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를.... 이 내를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심더 모두들!
그치만은 이제 그만 레이스에서 은퇴하려고 결심했심더! 다들, 다들 진심으로 사랑헙니데이!!!"
타마모 크로스가 트레센 학원을 졸업하고 은퇴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트레이너, 내 결심했다 안카나."
"응?"
"내는 말이디, 트레센 학원 앞에 포장마차를 열끼더!"
"뭐~????"
트레센 학원의 졸업식 날, 타마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니 내게 말했다.
처음에는 타마모의 이해할수 없는 결정에 의문을 품었지만,
우마무스메 계통에서 정상에 오르고 또 그때문에 후배 우마무스메들의 특별 강사로 초청받거나
타마모를 주연으로 한 만화가 연재되면서 타마모 크로스는 일을 하지않아도 될 정도로 부자가 되었고
동생들과 다른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어떤 "아저씨"에게 모자람 없을 정도로
한턱 쏠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모으자 타마모 크로스는 심볼리 루돌프에게 가서 담판을 지었다.
트레센 학원 앞에 포장마차 노점을 내달라는 부탁을 말이다.
처음에는 루돌프도 나와 함께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그녀는 "미풍양속에 해가 될수도 있다"라는 이유로 타마모 크로스의 부탁을 거절하고 회의적으로 나왔지만,
타마모 크로스는 그녀의... "한번 화가 나서 물면 놓치지 않는"버릇대로 루돌프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정말, 자네의 각오는 확고하군. 타마모 크로스. 내가 윗선을 설득해보도록 하지."
루돌프는 몇십번의 설득끝에 지쳤다는 기색이 역력한 채로 우리에게 말을 했다.
타마모는 그 말을 듣고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루돌프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났을까, 루돌프로부터 내게 전화가 걸려왔다.
루돌프 특유의 연변실력으로 윗선을 설득해서 타마모 크로스의 상점을 내주도록 허락했대나.
루돌프의 언변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그들을 이 안건으로 설득시킬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타마모."
"응? 와그라노, 트레이너? 갑재기 그런 어둔 낯빛을 하고 말이제?"
"너는 시대의 한켠을 장식한 우마무스메로서 수많은 가능성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어른의 길이라는 건,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과는 다를지도 몰라."
"응, 기제. 그런데 와?"
"그런데도... 그 수많은 가능성을, 그 수많은 영광과 스포트라이트를 포기하고서 트레센 학원 앞의 노점에서 여생을 보낼거야?"
"음....."
"당연히 난 너의 트레이너로써 너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 하지만, 하지만... 정말, 괜찮겠어?"
타마모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나는 내가 말했듯 타마모 크로스가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되든 존중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타마모 크로스가 품은 수많은 가능성들을, 그 수없이 많은 기회들을 져버리는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타마모에게 진심어리게 말했다.
타마모는 한참을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이내 그녀가 늘상 내게 지어주고는 했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했다
"글타! 내는 트레센 학원의 앞에서 노점을 하면서 계속 살아갈끼다!"
"있제, 트레이너. 내는 말이다. 사실, 트레이너가 나헌티 말해준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말해준거?"
"글타. 나헌티 말해준거 말이다. 기억 안 나나?"
나는 타마모 크로스가 말한 것을 듣고 그날의 기억을 회상했다.
타마모 크로스는 처음부터 우마무스메들의 정점에 선 아이는 아니였다,
처음에는 선천적인 체질때문에 이리저리 경기중에 채이는게 일상인 아이였다.
그렇게 패배에 계속 치이던 어느날, 한 경기에서 패배하고 타마모 크로스가 울부짖었다.
계속해서 누적되는 패배에 울분이 받친 타마모를 향해 나는 달려갔고 타마모 크로스는 내게 안겨 울부짖었다.
"내는 왜 이따구밖에 안되는 긴가, 트레이너! 동상들이, 어무니 아부지가,
그 아재가 내를 지켜보고있는디 다리가, 이놈의 다리 몽둥이가 아파가 앞으로 달려가지를 몬헌다!"
"타마모..."
