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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빌 마을에서 시작된 여정 5일째가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 덕분에 벨루카 영지를 지나 엘시노어까지 무사히 진입 할 수 있었다.아담스 태일러 자작의 영지도 시골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엘시노어는 더욱더 한적한 말 그대로 허허벌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초라하게도 마을은 세 개 밖에 없었고 그나마 휴이가 사는 저택 인근 마을이 가장 번화된 곳이었다.이곳에 사는 인구는 고작 해봐야 300명도 안되었다.
엘시노어의 장점은 숲이 적고 강이나 호수가 없어 몬스터조차 살지 않는 척박한 점이었다.
그나마 도로를 다듬기는 했지만 이 길을 이용하는 행상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엘시노어의 특상품이라고 해봐야 말린 고등어나 정어리 정도로 상인들이 군침 흘릴만한 품목은 없어 행상인의 왕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바다가 인접해 밀농사가 어려운 이런 곳에 생계수단이라 해봐야 낚시를 하는 것 말고 없어,낮 시간 때에는 엘시노어에서 사람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12시가 되기 전, 휴이가 사는 낡은 저택을 둘러싼 하이네 마을로 도착하게 되었다.울타리나 방벽 하다못해 초소조차 없는 마을 입구엔 최소한에 경비 인력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영주들은 방위 목적으로 일정 수에 사병을 두는 것이 가능했다.국왕에겐 정규군이 존재하나 그 군을 움직이는 것은 단장 들이다.귀족들은 국왕이 보유한 정규군 이상에 사병을 보유할 수 없었다.유일하게 정규군 정도에 규모를 가진 것이 막시무스 랏테 에우르고 공작이며 그는 중앙군을 움직이는 단장들에게 입김을 넣을 정도에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특별한 부류이며 일반적인 공작가들은 3000명이 넘는 사병을 거느릴 수 없었다.
후작들 역시 1500명이 넘는 사병을 거느릴 수 없으며 백작들은 1000명.자작들은 300명,남작들은 150명으로 그 수를 제한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지키는 귀족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단 주변 영지를 위협할 정도에 사병을 거느리게 된 경우 국왕에게 밀고하여 제제에 나서는 경우는 있었다.그렇기에 누명을 뒤집어쓰고 형장에 서게 되는 귀족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결국 몬스터 토벌이나 도적단 섬멸과 같이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용병을 고용하거나 주변 영지에 영주와 합작해 공동 전선을 펴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엘시노어의 사병이자 가신에 수는 0명이며 애석하게도 모든 것은 영주인 휴이가 도맡아 해야만 했다.
어느 시골마을처럼 한적한 분위기와 여유로운 풍경.. 휴이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고 영지민들도 휴이를 바라보며 달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50대 아주머니는 휴이를 보자마자 남편이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집안에서 잠이나 퍼 잔다며 그에게 따끔한 훈계를 부탁하는가하면 서약을 맹세하고 싶은 사내가 있는데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며 잘 좀 이야기 해달라는 처녀등 휴이를 보자 반가움뿐 아니라 다양한 문의를 해대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서행하는 마차로 따라 붙었다.
우리 인기 많은 영주님은 한차례 영지민들에게 시달린 후에야 저택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뜻밖에 저택은 으리으리해 보였지만 지금껏 본 그 어느 저택보다도 참담해 보였다.몇차례 태풍과 맞짱 뜬 몰골로 흉가나 유령 저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싶은 그런 위화감이랄까?
휴이는 마차에서 내려와 자랑스럽게 자신이 사는 저택을 소개해 주었다.
아아.. 눈물 나려고 그래.. 제발 그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짓지 말아줘.. 나 보기보다 호화 저택을 많이 구경한 덕분에 눈높이 수준이 남다르단 말이야..
뭐 겉보기는 저래도 집안은 다르겠지?과거 퍼거슨 농장 주인집도 내부는 겉과 달랐으니깐.
휴이는 집안으로 우릴 안내했고 난 50평정도 되는 저택 내부를 돌아보며 국어책 읽듯이 와~아 하며 냉소적인 탄성을 내질렀다.
내 바람과 다르게 실내는 어두웠으며 척 보기에도 깨끗하게 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그 흔하다는 그림액자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금방 불 켜 줄테니 기다려줘!”
