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소감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리뷰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보시고,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내용에 대해서도 좋고, 맞춤법에 대해서도 좋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ㅎㅎ.. (글에서 깬 시간대는 10분 전입니다!)
들어가기 전
10분 전, 전 이 게임을 깼습니다. 그 때 밀려왔던 기분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었죠. 소감을 말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고, 마침 나중에 있을 대학교 글쓰기 과제도 있겠다, 미약하게나마 키보드를 들게 되었습니다. 다소 필력이 좋지 않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ㅎ...
몰래 산 첫 콘솔 게임
저는 콘솔 게임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 닌텐도DS가 나왔을 때, DS로 마리오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밖에 안 들었고,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해도 언제나 돌아오는 건 안 된다는 말 뿐이었죠. 그런데 몇년 후 저는 대학생이 되었고,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방에는 노트북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심심했던 건 변함없었고, 콘솔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커져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젤다의 전설 야숨이 2년 전에 GOTY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건 해봐야겠다.' 그 후 부모님 몰래 스위치와 야숨을 사서 방에 갖다 놓게 됐고, 그것이 저의 첫 콘솔 게임이자 오픈 월드, 닌텐도 게임이었습니다.
초반 '젤다크소울'. 이 악물고 버티다.
>실제로 캡처한 초기 시작 화면.
이 게임을 처음 켰을 때, 처음엔 조금 제가 너무 콩깍지가 씌여서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초기 화면을 보니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은하철도 999를 타고 멀리 떠나갔습니다. 광활한 대지, 숲, 화산.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초보 링크. 그때서야 게임 한 번 잘 샀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제 시간으로 몇 일간은 멘탈이 깨질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어? 왜 몬스터 방망이 한 대에 죽어?"
"어? 링크가 추위를 타네? 뭘로 덥혀줘야 하지?"
"어? 달리면 횃불이 꺼지네? 이러면 진행을 못 하는데?"
수많은 의문과 그 위를 달리는 수십 번의 Game Over 창.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창이었죠. 그 때 '내가 지금 지옥에 와버렸구나.'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제서야 전, 오픈 월드 장르를 처음 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어디로 가세요' 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게임은, 야숨이 처음이었던 겁니다. 이때 너무 많이 죽어서 '내가 못 깨는 거 아닌가, 다시 팔아야 하나..' 라고 속으로 계속 되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죽으면 죽을수록,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 대신 이 게임도 못 깨면 내가 뭐가 되겠느냐는 분노가 느껴졌고, 다소 지름길이더라도 초반 공략을 보면서 게임을 이어나갔습니다. 공략 거의 대부분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죠.
"초반만 버티세요! 그러면 됩니다!"
그리고 꾸역꾸역 나무에서 사과 따고, 구워서 먹고, 생으로 먹고, 나뭇가지로 몬스터 잡고, 몬스터 무기 뺐어서 잡고, 사당 찾아서 증표 받고 구른 결과, 방한복을 얻었고, 여신상에 가서 하트 1개를 올리기까지 왔는데, 이상하게도,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도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이, '젤다크소울' 이란 어려운 게임에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라는 어렵지만 재밌는 게임이 되는 때였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탑 올라가는 것이 하나의 재미로.
처음에 지도를 보니, 시작의 대지 말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공간은 많은데 지도가 안 보이는 답답함. 어쩌겠습니까, 일일이 올라가서 열어야지요. 하지만, 짜증이 계속 나진 않았습니다. 탑 올라가는 것도 재밌었거든요. 특유의 탑 여는 음악과 시커 스톤에서 맵이 열리는 모습. 은행에서 저축하는 돈 바라보는 기분이였달까요? 단순히 맵을 밝히기 위해 탑을 올라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깨알같은 재미와 뿌듯함이 존재했었습니다.
사당 찾기, 수련회 오리엔티어링을 떠올리게 한다.
초반에 왜 죽었는가? 답은 간단했습니다. 하트가 없어서. 사당을 4개 찾아서 증표 모으면 하트 또는 스테미나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사당은 너가 찾아야지. 여기 스톤에 좌표 찍었으니까 찾아 봐! 초반에는 이 좌표가 저를 귀찮게 만들었다면, 중후반에는 훌륭한 보물찾기 게임이 되어주었습니다. 중학교 수련회 때 필수 코스였던 오리엔티어링이 생각납니다. 그 때도 이렇게 목표 지점까지 가는데 지도 쥐어주고 가라 그랬는데, 사당 찾는 게 오리엔티어링보다 더 쉽고, 심지어 내용도 더 다양했습니다. 퍼즐, 가디언 1대1 캐삭빵 등의 내용물은 모험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가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시커 스톤의 능력, 버릴 게 없네?
