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9일,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이틀 간의 일정으로 ‘VR 엑스포 2017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게임뿐 아니라 영상, 의료, 건축, 마케팅, 테마파크,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가 참가해 최신 동향을 발표했는데, 그 중 ‘Let’s Play with Nanai!’(나나이짱과 놀자! 이하 나나이)의 인디 개발사 VRJCC가 진행한 ‘일본의 성인 VR 게임 개발 및 시장’에 관한 강연을 들어 보았다.
먼저 단상에 오른 프로그래머 ROBA는 게임에 사용된 기술을 소개했다. 특별 게스트라며 본작의 컨트롤러를 보여준 그는 나나이 개발을 위해 유니티 엔진, MMD4메카님, 컨트롤러와 PC를 연결하는 시스템, 퍼셉션 뉴런 및 캐릭터 모션과 표정을 관리하는 오리지널 스크립트 포맷, 특화된 카메라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컨트롤러는 당시만 해도 오큘러스 리프트나 바이브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라 스마트폰을 이용하기로 결정했고, 특정 소프트웨어 없이도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웹브라우저에서 자이로와 가속도 데이터를 웹소켓으로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캐릭터의 포즈는 스마트폰의 각도에 따라 변경되는데 마음대로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 60도 이상에서만 적용되며, 다익스트라 알고리듬에 의해 전환되는 포즈는 현재 5종에 불과하지만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또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향후에는 오큘러스 터치나 바이브 컨트롤러를 튜브에 장착하여 연동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모션 캡쳐는 퍼셉션 뉴론이라는 비교적 저렴한(1600 달러) 솔루션을 활용, 비록 절대 좌표는 검출하지 못 하지만 관절의 접지점과 손바닥, 발바닥만 찾는 식으로 운용했다. 그리고 모션 편집에는 마야 대신 무료로 이용 가능한 미쿠 미쿠 댄스, 유니티로 모션을 가져오는 데는 MMD4메카님을 사용했다.
퍼셉션 뉴런의 단점은 모션에 노이즈가 많다는 것과 접지점이 적다는 것인데, 모션 노이즈에 대한 대책으로는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제품의 배제, 접지점 부족에 대해서는 접지점을 골반에서 등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대처했다. 또 접지면이 겹치는 문제는 모션을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했으나,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해결되지 않는 모션은 하나하나 손으로 수정하는 수 밖에 없었으며, 여기에만 몇 주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카메라의 경우 일반 VR 카메라는 좌우 전환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비해 상하 전환 시에는 카메라의 경계면에서 일그러짐이 발생한다. 하지만 본작에 사용된 성인용 VR 카메라는 전방의 상하만 주시하게 되는 성인용 VR 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시선의 상하 이동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은 프로듀서이자 VRJCC의 대표인 Kaicho의 순서였다. 일본의 성인용 VR 시장이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는 실사 형태와 보다 적극적인 인터랙션이 가능한 3DCG 게임으로 분리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성인용 VR 영상의 경우 길이가 15분 내외에 불과하지만, DMMVR은 2주 동안 20만 개 이상의 영상을 판매했고, AfestaTV는 무비 데이터에 특수한 신호를 추가하여 VR+1D를 구현했으며, HBOX는 바이노럴 사운드를 적용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3DCG 성인 VR 게임의 경우 10편 이하에 불과한 상황인데, 이는 고가의 VR 디바이스와 PC를 구입해야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예상한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의 일본 내 판매량은 1만대 이하. 작은 마켓 규모로 인해 ‘VR 그녀’ 외에는 기존 게임에 패치를 덧씌운 형태라고 한다. 인디에서 접근하려 해도 장비와 개발툴 구매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는 관계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실사의 경우 거의 동일한 카메라 각도와 상황 하에서 배우가 혼자서 모든 것을 연출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3DCG 게임은 각도와 거리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나나이를 만들면서 느낀 문제점으로 외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한 그는 양손에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 게임을 플레이 하기가 쉽지 않아 전용 컨트롤러를 만들었으며, 캐릭터와 플레이어 사이의 거리와 각도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VR 게임의 특성 상 거리, 방향에 변화가 없어야 하는 바이노럴 레코딩은 적합하지 않다고 밝히고, 사운드의 실시간 랜더링을 위한 SDK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단, 그런 기술에 익숙한 디렉터와 프로그래머가 아직 많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여, 게임 내 상황을 하나로 제한한 후 바이노럴 레코딩을 적용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무게 및 착용감 때문에 장시간 사용의 어려움을 지적한 그는 플레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토리와 설정을 쳐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미디어 믹스 전개를 생각하면 무척 아쉬운 대목이지만 나나이를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시뮬레이터로 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아래는 Kaicho와의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일본의 성인 VR 게임 시장은 어느 정도 규모이고, 나나이의 판매량은 얼마나 되나?
VR 전용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나나이와 VR 그녀가 전부이다. 커스텀 메이드 같은 경우 누적 10만 개 이상 판매된 것 같지만 VR 전용이라고 보기는 애매해서… 나나이는 5천 개 정도 팔렸는데, 이 역시 패키지 안에 각 5분 분량의 VR 무비 데이터 3종이 포함되어 있어서 HMD가 없어도 콘텐츠는 즐길 수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미루어 볼 때 일본의 PC용 VR 성인 게임 판매량은 수 천 개 정도 규모가 되지 않을까 싶고, 인디 게임의 경우 보통 론칭 초반에 대부분의 매출이 나오는데 비해 나나이는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여성을 위한 성인용 VR 콘텐츠 시장은 없나?
오래 전부터 우리도 생각을 했으나, 작업 리소스가 부족해서 이행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하이엔드 PC VR 기기 도입 시점이 다소 늦기도 하지만, 여성들이 원하는 성인용 게임에는 남성 간, 이성 간, 자신이 남성 역할을 맡는 것의 세 가지 부류가 있는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 첫 번째이다 보니 굳이 플레이어의 인터랙션이 필요할까 하는 점도 문제인 것 같다.
● 일본 내에 성인용 VR 게임을 만들고 있는 업체가 어느 정도 되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는 거의 없는 것 같고, 동호회 수준으로 취미 삼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