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엔딩을 봤습니다. 플레이 한 기종은 Wii U이고, 사원은 75개 정도까지 찾았습니다. 스위치 버전도 주문은 해놨는데, 받아서 보내주기로 한 친구한테 플레이 해보고 줘도 된다고 해서, 받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일단 나머지는 스위치로 다시 플레이 하기로 하고 그냥 칼라미티 가논을 죽이고 끝내버렸습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몇 차례 발매일을 미루고 오랜 개발 기간을 거친 후 출시가 된 게임입니다. 젤다의 팬이어서 기다림이 오래 지속됐지만, 다행히도 플레이한 소감은 제가 그동안 오픈월드에서 느꼈던 단점을 많은 부분 극복해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이 사진만 보고도 어디에 서 있는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위쳐3, 엘더스크롤 등의 게임에서는 지형이 비슷비슷하고 NPC가 '저 언덕을 넘어가면 뭔가 있어' 같은 대사가 나와도 그 언덕이 어딘지도 제대로 알기 힘들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모험과 여행'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위쳐3는 그냥 지정 포인트까지 이동하면 그만이었고 지역들이 생긴게 거기서 거기라 지도를 보지 않고 지형만 보고는 여기가 어딘지 알기가 힘들어서 진짜 모험을 한다는게 이런걸까? 라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젤다에서는 지역 특징을 잘 살려서 지역만 봐도 '아 내가 여기쯤 있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서 '그래 이게 진짜 모험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젤다는 세계의 지형을 똑똑하게 배치해서 이런 느낌을 극대화 했습니다. 맵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텐데, 중앙은 낮은 평원지대로 되어 있으며, 그 주위를 둘러 높은 랜드마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이룰 성, 불의 산 혹은 쌍둥이 봉우리 등, 어디서도 (숲에선 잘 안 보입니다만) 이들을 보고 내가 어디쯤 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내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지도를 보지 않고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험을 계속 해나감에 따라 지역은 더욱 익숙해지고 마치 내가 반지제왕의 아라곤이라도 된양 '이쪽으로 가면 뭐가 나오지'라고 생각하게 되는게 뿌듯하고 재밌었습니다. 또한 시야 자체가 엄청나게 넓으면서도 다른 오픈월드처럼 시야를 방해하는 오브젝트들이 많지 않아서 산꼭대기에서 하이룰 세계를 바라보는 느낌은 그야말로 '여기가 내가 속한 곳이야'라고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멀리서 아래를 바라보니 내가 건너온 다리가 보였고, 아 내가 저길 건너왔지라는 여정은 정말이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게임의 특징은 '기억의 장소 찾기'라는 퀘스트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몇몇 장소는 제가 지나다니면서 기억해둔 장소였고, 몇몇은 지도와 주변 지형만 보고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에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형태의 퀘스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리는 모험에 정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요리는 생각보다 게임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딘가 위험한 지역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면 반드시 주변 마을 혹은 마굿간에 들러 음식을 준비해두는게 좋습니다. 처음엔 음식을 만드는데만 몰두하고 이것 저것 해보는데, 재료의 효과를 보고 내가 원하는 효과를 지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음식 만들기가 더 재밌어졌습니다. 음식을 만들려면 재료가 필요한데, 마침 필요한 재료가 떨어졌다고 해도 다른 오픈월드처럼 머리가 하얘지지는 않았습니다. 대체로 재료들이 어디쯤 있을지 기억하기도 쉬워서 습득하러 돌아다니는 경험이 그저 하나의 재료를 얻기위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게 아니라 좀 더 계획성 있게 움직이게 됐습니다. 또 상점에서 사들이는게 아니고 야생에서 얻어다가 쓴다는게 모험이라는 느낌을 한층 즐겁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내가 스스로 사진을 찍어 도감을 완성할 때는 내가 내셔널지오그래피 기자라도 된 느낌이었고, 자동이 아니라 내가 해낸다는게 뿌듯했습니다. 도감은 그 외에 재료를 더 쉽게 찾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게임을 직접 해보시면 아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은 이 게임이 재료 찾는 스트레스를 잘 이해하고 배려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게임의 아트 스타일은 게임에 정말 잘 부합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능에 몰두하고 사실적인 그래픽보다 호소력이 짙으며, 그러면서도 컨셉을 그대로 3D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는 느낌입니다. 하이룰 왕국은 정말 아름답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황홀하며, 바쁘게 사원들을 통해 공간이동을 하면서 지치고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 쯤 말을 타고 길을 따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 것은 힐링이 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렇게 걸으면 각 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지고 이렇게 한 번씩 템포를 낮춰갈 수 있었다는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다니다가 사진 한 장 찍으면 그 자체로 수채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은 이 게임이 아트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고,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스토리는... 크게 별게 없습니다. 매우 단순합니다. 사실상 스토리는 내가 링크가 되어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자체가 스토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화된 스토리는 오픈월드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배경 스토리와 (전체를 다 밝히는건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해야할 일을 다 말해줍니다. 물로 세부적인 부분들은 진행이 되면서 더욱 자세히 알아가기는 하지만 앞부분에 해야할 일을 모두 알려줌으로써 오픈 월드에서 내가 해야할 메인 미션을 깨나가도록 만듦으로써 자유도를 극대화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느낌이 울티마4를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실제로 울티마4에서는 메뉴얼에 전체 배경 스토리와 필요한 지식을 대부분 전달해주고, 초반에 내가 해야할 일들을 모두 다 알려줍니다.) 더 재밌는건 내가 해야할 일들을 100% 끝내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유도가 극에 달한 느낌이었습니다.