"기냥.... 망할, 기냥 심장이 트져서 읎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ㅁㅊㄴ처럼 달려서 1등할긴데!"
"...."
"고넘의 1등을 몬하는 우마무스마는 필요읎다 아이가!"
"......"
타마모는 내게 울면서 주먹으로 내 가슴팍을 계속 쳤다.
나는 타마모가 우는 모습에, 같이 씁쓸해지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그래도 트레이너로써 타마모를 이끄는 입장으로써 그럴 수 없었다.
타마모가 계속해서 울음을 멈추지 못하자,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타마모가 나를 싫어하게 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타마모가 이대로 무너지도록 내버려둘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강하게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어른스럽지 못한 방법으로 널 야단치는 날 용서해줘, 타마모....'
나는 눈을 감았다가 심호흡을 하고 타마모를 한걸음 떼어놓은 다음 그녀의 어깨를 굳게 잡고 호통을 쳤다.
"이, ㅂㅅ아! 우마무스메는 달리는 기계가 아니야! 너희들도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트레...이너?"
"눈을 감아라, 그리고 귀를 막아봐라. 그리고 뭐가 들리는지 확인해라! 지금 당장!"
"트...트레이너?"
타마모 크로스는 한번도 없던 내가 화내는 모습에 갑자기 당황한 것이건, 겁을 먹었던 것이건 말을 더듬어가면서 했다.
"지금, 당장해! 잔말말고!"
"ㅇ,알았데이... 성내지 말고 지,진정하라 안카나...!"
타마모는 내가 말한대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타마모의 눈물이 말랐고, 타마모는 계속해서 숨을 쉬었다.
그것을 본 나는 말했다.
"자, 이제 무엇이 들려?"
"뭐가 말이드나? 내 심장소리밖에 안들린다! 이기 참말로 뭔가 소용있는거가?"
"그 심장소리에, 계속 집중해봐."
"심장소리 말이드나? 내는 잘 모르겄다! 대체 와 이카는지도 모르겄고!"
"잘들어, 넌 누구를 위해 달리지?"
"내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달린다."
"좋아. 그럼 이제, 그 사람들이 아닌 너 자신을 위해 달려라."
타마모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부릅뜨며 내게 화를 냈다.
"내를 지금 빙신으로 아는기가!"
"아니, 진심이야."
"트레이너!"
"잘 들어, 너가 네 심장소리를 들었을때. 네 심장은 무엇을 갈망하고 있었지?"
"나가 그딴걸 어케 알긋나!"
"자기가 원하는걸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것 같아!"
"보소! 마! 남을 위해 사는게 뭔잘못인디!"
나는 타마모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 바보야.. 달리는건 너란 말이야, 그 사람들이 아니라, 팬들이 아니라... 너 자신이란 말이야.
너가 달리면서 행복하지 않는데, 그 사람들의 행복이 무슨 소용이냔 말이야! 타마모, 행복해져, 너 자신을 위해 달려줘.
코스의 풀 냄새, 바람을 가르는 그 감촉, 그리고 발을 딛을때 그 진동을 느끼면서 계속 달려줘,
다른 사람이 아닌 너의 행복을 위해.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도 너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질 테니까."
"...."
"알겠니?"
"....알긋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시 루돌프가 높은 직위의 사람들을 설득한 후로 돌아와서.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한그 아니것나? 내가 그걸 어떻게 있겄나? 트레이너가 나헌티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준 말인디."
"음....하긴, 그때 처음으로 화를 냈지."
"거두절미하고, 나 말인디."
"응?"
"트레이너의 그 말들이 내를 잡아준 만큼.... 노점상을 하믄서 방황하는 아들을 기운돋게 허면, 매번은 아니지믄 언젠가...
그 언젠가 내맴을 알아줄 그런 아들이 있을것 같아서, 그리고... 또 하나, 한없이 소중한 우리 트레이너를 만나게 해준 이 학원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래서.... 트레센 학원 앞에서 노점을 하고 싶다! 이게 나으 바램이다!"
