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자유에 대한 동경은 위대한 과거에 파묻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자람 없이 살고 있는 소녀 마츄는 자유를 꿈꾼다.
진짜 중력, 진짜 하늘, 진짜 바다.
마츄가 동경하는 지구에는 진정한 자유가 정말 존재할까.
솔직히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를 다보고 나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지난 3개월 재밌게 즐겼지만 별로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10화까지 전개해온 마츄의 이야기는 나름 매력 있었고 건담 시리즈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오마주 폭격도 우주세기 팬으로서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물론 후반 들어서는 이 둘이 제대로 붙지 못해 전체적인 이야기가 다 망가져버리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이번에는 인물이나 서사를 중심으로 한 분석을 간단히 하고 한 명의 시청자로서 느낀 후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앞서 말했듯 10화까지의 마츄의 서사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중간 비기닝 파트가 등장하고 세계관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등 포커스를 뒤로 빼는 순간이 존재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중심은 마츄에게 두는 식으로 전개되었다고 보거든요.
PV부터 계속해서 자유와 진짜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던 마츄는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아닙니다. 보통 우주세기의 미성년자들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 평범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달리 마츄는 사는데 부족함이 없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소녀는 충분히 일탈을 꿈꿀 수 있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을 가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 시기에 마츄에겐 두 가지 거대한 분기점이 찾아왔다는 것일 겁니다.
바로 지쿠악스와 슈우지이죠.
얼떨결에 타게 된 지쿠악스는 마츄의 일상을 깨어주는 비일상입니다. 클랜배틀은 살상무기를 배제하고 머리만을 날리는, 비교적 안전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 클랜배틀에서 사람이 픽픽 죽어나가는 걸 보면 사실 형식에 가깝고 실제로는 목숨을 건 싸움이라는 걸 알 수 있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마츄가 굳이 지쿠악스에 타고 위험한 클랜배틀을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건담을 타다가 일어나는 키라키라가 재밌고 그걸 슈우지와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거기다 목표도 확실합니다. 클랜배틀에서 이겨서 돈을 벌어 셋이서 지구에 가자는 거죠.
지쿠악스는 마츄가 내심 바라던 일탈임과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과 정서적으로 확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 거기다 평소 동경하던 지구도 가볼 수 있는, 마츄가 계속해서 원하던 모든 걸 충족해주는 물건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쿠악스를 냐안이 탔을 때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만의 것이라 생각했던 슈우지와의 키라키라를 냐안이 했기 때문이지만 지쿠악스라는 비일상이 마츄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면 그녀가 분노 할만도 한 것이죠.
그러고 이 시점부터 일상이 깨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지쿠악스에 타서 클랜배틀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알게 모르게 일상은 금이 가고 있었지만 주요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이게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냐안은 마츄의 분노에 고민하고 안키는 샤리아와의 독대 끝에 선택을 합니다. 이로 인해 슈우지와 붉은 건담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그리곤 마츄가 결단을 내립니다. 안키의 작전을 이용해 냐안, 슈우지와 함께 지구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 클랜배틀이 시작되는 거죠. 하지만 상대의 목표는 키시리아. 콜로니에 직접적인 테러가 일어나며 모든 일이 꼬여버립니다.
슈우지는 제크노바와 함께 사라지고 냐안 또한 어디론가 도망칩니다. 게다가 마츄는 지명수배가 걸리며 어디 갈 데 없이 그대로 지쿠악스와 함께 샤리아 불에게 생포 당하며 본인이 가지고 있던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되죠.
냐안은 마츄와 대조되는 인물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부족함 없이 사는 누구와 반대로 전쟁 난민으로 매일 생존을 위해 이리저리 구르는 인물이죠. 하지만 무라사메의 테러를 기점으로 이 둘은 상황이 뒤바뀝니다.
마츄는 별동대이자 지휘관이 공국의 1,2인자를 한 번에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시한폭탄인 소돈에 타게 되고 냐안은 이그자베의 인도 아래 공국의 2인자인 키시리아의 직접적인 총애를 받게 되죠.
이런 구도도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 정도로 있다가 슈우지라는 한 명의 사람을 같이 좋아하게 되어버리고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던 일상이 깨지면서 서로의 입장이 반전되는 상황. 이걸 잘 활용했다면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드네요.
