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건담 브레이커, 이것은 ‘무쌍’이 아니다
79년 방영한 희대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은 그 유구한 역사 만큼이나 다양한 팬층을 자랑한다. 어떤 이는 맵시 좋게 잘 빠진 멋들어진 로봇물로, 또 누군가는 기름때와 화약 냄새 가득한 현실적인 밀리터리물로, 어느 소년은 어릴 적 추억의 완구로 ‘건담’을 향유한다.
원작 인기에 힘입어 쏟아지다시피 한 ‘건담’ 게임 가운데, 이러한 완구로서 정체성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 바로 ‘건담 브레이커’다. 전쟁 병기인 ‘건담’이 아닌 조립하며 가지고 노는 ‘건프라’를 주역으로 내세워 우리 일상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그렇게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며 3편까지 이어온 ‘건담 브레이커’가 올해는 넘버링을 땐 신작 ‘뉴 건담 브레이커’로 돌아온다. 어째서 굳이 4편이 아닌 뉴(New)인 것인지, PS 아레나에서 15분 가량 진행된 막간 시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이제껏 ‘건담 브레이커’는 흔히 ‘무쌍’이라 부르는 구성을 고수해왔다. 전장 가득히 쏟아지는 잡병들을 쓸어버리고 이따금 출몰하는 보스급 적을 처치면 끝. 이 와중에 획득하는 전리품으로 자신의 MS(모빌슈트)를 이리저리 꾸미고 강화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뉴 건담 브레이커’는 기존 구성을 과감히 탈피했다. 이제껏 극을 이끌어가는 보조 장치에 불과했던 e스포츠란 설정을 전면으로 끄집어내 3:3 대전 액션으로 재구성했다. 개방된 전장에 양측 선수가 입장하고, 계속해서 갱신되는 임무를 누가 먼저 달성하는지 겨룬다. 최종적으로 경기 시간 내에 더 많이 득점한 팀이 승리한다.
여기서 임무란 상대 선수 격파부터 일정 수의 잡병 처치, 거대 보스인 ‘빅 잠’ 공략 등이다. 이 가운데 ‘무쌍’ 느낌이 남아있는 부분은 잡병 처치 뿐이며 전체적인 감상은 차라리 ‘건담 vs 건담’에 가깝다. 따라서 단순 무식하게 때려부수는 쾌감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뉴 건담 브레이커’의 또다른 특징은 익히 알려진 실시간 파츠(부품) 환장이다. 경기 도중에 양측 선수 혹은 잡병이 파손되며 몇몇 파츠 및 무장을 떨어뜨리는데, 이걸 주워서 장착 가능하다. 따라서 난전이 지속될수록 ‘GP-02A’ 하반신에 ‘건담 에피온’ 날개, ‘자쿠’ 헤드라는 괴악한 조합이 나도 모르게 탄생한다.
참고로 이런 파츠나 무장은 그냥 겉모습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발동할 수 있는 EX 스킬이 다르다. EX 스킬은 상대 선수를 격파하거나 전장에 배치된 상자를 열었을 때 주어지는 보상으로 레벨을 올려 하나씩 해금하게 된다.
일견 흥미로우나 솔직히 전략적인 묘미를 느끼기는 다소 어려웠다. 체험판인 탓도 있겠지만 난전 와중에 굴러다니는 온갖 파츠를 취사 선택하고 또 거기에 딸린 EX 스킬까지 고려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냥 치받다가 이상한 조합이 나오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웃고 다시 마구잡이로 싸우는 반복일 뿐.
물론 짧은 체험이기에 별 것 아닌 문제가 도드라진 걸 수도 있다. 어쨌든 기존보다 훨씬 온라인 PvP를 염두에 둔 기획은 분명하다. 반대로 ‘무쌍’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개발진도 이를 알았기에 ‘건담 브레이커 4’가 아닌 ‘뉴 건담 브레이커’라 명명한 것 아닐까?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정식 발매 후 직접 확인해보자.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