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부분별로 떼어놓고 보니 일판도 못한 게 아니란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일판 쥬니어도 상당히 귀엽게 잘 나왔지만 역시나 중판이 사기...
그리고 중판은 솦챠와 쥬니어를 각각 다른 성우를 썼기 때문에 각자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매력만을 살리면 그만이었지만, 일판은 분위기가 거의 비슷한 솦챠와 쥬니어 둘을 한꺼번에 하니 캐릭터 배분이 잘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불과 몇분 전에 솦챠 목소리를 듣고 쥬니어 목소리를 다시 들어야 하는 거라서 이게 거기서 거기처럼 들리죠.
만에 하나 숖챠가 원본같이 똘끼넘치고 살벌했다면 성우의 연기력으로 캐릭터 구분을 확실하게 나눴을 테지만, 여기는 솦챠도 귀욤이고 쥬니어도 귀욤이니 아무리 연기를 신경써서 나눠도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들릴 수밖에 없어요. 정말이지 중판에서 솦챠와 쥬니어 성우를 따로 쓴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합니다.
또, 번역도 뭐랄까, 좀 맛깔나게 번역이 되질 못한 것 같아요. 너무 중요한 뜻만 번역했다고 할까.
일판대사는 중판대사에 비해 짧아서 사운드가 자주 비어요... 개그애니는 다다다다하고 듣는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더군요.
1화에서 M16이 HK한테 포크로 얻어맞는 장면 비교를 보면 특히 잘 나오죠.
그 언급이 많은 떼야떼야도 사실은 일본어 사투리에 비슷한 발음인 세야세야가 있습니다... 이게 뜻조차도 [맞아! 맞아!]로 같고, 타무라 유카리씨가 원래 출신이 지방이라 사투리 캐릭터 연기 작살나게 하는 성우인데 안 살린 걸 보면 처음부터 살릴 생각이 없었던 거겠죠. 한국쪽에서만 불타올랐던 거니 딱히 살릴 이유도 없긴 하지만.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거... 외국쪽에서도 지적한 [엠포~! 소프모드 투~! 쥬니어~!] 이게 없어졌다는 겁니다. 떼야떼야는 그렇다고 쳐도 이걸 은근슬쩍 없앴다는 건...
(45가 9를 데리고 밤산책 하면서 노래 부르는 걸 넣은 건 진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성우의 에드립이었나 봅니다. 4화에서 올라가던 기대치가 5화에서 완전 추락했네요.)
가장 중요한 건, 영상물은 처음 접하는 걸로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겁니다. 그 극단적인 예로 드래곤볼 애니가 있죠.
한판이나 미국판으로 드래곤볼을 접한 사람들은 일판 손오공 목소리에 적응이 정말 안 된다고 하죠. 이제는 중년에 접어든 남캐를 왜 할머니 성우가 연기하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드래곤볼 1화의 어린 손오공부터 시작해서 쭈욱 그 분의 목소리가 익숙해져버린 일본 팬들은 그 분이 아닌 손오공은 인정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손오공이 아무리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었더라도 바꾸길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단 중판으로 먼저 이미지가 박혔고, 개그란 게 의외성이 중요한 거라서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봤을 때 김이 팍 새어버리기도 하고, 사운드를 꽉꽉 채워야 하는 개그애니인데 사운드가 비거나 길게 늘인 느낌이 들고, 쥬니어 목소리가 개사기라서 일판이 많이 쳐지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저도 인정하고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그래서인지 영상을 만드신 츠라이상님이 일판을 먼저 놓고 중판을 뒤에 놓아서 중판이미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 놓으신 것 같네요.
이 영상을 보면 사실 일판도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뭔가 번역이나 대본 같은데서 좀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비교대상인 중판이 너무 잘 나왔다는게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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