냐안이 정신없이 지프레드를 타기 위한 준비를 할 때 마츄는 지쿠악스를 들고 냅다 지구로 튀어버립니다. 이번에도 이유는 슈우지죠. 겸사겸사 원래 가지고 있던 지구에 대한 동경도 채울 수 있을 테고요.
그리고 여기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라라아를 만납니다.
이 쪽 세계의 라라아는 마츄가 가지고 있던 자유에 대한 동경을 거울처럼 비추는 인물입니다. 마츄는 이제껏 우주에서 살았기에 가보지 못한 지구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갈망이 있었고 지구에 있는 중력, 하늘,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만난 라라아는 지구에서 나고 자랐기에 마츄와 반대로 우주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에 가면 자신이 자유로워지며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마츄가 가진 마음과 정반대되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다만 둘은 공통된 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가장 강력한 마음, 바로 사랑입니다.
라라아는 샤아에 대한 사랑으로 끝없이 꿈속을 해매이며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마츄는 슈우지를 위해 행동하다 모든 걸 잃었습니다.
둘이 헤어질 때는 라라아가 꿈속에서 만난 샤아에 대한 사랑으로 동경하던 우주에 갈 수 있음에도 그가 없는 우주에는 의미가 없으니 그 기횔 포기해버리며 마츄는 그런 라라아를 보면서 자신도 지구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을 내려놓죠.
자신이 갈구하던 자유라는 것을 직접 느껴보고 진짜 바다가, 진짜 중력과 하늘이 별것 없음을 깨달았기에 라라아가 부탁한 샤론의 장미와 함께 소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네. 딱 여기까지는 흐름이 괜찮았습니다. 샤론의 장미의 정체가 밝혀지고 마츄에게 샤리아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하며 마츄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하고, 냐안은 지프레드를 타고 키시리아가 내린 임무를 수행합니다.
기렌 암살, 요미 칸토의 기동, 아 바오아 쿠의 소멸까지 이야기가 빠르게 클라이맥스로 가속하고 최후에는 서로의 입장이 반대가 된 냐안이 마츄를 마주하며 끝나는 10화는 충분히 이 이야기를 괜찮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있던 샤리아 불이 본심을 드러내며 판을 흔드는 트릭스터로서 역할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은 11화에서 모든 걸 날려먹는 걸로 클라이맥스를 대신합니다.
슈우지가 되도 않는 영체로 등장하질 않나. 냐안은 거두어준 키시리아를 쏘고 도망치며 샤아는 또 어린 여자애한테 페로몬을 뿌리고 있죠.
샤론의 장미는 폭주하고 샤아는 이 세계와 장미의 진짜 비밀을 알려줍니다. 그러곤 디케이드에 빙의라도 했는지 장미 속 라라아를 죽여 모든 걸 끝내려하고요.
가장 중요했던 11화에서 이제껏 쌓아오던 서사와 인물관계의 변화는 죄다 뭉게지고 가까스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되돌아온 마츄는 또 다시 쩌리가 되버린 겁니다.
저도 RX-78-2가 등장하며 BEYOND THE TIME 나올 때 소리 질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도대체 뭔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야기가 폭주하다 못해 가까스로 잡고 있던 중심마저 던진 까닭에 하이라이트조차 순수히 즐길 수 없었던 거죠.
12화는 그냥 할 말이 없습니다. 츠루마키 감독은 A파트에서 하고 싶은 걸 죄다 늘어놓다가 뻘쭘했는지 B파트에서 마츄를 어거지로 챙기며 엔딩을 내버렸습니다. 그냥 이럴 거면 그냥 주인공 끝까지 쩌리 취급하고 하고 싶은 거 더 하다가 마무리하는 게 더 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원작 성우들 나오면서 평행세계 회상할 때, 샤아가 경례와 함께 바주카로 키시리아를 날릴 때, 샤리아와 샤아의 결전에서 라스트 슈팅에 대한 오마주를 할 때, 이그자베와 샤리아가 역습의 샤아의 그 구도를 잡을 때 솔직히 반가웠습니다. 그런 스스로가 미울 정도로.
