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증말 미치겄다!"
타마모 크로스가 식사 도중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근처의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그런 타마모의 외침에 깜짝 놀랐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야도, 쟈도, 맨날 우마뾰이! 우마뾰이! 이 가시나들이 단체로 발정기라도 와서 레이스는 안중에도 없나! 아니 이것들은 운동하라고 밥 쳐묵여놨더만, 그 체력으로 트레이너 따묵을 생각들만 하고 있노! 트레센이 무슨 중매 회사가?"
"타마짱, 그렇게 소리치면 목 다쳐요. 자, 여기 물 마셔요."
타마모의 건너편에 앉아있던 슈퍼 크리크가 컵을 건넸다.
"아, 고맙다."
타마모는 크리크가 건넨 물을 단번에 들이키고선 조금 진정이 됐는지 한숨을 내쉬었다가, 문득 크리크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글고 보니 크릭, 솔직히 내는 니도 위험인물이라 생각된다. 니도 담당이랑 신나게 했제?"
"어머?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모르는 척하지 마라. 우마무스메의 코가 빙시로 보이나? 느그 트레이너랑 느이랑 같은 냄새나는거 숨길 수 있을 것 같나? 알 놈들은 다 알끼다."
타마모의 말에 크리크는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다시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러는 타마짱도 얼마 전에 트레이너 씨랑 크리스마스 데이트하지 않았나요? "
"니, 니, 니 그걸 우째 알았나!"
"네? 정말이었요? 찍은 건데."
"뭣!"
타마모는 당했다는 듯이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심술궂은 얼굴을 한 크리크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흐응, 자기는 할 거 다 하면서 남을 뭐라 하다니 못된 아이네요. 타마짱."
"아, 아니! 캐도 우리는 지킬 선은 제대로 지킨다! 절대 문란하지 않고 건전하게 교제 중인데다가..."
"정말요? 크리스마스날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우마뾰이를 안 했다고요?"
크리크가 날카롭게 바라보자, 타마모는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시선을 피하다가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대답했다.
"그날은 그...크리스마스니깐......그래! 했다 마! 그래도 딱 한 번이다! 다른 아들처럼 발정난 망아지새끼마냥 문란하게 안 한다 아이가! 그러는 크릭, 니는 안 봐도 뻔하다! 그 착한 아 놀이 트레이너랑도 하며 신나게 야한짓 했겠제. 아가 밥주듯이 그 ㅁㅁ 입에 물리는 등 온갖 짓 다 했을 거 아이가! 내 말이 틀리나?"
크리크는 정곡을 찔렸는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가슴을 잡고 외쳤다.
"그치만 이걸 입에 물렸을 때 트레이너 씨의 아기 같은 모습이 너무나 귀엽단 말이에요!"
"아니 이때는 변명을 해라 이 ㅁㅁ야!"
한참을 말싸움한 타마모는 허탈한 기분이 들었는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식탁에 턱을 굈다.
"마, 됐다. 니랑 말싸움해봤자 뭐 하겠나. 아무튼 내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트레이너랑 사이좋게 지내는 건 내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고, 사춘기다보니 그런 쪽에 관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우마무스메면 좀 선을 지켜야제."
"뭐, 타마짱 말대로 사춘기잖아요. 게다가 우마무스메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선수다보니 그쪽으로도 욕구가 강하잖아요? 그건 그렇고 타마짱 유독 그쪽 일에 예민하게 구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일이 있을게 뭐 있노. 그냥 가족을 위해서랍시도 여서 죽기살기로 뜀박질하는 내 모습을 보다가, 여고생처럼 꺄꺄 거리며 사랑 야그만 해대는 얼라들 보니 뭔가 신경질이 차올라 그랬다."
타마모는 거기까지 말하고선 재차 한숨을 내쉬려다가 문득 그녀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다른 우마무스메에게 시선이 갔다. 앞에서 친구들이 말다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입에 음식을 우물거리고 있는 그녀는 아예 이 대화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글고 보니 오구리, 내도 니 같은 둔탱이만큼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설마 니도 트레이너랑 했나?"
"해? 무어슬 마린가?"
오구리 캡은 여전히 입에 밥을 우물거리며 되물었다.
"뭐긴 뭐겠노. 우마뾰이제, 우마뾰이. 이 가시나 설마 앞에서 뭐라 떠들던 밥만 쳐묵고 있었나?"
"우마뾰이?"
사실 오구리는 대화가 시작됐을 때부터 혼란에 빠졌었다. 우마뾰이가 뭔지 모르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레이스에서 1착을 해봤고, 수많은 위닝라이브를 해왔다. 이제는 노래가 없어도 혼자 부르며 우마뾰이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약간이지만, 애드리브도 가능할 정도다.