타마모 크로스는 내게 멋쩍은듯 말을 했고, 나는 더이상 그녀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타마모 크로스는 트레센 학원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게 됐고,
나는 다른 우마무스메 트레이너들의 지도를 맡게 된지 어연 10년이 지난 오늘. 타마모 크로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어, 트레이너 아이가? 증말로 간만에 통화하네!"
"타마모? 타마모니? 정말 오래간만이야! 요즘은 잘 지내고 있어?"
"나말이가? 윽수로 잘 지내고 있제! 요새는 노점상 장사가 잘되가 역으로 행복한 고민중이다 안카나!"
"그거 정말 잘됐네! 나도 잘 지내고 있어. 지도하는 트레이너들의 담당 우마무스메들이 가끔 삑사리 나고는 하지만,
뭐- 그당시 아이들의 늘상 있는 엇나감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지. 처음에는 물론 좀 답답했지만. 그래서,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기 말이제, 혹시.... 어... 음... 내 보러 올 생각 없나?"
"아, 오랫만에 보긴 봐야되는데. 언제쯤 놀러가도 돼?"
통화를 끝마친 그 주의 금요일 저녘. 나는 트레센 학원이 끝나는 시간을 기다려서 타마모 크로스를 보러갔다.
통화로는 당연히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그래도 얼굴을 직접 보는것은 서로가 바쁜 나머지 10년만에 처음이기에 나는 왠지모르게 긴장했다.
설마, 예전보다 더 성숙한 마음씨로 내게...
"오빠야, 내 지금까지 오빠를 기다렸다 안카나~" 하고 인사를 건네는게 아닐까 생각이...
아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어쩃든 트레센 학원에 도착한 나는, 정문 옆에 있는 타마모 크로스의 포장마차로 걸어갔다.
하지만 타마모 크로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잠시 어딜 갔다오는건가? 하고 궁금증을 품었다.
마침, 포장마차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우마무스메 두명이 있어서 나는 물어봤다.
"얘들아, 여기 포장마차 주인 못봤니?"
"아. 그분이라면 아까 잠시 어딘가를 다녀오겠다고 하셨어요."
"그래...?"
나는 그 두 우마무스메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기다렸다.
그러던 와중에 옛날에 마루젠스키가 타고 다녔던 모델과 똑같은 스포츠카가 우리학교 정문에 멈추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의 주인은 진짜로 마루젠스키였고 옆에서는 루돌프의 전 트레이너 분이 차에서 내려 학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저분.... 분명 루돌프와 헤어졌다고..."
내가 그 트레이너분을 보면서 생각한 순간, 타마모 크로스가 교내를 가로질러 내게 달려왔다.
"트레이너!!!!!!!!!"
예나 지금이나, 타마모의 쩌렁쩌렁한 목청은 변함이 없어서 교내가 떠나갈 만큼 엄청나게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달려오는 타마모 크로스 때문에 나는 살짝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 이 바보야....! 그렇게 큰소리로 부르면 어떻게 해! 다들 쳐다보잖아...!"
부끄러워하는 내맘을 타마모는 아는지 모르는지, 멋쩍은 듯 뒷통수에 뒷짐을 지고는 해맑게 웃으면서 내게 말해왔다.
"그치만 나으 트레이너랑 10년만에 보는긴데 반갑다 하지 않을수 없다 안카나!"
나는 주위 시선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타마모를 다시금 쳐다봤는데.... 이녀석, 옷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
잠깐.
이거, 우리가 마지막 은퇴 기념 레이스때 입었던 그 승부복이랑 똑같은 디자인이잖아.
"저기... 타마모?"
"응? 와? 무슨 일이고, 트레이너?"
"너 있잖아... 그 옷입고.... 10년동안 장사해온거야?"
"응? 아! 글타! 아는분에게 말해서 트레이너가 맞춰줬던 그 옷이랑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러벌 재벌 공장에서 맹글어서 장사하는 날이믄 입고다녔다!"
................
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군.
나와의 인연을 그마만큼 소중히 여겨주는건 고맙지만, 첨단 디자인이라는 것은 언제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한다. 한때는 최첨단이자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유행이 담긴 옷도, 시간이 흐르면 모두 촌스러운 과거의 것이 되고 만다. 이 승부복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음..........."
