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암살'은 다소 비일상적이고 희귀한, 2차 컨텐츠 속 전개 장치쯤으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 기록 속에서도 권력자들이 느낀 암살 위협은 생각보다 자주, 구체적으로 있었다.
정사 삼국지에서도 암살의 필요성, 계획, 실행, 사후 영향력까지 기승전결 온전한 암살이 많다.
후한 말부터 서진 초까지 모든 암살 사례를 다 훑어보긴 어렵지만,
삼국지 3톱 군주인 조조 유비 손권만 봐도 재미있는 암살 미수 기록들을 꽤 찾아볼 수 있다.
지금 바로 알아보도록 하자.
조조는 삼국 중 가장 광대한 세력의 군주이자 가장 많은 군사적, 정치적 갈등을 겪은 인물인 까닭에
3톱 군주 중 암살 시도를 제일 많이 겪었고, 스트레스도 꽤 겪었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래서 전속 보디가드인 허저의 경호에 의존한 비중도 생각보다 꽤 높았던 편이고.(出入同行不離左右)
실제로 허저가 막아낸 조조 암살 위협만 두 번이었다.
1. 서타의 암살 미수 사건
"당시(관도대전) 항상 따르던 사(士)인 서타(徐他) 등이 반역 음모를 꾸몄지만 (허)저가 항상 좌우에서 모시는 것이 두려워 감히 일으킬 수 없었다. (서)타 등은 (허)저가 쉬는 날을 노려 칼을 품고 진입했다. (허)저는 하사(下舍)에 도착했지만 마음이 동요하자 곧 돌아와 (조조를) 모셨다. (서)타 등이 알지 못하고 막사에 진입했다가 (허)저를 보고 경악했다. (서)타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고 (허)저는 깨달았다. 곧 (서)타 등을 쳐죽였다."(時常從士徐他等謀為逆 以褚常侍左右 憚之不敢發 伺褚休下日 他等懷刀入 褚至下舍心動 即還侍 他等不知 入帳見褚 大驚愕 他色變 褚覺之 即擊殺他等) (위서 허저전)
관도대전 시점에 발생한 조조 암살 미수 사건.
별 조짐도 없었는데 그냥 마음이 불편해서 와봤더니 암살을 막게 된 허저의 감각도 대단하지만,
이 암살 미수 사건의 더 큰 핵심은 조조 생애 최대의 터닝포인트 시점인 관도대전이었단 점,
그리고 암살자가 외부인도 아니고 '항상 따랐다(常從)'고 기록될 정도로 조조의 측근에 있던 사람이었단 점이다.
어떻게 보면 원소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최대의 기회를 얻을 뻔했다가 잃어버린 거고,
조조는 암살 위협을 훨씬 경계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안될 수가 없었다는 거.
단 서타가 뭔 이유로 조조를 죽이겠다 결심했는지, 혹시 사주한 배후가 따로 있었는지 여부는 기록이 없다.
2. 마초의 암살 미수 사건
"태조(조조)는 (한)수, (마)초 등과 더불어 필마단기로 만나 이야기했다. 좌우를 모두 물리고 오직 (허)저만 거느렸다. (마)초는 자기 힘으로 은밀히 태조 앞으로 돌입하려고 했지만, 본디 (허)저의 용맹을 들어서 (조조를) 따르는 기병이 (허)저라고 의심했다. 곧 태조에게 묻기를, '공에게 호후라는 자가 있다던데 어디 있소?' 태조가 돌아보며 (허)저를 가리켰다. (허)저가 눈을 부릅뜨자 (마)초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太祖與遂超等單馬會語 左右皆不得從唯將褚 超負其力 陰欲前突太祖 素聞褚勇 疑從騎是褚 乃問太祖曰 公有虎侯者安在 太祖顧指褚 褚瞋目盼之 超不敢動) (위서 허저전)
촉의 오호대장으로 유명한 그 마초 맞다.
동관전투에서 조조와 붙었던 마초는 시간이 갈수록 전세가 불리해졌고,
조조와 휴전 회담을 위해 독대할 자리가 만들어지자 거기에서 직접 조조를 죽일 계획을 짰다.
하지만 조조가 딱 한 사람 같이 데리고 온 놈이 하필 그 허저였네? 아 그럼 방법이 없지.
사족. 마초의 암살 시도는 큰 영향 없이 싱겁게 끝난 미수 사건이지만
이 사건의 재밌는 점은 누군가의 하수인이 아니라 세력 대표자급 인물이 직접 암살의 계획과 실행을 모두 맡았단 점이다.
대부분의 암살이 배후의 계획자와 실제 실행자가 분리되는 경우가 많단 걸 생각하면 특별한 케이스.
암살 계획+실행을 1인이 맡고 하수인이 아닌 대표자급 인물이 했다는 속성은 미래에 오나라의 손준이 물려받는다.
차이점은 마초의 조조 암살은 실패했지만 손준의 제갈각 암살은 성공했다.
