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버스터, 죄송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누리웍스 진치윤 실장(좌)과 최준 대표(우)]
최준 : 진 실장과 나는 2012년부터 와일드버스터와 함께 해왔으며, 개발 업무는 프로젝트 관리 외에 그래픽 부분의 전반적인 작업 및 실무, 즉 원화, 일러스트, 모델링 등을 담당하고 있다. 와일드버스터 일정이 늦어지게 만든 주범인 동시에 지금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아트워크까지 맡고 있다 보니, 팀원들 그리고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유저 분들께 정말 죄송스럽다. 일단 유저 분들께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싶고, 이제껏 큰 이탈 없이 개발팀을 지켜주고 있는 동료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진치윤 : 대표님과 함께 게임 업계에서 일 한 지 어느덧 15년 정도 되었다. 사내에서 영어를 가장 잘 한다는 이유로 기획 업무와 해외 사업 쪽 일을 병행하고 있고… 여담이지만, 2013년 지스타 B2C 부스에 나갔을 때 데모를 플레이 했던 중학생이 올해 군대 간다는 글을 올리는 것을 보고, 새삼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느꼈다.
● 지난 7월 루리웹과 개발팀이 가진 인터뷰에서는 2016년 연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최 : 이야기를 길게 해봤자 변명 밖에 안 될 것 같으니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기획적인 부분에 있어서 미진했던 부분, 그리고 서버 안정성 검증을 위한 퍼블리셔와의 연계 작업 등으로 인해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 작년 11월 실시된 파이널 테스트에 대한 감상은?
최 : 한 캐릭터를 만렙까지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이틀 정도로 보았는데, 테스트에서는 4시간 만에 달성자가 나오더라. 그래서 설계를 밑바닥부터 다시 했다. 그리고 운영 정책이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인지 5:5 PvP나 레이드 같은 다른 콘텐츠의 테스트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쉬웠다.
참고로 5:5 PvP인 프리포올은 론칭 시점의 만렙 콘텐츠이고, 길드 콘텐츠로 10:10 PvP인 스쿼드리그 길드전과 인원 제한 없는 전면전을 계획하고 있다. 본작의 장르가 핵앤슬래시 MMORPG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육성보다는 PvP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진 :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편의성 및 UI에 대한 불만도 많이 나와서 이를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부분은 오픈 이후에도 계속 수정, 보완해나갈 생각이다.
● 계속해서 보완, 발전하고 있는 게임 시스템과 달리 일러스트 쪽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최 : 역시 변명 같지만 작업량이 많아서 완급 조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업무가 3중, 4중으로 걸려 있는데 원화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정해져 있다 보니, 유니크 NPC만 400개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부분은 책임자로서 잘못했다고 사과를 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덧붙여 빠른 속도로 여러 명이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다 보니 인게임 그래픽이 현재 트렌드에 비해 뒤쳐진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진 : 일러스트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국내의 경우 불호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비해, 해외에서는 너무 한국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최 : 그렇다고 해도 예쁘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웃음). 개인적으로는 아트워크의 방향성을 하나로 통일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천편일률적으로 예뻐 보이는 것보다는 개성 있는 편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의 판단 기준이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언어에도 여러 가지가 있듯이 세계관을 잘 살릴 수 있는 비주얼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 들여주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양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팀 내부에서 제작한 피규어]
최 : 그 일러스트는 내가 배경을, 원화 팀장이 캐릭터를 담당했다.
● 정식 서비스에 추가되는 스쿼드리그 길드전과 오픈 필드 수송 차량 이벤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진 : 론칭 시점에 필드 거점 4개가 오픈 되는데, 난이도 2까지 돈 후 난이도 3에 들어 가면 일정 시간마다 거점에 물자를 호송하는 호송차가 등장한다. 이를 한쪽 진영은 공격, 상대편 진영은 방어하는 미션이 벌어지는 것이 오픈 필드 수송 차량 이벤트이고, 괜찮은 보상을 지급하기에 필드에서 난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쿼드리그 길드전은 5:5에서 인원수를 10:10으로 늘리고, 길드 콘텐츠 답게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길이 단방향이 아닌 세 갈래로 나뉘어 있어 전략성이 가미된다.