"쩃든 말이다, 근디... 내 미안한 일이 하나 있는디...."
"응?"
"오늘은 우리 단 둘만의 시간이 아이다."
"?"
타마모가 꼼지락대면서 말끝을 자꾸 흐리는 와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우리를 향해 "여!" 하고 반갑게 맞이하며 다가왔다.
"사실 이나리 원 저 간잽이 불여시가 따라붙어가....헤헤헤..."
...................
이 타이밍에?
나는 고개를 떨구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타마모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내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트레이너! 정말 오래간만이여라, 근데 얼굴도 허벌나게 여전히 젊은 멋쟁여라?"
내가 직접 만나본건 아니기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마모와의 전화통화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옛날에는 표준어를 사용하던 이나리 원이였는데 졸업 직후 담당 트레이너가 인간 여자와 결혼하고 나서
에도로 이사를 갔고 그 이후로 에도 사투리를 쓰기 시작했다나.
타마모 크로스와는 평생의 앙숙이였으니, 한평생 이나리 원에게 대놓고 좋은 소리 안하는 타마모였지만
이나리 원이 담당 트레이너의 결혼 소식을 듣고 펑펑 우는것을 본 날에 내게 이나리 원이 불쌍하다고 직접 말했었다.
어쨋든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타마모 크로스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계속 이리저리 둘러댔는디 쟈가 눈치를 깠는지 오늘은 꼭 와야쓰것다 해가지고..."
나도 타마모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나리 원... 이제 술통도 커졌댔나."
타마모가 내게 전화했을때 알려준 사실인데, 이나리 원이 도쿄로 가끔 놀러올때면
타마모의 가게가 끝난 후 다른 술집으로 둘이 놀러간다고 종종 말하곤 했었다.
그리고... 단 한번도, 딱 한번도 타마모가 이나리 원보다 늦게 필름이 끊긴적이 없다고 한다.
"응? 저기 시방 뭔말을 주고받는거여? 설~마아 이몸의 아름다운 미모가 타마모보다 더 오랫동안 간다고 말하는건 아니겄제잉~"
이나리원이 우리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말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타마모는 한숨을 쉬면서
"에휴, 이년아. 지랄하지 말라카이!" 라고 성을 냈다.
이나리원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넘기면서
"하여간 타마모 크로스는 예나 지금이나 똑부러졌제. 말빨하나는 오져부러. 안그려, 트레이너?"
"야이... 걍, 쌉소리말고 빨리 가스 으자에 안즈라 이 화상아!"
뭐,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우정이네. 모든건 변하지만, 이건 변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하여간 타마모 크로스는 예나 지금이나 똑부러졌제. 말빨하나는 오져부러. 안그려, 트레이너?"
"야이... 걍, 쌉소리말고 빨리 가스 으자에 안즈라 이 화상아!“
10년만의 만남에서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한 두 우마무스메는, 타마모 크로스가 안쪽에- 그리고 이나리 원이 손님 자리에 마주보고 앉았다.
나도 두 아이를 따라서 이나리 원 옆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둘 다 어떻게 지냈어?“
내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이렇게 있다간 냉랭한 탐색전만 펼칠게 뻔했기 때문이다.
”뭐, 나야 그냥 에도서 흘러가는 대로 지냈지~ 우리 타마는 좀 어떨랑가?“
”후후후, 내는 우마무스메 아들이랑 너무 친하게 지내서 타마 언니야~ 하고 아이들이 가까이하려고 한다 안카나!“
”쓰벌, 언니야는 무슨, 이제 아지메 다 됐구먼...“
”이 쒸불놈이, 10년만에 만나자마자 아오.... 트레이너!!! 나가 저년 때문에 제 명에 못 살고 뒤져부리겄어...!“
”자자, 다들 진정들 하고 들어봐.“
”?“
”?“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루돌프가 하던 것처럼 어이없는 개그로 둘의 화를 죽이려고 했지만...
”이나리원이랑 타마모 크로스랑 만나면, 항상 이난리니 워....ㄴ“
”뒤져불려?“
”트레이너- 지랄하지 말어 쫌!“
대 실패했다.
