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모든 이야기를 SF처럼 쓴다면 by 마크 로젠펠더
로저와 앤은 세르게이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로 가야 했다.
"기차를 타고 가나요? 아니면 증기선? 비행기?" 앤이 물었다.
"기차는 너무 느립니다. 증기선을 타도 남미를 돌아서 가려면 몇 달은 걸릴 테고요." 로저가 대답했다. "비행기를 타고 갈겁니다."
로저는 개인용 컴퓨터로 중앙 네트워크에 접속했고, 시스템이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렸다. 몇 개의 키를 눌러서 전자 매표 시스템에 들어가 출발점과 도착점의 코드를 입력했다. 눈 깜짝할 사이 이용 가능한 비행기 목록이 컴퓨터 화면에 나열되었고, 로저는 그중 가장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를 골랐다. 로저의 개인 계좌에서 자동으로 달러가 차감되어 결제가 완료되었다.
비행기가 출발하는 공항까지 로저와 앤은 복선 레일을 타고 갔다. 앤은 여행복으로 갈아입었는데, 합성수지 기반의 인공섬유로 만든 밝은색 셔츠와 직물로 만든 청색 바지가 앤의 유전자 조작 없는 매력적인 몸매를 들어내 주었다. 매력적인 갈색 머리도 드러나 있었다.
공항에서 로저가 항공사 직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자, 직원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로저의 신원과 여행 일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번호를 입력하고 나서 탑승구역으로 갈 수 있는 탑승권 두 장을 건내주었다. 로저와 앤은 이제 모든 항공편에서 필수적인 보안 검사를 받았다. 가져온 짐은 다른 직원이 받아서 가압처리가 되지 않은 비행기 내 별도의 칸으로 옮겨졌다
"프로펠러기를 타고 가게 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제트기를 타게 될까요?" 앤이 물었다.
"분명 제트기일 겁니다." 로저가 대답했다. "프로펠러기는 이제 사실상 퇴역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면에 로켓 엔진은 여전히 실험 단계고요. 로켓을 쓴다면 이런 여행은 1시간만에 갈 수 있다는군요. 제트기로는 아마 4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잠깐의 기다림 후, 로저와 앤은 다른 승객들과 함께 안내원을 따라 비행기를 타러 갔다. 비행기는 못해도 100미터는 넘을 길이의 강철 실린더였고, 4개의 제트 엔진이 달린 날렵한 날개가 뒤쪽으로 뻗어 있었다. 로저와 앤은 조종석을 살짝 들여다보았고, 비행기가 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을 점검하던 2명의 조종사들을 보았다. 로저는 비행기를 직접 조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기뻤다. 수 년간의 훈련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놀랍도록 넓은 승객 구역에는 푹신한 좌석과 11킬로미터 상공에서 시속 800킬로미터로 비행하는 동안 저 아래 시골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있었다. 가압을 위한 공기 노즐이 있어 춥고 공기가 희박한 성층권에서도 따뜻한 온도와 대기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금 긴장되네요."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앤이 말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저가 장담했다. "이런 비행기는 이제 완전한 일상이죠. 솔직히 지상에서 타고 다니는 차량들보다 더 안전합니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비행기가 이룩해 땅에서 점점 멀어지자 로저도 긴장되기 시작했다. 로저와 다른 승객들은 오랫동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아래에서 흐릿하게 집과 농장, 움직이는 차량들이 보였다.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군요." 로저가 말했다.
"일부는 사실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죠." 앤이 대답했다. "갈 수도 있는 모든 지역에 공항을 짓는 것은 알다시피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허브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죠. 중소도시 사람들은 우선 허브로 이동한 다음 최종 목적지로 가는거죠. 다행이 우리가 탄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직통이지만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 항공사 직원들이 와서 승객들이 내리는 것을 돕고 짐을 찾아주었다. 짐에 달려있는 숫자표를 통해 올바른 사람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했다.
"벌써 다른 도시에 왔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네요." 앤이 말했다. "4시간 전까지만 해도 시카고에 있었는데."
"아직 도착한 건 아닙니다!" 로저가 정정했다. "공항은 지상에 넓은 공간이 필요한 데다가 가끔씩 큰 사고도 벌어지기 때문에 도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짓습니다. 도시까지는 소형 차량을 타고 갈겁니다."
로저와 앤은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탄화수소 추진 지상 차량 중 하나에 탑승했다. 전자결제는 수수료가 많았기 때문에 대신 휴대용 달러 토큰으로 지불했다. 운전사는 차량 유닛을 몰아 도시로 향했다. 차량의 속도는 시속 100킬로미터 정도였지만, 로저와 앤은 콘크리트 노면에서 불과 1미터 거리였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로저는 혹시 앤이 놀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살펴봤지만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모험을 즐길 줄 아는데다가 총명하기까지 했다!
마침내 운전사가 차량을 세웠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세르게이의 건물 전자 자동물이 로저와 앤을 환영했다. 이 모든 여행은 7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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