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내전 중반기를 넘어서고 파르살루스 전투가 카이사르의 승리로 끝난 즈음의 일이다.
파르살루스 전투 이후에 카이사르는 이집트로 건너가서 거기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정권을 세우려다가 피똥싸고 있었고,
2인자였던 안토니우스는 일부 병력을 이끌고 이탈리아 본토로 돌아가서 중앙정계를 관리하게 되었다.
이 때 즈음에 로마에서는 호민관 중 한명이 일괄적인 부채탕감 법안을 밀어붙이려다가 주류 원로원 의원들이 막아서 실패해버리는 일이 생겼다.
이렇게 과격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호민관은 1년이면 한트럭씩 쏟아져나왔고, 원래대로라면 그냥 그냥저냥 넘어갔어야 됐지만, 그 호민관은 포기하지 않고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을 모아서 경이로운 속도로 폭동을 일으켰다.
사실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의 욕구가 강한 로마에서 거리의 소요사태는 그렇게 희귀한 일도 아니고,
100년전 즈음에는 원로원 의원들이 폭동을 일으켜(...) 평민정부의 수반인 호민관을 패죽인 사건도 있었지만 문제는 너무 빠르고 과격하게 벌어졌다는 것.
로마 정부는 완전 마비상태에 빠지고 도시는 개판이 되갔다.
아니 잠깐.
안토니우스가 군대를 가지고 이탈리아 본토에 있었는데? 얘는 뭐한겨?
로마는 군대와 정부의 분리가 법제화 되어 있었고, 군대가 로마시내에 진입하려면 원로원의 승인이 있었어야 된다.
원래대로라면 로마시내에 군대를 이끌고 질서를 회복시킬수 있는 법적 명령과 지위을 요구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얘는 일부러 도시를 버리고 원로원이 최종권고를 내릴 때까지 관망만 하다가 최종권고가 떨어지니까,
그제서야 협상이고 나발이고 병력을 이끌고 폭도들을 죄다 재판이고 나발이고 현장에서 죽여버린다.
왜? 왜냐면 원로원 최종권고는 집정관이 비상사태 시에 원로원에게 모든 전권을 위임받는 것인데, 그 당시 집정관 1명은 죽고 1명은 이집트에서 피똥싸고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최종권고 해봤자 소용없는 짓인데 원로원 도저히 버틸수가 없으니까 일단 지르고 본것이다.
즉, 안토니우스는 "ㅋㅋㅋ 원로원 병1신들 새1끼, 몰리니까 헛짓거리 하네." 하면서 존나 쪼개고, 무력한 원로원 보란듯이 시민들을 지 꼴리는 대로 다 쳐죽여버리면서 사태를 해결해버려 원로원 최종권고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것을 즐긴 것이다.
"아니 씨이발 이 개1새1끼가..."
즉, 안토니우스는 별다른 정치적 실익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원로원이 쩔쩔매는 것을 지켜보려고 일부러 사태를 악화시킨 다음,
볼장 다 볼것 같으니까 또 지 꼴리는 대로 로마 "시민들" 을 재판도 없이 사살한 것이다.
여기에 안토니우스가 폼페이 가문의 재산을 꿀꺽하고(정치인들을 숙청하고 재산을 빼앗는건, 안토니만을 만족시키며 독재관 술라시절의 대숙청/학살을 연상시키는심각한 정치적 딸딸이였다.)
전직 집정관이자 중도보수파로 유명했던 키케로 등등 자기 마음에 안드는 정치인들에게 공공연하게 살해협박을 하면서 부채탕감 안건은 카이사르 파의 최대 약점이 되어버렸다.
카이사르가 민중들의 요구에 잘 부응해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랬던 카이사르의 오른팔이 지 좇대로 딸치느라 그런 이미지를 다 갖다 버리고, 권력 맛에 취해 꼴리는 대로 다 처죽이고, 재산을 빼앗고, 전직 대통령급의 정치인들에게 공갈협박을 하는 개지랄을 한것이다.