”네....“
”쨋던!“
내가 기죽자, 타마모 크로스가 목청을 풀었다.
”맥퀸 갸가 골드쉽이랑 테레비에서 뭔가 한다지 않았남?“
”그러게, 뭔가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함 틀어보랑께로.“
타마모는 이나리 원의 말을 듣고 주섬주섬 홀로그램 스마트폰을 꺼내서
우마튜브 앱을 틀었는데, 타마모 크로스의 핸드폰 배경화면이 졸업식 날 나와
찍은 사진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나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호오~ 타마모 니 아직도 트레이나랑 찍은 사진으로 지금까지 배경 혀둔겨?“
”마....마아! 나으 트레이너인디 뭐가 불만인겨!“
”고냥 고렇다고오~“
타마모 크로스는 헛기침을 한다음
”아, 여깃다! 맥퀸의...와구와구 요리교실?“
우리 셋은 식은땀을 한방울 흘렸다.
”뭐....뭐어.... 그럴....수도 있지? 요새는 개성시대라잖아.“
내가 입을 열었다.
”그....그라제....?“
”이,이름한번.... 오묘하네잉...“
우리는 당황함을 뒤로 하고 맥퀸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를 기다렸다.
안내방송이 끝나고, 맥퀸과 골드 쉽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와 어떤 기계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평온하신가요, 전국의 우마무스메- 그리고 사람 여러분! 메지로 가문의 당주, 메지로 맥퀸이 인사드립니다.“
우리 셋은 오오!!!! 하면서 맥퀸의 등장을 환호했다.
10년동안 ㅂㅈ 못한 사이에, 맥퀸은 성숙한 모습으로 당주에 걸맞는 품위와 말투로 인사를 했고
그 신선함에 나는 학창시절의 맥퀸의 이면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쟈가 그려도 언니들 사이에서 제일 뛰어난 학이였으니께 그에 걸맞는 모습을 갖춘다 안카나!“
”그려, 참마로 오져부리는겨!“
그러나 그 모습은 몇분도 채 되지 않아 깨졌다. 바로, 골드쉽이 나와서
”안뇽,안뇽! 나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미녀이자 월드 스타! 골드 쉽님이시다!“
라며 온 무대를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침착하게 미소를 잃지 않은채로 부동자세로 서있던 맥퀸이였으나,
골드쉽이 레이스 코스마냥 뛰어다니자 화를 못참겠는지 미소는 그대로 유지한 채로 골드쉽의 머리에 춉을 날렸다.
우리는 다시한번 식은땀을 흘렸고, 10초 정도 흐른 뒤에 골드쉽이
”아~ 그만해야지~“ 하면서 어린아이마냥 해맑은 미소로 맥퀸의 옆에 섰다.
맥퀸은 헛기침을 한다음, 다시 시청자들을 향해서 말했다.
”안녕하시와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맥퀸 가문제 팝콘 기계를 소개해드리겠사와요!“
”....뭔가 혔더니믄 자기 가문 PPL인겨?“
”뭐, 어쩔 수 없제. 메지로 아들은 한가닥 하지만은 사럼들에게 안 알려지믄 고대로 잊혀지는게 요새 세상이니께.“
”일단, 봐보자.“
내 말을 들은 이나리 원과 타마모 크로스는 다시금 홀로그램에 집중했다.
”오오!! 맥퀸, 이거 뭐야 뭐야?!“
”이건, 참으로 유용한 기계랍니다. 이렇게, 팝콘 소스를 뜯어서...“
”?!“
”왜, 왜그러는거야, 맥퀸?!“
”후후후.... 팝콘 소스 양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뜯겨지지 않네요. 다른 소스는 없을까요?“
홀로그램 너머로 뭔가 웅성이는 소리가 나더니, 그 소리가 멎고 발자국 소리가 난 순간이였다.
골드쉽이 그 소스를 집어서 살짝 뜯자 그 팝콘 소스가 뜯어졌다.
