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웅
별도 달도 없어 한치 앞도 볼수 없는 거대한 강철의 도시.
얼마 전에 발령된 침식경보로 인한 등화관제의 일환으로서, 도시에 있는 거대한 탑 이외의 조명은 없다.
지하로부터 10층, 지상으로는 90층에 달한다는 거대 탑, 센트럴 타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계자 외에는 누구도 모르지만, 언제서부터인가 도시에는 이런 이야기가 따돌았다.
탑이 수상하다.
발표로는 도시의 전력공급을 겸한 마력공급장치.
실제로 탑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름 약 12미터의 무수한 전력은 도시의 각 부에 존재라는 12개의 거대한 전력탑으로 공급되고, 거기에서부터 중앙 정부 발표 총 거주민 6천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사용할수 있는 전력이 공급된다.
또한 중앙 정부의 휘하에 있는 대침식기사단, 그리고 치안기사단과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소형 현실개변장치-'디바이스'는 마력에 각성하지 않는 이상 전력탑에서 지나치게 떨어지면 사용할 수 없으니 발표는 아마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보아라.
귀를 막아도 마음 속에서 작게 웅웅 거리는 탑의 소음을.
마치 자신을 이 곳에서 구해달라는듯이 애처로움을 담는 그 소리는 마력을 각성한 사람들에게 호소했으니, 그것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 자들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이미 멸망한 세상의 꿈을 끝내달라고.
티엘은 눈을 감으면 가끔씩 악몽에 몸부림쳤다.
흐려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허리춤부터 반으로 토막나 내장과 피를 흩뿌리며 자신에게 손을 뻗는 악몽이.
'도망가.'
분명히 그 사람은 도망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사방이 피바다, 물어뜯긴 시체만이 가득한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던 티엘은 무언가를 밟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으..흑..."
데구르르, 찰박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바닥에 쓰러진 티엘을 생기 잃은 눈으로 바라보았으니, 그 머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티엘 자신이었다.
발로 짓밟은 벌레처럼 버르적거리던 티엘은 몸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새 몸이 사라지고, 머리만이 남아버린 것이다.
그런 티엘의 눈 앞으로, 방금 전에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던 사람이 다가온다.
...다가온다?
아니, 그것은 헤엄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머리에 연결된 하얀 뼈를 움직이며 외치고 있었다.
'도망가. 나한테서.'
티엘은 언젠가인가 수족관에서 보았던 올챙이가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의식을 잃었다.
"끔찍해."
언뜻 보기에는 가느다란 선을 가진 소녀처럼 보이는 회색 머리카락의 소년, 티엘은 부풀어 오른 자신의 가슴을 보고 한숨과 함께 천장에서 회색 가루를 꺼내 숟가락에 담고 손끝에서 불을 지폈다.
"귀찮아 죽겠는데, 성적 정체성이라는건 이렇게까지 하면서 지킬 필요가 있을까?"
하얀 가루가 녹아 투명한 액체로 변하자, 티엘은 그것을 주사기에 담아서 자신의 하복부에 주사했다.
-치이익
뭔가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부풀었던 가슴이 작아지고, 신체의 곡선이 소녀의 것에서 소년의 것으로 변한다.
"아니지, 아니야... 저번처럼 남자에게 고백받을 수는 없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거하게 꾼 악몽 덕에 학교에 가기는 늦었다.
티엘은 싱크대에서 물을 병에 따르고 그것에 정신을 집중시켜 끓이고는, 숟가락과 주사기를 집어넣고 소독했다.
"여, 약쟁이. 과학시간에 한번 사용한 주사기는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재활용하지 말라고 안 배웠어?"
"약쟁이라니. 좋아서 주사기를 재활용하는건 아니거든?"
티엘은 현관문이 열리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같은 얼굴을 한 통생, 티아였다.
"포기하고 그냥 여자로 살아. 이미 남자로선 고자가 되었으니 여자가 되어서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디는 거야. 비싼 약 그만 쓰고 돈 모아서 맛있는 거나 먹고 살자.'
티아는 천장에 가득 찬 콩 통조림을 꺼내서 접시에 붓고는 티엘을 향해 내밀었다.
데워달라는 뜻이었다.
"가스레인지를 써."
"인간 가스레인지를 두고 뭘."
"사람을 가스레인지 취급 하지 마."
티엘은 동생의 말대로 접시를 데우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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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댕댕
으악 | 19.11.17 12:4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