그런데...트레이너랑 우마뾰이를 하다니, 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트레이너는 레이스에 뛰지 않는데.
게다가 다른 우마무스메가 트레이너랑 같이 우마뾰이 춤을 추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애초에 트레이너는 레이스에 나올 수 없으니 위닝 라이브에 설 수 없지 않는가.
솔직히 묻고 싶은 것이 한가득이었다. 트레이너랑 우마뾰이를 같이 한다는 것은 뭐고, 왜 타마는 그걸로 화를 내는 것이고, 크리스마스에는 레이스가 없었는데 타마랑 크릭 둘다 어디서 위닝라이브를 한 것이고, 우마뾰이 얘기를 하다가 연애 얘기는 또 왜 나온 것인가? 의문이 쌓이고 쌓이다 너무 쌓여서 결국 그녀의 머리는 공황상태가 되었고, 그렇기에 오구리는 진즉에 대화를 포기하고 밥이나 먹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한편으론 지금의 대화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 두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자기 빼고는 다들 트레이너랑 우마뾰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뭔가 소외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부끄러웠다. 어쩌면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은 고향에는 없는 중앙만의 문화일지도 몰랐고, 그걸 모른다는 것은 그녀가 아직 트레센에 익숙해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긴 우마무스메와 담당 트레이너가 함께 춤을 추는 것은 부끄럽긴 하지만 그리 이상한 일까지는 아니었고, 잘 생각해보면 같이 우마뾰이를 한다는 것은 위닝라이브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춤연습을 같이 한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일 리가 있는 추리다. 우마뾰이는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춤, 그것을 함께 연습하다보면 트레이너와의 유대감이 상승할 것이고, 서로의 호감을 올릴 수 있게 될 거다. 중앙은 참으로 좋은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춤연습이라...그러고 보니 트레이너랑 같이 해본 적은 없었다. 그녀의 트레이너는 노래는 잘 부르지만, 춤은 전혀 못췄다. 그렇기에 오구리는 춤에 관련되서는 트레이너랑 어떠한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었다.
"으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어쩌면 트레이너도 다른 트레이너들과 달리 담당 우마무스메와 우마뾰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소 시무룩해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설령 그가 춤을 잘 못추더라도 자신은 우마뾰이에 익숙하지 않은가? 춤 정도는 얼마든지 가르쳐줄 수 있고...어차피 위닝라이브에 설 것도 아니고 같이 연습을 하는 정도인데 굳이 잘 출 필요도 없지 않은가.
오구리 캡은 이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
"그러므로 트레이너, 우마뾰이를 하자."
"뭐?"
대뜸 중요한 말이 있다며 자신을 불러낸 오구리 캡이 대뜸 그렇게 말하자, 트레이너는 너무 놀라서 딸꾹질이 나올 뻔했다.
"못 들었나? 지금 당장 우마뾰이를 하자. 걱정 마라, 방(연습실)은 이미 예약해두었다."
트레이너는 혼란에 빠졌다. 대체 무슨 일이지? 갑자기 대뜸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하다니...발정기인가? 아니 그래도 저 표정은 흥분한 여성의 것이 아니라 뭔가를 결의한 투사의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역우마뾰이인가? 얼마 전 선배가 담당인 심볼리 루돌프한테 당했다고 하던데, 자신도 그런 상황에 놓인 건가? 대체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지만, 일단은 오구리한테 사정을 듣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았다.
"잠깐만 오구리, 설명을 좀 해주겠어?"
"듣자니 중앙은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가 우마뾰이를 같이 하는 것으로 친밀감을 올린다는 것 같다. 나는 이미 트레이너와 친하다고 생각은 한다만...남들이 다 하고 있는 거라면 나도 안하면 안 되겠지. 괜찮다 트레이너, 당신은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래 뵈도 난 우마뾰이에 아주 능숙하다."
"능숙? 뭐?"
트레이너는 더욱 더 혼란에 빠져 마치 믿을 수 없는 폭로를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트레이너를 보며 오구리 역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당황할 줄이야...어쩌면 춤을 추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건가?'
"잠깐, 잠깐, 오구리...이야기를 좀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아."
"음, 그렇군. 어쩌면 내 권유 방식이 좀 과격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안, 트레이너."
"그, 그건 그런데...먼저 확인할게 있는데. 오구리 그...엄청 실례되는 질문인 건 알지만, 우마뾰이에 능숙하다니 혹시 어느새 남자친구라도 생긴 거야?"
"? 남자친구는 없다만 그거랑 우마뾰이가 무슨 상관이지?"
"어? 그럼 너 대체 누구랑 우마뾰이를...아차, 이건 성희롱인가. 미안 대답하지 않아도 되."