”....“
우리 셋은 그 광경을 보면서 이건 뭐 새로운 차원의 개그인가? 하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본다음, 다시금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어머, 우리 소스 양이 골드쉽의 손길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그럼, 넣어볼까요?“
홀로그램 안의 맥퀸은 소스 봉지를 팝콘 기계 안에 넣어서 그 안의 소스를 부어냈다.
”자아, 그럼 다음에는-“
”다음에는 뭐야, 뭐야 맥퀸!“
”다음에는 팝콘 옥수수를 뜯어야 해요, 이번에는 제가 조심히 뜯어볼게요.“
화면 안의 맥퀸은 조심스레 팝콘 옥수수의 봉지의 한 켠을 뜯은 다음, 팝콘 기계로 가져가서 넣으려고 했다. 그 순간,
골드쉽이
”어---이, 맥퀸. 이거 너무 지루하지 않아? 광고 같은 걸 보면 말야...
날개달린 우마무스메 천사가 한바퀴 뽀로롱 돈다음에 마법 지팡이로 팝콘 기계를 탁! 치면 팝콘이 들어가있고 한단 말야....
그걸로 우리 연출을 바꾸면 안될까, 응?“
홀로그램을 보고 있던 우리 셋은 골드쉽의 말을 듣고 빵터져서
”저 미친 새끼가...하하하하!!!!“ 하고 셋이서 웃어재꼈다.
분명 맥퀸도 움찔거리는걸로 봐서 우리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당주의 신분인 만큼 함부로 그리할 수 없겠지.
”흠흠. 어쨌든, 맛있는 팝콘씨와 소스 양이 팝콘 기계에 들어가서 익을 준비가 되었어요. 골드 쉽, 이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티비를 봐.“
”네?“
”티비를 본다구, 티비를 보고 나서 돌아오면 분명 노릇노릇하게 익혀져 있을거야.“
”그 전에, 스위치를 눌러야겠죠?“
”에—이 지루하다. 사람들은 재미있는걸 보러왔을텐데, 너무 딱딱한거 아니야? 마치 냉동실에 1시간 얼린 아이스크림처럼!“
”아이스크림 하니,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네요. 나중에 한번 먹어보도록 하죠.“
맥퀸은 팝콘 기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몇분 후, 팝콘이 튀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맥퀸은 목청을 가다듬은 후 말했다.
”자아, 그럼 맛있는 팝콘을 한번 먹어볼까요?“
맥퀸이 팝콘 기계의 뚜껑을 열자, 연기가 모락모락 바닥으로 세어나왔고 그 광경을 본 골드쉽이 갑자기 딱딱한 자세로 서서 기합을 넣었다.
”골드쉽....씨...?“
”아이 엠 어 터미네이터.“
골드쉽은 연기를 맞으면서 옛날 터미네이터 흉내를 냈고, 그 광경을 본 우리들은 빵터져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맥퀸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웃음이 세어나오려고 해서 이만 방송의 클로징 멘트를 쳤다.
”자, 전국에 계신 우마무스메- 그리고 사람 여러분. 다음에...푸흐흡....또만나요...!“
우리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시원하게 웃어재꼈다.
아무튼, 얼마나 시원하게 웃었을까. 다들 시간이 지난 후에 웃음이 멎었고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맥퀸... 그리고 고루시 녀석, 학교를 졸업하고도 저런 콤비로 남아있었구나.“
”글타카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건 있는 법이니까. 다른 애들 소식 들은건 없어? 나는 끝자락 지방에 있었어서 스페 말고는 소식을 못들었는데.“
”스페? 뭔일 있는겨?“
”아니, 일은 없어. 그냥- 이 세상의 지평선 너머까지 달렸더니 이젠 소박하게 쉬고 싶다나봐. 결혼해서 훗카이도에서 아이들과 함께 잘 살고 있어.“
”그라고 보니, 타키온이랑 그 영감은 어뜻게 됐드라?“
”아, 그분 말이구나. 그 영감님, 장례식까지 치뤘는데 며칠 뒤에 살아돌아오셨을 땐, 정말 우리 모두 다 깜짝 놀랬었지.“
”하모, 정말로 나가 악몽을 꿨는지 눈을 몇 번이나 비벼부렀는지.“
”잘 있으실 거야.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다고 했었나, 타키온이 종종 찾아뵙는 모양이야.
