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숙, 게임 패키지에서 내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던 중 전작에 이어 후속작인 ‘피리스의 아틀리에 ~신비한 여행의 연금술사~’의 한국어 버전 오프닝 역시 그녀가 맡게 되었다는 정보를 입수, 디지털터치의 협조를 얻어 DSP 미디어 사옥에서 오프닝 테마 녹음 후 메이킹 영상을 촬영 중이던 그녀와 짧게나마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첫 질문으로 ‘루리웹에 대해 알고 있나?’라는 것 보다는, ‘루리웹을 언제부터 알았나?’라고 묻고 싶다.
직접 게시물을 올린 적은 없지만, 콘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할 때부터 눈팅을 하기 시작했다. 또 팬 분들이 루리웹에 제 이야기가 올라왔다고 링크를 걸어 보내주시는 경우가 있어서, 루리웹 이용자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본업이 블로거이고 취미가 아이돌'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잠깐 둘러 봐도 블로그에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나더라. 그런데 게임 카테고리를 따로 뽑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렇게 게임과 연을 맺게 될 것을 기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처음에는 게임에 관한 정보를 정보란에 올렸는데 쓰다 보니 좋은 정보들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 별도의 공간을 만들게 됐다. 개인적으로 팬 분들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도 알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당시만 해도 이렇게 포스팅을 많이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 남자 연예인들 중에는 자신이 게이머임을 밝힌 사례가 꽤 있으나, 여자 연예인들은 잘 노출하지 않는 편인데…
나 같은 경우 어릴 때부터 많은 게임을 해서, 게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반 친구들 사이에 PC를 장만하는 것이 일상화 되서 저학년 때 벽돌깨기로 시작해 고학년에는 PC 온라인 게임을 접했고, 이후 다양한 게임 포털이 생겨 꾸준히 게임을 즐겨왔다.
● 소피의 아틀리에에 이어 피리스의 아틀리에로 다시 한번 콘솔 게임과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에 대한 소감은?
너무너무 행복했다. 왜냐하면 게임 패키지에 내 목소리가 들어간다는 것이 참 좋았는데, 또 다시 다음 작품에 참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소피의 아틀리에를 재미있게 플레이 해서 더욱 좋았다. 게임 CD를 넣었을 때 내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그 짜릿함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 피리스의 아틀리에 오프닝 원곡을 들은 느낌과 이를 어떻게 소화했는지도 궁금하다.
처음 원곡을 들었을 때 소스가 좋아서 그런지 참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지만 희망에 찬 느낌이랄까? 그리고 원곡이 있는 경우 이를 다시 부르면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게 되기 마련이라, 원곡을 많이 듣고 그 감성을 따르려 했다. 소피 때는 조금 내 스타일에 맞춰 밝게 바꿔봤는데, 이번에는 원곡의 감성을 따라가면서 개성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 지숙씨라면 소피의 아틀리에에 참여하기 전부터 ‘아틀리에’ 시리즈에 대해 알고 있을 듯한데, 실제로는 어떤가?
당시는 콘솔 게임을 많이 할 때가 아니었던 터라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지만, 아틀리에 시리즈가 인기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소피의 아틀리에 노래를 녹음하게 되면서 검색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더라.
● 검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게임에 대해서는 주로 어떤 것을 검색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영상미를 중시해서 게임 영상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디아블로 3 인트로 영상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처럼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열광하는 모습이 보기도 좋고 나도 즐겁다.
● 다른 매체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자신이 모델이 된 게임은 꼭 해본다고 답했던데, 소피의 아틀리에는 얼마나 플레이 했나?
플라흐타가 사람이 되었으니 엔딩 볼 때가 다 된 것 같다.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실은 PS4 하드 디스크를 교체하다 세이브 데이터에 말썽이 생겨서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 해야 했다. 한참 진행한 세이브 데이터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을 때는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더라. 여담이지만 지금도 PS4에 소피의 아틀리에 디스크가 꽂혀 있다.
● 아틀리에 시리즈를 한 마디로 묘사한다면?
잔잔하고 길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풀숲이 보이면 뛰어 가서 채집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예쁜 옷도 입어 보고, 여행 다니는 느낌도 들고… 싸우는 모습까지 예뻐서 죽을 때도 아름답게 죽더라. 그래서 임신부가 하기 좋은 게임이 아닐까 싶다(웃음).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임신 후 노래도 듣기 좋고, 그림도 예쁜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분을 본 적이 있다.
● 지금까지 플레이 해본 게임 중 ‘내 인생의 게임’이라고 할 만한 타이틀과 좋아하는 캐릭터는?
나에게 인생의 게임이라고 하면 대략 두 가지 정도가 나오는 것 같다. 하나는 매장에서 게임을 구입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롤러코스터 타이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내 손에 뭐가 들려있는 편이 더 만족스럽다. 또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라고 하면 별 게 다 되지 않나. 사람도 물에 빠뜨릴 수 있고(웃음). 지금도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생각하면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다.
또 하나는 바람의나라이다. 그 당시 학원과 PC방을 오가며 열심히 플레이 해서 현실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어도 게임 속 도토리처럼 주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게임을 통해 온라인 게임의 참 재미를 알게 됐는데, 훗날 레인보우가 바람의나라 CF를 찍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소피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노래를 불러서인지 마치 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피리스의 아틀리에에는 소피가 20살 숙녀가 되어 나온다고 하니 어떨지 기대가 된다.
● ‘나 혼자 산다’를 보니 하루를 참 바쁘게 보내더라. 게임 플레이 시간은 평균 어느 정도 되는가?
게임 플레이 시간은 평균 내기가 어려운 게, 마음 잡고 하면 하루 8시간 씩도 하지만 전혀 못 할 때도 있다. 언제 한 번은 소피의 아틀리에를 무심 결에 틀었다가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플레이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30분 정도 밖에 못 할 것 같다면 감질 날 것 같아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새벽에 게임을 하다 보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릴 적에는 밤에 몰래 게임 하다 엄마에게 걸릴까 봐 화면을 끄기도 했는데, 지금은 소파에 누워 맥주 한 캔을 옆에 놓고 자유로이 플레이 할 수 있으니까. 이 행복감을 공유하고 싶어서 블로그에도 올리곤 한다.
● '능력자들'에 나온 것도 봤는데, 마치 맞춤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본인은 어땠나?
나 자신도 무언가를 좋아하면 열성을 다 하는 스타일이라 프로그램에 나온 매니아들의 심경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감정을 이입하면서 방송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이 아쉽다.
● 최근 오종혁과 함께 작업한 ‘시들어’는 DSP 미디어 콜라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도라서 더욱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첫 주자라서 부담이 컸지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했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오종혁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시들어의 경우 이별한 연인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발라드 곡이라 가을 분위기에 딱 맞는 것 같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달라.
지금까지처럼 자신의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게 될 것 같다. 내가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물론 게임을 하는 모습도 계속 보실 수 있을 것이다.
● 루리웹에는 지숙씨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 그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 드린다.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응원까지 해주신다니 너무나 기쁘다. 게임의 재미를 알고 있는 분들과 앞으로도 계속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싶다.
인터뷰 종료 후 곧바로 메이킹 영상 촬영이 시작됐다. 비록 실제 레코딩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준 그녀 덕분에 기자는 한국어 버전의 오프닝 곡을 가장 빨리 들어볼 수 있었는데, 이에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