이 때즘 이집트에서 승리하고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잠깐 이탈리아의 들른 카이사르는 이 개판을 보고 안토니우스를 즉시 해고하고,
아직도 전쟁중이라 빠듯한 상황에 점점 커지는 부채탕감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심한다.
이 때쯤 되면 카이사르에게 반대하는 정적들 뿐만 아니라, 현 상황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는 모든 사람이 부채탕감을 요구하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이런 와중에도 폼페이 세력은 아직도 군대를 보유한채 북아프리카에 있었고, 중앙정계에서는 내전이 터지기 전부터 카이사르를 고깝게 보는 사람이 아직도 원로원과 공직자들 중에 많은 상황에서 정치적 지지를 상실하면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수도 없는 치명적인 상황이 될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자 카이사르는 부채탕감 자체를 반대하는게 아니라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이탈리아 전역의 중소규모 도시와 마을들의 부자들에게 내전을 종식하는데 필요한 군자금 명목으로 돈을 존나게 빌린다.
(다만 돈이 필요 없는데 빌린것은 아니다. 카이사르는 이후 곧바로 아프리카 원정을 개시했기 때문.)
그런 다음에 "부채탕감 존나게 좋지!! 근데 나는 로마에서 제일 부자인데다가 빚도 제일 많은데? 그런데 이렇게 부채탕감을 해버리면 공평한건가?" 라고 논점을 바꿔버린다.
(누가 봐도 뻔한 수가 아니냐고 할수도 있는데, 카이사르는 예전에도 돈주고 표를 사는(...) 고대 로마에서조차 독보적으로 빚이 많은 사람이였다.)
"어.. 시발 그러네..."
카이사르는 이를 통해 단지 부채탕감 이슈를 흐지부지 시켜버렸을 뿐만 아니라, 시골지역의 부자들에게 (로마는 선거제도상 게리멘더링이 존나 심해서 도시의 빈민보다 시골지역의 부자들의 영향력이 더 높았다.) 미래의 모든 공직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카이사르 파의 인사들을 지지할 확고한 이유까지 만들어 낸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앞으로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이 부자들이 "카이사르를 도와 내전을 끝낼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도록 판을 짜놓은것. 앞으로의 선거에서 자기 사람들을 애써서 꽂아넣을 필요가 확 줄어드는 것이다.
왜 부자들이 카이사르를 지지하냐고?
돈 돌려 받아야지! 내전에서 이겨야 카이사르가 갚을것 아니야!
이쯤되면 되면 돈주고 표를 사는게 아니라 돈을 빌리고 표를 받아가는 수준이다. 가히 서양 쬬라고 불러도 전혀 아깝지 않은 권모술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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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머리를 잘 굴렸으니 말년에 갑자기 정치적으로 전혀 실익없는 짓 한 거 두고 "진짜로 카이사르가 돌아버린 거 아님?" 소리 하는 학자들이 튀어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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쬬랑은 차원이 다름. 카이사르는 사생활이 공직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했던 사람이라. 크라수스 아내랑도 불륜을 저질렀는데, 크라수스와 정치적 동맹엔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 심지어 크라수스 아들이 카이사르 밑에서 종군하면서 갈리아전쟁에 맹활약하고, 카이사르도 무척 아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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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누스가 놀라운게 안토니우스랑 2차 삼두정치 하면서 권력 나눠먹을때가 18세쯤, 서양은 만나이니까 갓 급식딱지뗀 대학새내기. 안토니우스는 수많은 전장을 전전한 젊은(삼십대) 역전의 용사. 근데 정치적으로 머리쓰는게 하늘과 땅차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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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 이야기 하나만 읽는데도 안토니우스가 왜 나중에 옥타비아누스에게 털리는지 납득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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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유부네 NTR러 아녔음 일이 더 쉽게 해결됬을거란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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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한걸 써보자면 부채탕감을 시민들이 요구하면서 폭동이 일어난건데, 자기 직속부하가 그걸 무시하면서 시민들을 쳐죽이니까 빚을 없애는거에 대해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근데 여기서 오히려 돈을 존나 빌린다음 난 니네랑 같은 상황인데 나같은 권력자가 먼저 이렇게 돈을 빌려놓고 부채탕감시켜서 꿀빨면 불공평한거니까 니네요구는 무리한거야 라고 보여준거. 그래서 부채탕감 이슈가 흐지부지됬다는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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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를:내가 최고의 빚쟁인데 내 힘으로 나 자신을 탕감하는게 과연 공평한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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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머리를 잘 굴렸으니 말년에 갑자기 정치적으로 전혀 실익없는 짓 한 거 두고 "진짜로 카이사르가 돌아버린 거 아님?" 