그 녀석, 약물 도핑에 대해 완전히 손 떼고 건강 식품 회사로 들어갔었지. 다른 애들은?“
”아야베는 뭐, 갸 트레이너랑 그 뭐시기... 우마무스메 심리상담 센타인가 뭔가하는거를 세웠다지 아마?“
”아, 그랬구나. 하긴, 어렸을때의 경험이 그런 길을 걷게 한거겠지. 그리고, 그 트레이너분이 어두운 세계 출신이라고
자백했을땐... 루돌프가... 굉장하지, 그런걸 쉽게 용납 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야.
우리 트레이너들은- 너희들에게 말 안했지만 도덕적인 그런 검사도 사실 하거든.
아 참, 그러고 보니 루돌프의 트레이너분이 아까 마루젠스키랑 학교에 들어가던데 두 사람 화해한거야?“
”아, 글타. 트레이너 니는 모르겄제. 그레이스 그 아으 일이 있던 후로 몇 년간 헤어지셨다는건 니도 알끼고...“
”그렇지. 왜 루돌프가 학칙에 대한 책임을 다 지고 굳은 일을 마다해야 하지 않는건지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셨던거 아니야?“
”글타. 무튼, 둘이 잘 화해한그 같다.“
”그렇군.“
”아, 그러고보니 그레이스 갸 말인디. 전에 서울 우마무스메 국제 학교인가 거 서 그... 갸,가 온데 말여. 거서 이사장이 되었다고 하지 않었어?“
”참말이가?“
”정말?“
”그려! 그려가지고 좀 많이 놀랐제. 무튼, 그 그레이스 담당하던 쌔임이 시리우스 담당으로 가셨지 아마?“
”그래, 맞아. 그분이.... 시리우스를 담당하겠다고 했을땐, 정말 다들 그분이 결국 미치신줄 알았어.
그레이스 일로 피폐하셨던 분이 180도 달라졌으니, 정말... 사람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니까.“
우리는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시간이 늦었고, 어느새인가 이나리 원은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말했다.
먼저 이야기했듯이, 이나리 원이 우리보다 훨씬 체력적으로도, 술배로도 쌩쌩한데 무슨 사정이라도 있나 싶어서
”무슨 일 있어?“
라고 내가 묻자, 이나리 원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트레이너 쌤. 나 말여.“
”응?“
”음....“
이나리 원이 어두운 낯빛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에이, 걍 말해부러야쓰겄다!“
하고 우리에게 소리쳤다.
”대체 뭘 말하는기여, 빨리 말을 혀라고 응?“
타마모 크로스가 그 모습을 보고 답답했는지 이나리 원에게 말했다.
”그....쌤.... 그리고, 타마모. 잘 들으소잉. 두 사람 다, 지금 맴에 두고 있는거 다 알고 있소. 근디, 근디 말여.“
”....그런데?“
”나는 말여요, 트레이너 냥반이 나 버리고 그냥 장가 가부러서....
그럴 기회도 없었지만은, 아따, 분위기 갑자기 잡으니께 이상헌디...
그.... 두 사람,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솔찍이 말하소!“
”뭐, 뭐?!“
”뭐?!“
이나리 원의 외침에 타마모 크로스와 나는 당황해서 얼어붙었다.
”아따, 또 간잽이 드질 해버렸네잉.... 나는 간디야!“
이나리 원은 얼굴을 붉히며 가버렸고, 포장마차에 나와 단둘이 타마모 크로스만이 남았다.
우리는 허.... 하는 들숨 소리와 함께 서로를 쳐다보지 못했고 얼굴을 붉혔다.
”...타마모.“
”와...와그르나?“
”있잖아.“
”응...“
”나, 다음주에... 시간 비거든?“
”응...그려.“
”있잖아, 나....“
”응...?“
”.....나랑....“
”....응....니랑...?“
”다음주 주말에, 시간 같이 보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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