유비는 평생 쫓기는 게 인생 절반이어서 암살 위기보다는 차라리 전사 위기가 더 빈번했고
익주에서 어느 정도 세력다운 세력이 좀 갖춰진 후에도 그걸 길게 운영할 시간은 못 가졌기 때문에
상시적 암살 위협에 시달리거나(조조), 정부 전체가 표적이 된 대형 규모 암살 위협을 겪을 일(손권)은 없었다.
뭐 그렇다고 유비가 암살을 아예 안 당할 뻔했다는 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유비만큼 암살자의 칼이 코앞까지 다가온 사례도 별로 없다.
"(평원)군민 유평(劉平)은 본디 선주(유비)를 경시하고 그의 아래에 있기를 치욕스럽게 여겨 (자)객을 시켜 찌르게 했다. (자)객이 차마 찌르지 못하고 고한 뒤 떠났다."(郡民劉平素輕先主 恥為之下 使客刺之 客不忍刺 語之而去) (촉서 선주전)
"유평이 (자)객을 시켜 (유)비를 찌르게 했다. (유)비가 그것을 모르고 (자)객을 대우하는 게 심히 후했다. (자)객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떠났다. 이때 백성은 기근 때문에 한데 모여 노략질하며 난동을 부렸다. (유)비는 밖으로는 도적의 난을 제어하고 안으로는 풍재(豐財)를 베풀었다. 사인의 아랫사람들과도 반드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그릇으로 먹고, 골라내는 바가 없어 많은 무리가 귀의했다.(劉平結客刺備 備不知而待客甚厚 客以狀語之而去 是時人民饑饉 屯聚鈔暴 備外禦寇難 內豐財施 士之下者 必與同席而坐 同簋而食 無所簡擇眾多歸焉) (위서)
유비 정치인생 초반인 평원국상일 때 발생한 일.
암살자가 암살 목표에게 감화되어 음모를 털어놓고 떠났다는, 무슨 철지난 무협지 전개 같지만 실제 기록이다.
주로 유비의 감화력을 방증하는 사례로 촉빠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건이지만
다르게 보면 아직 경호에 무심했고, 그저 사람 좋았던 시절의 유비가 한끝 차이로 간신히 죽음을 피한 사건이기도 하다.
유비가 조금만 언행을 실수했거나 암살자가 조금만 마음이 독했어도 삼국지의 역사적 전개는 많이 바뀌었겠다.
아니면 '삼국' 자체가 아예 존재한 적 없는 역사 개변이 이루어졌거나.
별개로 나중에 조조가 암살자를 보냈지만 제갈량이 간파했단 기록이 하나 더 있긴 한데(촉기)
이 건은 신빙성이 심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은 기록이기 때문에 안 적고 스킵.
손권은... 사실 본인의 암살 위협보다는 형 손책이 암살 당한 사건이 더 유명하긴 하다.
오히려 손권을 노린 암살 위협은 딱히 많지 않았고, 차라리 전사 위협을 더 겪었다는 건 유비랑 비슷.
하지만 마찬가지로 손권도 평생 암살 기도를 한번도 안 당한 건 아니다.
"장군 마무 등이 반역을 기도해서 삼족을 멸했다."(將軍馬茂等圖逆夷三族) (오서 오주전)
"(마)무는 본디 회남 종리의 장(長)으로, 왕릉 때문에 벼슬을 잃자 모반하여 오나라에 귀순했다. 오나라는 그를 정서장군 구강태수 외부독을 삼고 후(侯)에 봉하며 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게 했다. (손)권은 여러번 원중에 나와 공경, 제장들과 함께 사냥을 했다. (마)무는 부절령 주정, 무난독 우흠, 아문장 주지 등과 함께 계획을 세워 (손)권이 원중에 있을 때를 노렸다. 공경, 제장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을 때 (주)정으로 하여금 지절(持節)로 조서를 칭해서 모두 포박하고, (마)무가 병사들을 끌고 원중에 돌입해 (손)권을 쳐죽이고, 궁중과 석두의 보루를 점거한 다음 위나라에 사람을 보내 보고하려고 했다. 일이 발각되어 모두 씨족이 멸해졌다."(茂本淮南鍾離長 而為王淩所失 叛歸吳 吳以為征西將軍 九江太守 外部督 封侯 領千兵 權數出苑中 與公卿諸將射 茂與兼符節令朱貞 無難督虞欽 牙門將朱志等合計 伺權在苑中 公卿諸將在門未入 令貞持節稱詔 悉收縛之 茂引兵入苑擊權 分據宮中及石頭塢 遣人報魏 事覺 皆族之) (오력)
암살자가 목표 눈앞까지 들이닥친 서타, 유평과는 다르게 손권 암살 미수는 빠르게 다 들통나고 컷된 사례지만
계획의 스케일 자체는 가장 컸다. 군주 하나만 노린 게 아니라 행정부+군부 전체를 쓸어버리려던 계획이니까.