보통 하녀들이 하는 일을 영주인 휴이가 직접 랜턴에 불을 켜며 집안을 밝히고 있었다.
나중에 이브에게 라이터를 개발해 보자고 제안해 봐야 겠다.저렇게 부싯돌 튀기며 안쓰럽게 불을 켜는 우리 영주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단 말이야..보다 못한 나도 부싯돌을 튀기며 랜턴에 불을 지폈다.
집안 내부가 랜턴으로 하여금 밝게 들어나자 허전한 실내가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배고프지?우리 뭐 만들어 먹을까?”
멀 길 왔는데,집까지 와서조차 일을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가서 사먹자고 말했지만 휴이는 신세지는 것이 미안하다며 음식 재료를 구해오면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고집을 부린다면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난 로제타를 데리고 헤레 시장에서 식료품을 사왔고 휴이는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하여 긴 식탁에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조리해 올려 놓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은?”
“아버지랑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다른 형제들은 각자 살길을 떠났어.. ”
아버지는 자살했고 어머니는 지병 때문에 돌아가셨다.다른 형제자매들은 빚이 전가되는 것이 두려워 영주의 자리를 포기하고 달아나 버렸다.
허울뿐인 영주의 자리와 아버지의 막대한 빚도 동시에 물려받아야 하는 고역에 자리였다.휴이는 금화 4500개를 2년 안에 갚지 못하면 주변 영주들로부터 독촉장을 받게 되고 최악에 경우 노예가 되어야만 했다.이건 빚쟁이 영주의 숙명으로 질 나쁜 인간들은 딸아이를 팔아 빚을 탕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휴이는 그런 세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간단하게 자초지정만을 설명하고 넘겨 버렸다.
엘리샤가 만든 요리보다야 못하지만 오랜 시간 홀로 식사를 해결한 사람답게 요리 스킬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로제타도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휴이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나 역시 그러했다.
식기 정리는 모두 함께하고서 곧바로 이브에게 문자를 넣자 그녀는 연구실로 포탈을 열어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난 지도를 열어 이브의 연구실로 포탈을 열어 주었다.그러자 그녀는 4명에 드워프와 함께 포탈을 통과하여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휴이의 집이야..”
“..............”
자신의 연구실보다 더 음침한 곳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한 이브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휴이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이 저택도 한동안 빌리고 싶네요.. 드워프들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하고 건축 장인 5명 그리고 50여명에 사병이 묵을 만한 공간을 대여 받고 싶습니다.. ”
이브는 돈 주머니를 휴이에게 건네주었는데,그 안에는 백금화가 20개가 들어 있었다.자그만치 200금화 상당에 돈이었다.
과연 젊은 나이에 성공한 소녀 사업가다운 면모를 어김없이 과시한 이브는 휴이에게 임대 받을 1천평 부지를 보여 달라고 보챘고 그는 짐마차에 이브와 나를 태우고 엘시노어 남동쪽에 위치한 거대한 공터를 보여주었다.
높은 언덕이 바다와 이곳 사이를 막고 있어,조업하는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고, 더욱이 반대편은 절벽 아래라 주변 영지에서 염탐은 불가 할 것처럼 보였다.
“마음에 드네요.. 당장 계약하죠..”
“아..네..
이브는 적당한 장소에 서서 위치를 저장하였다.
나도 저장을 하려고 했지만 이브는 내 손을 잡고서 고개를 저어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쉐도우2가 나타나게 되면 동기화를 통해 또다시 지도가 겹쳐질 것이라며 이곳은 그런 놈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난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고 이곳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 자신에게 문자나 잔화를 준다면 기꺼이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쉐도우2로 인해 이곳에 사는 이들을 지키고 싶다면 아리아의 침실이나 레아의 침실로 연결된 장소에 이름을 바꾸거나 위치를 인근으로 바꾸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 그 말에 동의했다.
