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위국(舍衛國) 동남쪽에 큰 강이 있었는데 그 강은 깊고 넓었으며 그 강가에는 5백여 채의 집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세상을 제도하는 도덕의 행이 있음을 듣지 못하여 힘센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고
속이는 것을 일삼았으며 이익을 탐하고 방탕하여 마음껏 향락하였다.
세존께서 늘 제도할 수 있는 사람은 가서 제도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던 차에 이 모든 사람들[家]은 복을 지었으므로 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부처님께서는 강가로 가시어 어떤 나무 밑에 앉으셨다.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여 모두 놀라고 숙연해졌다.
모두 부처님께로 가서 예배하고 공경하였는데 혹은 절을 하기도 하고 혹은 읍(揖)을 하기도 하면서 안부 인사를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앉게 하시고 법을 연설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법을 듣고서도 마음으로 믿지 않았으니 속이거나 게으름에 익숙해져 진실한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곧 변화로 사람 하나를 만들어 강의 남쪽으로부터 물 위를 걸어오게 하셨는데 겨우 복숭아 뼈가 물에 잠길 뿐이었다.
그는 부처님 앞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그 변화로 만든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이 강에 살았지만 아직까지 물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소.
당신은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도술이 있기에 물 위를 걸어도 빠지지 않는지 그 사정을 듣고 싶소.”
변화로 만든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 강 남쪽에 사는 어리석고 고지식한 사람이오.
부처님께서 여기 계시면서 도덕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남쪽 강가로 갔으나 곧 건널 수가 없었소.
그래서 강가에 있는 사람에게 강물이 어디가 깊고 얕은지를 물었더니
그 사람은 ‘복숭아 정도밖에 차지 않는데 왜 건너지 않소?’라고 대답하셨소.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믿고 곧 그대로 건너왔을 뿐 다른 술법이 없소.”
그때 부처님께서 그를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대개 믿음과 정성만 가지고 있다면 나고 죽는 깊은 강도 건널 수 있거늘,
몇 리의 강을 건너는 것이 무엇이 그리 신기하겠느냐?”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어 게송을 말씀하셨다.
믿음은 능히 생사의 강을 건네주고
마음 단속[攝]은 뱃사공 되네.
부지런한 노력은 괴로움을 없애주고
지혜는 저 언덕에 이르게 하네.
믿음과 행이 있는 사람은
성인의 칭찬을 받고
무위(無爲)를 좋아하는 이는
모든 결박을 풀어버린다.
믿음은 곧 도를 얻게 하고
법은 열반[滅道]에 이루게 하며
많이 들은 이 따르면 지혜 얻나니
이르는 곳마다 밝음이 있게 되리라.
믿음과 계율과 지혜를 마음으로 행하면
씩씩한 대장부 지혜의 언덕에 건너가나니
이로써 깊은 못[淵]을 벗어난다네.
그때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또 믿음의 실증(實證)을 보고는 마음이 열리고 믿음이 굳세어져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다.
그리하여 확실한 믿음으로 날마다 교법을 닦아 그 소문이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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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초기경전 중 하나인 법구비유경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과 신통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을 불러일으키고
믿음이 도를 얻는 데 필수라고 설법하는 구절임.
전에 오리지날 인도불교에서 오히려 기복에 열심이었다,
불교에서도 믿음의 문제는 중요하다 이런 얘길 했었는데
오늘은 논문이 아니라 경전 구절을 인용해봄. 어쨌든 경전 근거가 중요하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