뭐 그래도 가장 싱겁다면 싱거운 찻잔 속 태풍이지만, 이거도 시야를 넓히면 좀 재밌어지는 부분이...
마무의 암살 계획이 세워졌다가 들통난 시점은 245년 7월.
한창 이궁의 변이 진행되고 있던 한복판이었다.
정확히는 손화파 거물 육손의 사망 시점(245년 2월)과 손패파 거물들이 군부 장악한 시점(246년 9월) 사이인데,
만약 이 시점에 손권이 죽었다면 오나라의 정치사는 원래와는 완전히 다른 소용돌이로 들어갔을 법하다.
조조나 유비 건에 비하면 암살 자체보다는 암살의 배경과 영향에 관한 상상의 나래에 더 관심이 가는 미수 사건.
정사에 기록된 암살 사건을 모두 추려내는 건 한계가 있고, 일단 대표급 군주들 타겟 암살 계획만 모아봤지만
이거 말고도 다른 세력의 군주를 노린 암살, 군주가 아닌 신하를 노린 암살 등 다른 카테고리의 암살 사건이 엄청 많다.
그중에서는 미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성공해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 암살도 몇몇 있고.
혹시라도 흥미가 생긴다면 한번 차분히 살펴보도록 하자.
(IP보기클릭)125.140.***.***
유비는 주인공다운 에피소드네
(IP보기클릭)112.148.***.***
의뢰 받아 죽이러 왔는데 아무리 봐도 이쪽이 착한놈 일때.......
(IP보기클릭)14.48.***.***
사기에 괜히 자객열전이란 분류가 있는게 아님
(IP보기클릭)59.7.***.***
허저 아니야......왠지 스탯은 비슷하지만 아님.
(IP보기클릭)153.231.***.***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암살로는 비의의 암살이지.... 촉의 마지막 희망이 송두리 째 날라가버림....
(IP보기클릭)104.28.***.***
유비는 진짜 인성이 어땠길래 암살자가 감화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P보기클릭)118.235.***.***
그건 전위지 허저는 조조보다 오래 살았어. 관도대전과 동관전투 모두 전위 사후고
(IP보기클릭)14.48.***.***
사기에 괜히 자객열전이란 분류가 있는게 아님
(IP보기클릭)125.140.***.***
유비는 주인공다운 에피소드네
(IP보기클릭)153.231.***.***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암살로는 비의의 암살이지.... 촉의 마지막 희망이 송두리 째 날라가버림....
(IP보기클릭)112.148.***.***
의뢰 받아 죽이러 왔는데 아무리 봐도 이쪽이 착한놈 일때.......
(IP보기클릭)220.89.***.***
(IP보기클릭)59.7.***.***
란설하
허저 아니야......왠지 스탯은 비슷하지만 아님. | 23.04.01 22:32 | | |
(IP보기클릭)183.108.***.***
허저가 아니라 전위 아니었음? | 23.04.01 22:33 | | |
(IP보기클릭)118.235.***.***
란설하
그건 전위지 허저는 조조보다 오래 살았어. 관도대전과 동관전투 모두 전위 사후고 | 23.04.01 22:35 | | |
(IP보기클릭)39.7.***.***
(IP보기클릭)104.28.***.***
유비는 진짜 인성이 어땠길래 암살자가 감화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P보기클릭)14.43.***.***
저 때가 공손찬 휘하에서 원소를 막는 전방에서 일할 때 였는데 본인 성품도 성품이지만 바로 원소 앞마당 쯤 되는 곳이다보니깐 치안에는 신경을 쓰면서 재물은 아끼지 않고 베풀고, 이런저런 주위 사람들은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똑같은 자리를 쓰는 식으로 인망을 계속 모으고 있었는데 그 자객한테도 똑같이 대하니깐 내 생전 이런 대우 받는건 처음이라고 하면서 실토하고서 떠나갔다고 함 ㅋㅋ | 23.04.01 22:56 | | |
(IP보기클릭)220.95.***.***
(IP보기클릭)112.154.***.***
연의에선 능력은 좀 그래도 인의로 먹고 사는 캐릭터니 그걸로 깍아치기 당하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 23.04.02 08:36 | | |
(IP보기클릭)106.101.***.***
아니아니 유비를 암살하려는 양민이 있었다는거 자체가 조금이라도 흠집이되는거라서 뺏을거같다고 해석함 | 23.04.02 08:38 | | |
(IP보기클릭)112.154.***.***
유비를 암살하려는 양민 있었다는 흠정도는 암살자도 감화시키는 걸로 충분히 상쇄이상 가능할텐데 도적한테 발렸다던가 하는 다른 이벤트 빼다가 같이 빼버린 게 아닐까 | 23.04.02 08:43 | | |
(IP보기클릭)106.101.***.***
쟤 유명한 삼스퍼거 ㅂㅅ임 먹이주지마셈 | 23.04.02 19:24 | | |
(IP보기클릭)22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