쉐도우1은 이브를 만난 적도 없었지만 일기를 통해 존재를 깨닫고 동기화된 지도를 통해 단숨에 찾아왔다.이브가 연구실을 옮기려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음을 난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린 마차를 타고 로이드 저택에 도착했고 이브는 휴이의 직무실로 넘어와 그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엘시노어 남동쪽에 위치한 대지 1000평에 대한 권리와 소유권을 계약 기간 동안 유지 할 수 있으며 최소 계약은 2년으로 한다.2년후 재계약을 해야 하며 그때가지 매달 400금화를 휴이 로이드 영주에게 납세한다.영주에게 지불할 대금을 3개월간 납부하지 않는 경우 이 계약은 무효화 된다.영주 또 한 계약 기간내 특별한 이유 없이 권리를 가진 소유자를 내쫓을 수 없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에 불이익을 당함과 동시에 금전적 불이익을 감내 해야 한다.>
“특약 사항을 넣고 싶습니다”
이브의 제안에 휴이는 특약 사항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제 개인 사병 50명이 하이네 마을에 배치될 것입니다.이들는 제가 통제 할테니 너무 심려 마시길 바라며 에텔 도시에서 넘어오는 모든 물자는 로이드 저택에 머물게 될 제 가신 옥타비아 그렌젤을 통해 관리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이것이 제 추가 조건들입니다”
“허락하겠습니다.. 사병 50명이 마을을 지켜준다면 그보다 더 든든할 수 없죠”
“마지막으로 제 사유지에 마을 사람들이 오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써 주셨으면 합니다.수상한 자를 발견하면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 처벌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건 그냥 넘겨짚기 애매한 부분이었다.
“그건 좀 재고해 주시죠.. 어린 아이들이 멋모르고 들어갈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엘시노어에 거주중인 저연령 아이를 누군가 매수할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일부러 이 먼 곳에다 건축물을 짓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그러니 특별히 신경 써서 영지민들을 관리 감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매달 추가로 100금화라는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럼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 장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왕실부에 고하면 그곳에서 조사단이 파견될 것입니다.. 그땐 어쩌시겠습니까?”
왕실 집행인단 특무관,도시에 존재하는 사법 관리국에 관리와 같은 개념이지만 이들은 왕명을 받고 오는 자들이라 다소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경우에 따라 공작가의 저택이라 할지라도 압수수색을 할 정도에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뒤엔 국왕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에 그랬다.
“그땐 제가 나서서 수습해 보이겠습니다.. 관리들은 어차피 돈 몇 푼에 입을 다무는 매우 합리적인 자들이니깐요..”
그렇게까지 해서 이곳에 보안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휴이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이브는 이곳에서 단계적인 시험작들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높이20M짜리 비공정을 만들 계획을 짜고 있었다.이걸 왕실에서 알게 되면 명예 작위를 수여하는 대신 분명 무기화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이브는 비공정을 무기화하여 전쟁에 불씨를 집힐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그저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어 많은 이들이 안전하고 빠르게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만들고 싶어 할 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왕실에 그 어떤 지원 없이 이것을 몰래 완성해야하는 어려운 과제가 있었다.
이 사실이 중간에 발각되면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지원하려 할테고 그럼 이건 국가사업이 되지만 개인이 완성하게 되면 국가에서 압력을 넣기 어려워진다.더욱이 자신은 아버지와 달리 충성을 맹세한 인물이 없었기에 아부해야할 이유도 없었다.
도면은 스마트 폰에 사진으로 남겨 저장하면 그만이니 특무관들에게 압수당할 일도 없다.누구도 완성된 발명품을 가지고 참견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무기가 아닌 교통수단으로써 허가를 따내면 아무 문제는 없어진다.
이것은 아르아엔 대륙법 제 83조항에 의거 마법사는 개인의 연구 자료와 성과를 보호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는 대륙에 모든 왕가들이 지킬 의무를 가진다라는 조항을 이용하면 되었다.이브는 최소 5년 동안은 누구에게도 하늘을 나는 비공정에 대해 들켜서는 안됐다.
“그럼 내일부터 에텔 도시에서 하이네 마을로 물자를 나르는 상단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여러므로 잘 부탁드립니다 휴이 로이드 영주님”
이브는 차분한 모습으로 휴이 앞에 손을 내밀었고 그는 그 손을 잡았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브 아반트 패트리샤 아가씨..”
로이드 저택에는 빈방이 12개나 있었고 그중 방 하나는 드워프들에게 넘겨 주었다.휴이는 저택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하녀들을 고용해야만 했는데 급한 데로 로제타에게 부탁했다.
뜻밖에 제안이 있었지만 돌맹이도 구르는 제주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로제타는 나에게 꼭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난 얼떨결에 그것을 승낙했다.
이브는 건강해진 로제타에게 시선을 두고선 갑자기 내 머리를 기특하다는 듯이 만져줬다.
