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성현. 훗날 용재총화를 쓸 사람이지.
이 쪽은 내 친구 김간.
하이ㅋ 무슨 일로 부르셨는가, 친구여?
전에 자네가 절에서 매생이를 얻어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댔지?
그랬지.
원래 매생이는 임금님 아니면 먹기도 힘든 귀한 음식이네만, 내가 자네를 위해 구해왔네.
구워서 술 한 잔 하세나.
허허, 역시 자네밖에 없구먼.
....응? 왠지 모래가 씹히는데?
미안, 해감을 덜 시켰나벼.
조개도 아니고 무슨 해감을.......
근데 모래는 그렇다 치고 맛은 또 왜 이런가?
거 얻어먹는 처지에 겁나게 까다롭군.
아니, 아무리 얻어먹는 거라도... 우욱.
미안하네만 도저히 더는 못 먹겠....
구웨에에에에에엑!
끄으윽... 꼬박 며칠을 앓아누웠군.
절에서 먹었던 매생이는 분명 엄청 맛있었는데...
자네 어디 중국산 싸구려라도 사온 거 아닌가?
그거 매생이 아니었는데?
??
대충 연못에서 물풀 건져온 거였음ㅋ
하이ㅋ
이런 미친...... 근데 자네도 같이 먹었는데 자넨 왜 멀쩡한가?
나는 진짜 매생이만 골라 먹었거든ㅋ
자네 말대로 진짜 존맛이던데?
씨1발로마!!!!
[며칠 뒤]
이제 슬슬 잘 시간이군. 이불을 까는 게 어떻겠소, 부인?
잠깐만 기다려. 씻을게.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씻다니 왜?
나리!
오, 나의 절친한 친구 성현네 집 종이로구나.
제가 와서 방해가 됐나요?
아니다, 마침 잘 왔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느냐?
저희 주인 나리께서 매생이를 보내셨습니다.
키야~ 그 귀한 걸 자기가 먹지 않고 내게 보내다니, 내가 친구 하난 진짜 잘 뒀구나.
여보, 그게 뭐야?
성현이가 매생이를 선물로 보냈어.
성현? 저번에 당신한테 매생이라 속이고 이상한 거 먹였다던 그 사람?
ㅇㅇ 그 일로 미안해서 진짜 매생이를 보낸 거 같아.
(미심쩍...)
뭐, 살짝 먹어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뱉으면 되겠지.
그럼 열어볼까?
하이ㅋ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씨1발, 이건 또 뭐야!
아까 주인 나리가 열심히 모으고 계시던 벌레들이네요.
조심하세요, 걔네한테 물리면 피부병 걸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현 이 미친 놈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김[苔]은 남해(南海)에서 나는 것을 감태(甘苔)라 하고, 감태와 비슷하나 조금 짧은 것을 매산(莓山)이라 하는데, 구워서 먹는다. 내 친구 상사(上舍) 김간(金澗)이 절에서 독서할 때 밥상에 있는 것을 먹어보니, 아주 맛이 좋으나, 무엇인지 알지 못하다가 중에게 자세히 물어본 뒤에야 비로소 그 이름을 알았다. 하루는 내 집에 와서 말하기를, “그대는 매산 구이를 아는가? 천하의 진미라네.”하기에, 내가, “이것은 임금님이 잡수시는 상에만 올리는 물건이므로 궐 밖 사람이 맛볼 수 없는 것이나 자네를 위하여 구하리다.” 하고, 숭례문 밖으로 나가 연지(蓮池) 속에 태발(苔髮)이 물위에 어지럽게 떠있는 것을 보고 조리로 떠내어 구워놓고 하인을 보내 상사를 불러오게 하니, 상사가 이 말을 듣고 곧 왔다. 두 사람이 마주앉아 술을 마실 때 나는 매산을 먹고 상사는 오로지 김만 먹더니 겨우 두어 꽂이를 먹고 나서 말하기를, “구이 가운데 모래가 있어 먼저 먹던 것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점점 가슴속이 메스꺼워 뱃속이 편안치 않다.” 하고, 곧 집으로 돌아가 토하고 설사하여 수일을 앓은 뒤에 일어나서 말하기를, “중이 준 매산은 아주 맛이 있었는데, 그대의 매산은 아주 나쁘다.” 하였다. 내가 뜰안에 있는 나무에 청충(靑虫)이 가득히 있어 잎을 갉아먹는 것을 보고, 이를 주워모아 종이에 꼭 싸서 봉하고 어린 종을 시켜 이를 보내면서, “요행히 매산을 얻었으니 그대는 한 끼 밥 반찬으로 하라.” 하였다. 이때는 이미 황혼이라 상사 부부가 이불을 깔고 같이 앉았다가 기뻐하며 말하기를, “너의 주인이 먹지 아니하고 내게 보내주니 참으로 벗을 사랑하는 것이다.” 하고, 마침내 봉한 것을 뜯으니, 벌레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혹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혹은 치마 속으로 들어가므로, 부부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벌레가 닿은 곳은 모두 탈이 나서 온 집안이 크게 웃었다. - 《용재총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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