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일 무역갈등에 ‘관여’할 뜻을 밝히고 2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 방문을 예고하면서 ‘미국 역할론’이 가시화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미·일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갈등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양국이 직접적 당사자라는 점을 강조한 만큼 적극적인 역할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역할론’은 이번주가 한·일 무역갈등의 중대 국면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최대 고비는 24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방침에 대한 의견 수렴이 끝나는 날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23~24일) 의제 논의 등 양국 간 갈등 확전 조짐도 역력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1일 참의원 선거 승리로 개헌 기반을 다진 뒤 ‘한국 때리기’를 필두로 한 우경화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는 24일까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친 뒤, 각의를 거쳐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24일 이전까지 정부 명의의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지만, 국장급 협의 제안도 거부하며 ‘무시 전략’을 택하고 있는 일본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한국과 일본은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맞붙는다. 특히 이번 일반이사회에 양국은 이례적으로 실무를 잘 이해하고 있는 본국 당국자를 파견해 회원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만 WTO 일반이사회는 특별한 결론을 내지 않는 총회 성격에 불과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회원국들에 이해시키는 것 이상의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이처럼 한·일 갈등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get involved)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무역갈등 이후 미 정상의 첫 공식 언급이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의 한·일 갈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바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일 간 대화의 장이 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볼턴 보좌관은 23~24일 방한 기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나 볼턴 보좌관 방한이 실질적인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정상이 원한다면’이라고 전제를 달고 ‘관여’ 의사를 시사한 것도, 당장은 한·일 양국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 기업들도 우려를 표시하는 등 미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미국이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공개적 입장 표명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P보기클릭)175.121.***.***
(IP보기클릭)15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