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수단 가리지 않는 닌자의 총력전, ‘세키로’ 체험기
데모 버전은 야시나 성 지역을 무대로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버전이었다. 먼저 와이어 이동을 통해 나무와 전각 사이를 오가고, 절벽 아래에 서있는 적을 암살하는 튜토리얼이 진행됐다. 비록 잠입과 암살, 와이어 이동이 생기기는 했지만 다만 이것이 완전히 중심 요소라고 하기는 어려웠는데,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서 잠입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닌, 여러가지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컨셉에서 그 중 하나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도 모든 적이 암살 가능한 배치를 하고 있는게 아니어서, 미리 적 한 둘을 끊고 전투에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수고를 더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UI나 그래픽의 느낌은 소울즈 시리즈를 위시로 한 최근의 프롬 소프트웨어의 질감과 거의 같았다. 하지만 배경 자체가 일본풍이고 아이템이나 무기도 완전히 그에 맞춰 달라졌기 때문에 ‘같은 도구를 써서 만든 게임이구나’ 정도의 인상을 줄 뿐, 스킨만 바꾼 다크 소울이라던가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R1 으로 오른손의 일본도를, R2로 왼손의 의수 무기를 조작했고 L2는 와이어에 배정됐다. 이 외에는 기존의 프롬 게임과 거의 같았다.
길에 놓여있는 앉은 채로 죽은 좌상에 염불을 외우면 그곳이 세이브 포인트가 되었다. 세이브 포인트로 작동하는 방식은 소울즈 시리즈의 화톳불과 거의 완전히 같았다. 사용하고 나면 주변의 적들은 모두 리젠되고 소모품이 채워진다.
지역은 폐허가 된 일본 고성이었는데 적으로는 낭인 무리와 일본 무사, 그리고 죄수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모든 적들이 검을 사용하고 플레이어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등의 액션을 구사했고 때문에 하나 하나가 1대1 대결을 펼친다는 느낌으로 상대하게 되었다. 닌자도와 의수를 사용하니 액션의 템포는 무척 빨랐지만, 가드 중인 상대를 연타하거나 잘못 회피를 하거나 하는 실수를 하면 빈틈이 크게 생기고 하나하나의 행동을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방어 동작으로는 대쉬 회피, 막기, 쳐내기(패링), 점프가 있었으며 각각의 방어/회피가 유용한 공격이 달랐다. 이를테면 바닥을 휩쓰는 공격은 꼭 점프로만 피해야 했으며 쳐내기는 찌르기에 훨씬 효과적이었다. 때문에 하나를 만능으로 쓰기는 어렵고, 적이 사용하는 패턴에 따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했다.
오른손에 고정된 일본도는 무척 빠른 베기 공격 중심이었고 왼손의 의수는 장비를 교체할 수 있었다. 데모에서 제공된 의수 장비는 도끼, 표창, 불화살이었다. 표창과 불화살은 조준해서 원거리 공격을 가할 수 있었고, 도끼는 아주 강력한 한방을 선사했다. 전투 중에는 오른손의 일본도와 왼손의 의수 장비를 자연스럽게 섞어 쓰게 되었고, 선호하는 조합이 생겼다.
특이점으로 전투를 하다가 죽게 될 경우에 전투 당 1번 씩 약간의 체력을 가지고 즉시 부활해서 계속 싸울 수 있었다. 이는 게임의 세계관과 주인공의 특징에 따른 것으로, 그렇게 살아났을 경우 적을 처치해야만 다시 부활 기능을 쓸 수 있었고 그렇게 죽으면 사망 멘트가 뜨며 좌상으로 돌아갔다.
와이어 이동은 게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었는데 와이어 없이는 갈 수 없는 지형이 매우 많았다. 다만 와이어는 사거리 제한이 있었고 그래서 와이어를 걸치기 위해서 절벽 위로 점프하는 다소 위험한 플레이도 꼭 필요했다. 데모 버전의 최종 보스가 있는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위험한 와이어 액션이 필수적이었는데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뒤 떨어져 죽기 전에 빠르게 건너편으로 와이어를 쏴서 이동하는 식이었다.
또 보스전으로 이동하는 파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죽일 수 없어 보이는 강력하고 거대한 뱀이 등장해서 이를 피해 잠입으로 침투해야 하는 파트가 있었다. 여기서 뱀에게 들키면 공격당해 즉사하며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벽에 붙어서 뱀이 고개를 돌리기를 기다리거나, 타이밍 맞춰 바로 턱 밑으로 숨어들어 수풀 속에 은신해 숨거나 하는 전형적인 잠입 액션의 움직임이 필요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세세한 은신 탐지 미터 등을 제공하지는 않았고 플레이어의 감 내에서 행동하면 되는 듯 했다.
그렇게 도달하게 되는 마지막 지역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나무다리였는데 붉은 꽃이 지는 배경으로 파계승이 등장해 무조건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기자는 데모에서 수차례 도전했으나 파계승을 처치하지는 못했다. 파계승은 자루가 긴 나기나타 형태의 창검을 사용하여 매우 길고 넓은 리치의 공격을 했다. 바닥을 쓸거나, 길게 찌르거나, 3연속 베기를 사용해서 그 때마다 서로 다른 방어/회피를 써야 했고, 기본적으로 공격력이 높았다. 그렇게 싸워서 일정 체력 이상을 깎으면 변신을 했는데, 여기까지만 확인을 하고 데모를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총평하자면 캐릭터의 움직임은 무기가 좀더 작고 가벼운 것으로 바뀌어서 액션 자체가 프롬의 이전 게임들에 비해서 더 빨라지기는 했지만, 보다 1대1 대결에 가까워진 탓에 가벼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매 싸움이 긴장감 넘치고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와이어 액션이나 잠입, 암살을 통해 어떤 적들은 쉽게 무시하고 통과할 수도 있었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게임을 깬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스전처럼 피할 수 없는 싸움은 프롬 특유의 테이스트 그대로였다. 육박하는 적은 엄청나게 강력하고 부담스러웠고 플레이어는 빠르게 대처 방법을 결정해야 했다. 긴장감 넘치고 내가 선택한 수단을 하나씩 시험해보는 느낌은 아주 좋았다. 특히 의수 무기인 도끼와 불화살이 매우 손맛도 좋고 재미있었다. 전투 중에 한 번 회생이 가능한 회생 시스템은 처음에는 보너스 목숨처럼 느껴지기는 했으나 전투를 계속 하다보니 일종의 마지막 기회를 끌어다 쓰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요소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와이어 액션과 잠입 요소였다. 매 전투가 긴장감을 잔뜩 유발하는 탓에 와이어 액션이나 잠입으로 피해가거나 좀 더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는 적은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렇게 풀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잡다한 적들 몇몇이나 반복해서 이동하게 되는 구간에서 유효했기 때문에 게임 전체의 긴장을 해치진 않는 적당한 비율이었다.
시연 이후에 진행되었던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디렉터는 플레이어가 닌자로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황을 풀어나가는 타입의 플레이를 원했다고 했다. 잠입과 암살도 그 일환이며 의수의 다양한 장비, 유파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 등은 그런 의도에 충분히 부합하는 느낌이었다. 때문에 세키로는 기존의 프롬 액션 게임 팬들 뿐만 아니라 그 난이도에 막혀 고민하던 다른 게이머들도 접근할만한 게임이 된 것 같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