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년넘게 석사중인 순수과학 대학원생임.
이제 논문도 마무리되어가고, 발표준비도 다 된 시점에서 센치해져서 끄적여봄
보통 순수과학 대학원생들 보면 크게 두가지 부류가 있었음
이 분야를 좋아하거나, 아님 흐름 타서 오거나.
나는 둘다 였던거 같음.
그럼에도 망설임은 있었지.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이니까.
그렇게 망설이던차에 교수님으로부터의 소개로, 파트타임이 가능하단 조건에 회사에 입사했는데, 교수님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복잡하긴해도 파트로 석사하면서 다니게됨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교수님과 책 작업, 일주일 하루는 대학원
그 와중에 특수한 위치에 있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세가지 생활을 이어나감.
사회 초년생에다 그 직장은 이업계에서 유명한 곳이었고 잡플래닛 1점대는 지금봐도 레전드인, 그만큼 인력교환이 빠른 곳이었음.
그렇게 케로베로스의 몸통이된나는 열정도 건강도 빠르게 닳아갔고
아침에는 커피, 낮에는 탄산, 밤에는 술로 나를 이끌고 나아갔음.
3대 600을 치던 몸은 순식간에 망가져갔고, 정신은 몸을 따라가고, 몸도 다시 정신을 따라 망가져갔음
그렇게 다니던 8개월차에, 2년후에 나를 상상해봤는데, 머리에 떠오르기도 전에 가슴이 답답해졌고, 1년만에 퇴사를 결심함. 결국 풀타임으로 들어가게 되고 나보다 유능한 후배들사이에서 우울과 열등감을 죽이며 지내다 늘 먹던데로 술먹다 응급실도 가서 술을 끊으라는 말을 들었을떼는 거세당한 기분마져 들었음. 내 얼마없는 즐거움이니.
그렇게 졸업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것도 쉽진 않았음.
현재하는게 4번째 연구임.
그 전 3번째는 도저히 석사과정급이 아니었고, 국내에는 나밖에 하는 사람이 없어 조언도 재료도 다 내가 구해야했음.
이번 4번째도, 교수님한테 몇달을 알려드리면서 이해시켜드렸고, 아직도 다 이해를 못하심.
교수님은 방임주의시고 주제는 우리가 정해야했음.
들어오는 과제는 내 연구주제랑 전혀 상관 없는것돌이었고, 그거와는 별도로 연구를 진행해야했음.
그래도 수준급 연구를 요구하셨기에, 매학기 졸업주제가 반려당하며 초조해지기 시작함
나보다 먼저 들어왔고, 이런마음 가지면 안되지만 나한테 조언을 구하러오고 나보다 더 배운것도 아닌데 졸업하는 타 실험실 아이들을 보면 언제부턴가 참담해져서 졸업식도 안가게됨.
간신히 이번 주제가 허락이 떨어지고 나선, 진짜 인생에서 가장 적극적이였던거 같음.
우리나라에 해당주제 조언을 얻을 사람이 없으니 (가시거나 은퇴)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독일 슬로바키아 홍콩등 관련 연구자들에게 수소문하게 되었고 간신히 영국 쪽에 연락이 닿고 자료를 얻게되었는데,
이게 100년 퀘스트 였음. 농담이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말은 못하겠지만, 순수과학쪽은 그쪽 연구자가 없으면 버려짐. 그렇기에 응용쪽은 그냥 옛날꺼 이어서 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장대한 1세기 이상의 역사...이건 얘기하면 골치아픔. 나도 다 이해하는데 반년이 걸렸고, 실시간으로 계속 문제가 발견되고 있음
논문쓰는거, 많이 어렵더라.
논문스트레스, 실연, 술이 겹쳐 다시 병원에 가고, 그와중에 죽기직전에 충수수술도 하고. 코로나 독감 등등 이게 반년사이에 몰아치니 쉽진 않았음.
그래도 나를 버티게해준건 진부하지마는 가족이랑, 그래도 가족인 실험실 사람들, 그리고 내가 결국에는 이걸 좋아한다는 사실과 아이러니하게도 교수님이었음
위에만 보면 교수님이 나쁜 분같겠지만, 아니야. 그냥 학자셨어.
학자로써의 교수님은 빛이나시더라. 다른 가짜들하고는 다르게.
그저 조금더 적극적으로 미리 알려주셨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그래도 요 반년동안 학자로써의 철학, 테크닉, 지식을 진심어리게 심어주심.
교수님이 있으셔서 나같은 석사과정 나부랭이가 이런주제 감당이 된거겠지. 없었으면 자퇴했을거임.
다른 대학원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어. 다들 너무 다른 세상이야.
누구는 월급받고 누구는 못받고
누구는 2년만하고 누구는 수료라도 간신히 누구는 우리처럼 다 3년이상.
누구는 과제따라 졸업논문, 누구는 나처럼 독자 연구
그래서 만일 내 경험담이 필요하더라도 도움될지도 모른겠음. 가뜩이나 아직 석사도 아닌데.
난 졸업하면 박사과정알아볼거고, 지금처럼 유게 들락날락할거임
나도 행복했음 좋겠고, 다들 행복했음 좋겠다.
또 다른 유게글에서 봅시다
(IP보기클릭)210.96.***.***
3년차 석사라니 뭔가 꼬였네 대학원은 교수 잘만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 미리 열심히 컨택하고 알아봐야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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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석사라니 뭔가 꼬였네 대학원은 교수 잘만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 미리 열심히 컨택하고 알아봐야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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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좀 유명함. 십 몇년만에 석사 하신 선배도 계심. 중간에 나갔다 돌아오신거지만. 내가알기론 20년안에 2년 석사 없으심. 박사는 한 손 안. | 24.05.11 04:5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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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중에 기초과학 쪽인가보네 박사까지는 당연히 해야 인정받을수 있는데 본인이 학문을 정말 사랑해야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 아무튼 화이팅 하길바람 | 24.05.11 04:5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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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4.05.11 04:5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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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박사박사 하고 울면서 유게해야지 | 24.05.11 04:5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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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5.11 04:5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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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조진 것 같고 지금 가는게 맞는지 몰라도 살아보면 다 답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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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나온 발자국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이정표이며 나의 나침반 바늘이길 빌며 한글자 한글자 나아갑니다. 누군가의 바늘을 나의 이정표로 삼으면서요. | 24.05.11 05: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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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그랬지 ㅋㅋ 하는 미래가 왔음 좋겠으요. | 24.05.11 05:0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