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해보니 오늘 이미 다른 글을 올렸었네요(가라아게동)
그건 점심이었고, 저녁으로는 초밥을 먹었어요.
어머니 생신 때 모시고 갈만한 초밥집을 미리 금전적으로 허락되는 선에서 몇 군데 답사해보는 겸 외식 겸 오마카세 몇 군데를 돌아보고 있어요.
오늘은 그 중 한 곳인 대구의 스시해리에 갔다왔어요.
쓸데없이 길게 말할 이유도, 할 얘기도 없으니 바로 음식 얘기로 들어가 볼게요.
1. 달걀찜
이제는 오마카세집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심지어 완제품으로도 파는) 나오는 요리죠. 일본식 달걀찜이에요.
특별한 소스같은 건 없었고, 대신 구운 은대구 살이 4, 5점 정도 들어있었어요.
추운 밖에서 들어와서 따뜻한 거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달걀찜이 시작음식으로는 여전히 좋은 것 같아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2. 전복술찜과 내장소스와 초밥
이것도 이제 오마카세집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죠.
전복은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식감있게 잘 쪄졌고, 내장소스는 내장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크림 같은 부재료들이 잘 섞인 것 같았어요.
초밥은 소금과 초간이 좀 간간한 편이던데 아마 술 마시면서 먹는 걸 상정하고 간을 좀 강하게 잡으신 거 아닌가 싶어요.
이것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3. 광어, 참돔, 방어회
생선 3종이 회로 나왔어요.
아래쪽 좌측이 참돔, 우측이 광어, 뒤의 붉은색이 방어에요.
흰살생선들은 와사비 곁들여 간장에, 방어는 우측 하단의 검은소스(김을 조려서 만드셨대요)를 곁들여 먹으라고 하셨어요.
흰살생선들은 잘 숙성되어 부드럽게 씹히면서 단맛이 잘 느껴졌고, 방어는 부드럽고 기름지면서도 살짝 서걱하는 지방질의 느낌이 잘 느껴졌어요.
김 소스도 방어의 고소한 지방질 맛과 잘 어우러졌고요.
초밥 먹기 전에 입맛돋우는 음식으로 괜찮았던 거 같아요.
4. 골뱅이찜
네번째 음식으로는 골뱅이를 찐 게 나왔어요.
엄청 달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좋은 식감에 살짝 달큰한 맛이 와사비와 질 어우러졌어요(와사비는 골뱅이 껍질 위에 있어요).
사실 너무 달아도 이후 먹을 음식들 맛 느끼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니 적당히 단 게 좋은 것 같긴 해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5. 절인 굴
다섯번째 음식은 달콤한 간장베이스 소스에 굴을 절인 게 나왔어요.
이건 좀 달긴 했는데, 위에 뿌려주신 올리브유가 어느 정도 단맛을 억제해 주는 역할을 해 줬어요.
굴의 식감 자체는 살짝 단단하게 변해 있었지만 달콤한 소스와 굴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도 노로바이러스는 조심해야되는데...
어쨌거나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6. 생물 양미리 튀김
보통 한국에서 양미리는 반건조 상태로 먹죠. 사실 산지에서는 어떻게 먹는 지 잘 모르겠지만 산지가 아닌 곳에서는 애초에 반건조 형태로 유통되는 게 대부분이기도 하고 먹는 것도 주로 반건조 상태의 것을 조리거나 구워서 먹죠.
그래서 생물 양미리는 살짝 낯설긴 했어요. 생물로 못먹는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생물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겠죠.
어쨌거나 생물 양미리를 튀긴 게 여섯번째 요리로 나왔어요.
꽤 먹을 만하네요. 다만 뼈가 살짝 억센 게 흠이긴 했는데 조린 게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갔어요.
사실 초밥집에서 잘 안다루는 재료인걸로 아는데 만나서 살짝 반갑기도 했어요.
이것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7. 흑점줄전갱이 초밥
드디어 초밥 순서로 넘어왔어요(근데 중간중간에 요리가 더 나오긴 합니다).