“왜 이러는 거야 갑자기?”
“칭찬해 주는 거야.. ”
“내가 너보다 오빠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지?”
“난 너보다 나이만 적을 뿐,다른 건 뒤지지 않아.. 아니면 동생한테 받기로 한 백금화 30개 포기할래?”
“손님 돈 계산은 깔끔하게!”
이브는 손을 펴 보이더니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손”
크윽 굴욕이다.
난 이브 손위에 손을 올렸다.그러자 이브는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착해.. 라고 말하더니 날 끌고 패트리샤 저택으로 이동했다.
어느 순간부터 패트리샤 저택에선 날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브는 남자에게 흥미를 보인 일이 없었고 지금까지 수많은 주선 자리를 걷어차 버린 철벽의 아가씨로 악명이 자자했다.
가장 유명한 예로 가르시아 공작 가문에 장남 브롭 칼테 가르시아와 주선 자리를 어머니가 억지로 잡았지만 이브는 나가지 않았다.
이로 인해 패트리샤 가문은 큰 곤혹을 치렀어야 했지만 이브는 눈썹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타부타 참견하지 말 것을 미리 경고했고 그 뒷감당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그 일이 있고부터 케서린 가델 부인은 이브를 딸 취급 하지 않게 될 정도로 모녀 사이는 크게 악화 되었다.
물론 이브가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온갖 사치를 누렸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라고 여기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여성이었다.
이브는 로비를 지나 복도를 걷는 내내 내 손을 놓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아버지의 침실로 처들어갔다.
귀여운 여성 노예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로한 후작은 사그라치게 놀란 얼굴로 흰색 실크 코트를 다급하게 걸쳤다.
“우악!갑자기 무슨 일이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쭉쭉빵빵 미녀들이 개미 흩어지듯 몸을 숨기며 이브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하렘이지 싶었다.연령도 다양한 여인들이 무려 6명이나.. 정력도 좋으셔...
“아버지 사병 50명 정도 빌리고 싶습니다.. ”
“50명이나?!어디다 쓰려고?!”
“매우 개인적인 용무입니다.옥타비아를 통해 필요한 인원을 선별할 것입니다.. 만약 들어주지 않으시면 옆에 이 남자와 사랑에 도피를 할 것입니다”
이브는 뻔뻔한 얼굴로 내 팔을 끌어안고 머리를 어깨에 기우려 밀착했다.
로한 아반트 패트리샤 후작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반응을 보아 50명이 아니라 500명도 내줄 분위기였다.
이브는 그렇게 일방적인 통보를 마치고 아버지의 침실을 빠져 나왔는데,우리가 나간뒤 로한 후작은 ‘이상한 놈이 내 딸을 꼬셨어’라며 통곡 아닌 통곡을 하는 곡소리가 내 귓가에 다 들려왔다.
아버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이브는 이미 패트리샤 가문에 실권자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처럼 보였다.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왕국이든 망명이 가능하며 높은 작위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조건마저 갖추고 있으니 딸에 비위를 맞추는 일에 혼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다음 이브는 나를 데리고 옥타비아 그렌젤에게 찾아갔다.
옥타비아 그렌젤은 보기 드믄 여성 기사로 붉은 연분홍에 짧은 단발 머리카락을 지닌 터프한 인물로 키 174에 연홍색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여장부로 갑옷 또 한 시원시원하게 걸치고 있었다.
수련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옥타비아는 이브로부터 대략에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엘시노어 영지 말씀입니까?”
왕도 벨리타에서 엘시노어 영지까지 가려면 23일은 족히 걸렸다.
하지만 이브의 명령이라면 그녀는 군소리 없이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에게 사병 50명 정도 데려간다고 전해뒀어.. 입이 무겁고 검술이 뛰어난 자들로 선별해 5일 후 연무장에 집합 시켜 둬.. ”
“알겠습니다!그런데 아가씨.. 옆에 남자 분은 어떤 분입니까?”
옥타비아는 이브 아가씨와 손을 꼭 잡고 있는 날을 의식하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옥타비아의 의문을 풀어주듯 이브는 나를 가리켜 장례 남편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는데 그녀는 악 소리를 내지르며 얼빠진 표정을 내지었다.
이브는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은근 즐기는 듯 했지만 난 놀림 받는 느낌이라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