스토리는 내가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그 자체가 아닐까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런 여정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미션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대체로 미션들은 정보를 얻기 어렵지 않지만, 가끔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사실상 다른 오픈월드 게임처럼 그 정보를 주는 NPC들이 한정적이라 그 NPC를 찾기 전에는 정보조차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는 부분은 좀 불만이었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 얻게되는 미션들은 미션을 받은 주변에서 해결이 되고,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에 비해 NPC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고는 해도 가끔은 하나의 정보를 위해 마을 전체를몇 번씩 뒤지고 다녀야 했던 경험 때문에 이 부분은 차기작에서 개선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미션에 더해 숨겨진 사원을 찾는 수수께끼는 마치 해적 이야기에서 지도에 쓰여진 문구를 해결해 보물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해적이야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또한 신선한 퍼즐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까다롭지도 않지만 한 번은 생각을 해봐야 하는 수수께끼라 난이도도 적당하고, 수수께끼를 풀고 실제로 내 행동으로 사원을 찾으면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벼락은 정말이지... 위협적입니다. 우르릉...>
날씨 시스템은 단조로울 수 있는 모험에 변수로 작용을 합니다. 올라야 할 암벽은 높은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면?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좀 더 낭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보자면 비를 피할 수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로 가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면 모닥불이 꺼집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에는 번개가 주위를 때려대고, 가끔 커다란 나무가 벼락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위협적이라 가끔 마굿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폭풍우가 멈추길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기왕이면 마굿간 빈 의자 혹은 모닥불 옆 바닥에 앉는 것도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여행이니까 나무 밑, 동굴 아래 피운 모닥불 옆에 앉아 밖을 보는 것도 낭만이 되지 않았을까요?
기존의 오픈월드 게임은 마치 각각 지역별로 디자인을 해서 강제로 이어붙인 느낌이어서 심리스이지만 존 형태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는데, 젤다는 전체 맵을 디자인하고 그 위에 각 지역을 디자인 한 듯 열려 있는 진정한 심리스라는 느낌이 강해서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존 오픈월드에서 채용한 시스템들도 꽤 보이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똑한 디자인을 채용함으로써 '혁신적'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디자인을 재조합해 그동안 풀지 못 한 숙제를 풀어낸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하나의 게임을 90시간 거의 100시간 가까이 잡고 있기 힘들어 했는데,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이 여행은 재미가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 게임을 통해 여행을 즐겨보시기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P.S. 쓰고나니... 전투에 대한 부분이 빠졌군요. 제가 전투를 참 못 해서 잘 죽어서 그런가... 회피에 익숙해지면 괜찮을텐데 그게 안 되서 리뷰를 쓰는 동안 이걸 써야겠다는걸 생각해내지 못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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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젤다가 더 기대되는 작품.. 스위치 젤다가 나오려면 5년은 기다려야 겠지만.. 더방대하고 더 멋진 던전에 더 탐험적인 요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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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히려 다음 젤다가 비교되서 저평가 될까봐 걱정되는군요 ㅜㅜ... 이번작이 너무 잘나와서... | 17.03.13 14: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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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젤다는 시오-무쥬라 처럼 같은 오픈월드에 특이한 기믹을 덧붙여서 개발되지 않을까..예상해봅니다. | 17.03.16 14: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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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난독증이 심해서 글을 잘 못 읽는 그런 사람입니다. ㅠㅡㅠ | 17.03.13 18: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