오늘 해리 메인셰프님이 보기에 제일 좋은 횟감이 줄전갱이였던 걸까요? 보통 1번으로 잘 안나오는 재료가 1번으로 나왔군요. 지난번 런치 때도 광어였나 참돔이었나가 1번이었는데......
살짝 숙성을 하신건지 사각(혹은 살캉) 하는 느낌은 강하진 않았는데 대신 기름진 맛과 감칠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졌네요.
이런 식으로 줄전갱이를 해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줄전갱이의 식감이 메인포인트라 하긴 하지만 생선 자체의 맛을 좀 더 끌어올리는 것도 줄전갱이 자체의 맛을 생각하면 괜찮은 방법이니까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8. 참치 붉은살 초밥
연달아서 센 재료로 나오시네요. 참치 붉은살이에요.
아마 간장절임은 안하신 것 같고(소위 쇠맛이라는 참치 붉은살 특유의 그 맛이 좀 났어요), 식감 자체는 말캉말캉했어요.
뭐 300Kg짜리 생참치를 쓰셨다는데 사실 이 가격대 초밥집의 참치라는 게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 이게 더 낫다 못하다 하기가 좀 그렇긴 해요.
물론 전 맛있게 만족하며 먹었으니 더 할 말이 없기도 하고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9. 참치 뱃살 초밥
3번타자도 강타자. 최근 강타자들을 최대한 전진배치시키는 최신 야구 타선 구성방법에 충실하신 셰프님이시네요.
입에 걸리는 힘줄이 없어서 좋았고, 참치 뱃살의 지방은 기름진 맛으로 혀를 즐겁게 해 주었어요.
이것도 300Kg의 그 참치겠죠. 뭐 특별한 잡맛이 강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 저는 만족스러운 참치들이었어요.
위에 뿌려진 하얀 가루들은 소금이에요. 참치뱃살에 소금을 매치시키는 건 초밥집에서 흔히 시도하는 조합이니까요.
이것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0. 꼬치고기 구이
사실 처음에는 전어인 줄 알았어요. 저기 보이는 껍질의 비늘 패턴이 전어랑 좀 비슷했거든요.
근데 꼬치고기라네요. 뭐 꼬치고기는 한 번도 못 봤으니 모를만도 했어요(사실 전어도 초밥집에서는 한 번도 아직 못 만나보긴 했지만...)
꼬치고기는 양념에 절여 숙성시킨 후 구웠다고 하시네요.
옆에 있는 무 간 것을 곁들여 먹으라길래 잔뜩 올려서 먹었어요.
살짝 달콤한 맛이 처음에 왔다가 짭잘한 맛과 무의 맛이 그 다음으로 몰아치네요.
식감은 살짝 생소하긴 했지만 맛 자체는 그렇게까지 특이하진 않았어요.
어쨌거나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11. 전갱이 초밥
전갱이란 생선이 낯선 분도 있고 익숙한 분도 있을 거에요.
사실 바다낚시(특히 연안) 가보시면 모를 리가 없는 어종이긴 한데 모두가 낚시 취미가 있는 건 또 아니니까요.
맛은 꽤 기름져요. 기름지다 하니 고등어와 비슷할 것 같은데 식감이나 맛이 고등어와는 또 꽤 다르긴 해요.
이 전갱이를 횟감으로 먹으면 또 색다른 맛이 있죠.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지고... 꽤 맛있는 생선이에요.
하여간 오랜만에 전갱이(줄전갱이가 아닌) 초밥을 먹는 것 같았는데, 역시 맛있는 생선이에요.
밥과 회 사이에는 시소잎을 깔아서 살짝 변주를 주셨어요.
시소향이 은은하게 나는 게 또 재미있는 포인트이긴 해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12. 가리비 관자 초밥
가리비 관자는 초밥집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긴 한데, 꼭 초밥 횟감으로만 쓰이는 건 아니에요.