"별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아냐. 누구랑이라...꽤 많아, 타마랑도 했고, 크릭이랑도 했고, 안 되겠어. 일일이 셀 수 없을 것 같아."
그 말에 트레이너는 머리가 아픈지 갑자기 끄응 하며 이마를 짚었다.
'설마 오구리에게 그런 취향이 있을 줄이야...'
대뜸 담당 우마무스메의 성벽을 듣게 된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녀가 온갖 우마무스메를 후리고 다녔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더욱 충격적인 일이다. 레이스와 식사에만 관심있는 둔감한 아이라 생각했는데, 그쪽으로 왕성한 아이였을 줄이야...솔직히 당장이라도 두통약을 먹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 그...대단하네.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나랑?"
"아까 말했듯이 중앙은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가 함께 우마뾰이를 하는 것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일반적인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혹시 트레이너는 나와 우마뾰이하는 것이 꺼려지는 건가?"
어떻게 대답하지, 트레이너는 곤란해졌다. 솔직히 오구리 캡은 엄청난 미인에다가 몸매도 훌륭하다. 웬만한 남자라면 한번쯤 품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혹적인 여인이다. 그 또한 오구리와 좋은 관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대답할 지가 향후 둘의 관계를 좌우할 것이다. 역시 여기선 한발자국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했다.
"난 그..."
그때, 트레이너는 오구리의 눈동자를 봤다. 잔뜩 기대에 찬 눈동자. 맛있는 밥을 먹을 때, 선물을 받을 때, 레이스에 흥미가 생겼을 때, 그녀가 뭔가를 간절히 바랄 때의 그 눈동자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이번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너와 하고 싶어."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오구리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해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혹시 어쩌면 오구리도 나를? 이라는 생각에 트레이너는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고, 그런 트레이너와 달리 오구리는 꼬리를 붕붕 흔들며 트레이너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당장 가자 트레이너! 너와 우마뾰이를 할 날이 오다니, 정말 기쁘다! 나,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까지 기뻐할 줄이야...트레이너는 부끄러운 마음과 기쁨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겨져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물론 그도 오구리와 나름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고, 이런 관계가 될 줄도 몰랐다. 솔직히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지금도 엄청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기뻐하는 오구리의 모습을 보자 사소한 의문과 혼란은 별로 중요치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갑자기 오구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자신도 모르게 오구리의 볼에 키스를 했다.
"엣????"
그러자 오구리는 깜짝 놀라며 트레이너를 바라봤고, 엄청나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 섹X하자고 조르던 그녀가 고작 볼키스로 당황하자 트레이너는 살짝 의아했지만, 그때 그는 갑자기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저기 오구리....이 상황에서 묻는 건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설마 너 우마뾰이가 뭔지 모르는 거야?"
"에.......다, 당연히 알고 있지. 춤이잖아."
그 말에 트레이너는 오싹함을 느끼는 동시에 굳은 얼굴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우마뾰이의 숨은 뜻은........."
잠시 뒤, 트레이너에게 설명을 들은 오구리 캡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그런 오구리를 보며 연신 민망한듯이 목을 긁으며, 섣불리 그녀의 볼에 키스한 자신의 성급함을 자책하고 있었다.
"뭐, 오구리는 순진하니깐...몰랐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그..아까의 대화는 그냥 서로 없던 일로 하고, 오늘은 이만 가서 쉬어. 볼에다가 한 건......정말 미안해. 나중에 먹고 싶은 거 다 사줄테니깐..."
도저히 민망함을 견딜 수 없어서 트레이너는 먼저 자리를 비키려고 일어나자, 오구리 캡이 떠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오구리?"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깃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미로도.....아.."
"어?"
"그런...의미로도......좋아.....연습실.....오늘은 내가 통째로 예약해둬서....아무도 안 올 거야."
"어어??"
"그...트레이너......."
오구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엔 홍조, 부끄러움, 설렘, 흥분이 뒤섞여있었다. 오구리의 거친 숨결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며 트레이너 역시 눈을 떼지 못하고 그녀를 마주 봤다.
"나랑....우마뾰이....하지 않을래?"
".......어."
그날 연습실에선 오구리 캡과 트레이너의 우마뾰이 소리가 울려퍼졌다.
다행히 연습실은 방음이 잘 되어있어서 둘은 그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그간 못했던 우마뾰이를 할 수 있었고, 둘은 다른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들 처럼 한층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참고로 방에 돌아온 오구리 캡을 본 타마모 크로스는 "이 자석도 결국 우마뾰이했다 아이가!!!!"라고 소리치며 실신했다고 한다.
이와중 크릭 수유플레이...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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