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아 슨은 내 어머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여성이었다. 그녀를 죽인 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어머니, 라라아가. 으악"
지구를 돌입하는 엑시즈의 열기가 콕핏을 통해 느껴지며 비명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우주라는 전장에 내던져 졌을 때부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질 않을 터. 지구를 구하는 건 역시나 무리였겠지.
긴 어둠이 이어지고 갑자기 피곤한 감각이 들었다. 어째서지 나는 죽었을 텐데...
눈이 떠진다. 눈을 통해 푸르고 화창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푸르른 초원 위에 구름 근처에 중력을 무시한 채 거대한 바위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눈에서 보일 정도면 크기가 상상이 안 된다. 코와 입을 통해 느껴지는 맑은 공기의 감각은 이질감마저 든다.
머리를 진정시키고 주위를 둘러보자. 눈으로 보이는 멀리 떨어진 곳에 옆으로 길게 누워있는 바위가 보인다. 이건 뭐지...? 의문감을 가지고 거리를 좁혀간다.
가까이서 보자 알 수 있었다. 나와 마지막을 함께한 모빌슈트 '뉴 건담'의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로 레이와 뉴 건담은 엑시즈에 사라지기 직전 어딘가로 왔다는 것을. 살아있을 리가 없다. 여기는 천국 아니면 지옥? 그러면 생명체도 아닌 뉴 건담이 어째서
답을 알 수 없는 불길한 추측만이 머리를 채운다. 그리고 연속되는 추측을 부수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당신 누구세요?"
씩씩한 소녀의 목소리다. 고개를 돌려본다. 금발을 땋은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소녀의 눈에서 뭔가 초조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옆으로 길게 뻗은 귀가... 귀?
우주와는 또 다른 무서움. 물어보는 순간 우주와는 다른 공포의 발을 들이밀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죽어본 몸. 공포의 문턱은 지난지 오래다. 혀를 굴려 입 안을 적시고 말을 꺼낸다.
"여기는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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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가 유행이니까. 이런 컨셉이면 어떨까 생각나서 써봄. 오늘 딱히 쓸 글이 없어서 예전에 생각한 거 썼어. 다음 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