종종 튀김으로도 나오고, 김말이(?) 재료로도 나오고... 아무튼 팔색조같이 다방면에 쓸 수 있는 재료죠.
오늘은 초밥 횟감으로 선택받았네요.
위의 붉은 건 우메보시에요.
사실 우메보시 맛은 잘 모르겠고(앞서 말했듯이 이 집 밥의 초와 소금간이 좀 셉니다), 가리비 자체의 끈덕한 단맛은 잘 느껴지네요.
사실 이 끈덕한 단맛을 안좋아해서 패류 관자는 초밥 재료로 꺼리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 이해 못할 취향은 아닌 듯해요.
그래도 저는 맛있게 먹으니까 상관없긴 해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13. 구운옥돔과 다진 참치에 연어알을 곁들인 덮밥
오 비싼 생선인 옥돔입니다. 옥돔 조리할 때 흔히 하듯이 비늘까지 바삭하게 살려서 구웠네요. 뭐 진짜 옥돔인지 가짜인지는 저는 잘 모르지만요.
거기에 다진 참치와 연어알까지 올렸네요. 밑에 깔린 초밥과 잘 섞어 먹으면 됩니다.
비벼서 한 술 먹어보니 바삭함과 부드러옴과 톡톡 터지는 것이 공존하는 맛이네요. 꽤 괜찮은 조합이에요.
이것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4. 맑은 조개국물
물총조개로 국물을 우려낸 국이라고 해요.
진한 조개국물은 아니고 정말 맑게 연하게 우렸네요.
사실 맑은국물을 오마카세에서 제공받은 건 처음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평가내리기가 힘드네요.
어쨌거나 잘 먹었어요.
15. 보리새우 초밥
흔히 구루마에비(차새우)라고 일본에서 부르는 그 새우에요. 가끔 일본에서 괜찮은 돈카츠집 가면 파는 새우튀김이 주로 이걸로 만들어요. 도화새우나 이런 거에 비할 정도는 아니긴 한데 얘도 흰다리 같은 얘들에 비하면 꽤 비싼 축에 드는 새우라서...
두께에 비해 생각보다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단 맛이 초밥과 잘 어우러지는 맛이에요. 사실 흰다리새우 같은 걸 익혀서 초밥을 쥐어주시면 새우가 단단해서 밥은 넘어갔는데 입안에 왕왕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밥과 잘 어우러져 넘어가네요.
비싼 값을 하긴 하는구나 싶어요.
이것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6. 복어, 차조기잎 튀김
근데 이 집은 미묘하게 후반부로 갈수록 구운 거나 튀긴 걸 요리로 많이 제공하네요. 살짝 물릴 수도 있겠어요.
어쨌거나 복어튀김입니다. 살 자체에 큰 맛이 있는 생선은 아니지만 반대로 그 덕분에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튀긴거니 맛이 없지는 않아요. 다만 앞서 말했듯이 뒤로 갈수록 너무 구운거나 튀긴 거 위주로 요리가 나오니 혀가 살짝 피로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어쨌거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7. 성게소 군함초밥
보스턴 산 성게소를 사용한 군함초밥이에요.
오늘은 운이 좋았는지 성게소에서 나쁜 맛이 나지 않고 무난하게 달큰한 맛이 났어요.
김도 바삭한 게 맛있었구요.
뭐 이 가격대에서 북해도산을 바라는 건 무리고, 보스턴이나 캐나다산이면서 운이 좋은 판과 위치가 걸리길 기도해야죠 뭐.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18. 붉은미소국
붉은다시미소로 끓인 미소국이에요.
붉은 미소라 좀 더 깊은 맛이 있긴 한데, 정말 압도적 차이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입가심 용으로는 적절한 순서에 나와서 마무리 직전에 입을 가다듬는 용도로 잘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19. 초절임고등어 초밥.
이 집은 초절임고등어로 봉초밥을 만들진 않아요.
