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장르가 바뀌어도 액션은 그대로
요즘이야 ‘철권’과 ‘스트리트 파이터’에 밀려 입지가 초라해졌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네 오락실에서 ‘더 킹 오브 파이터즈(KoF, 이하 킹오파)’가 차지하는 지분이 상당했다. 천년만년 도복만 입고 다니는 류에 비해 쿄와 이오리 등 주역이 매력적이기도 했고, 매 편마다 사기 캐릭터가 몇 명씩 있을 정도로 틀려먹은 밸런스가 역설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던 것도 같다.
그만큼 소싯적 오락실 좀 다녔다는 2030 게이머치고 ‘킹오파’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는 드물 것이다. 가만보면 훨씬 오래된 ‘스트리트 파이터’도 현재진행형인데 유독 ‘킹오파’만 추억의 게임으로 영락한 감이 있지만. 어쨌든 기자처럼 쿄와 이오리에게 향수를 느끼는 유저라면 반가울만한 신작이 하나 나왔다. 바로 넷마블이 지스타 2018을 통해 선보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다.
‘킹오파 올스타’는 제목 그대로 SNK 인기 대전격투게임을 횡스크롤 액션 RPG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수십여 명에 달하는 모으고 육성하는 과정은 모바일 수집형 RPG를, 좌에서 우로 이동하며 몰려드는 각양각색 적들을 때려잡는 모습은 고전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을 닮았다. 물론 원작 IP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실시간 PvP 모드도 마련되어 있다.
넷마블이 외국 IP를 가져다 수집형 RPG를 만들었다니 게임 해보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킹오파 올스타’는 원작의 액션과 감성을 충분히 이끌어내어, 선행 론칭한 일본 현지에서 썩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시리즈 최초로 94부터 XIV까지 역대 모든 캐릭터가 총집합하는 것만으로도 팬덤에게는 흥미가 동할 수밖에.
다만 이번 시연에서는 그 많다는 캐릭터를 모두 보여주지는 않고, 대신 미리 편성된 10개 팀이 제공됐다. 기자는 원작에서도 주력이었던 이카리 팀(하이데른, 랄프, 클락, 레오나)를 골랐는데 아직 업데이트가 덜 된 탓인지 서포터로 윕이 아니라 웬 게닛츠가 껴서 당황스러웠다. 스테이지 진입은 원작과 같이 4인 1조(출전 3인, 서포트 1인)로 이루어지며, 캐릭터별 인기 기술은 물론 방어/회피와 조건부 슈퍼아머 등 액션 게임으로서 기본기도 충실히 구현돼 있었다.
반대로 RPG적인 요소로는 캐릭터 레벨과 등급, 장착 카드가 있어 게임이 피지컬 일변도로 흐르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복합 장르 게임은 RPG 성장 체계와 액션 조작의 균형이 중요한데, 30분 가량 짧은 시연으로는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모쪼록 정식 론칭 이후에도 과도한 BM(수익화 구조)으로 이러한 게임성을 흐트러지지 않길 바란다. 이외에는 공격, 방어, 기술형의 세 가지 캐릭터 타입과 청-적-녹-황-자 다섯 속성간 물고 물리는 상성 관계 정도가 눈에 띈다.
명색이 용병부대인 이카리 팀이 무슨 사정으로 사우스 타운 뒷골목을 전전하며 깡패들을 두드려 패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는 원래부터 막 나가던 게임이라 되려 위화감은 덜한 편이다. 불길에 휩싸여 귀신인지 도깨비인지로 변하는 루갈은 조금 심한듯하다가도 이미 오로치가 날뛰는 세계인데 뭐 어때 싶달까. 어차피 스마트폰으로 대전격투게임을 제대로 즐긴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므로 이런 식의 장르 변주가 그리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