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MMORPG들에서 레벨이란, '경험치', 즉 '수치화된 경험과 진행도'의 집합으로 만들어지는 것.
하지만, 단순히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게임을 진행시키는 현대 RPG에서 레벨과 경험치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
레벨이라는 것이 퀘스트를 여러개 클리어하며 게임 대부분의 컨텐츠를 겪어온 캐릭터에게, 아이템과 스킬 이외에 캐릭터의 가치와 각종 자격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써 기능한다는 사실은 아주 명확하다.
그렇다면 레벨은 그저, 캐릭터의 강함을 나타내는 수치로써만 존재한다는 것인가?
그럴 뿐이라면 아이템이나 체력 등, 겉으로만 보아도 보여지는 것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 않는가?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의혹은 현대 MMORPG에서의 레벨이, 그저 D&D 시절에서 시작하여 사냥 노가다만이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과거 MMORPG 시절에서의 형식을 와우 이후에 퀘스트로 진행되는 게임 과정에까지 무리하게 끌어와 그 겉모습만 유지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과연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 묻고자 싶은 것은 아니다. 그저 수단으로써의 효율에 의심이 갈 뿐이다. 분명 이런 모습을 한 현대 RPG라면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을텐데.
고전 오픈월드 RPG라고 볼 수 있는 포켓몬의 경우(포켓몬이 과연 현대 MMORPG와 상충하는 부분들이 있는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MMORPG에서의 레벨의 기능(엔드게임 컨텐츠에 입문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장치가 있다.
바로 배지를 8개 모으기 전까진 리그에 도전할 수 없고, 그 배지들을 모으기 위해선 해당 게임 버전의 전 지방을 돌아다니며 체육관 관장들과 그들이 링크되어있는 이벤트들을 클리어해야 비로소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포켓몬 하나하나의 레벨이나 성장이 아니라, 유저 그 자체인 트레이너의 전반적 게임 진행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퀘스트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오는 각종 이벤트들을 클리어하며, 게임 내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레벨을 올려 만렙을 달성해야 엔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자격'을 얻게되는 현대 MMORPG와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그저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히 레벨이 오르며, 그 사이사이에 부족한 레벨(경험치)을 노가다와 던전 진행으로 메꾸는 식으로
플레이하도록 되어있는 현대 MMORPG에서도 포켓몬의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레벨업을 통한 만렙 달성과 퀘스트를 통한 스토리의 진행, 그 두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방황하고 있는 현 시스템을 바로잡아, 이미 레벨업보단 퀘스트가 주가 되어버린 현 MMORPG의 방식에 걸맞게 조정하는 것을 말이다.
게임 내 지역 전역에 '챕터' 형식의 여러 지역과 이벤트들을 깔아두고, 그 중 일정한 수 이상의 챕터/지역을 클리어하면 진정한 의미의 '만렙', 즉 '게임에서 요구하는 일정 컨텐츠들을 경험한 자'로써 엔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
가능하다면 그 챕터/지역들을 유저가 원하는 순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원하는 것들만을 입맛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유저들 개개인이 게임을 진행하며 겪게되는 경험들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오픈월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 레벨 시스템의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라고 보여지는 아이템과 스킬 등의 '요구조건'으로써의 기능은, 챕터 내 퀘스트들의 보상으로 소비 가능한 스탯을
주고 그것을 입맛대로 사용하여 목표하는 아이템/스킬의 요구 스탯을 맞추도록 한다면 해결된다.
과거의 RPG들과는 너무나 다른 현대 MMORPG에서의 '레벨링 컨텐츠'와 '엔드 컨텐츠'의 구분의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형식을 깨부수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 이것이 현재 고착화된 MMORPG 형식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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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가입해서 글을 써봅니다.
예전부터 범람하고 있던(요즘은 살짝 누그러들었다곤 하지만) 포스트와우 MMORPG들을 보며 가졌던 의문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게임 기획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써 현 게임시장의 세태를 보며 혼자 생각하던 것들이었는데, 아무래도 루리웹 분들은 진지한 피드백을 해주실 거라 생각해 정리해서 가져와봤습니다.
다양한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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