소리 하는 학자들이 튀어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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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 사람이 변할수도 있지 | 21.09.28 14:5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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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이 돌아다녔으니, 이상한 병에 걸려서 맛이 갔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다 | 21.09.28 15:1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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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무슨 짓을 했길래? 왕관 사건? | 21.09.28 16: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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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말년에 주변에 전혀 의미도 없는 우쭐대기로 어그로를 끌어댐 로마인들은 왕정을 혐오했는데 그 앞에서 왕인 마냥 어그로 끌어봐. 칼맞기 딱 좋지 | 21.09.28 18:1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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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유부네 NTR러 아녔음 일이 더 쉽게 해결됬을거란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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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목숨이8개
쬬랑은 차원이 다름. 카이사르는 사생활이 공직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했던 사람이라. 크라수스 아내랑도 불륜을 저질렀는데, 크라수스와 정치적 동맹엔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 심지어 크라수스 아들이 카이사르 밑에서 종군하면서 갈리아전쟁에 맹활약하고, 카이사르도 무척 아꼈지. | 21.09.28 15:0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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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 이야기 하나만 읽는데도 안토니우스가 왜 나중에 옥타비아누스에게 털리는지 납득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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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 쉑은 그냥 잘해봐야 군단장급이지. 전술적 능력은 출중한데. 전략은 꽝. 아그리파보다 큰그림 그리는 능력은 떨어지는것 같더라. | 21.09.28 15: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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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욱문약
옥타비아누스가 놀라운게 안토니우스랑 2차 삼두정치 하면서 권력 나눠먹을때가 18세쯤, 서양은 만나이니까 갓 급식딱지뗀 대학새내기. 안토니우스는 수많은 전장을 전전한 젊은(삼십대) 역전의 용사. 근데 정치적으로 머리쓰는게 하늘과 땅차이였음. | 21.09.28 15:3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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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는 너무 멍청해서 몇번이나 옥타비아누스를 죽일수있었는데도 기회를 스스로 다 날려버린뒤 심지어 최후조차도 실수로 자.살 | 21.09.28 16:1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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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래 군주제 분위기였던 사회였다면 또 다른 운명이었을 거 같은데 ㄷㄷㄷ | 21.09.28 15:1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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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고
카이사를:내가 최고의 빚쟁인데 내 힘으로 나 자신을 탕감하는게 과연 공평한일인가? | 21.09.28 16:5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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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으로 부채를 탕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내가 자력탕감하는건 불공평하다 이건가요? 왜 이해가안되지... | 21.09.28 17:4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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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고
내가 이해한걸 써보자면 부채탕감을 시민들이 요구하면서 폭동이 일어난건데, 자기 직속부하가 그걸 무시하면서 시민들을 쳐죽이니까 빚을 없애는거에 대해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근데 여기서 오히려 돈을 존나 빌린다음 난 니네랑 같은 상황인데 나같은 권력자가 먼저 이렇게 돈을 빌려놓고 부채탕감시켜서 꿀빨면 불공평한거니까 니네요구는 무리한거야 라고 보여준거. 그래서 부채탕감 이슈가 흐지부지됬다는거 같은데 | 21.09.28 18:4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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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이해됐다 감사합니다 | 21.09.28 19:1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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