최 : 디펜스가 원래 하나였는데 거점 별로 다양한 상황이 추가된다. 예를 들면 물자를 수송하던 기차가 수리될 때까지 방어한다든지, 데이터를 해킹하는 시간 동안 특공대를 지킨다든지, 민간인들이 수송 헬기에 탑승하는 동안 방어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진 :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거점에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된다. 난이도 1에는 14~15개 정도인데, 난이도 2에서는 거점 별로 1개씩 추가되고, 난이도 3에서는 레이드, 디펜스 및 엔드 콘텐츠가 오픈 된다.
● 이 외에도 파이널 테스트 이후 개선점이 많다고 들었다.
진 : 론칭 이후 빠르면 2주 안에 가디언즈와 어밴던 진영에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고, 하우징에 해당하는 개인 내무반이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또 파이널 테스트까지 아이템 드랍이 없어서 성취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정식 서비스에서는 아이템이 많이 드랍 될 것이다. 대신 임무 배지를 모아서 교환하는 기존의 아이템 입수 방식은 등급이 레어급으로 상승할 것이다.
최 : 아이템 외에 탈 것이나 펫도 임무 배지로 구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서, 시간만 좀 들이면 과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 과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과금은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가?
진 : 초반 과금은 이동 속도를 높이는 탈 것과 펫 등 편의성 위주로 되어 있다.
최 : 스킨이나 코스튬에 대한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금으로 인해 게임 밸런스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 결국 직접 퍼블리싱을 선택했다. 이유는?
최 : 솔직히 말하면 선뜻 나서는 퍼블리셔가 없었다. 대형 퍼블리셔들과 접촉을 해봤으나 그래픽에 대한 불만, 비주류 장르에 대한 부담, 떨어지는 완성도 등의 이유로 거절 당했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도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비스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어서 직접 서비스를 결정했다.
● 대표의 입장에서, 와일드버스터의 국내 흥행 목표를 알려달라.
최 : 가능한 잘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2개 서버에서 유저들이 원활히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동시 접속자가 2-3천명 정도만 되면 행복할 것 같다.
최 :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 뿐이고, 초기 유저가 적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인 만큼 초기 동접이 2-3천만 되면,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확장을 통해 유저를 계속 늘려 나갈 수 있다.
● 지난 인터뷰에서는 해외 서비스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진 : 여전히 마찬가지다. 와일드버스터의 비주얼에 끌려서 접촉해온 해외 퍼블리셔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KPI(핵심 성과 지표)를 요구하더라.
최 : 해외 퍼블리셔 중에는 스팀을 통해 다국어 서비스를 하자는 곳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니 어떻게든 국내 서비스를 먼저 하고 싶었다. 국내는 국내고, 해외는 그쪽 유저들이 요구하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을 생각도 없다.
● 과거 PC 버전 서비스가 안정화 된 후에는 서버를 공유하는 태블릿 버전을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과연 언제쯤이 될까?
최 : 지금도 태블릿에서 잘 돌아는 가는데, UI와 조작이 문제다. 그런 부분만 변경하면 되지만, 일단은 PC 버전이 목표를 충족시켜야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 가능할 것이다.
진 : 태블릿 서비스 전에 패드 지원이 먼저일 것 같다.
● 스마트폰 성능과 디스플레이도 많이 향상된 상태이다. 태블릿이 아닌 모바일 버전의 제작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최 :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 다른 스타일로 바꾼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해야겠다는 명확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지금은 PC에만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티 엔진에 리소스도 가볍기 때문에, 모바일에서도 현재의 데이터를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는 하다.
● 요즘은 콘솔 게임을 만드는 국내 업체도 점점 늘고 있는데, 이쪽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최 : 그렇다. 만일 와일드버스터를 콘솔로 만든다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같은 세계관 하에서 TPS나 FPS의 형식을 빌린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MMO보다는 싱글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그런 게임. 하지만 여력이 없다 보니 내부에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끝으로 오랜 시간 와일드버스터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대표로서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최 : 우선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고… 해가 갈수록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지만, 기대 없이 플레이 했다가 막상 접해보니 재미있는 그런 게임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1년 최준 대표가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