단순히 시커 스톤이 맵만 알려준다면, 그냥 지도를 보는 게 낫겠죠. 시작의 대지에서 스킬을 스톤에다가 입력해주는데. '리모컨 폭탄', '마그넷 캐치', '타임 록', '아이스메이커', '사진기' (DLC는 안 했으므로 생략) 가 그런 것들이죠.
하나도 버릴 게 없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사당 여는 데 필요하고, 보물상자와 코로그 찾는 데 필요하고, 강 건너는 데 필요하고. 심지어 적 공격 막는 데에도 쓰니, 그야말로 맥가이버 칼 같은 야무진 스킬들이어서 RPG겜에서 가끔 느낄 수 있는 스킬의 공허함이 느껴지지 않아 게임을 좋아하는 데 한 몫 했습니다.
무기 내구도는, 붉은 달로 커버한다!
다른 젤다 게임을 하지 않아서 잘은 몰랐었지만, 이번 게임에서는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무기에 내구도가 생겨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말을 전에 들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싸우다가 무기가 깨진다는 점은 처음의 저를 많이 당혹스럽게 한 시스템이었지만, 다시 몬스터나 가디언, 그리고 마을에 있는 무기를 리셋시켜주는 '붉은 달' 이 존재한다는 것을 앎으로써 걱정이 확 줄었습니다. 무기를 많이 모으고 있다가 부서지면 다른 거 쓰고, 그렇게 몬스터를 잡다 보면 달이 떠서 다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반복되지만, 내구도 문제를 커버쳐주는 해결책이어서 제작자가 치밀하게 의도한 게 아닐까 하는 장난스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드라마식 연출로 맛깔나게 버무린 스토리, 그리고 플레이어를 한 방에 흥분시키는 젤다의 마지막 대사
가장 경이로웠던 부분이었습니다. 클리어 후 전체 스토리를 다시 훑어보니 100년 전에 가논이 부활한다는 예언으로 인해 가디언과 신수들로 준비를 했는데 가논이 다 타락시켜버려서 마지막 희망인 링크를 사당에 안치해 놓고 100년 후에 깨어난 링크가 가논을 물리치고 기억을 되찾으러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야기 자체는 동화나 소설에 나오는 스토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스토리에 금방 빠져들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저는 드라마처럼 이야기를 기억으로 나누어 각각의 추억의 장소에 놓아 다음 기억을 궁금하게 만드는 연출 방식 때문인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왜 젤다가 내면에서 괴로워하고 있는지, 1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링크와 젤다는 어떤 사이였는지를 장소마다 나눠서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면 찾으러 가 보라는 식인 거죠. 그리고 이렇게 기억을 찾으면서 링크는 신수를 해방시키고, 영걸들의 사정도 조금이나마 알게 됩니다. DLC에선 더 추가됐다고 하던데 만약 산다면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최종보스전에서 나오는 젤다의 대사는, 제 가슴을 흥분시키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맥스가 연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장된 표현일수도 있겠지만요.) 마지막 가논 보스 2페이즈인 마수 가논의 눈을 화살로 막타칠 때, 저는 컨트롤이 별로 좋지 못해 고생을 좀 했습니다. 말이 갑자기 안 보여서 허둥지둥했었고, 슬슬 불안한 마음이 들기 전 바로 그 때, 젤다가 힌트를 줍니다.
"링크, 상승 기류를 이용하세요!"
곧바로 리발의 용맹으로 올라가서 화살을 조준하고 슬로우 모션일 때, 다시 젤다가 대사를 칩니다.
"링크, 가논을 쓰러뜨려 주세요!"
그 때의 벅참과 배경음악은, 화살을 맞추고 나서 무슨 배틀그라운드 솔로로 치킨 먹은 것마냥 저를 방방 뛰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긴 합니다만, 게임하면서 흥분했던 적은 오랜만인 거 같았습니다. 그만큼 최종보스전 연출은 좋았었고, 엔딩 또한 좋게 끝을 맺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끝마치며
물론 이 게임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존재합니다. (붉은 달이 뜨더래도 힘들긴 한 내구도, 초보 분들에겐 너무 가혹한 초반 하트 3개, 몇몇 지역에서의 프레임 드랍 등) 그래도 저는 이것을 버티고 탐험한다는 기분으로 즐기다보니, 어느새 방어구 풀강하고 염색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DLC를 살지 말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이 게임은 오랜만에 저를 기분이 뻥 뚫리게 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게임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덧말
젤다는 100년동안 가논이랑 싸우다 정들지 않았을까요... 링크가 온다니까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었던 건 아닐런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