 쇼기 카페에서 일해. 이제 석 달 정도."
쇼기라니 뭐야, 쇼기라면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 아르바이트 내용까지 라모는 또박또박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현역 여고생이 아저씨와 장기를 두기만 하면 여느 아르바이트보다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번다.
손님은, 일을 끝낸 샐러리맨이나 시간에 자유로운 자영업자가 많은 것 같다.
90% 정도는 아버지 또래거나 그 이상의 나이라고 한다.
시간이 없는 라모에게는 딱 좋지만, 역시 보통 아르바이트는 아니야. 라모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아빠한테 들켰으니 이제 확실히 끝이네. 일당이니까, 좀 물러나도 아무 말 안 듣는 것 같고.
지금 눈치챘지만, 라모는 나 같은 사람보다 훨씬 위험한 아이였다.
그렇지만 만약을 위해 나는 라모에게 물었다.
"라모의 아버지는 키가 작니?"
"응, 엄청 작아"
라모는 웃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나도 웃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자판기 근처는 지붕이 달려 있지만, 라모는 만약을 위해 젖지 않도록 선배의 연습노트를 복도의 긴 책상에 두었다.
나도 손으로 데워 두었던 차를 거기에 놓는다.
라모는 체육관을 향하지 않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아마, 학교 축제에는 못 나갈지도 몰라."
빗소리에 지워지지 않으려고 라모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도 똑같이 큰 소리로 물어봤다.
"라모는 왜 댄스부에 들어갔어?"
"좋아하니까. 고등학교 들어가면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
"그렇구나, 역시 라모구나"
"??"
"좋아하면 말이야, 너무 땡땡이 치지 마."
"응, 선배한테 자주 들어"
"...라모. 디즈니씨는 굳이 무리해서 가지 않아도 괜찮아"
"응? 왜? 가자. 아코가 얘기 꺼낸거잖아」
"아니, 그게 말이야..."
"에이, 난 아코랑 가는 거 엄청 기대되는데."
쭉 뻗은 라모의 손은 높이 비구름을 가린다.
역시 라모는 아름다워
"나도 라모랑 가는 거 기대된다"
그 높이 뻗은 손에 닿을지도 몰라서. 나는 라모를 목표로 손을 뻗는다.
"아마 말이야, 아코는 렌즈 도수가 안 맞는 것 같아"
라모가 내 가까이서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안과에서 시력을 재보지 않았다.
예쁘게 포개지지는 않았지만 내 오른손은 라모를 만진다.
내 손가락 끝에는 아직도 검은 기름 자국이 약간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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