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10월 5일 아침,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는 다름 아닌 지방법원 판사인 요나스 프루마나비추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현직 판사 피살사건이었다.
살해 용의자로는 그와 1년 이상 법정공방을 벌여왔던 한 남자가 지목됐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한 여인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희생자는 프루마나비추스 판사 살해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의
전 동거녀의 자매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12일 아침.
빌뉴스 시내에 소재한 리투아니아 사회민주당 당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테러 대상은 사회민주당 내에 입주해있던 아동인권보호국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 사건의 용의자 또한 프루마나비추스 살해용의자와 동일인물인 것으로 추측됐다.
세 번의 사건 모두 증거는 없었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단 한명이다.
놀라운 것은 리투아니아 여론이 피해자들을 애도하기 보다는
가해자로 지목된 용의자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는 것.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어린 딸아이를 키우며 가죽가공업에 종사하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드라슈스 케디스(37)라는 남성이다.
과연 리투아니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딸을 대신한 케디스의 복수, 이게 사실일까?
프로마나비추스 판사는 출근길 집 근처에서 네 발의 총상을 입고 즉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성추행 범들의 손에 직접 안겨준 여인(데이만테의 이모)은
집에 돌아온 딸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우사스와 데이만테의 엄마는 특수경찰의 호위 하에 특별보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핵심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는 드라슈스 케디스는 종적을 감추어버린 상태다.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케디스가 지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정황에 의한 심증일 뿐 물증은 없다.
경찰은 판사 총격사망사건 이후 "케디스를 본 사람은 즉시 연락해 달라"고 공표하긴 했으나
용의자로서가 아니라 이번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쥔 사람으로서였다.
사건 이후 케디스의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까지 케디스의 심리적 상태는 심각했다.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으며, 심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뿅뿅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은 그러한 정신 상태로 물증도 남기지 않고 그런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사건의 목격자에 따르면, 판사를 총격한 차량에는 두 명이 타고 있었고,
그 중 운전자가 내려서 판사를 쏘았다고 한다.
용의차량은 그날 저녁 또 다른 성추행 범 의심자인 안드류스 우사스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완전범죄를 위한 치밀한 계획 차원에서 짠 시나리오일 수도 있고,
케디스가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일 빌뉴스 폭발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도 케디스가 지목되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한편, 우사스는 자신이 케디스의 아내와 친분을 얻게 된 것은
딸의 양육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케디스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모든 일을 꾸몄다고 주장하고 있다.
들끓는 국민들 "'용감한 케디스', 당신을 지지한다"
케디스가 범인인지에 관계없이 리투아니아 국민 대다수는 케디스에게 지지를 표하고 있다.
피살당한 판사가 일하던 카우나스 지방법원 앞에는 성추행 사건을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규탄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케디스의 페이스북에는 이미 2만여 명의 사람들이 팬으로 신청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케디스 딸의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올리거나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리투아니아 의회 또한 아동성범죄자들을 단지 처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웃나라인 폴란드에서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폴란드 신문에 이 사건이 보도되자 폴란드 독자들은 리투아니아 신문의 독자 댓글이나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가 케디스 격려 글을 남기고 있다.
어떤 누리 꾼은 "모든 사건이 잘 해결되면 꼭 폴란드를 방문해 주길 바란다"는
글을 남겨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데이만테는 법적 대리인인 고모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정신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드라슈스 케디스의 '드라슈스'라는 이름은 리투아니아어로
'용감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용감한 케디스'라고 부를 수도 있다.
과연 그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타난 영웅인가, 아니면 단순한 살인범인가.
혹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살인사건에 연루된 피해자인가.
리투아니아 인들은 딸의 미래를 위해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왔던
이 '용감한' 아버지에게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부디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드라슈스 케디스가 고향인 카우나스 인근 한 인공호수 근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호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던 대규모 청소 행사 참가자가 우연히 발견한 변사체는,
대모 스쿠치에녜와 친척들에 의해서 바로 케디스의 시신으로 판명되었다.
최초 발견자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시신은 엎드려 누워있었고 온 몸은 파랗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가 누웠던 자리 옆으로는 담배, 초콜릿, 안경 등과 함께
실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가 가능한 가스총 한 자루가 놓여있었다.
그의 얼굴, 특히 눈 주위에는 피가 낭자했고
몸 여러 군데 구타나 폭력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사체 발견 후 있었던 검찰 기자회견에서,
케디스의 사인은 주변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질식사라고 발표되었다.
그의 몸에서는 타살을 규정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한 그의 혈액에서는 알코올 수치가 높았으며 기
도에 이물질이 끼어 있었다는 정황을 살펴볼 때,
그는 술을 많이 섭취한 후 구토를 하다가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그만 질식사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신의 옆에서 발견된 권총은 검사 결과,
사건 당일 두 사람을 살해할 때 사용했던 케디스의 총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여동생이 외국에서 직접 초청한 검시관은
그는 타살되었다는 또 다른 결론을 내렸다.
그의 시신에는 타살의 흔적이 여러 군데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더 이상의 부검을 하지 않고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으며,
지난주 토요일인 4월 24일 그는 카우나스 외곽의 가를랴바 마을 공동묘지에 안치되었다.
드라슈스 케디스에 대한 이력
https://ko.m.wikipedia.org/wiki/%EB%93%9C%EB%9D%BC%EC%8A%88%EC%8A%A4_%EC%BC%80%EB%94%94%EC%8A%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