마지막에 뉴타입 드립치면서 샤리아가 마츄를 올려치고 마츄가 갑자기 헛소리를 하더니 키스를 갈길 때는 정말 정신이 아득해졌고 후루야까지 끌어오는 추태를 부린 끝에 맞이하는 결말은 어정쩡한 해피엔딩입니다.
수많은 기대를 가지고 출발한 작품이 끝나고 남은 게 건담이 등장하며 BEYOND THE TIME을 까는 씬이랑 라라아와 샤아가 현실에서 재회하는 장면 뿐이라니. 저도 솔직히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오마주를 넘칠 정도로 넣고 우주세기의 평행 세계라는 필살기까지 끌어와서 만든 게 초고퀄 덕질 범벅 동인지라니.
팬으로서 지난 3개월간 재밌게 즐겨서 할 말은 없습니다만 동시에 건담 팬들이 ‘기동전사 건담’에게 바라는 이야기는 아니였다는 생각도 드네요.
슈우지는 사라졌고 마츄와 냐안은 결국 지구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현상수배도 걸린 몸, 돌아갈 수 없으니 갈 곳 없는 둘이 동거나 하는 결말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알아서 잘 살겠죠. 관심 없습니다 이제.
직전 작인 수성의 마녀와 비교하는 의견들이 많은데 저는 좀 다른 결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수성의 마녀는 이거저거 해볼려다 감당을 못하고 엎어진 경우라면 지쿠악스는 아예 처음부터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다 마지막에 살짝 양심 챙기려다 추해진 케이스라고 보거든요.
하여튼 3개월 잘 즐겼습니다. 그래도 다음에는 건담이 더 나은 ‘작품’으로 찾아왔으면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끝에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우당탕탕 되어버린 아쉬운 애니메이션, 그럼에도 재밌게 즐겼음을 부정할 수 없는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가 말합니다.
만약 저 개찰구 앞에서
멈춰서지 않고 걷고 있었다면
너는 어디에도 없었고
나도 여기에 없었어
-지쿠악스 op Plaz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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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봤지만 솔직히 좋은 작품 잘 만든 작품이란 생각은 저도 안 들더군요 진짜 10화까진 정말 좋았느데 지쿠악스랑 지프레드로 대치한 냐안과 마츄의 이야기라든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샤아라든가 샤리아 불과 키시리아의 서로 다른 뉴타입론 하지만 11화에서 갑자기 냐안이 키시리아를 쏴버리면서 참 이 캐릭터 뭐지? 하면서 12화에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알 수 없는 싸움을 하다가 어어 끝나다가 등장인물 후일담에서 그래도 이건 좋네 식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고 이 작품은 몬가 되게 좋은 소재를 가지고 비빔밥도 아니고 후식볶음밥을 만든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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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처럼 마츄-냐안 관계가 개찰구에서 시작되어 슈우지라는 가짜(저편의 세상)로 파탄 나고 다시 진짜 우정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기대(예상)했는데 냐안이랑은 걍 키라키라 한방에 관계 해결되고, 결말은 걍 사랑 쫓으러 가는 마츄로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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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봤지만 솔직히 좋은 작품 잘 만든 작품이란 생각은 저도 안 들더군요 진짜 10화까진 정말 좋았느데 지쿠악스랑 지프레드로 대치한 냐안과 마츄의 이야기라든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샤아라든가 샤리아 불과 키시리아의 서로 다른 뉴타입론 하지만 11화에서 갑자기 냐안이 키시리아를 쏴버리면서 참 이 캐릭터 뭐지? 하면서 12화에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알 수 없는 싸움을 하다가 어어 끝나다가 등장인물 후일담에서 그래도 이건 좋네 식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고 이 작품은 몬가 되게 좋은 소재를 가지고 비빔밥도 아니고 후식볶음밥을 만든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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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처럼 마츄-냐안 관계가 개찰구에서 시작되어 슈우지라는 가짜(저편의 세상)로 파탄 나고 다시 진짜 우정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기대(예상)했는데 냐안이랑은 걍 키라키라 한방에 관계 해결되고, 결말은 걍 사랑 쫓으러 가는 마츄로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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