대신 쥠초밥으로 초절임고등어 초밥을 만들어서 주세요.
뭐 전 봉초밥이 더 좋긴 하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다른 맛이라 좋아해요.
초절임해 잘 가다듬어진 기름진 고등어의 맛은 상당히 맛있어요.
식감이 좀 단단하긴 하지만 초절임이니까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20. 붕장어 초밥
오마카세의 한 타임이 끝이 다가온다는 얘기죠. 붕장어에요.
가시를 잘 발라주셨어요. 뭐 가시 있어도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데 잘 발려져 있으면 기분은 좋으니까요.
양념도 적절히 달콤한 게 장어의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과 잘 어우러졌어요.
아 벌써 끋이 다가왔네요. 이제 디저트까지 3개 남았어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21. 달걀구이
달걀과 새우 다진 걸 넣어서 만드셨다 해요.
마가 안 들어가서 그런가? 좀 단단한 편이긴 했어요.
그래도 달콤한 게 맛있게 마무리... 가 아직 아니긴 했지만 후반부에 입을 가다듬는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아요.
이것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22. 김말이
다른 집의 화려한 후토마키와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거나 이것저것 들어간 김말이에요.
제가 먹을 부분은 제가 오이향 나는 걸 못먹어서 오이를 빼고 만들어 주셨어요.
박고지, 우엉조림, 생선살 등이 들어갔는데, 꽤 맛있게 먹었어요.
마무리로 먹기엔 좋았어요.
이제 식사는 끝이고 디저트만 남았어요.
이것도 잘 먹었습니다.
23. 녹차 테린느
디저트에요.
녹차를 넣어서 만든 테린느라고 해요.
위에 올라간 크림을 위에 잘 펴발라서 먹으라 하셔서 그대로 실행했어요.
녹차 향이 입과 속에서 퍼지는 게 생선 먹고 비린내 역류하는 거 막는데는 꽤 괜찮은 것 같아요.
맛도 물론 있었구요.
이걸로 식사는 진짜로 끝.
오늘 저녁으로 먹었던 오마카세는 여기까지에요.
제 예상보다 먹을 게 많이 나오긴 했네요. 전어는 초밥용 전어 철이 아니라(초밥용 전어는 철이 뺘가 무른 여름이라고 해요. 근데 전어초밥 사시사철 내는 스기타 같은 곳들은 일부러 철이 아닐 땐 특정 사이즈 미만의 전어 써서 뼈가 억세지는 걸 최대한 막는다고 해요.) 전어초밥을 맛볼 수는 없었고, 이소베마끼도 안나왔네요.
뭐 오마카세는 셰프가 구상한 걸 바탕으로 내주는 걸 먹는거니 그냥 아쉬운거지 그러면 안된다는 건 아니에요. 오늘은 이소베마끼를 할 만한 생선이 없었거나, 그냥 셰프 기분이 영 아니었던가, 추우니까 튀김이나 구이류를 많이 내서 따뜻한 느낌을 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니까요.
뭐 연이 닿으면 전어초밥과 이소베마끼도 언젠간 먹겠죠.
전어하고 이소베마끼 얘기는 이쯤 하고, 전체적인 평을 내려보자면
초밥이 약간 작은 편이긴 하나 전체적인 쥠새는 꽤 예쁜 편이고, 밥의 간이 다소 센 편이나 이는 안주용으로 쓸 것을 상정하고 만들었고(셰프분 인스타에 올린 과거 포스팅 중 밥 간과 관련된 내용이 있긴 했어요), 전체적으로 디너로는 무난한 오마카세가 아닌가 싶어요.
점심 먹은 게 소화가 덜된 채로 가서(서울의 봄 보고 1시 넘어서 점심을 먹었으니까요.) 입이나 배가 살짝 둔했던 게 아쉽긴 했지만, 뭐...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너무 길어지는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쓸게요. 다음에 봐요(아마 다음 글은 차Tea와 관련된 글이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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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먹기 최고! | 23.12.03 16:5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