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민, 사진제공|판씨네마
벌써 데뷔 10년차다. 배우 정소민은 다가올 30대가 기다려진다던 게 엊그제 같더니, 벌써 서른한살에 안착했단다.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20대엔 감정도 오락가락했고, 롤러코스터 같아 혼란스러웠거든요. 나름 가치관이 있어도 뭐가 맞는 건지 모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그때 막 벌려놓은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더라고요. 일이 먼저냐, 가족이 먼저냐를 시작해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막연하게나마 중요도가 매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소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퓨전사극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을 택한 이유부터 삼십대의 안정감,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놨다.
■“첫 사극, <기방도령>을 만난 건 행운”
그는 이번 작품으로 사극이란 장르의 선을 끊었다.
“일찍부터 사극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첫 사극을 <기방도령>으로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통사극이라 하면 다들 어렵다고 하잖아요? 현장도 겨울엔 너무 춥고, 여름엔 너무 덥고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런가, 추웠던 기억도 잘 안나요.”
첫 사극으로 <기방도령>을 선택한 건, 신선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해원’이란 캐릭터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를 알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촬영을 끝내보니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고, 또 준호, 최귀화 선배, 예지원 선배 등 정말 좋은 사람들과 작업해서 즐거웠어요.”
상대역으로 만난 준호와는 전작 <스물> 이후 두번째 인연이었다. 그동안 쭉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며, 작품으로 재회하게 돼 기뻤다는 그다.
“<스물>에서 만났을 때부터 준호의 연기력엔 깜짝깜짝 놀랐던 것 같아요. 자신의 몫 이상을 연기하는 걸 보면서, 동갑이지만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중간중간 각자 작품에 들어갈 때도 서로 응원을 했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됐다는 얘길 듣고 마음이 참 든든해지더라고요. <기방도령>에서 훨씬 많이 호흡을 맞췄는데, 배울 점이 정말 많더라고요. 준비도 철저하고요. 극 전체를 힘 있게 잘 끌고 가줘서 고맙기도 했고요.”
함께 구슬땀을 흘렸지만 준호만 군생활에 매진하고 있는 터라 개봉하는 걸 보지 못한다는 게 미안하다고도 했다.
“시사회 보면서도 제일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준호였어요. 정말 궁금할 것 아녜요? 주연이지만 제일 늦게 보게 돼 안타깝더라고요.”
■정소민의 화두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까요?”
카메라 밖 정소민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온전하게 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흔한 휴식 말고 정말 제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방법이요. 충전도 잘 해야 일도 잘 할 수 있으니까요. 해답을 찾았느냐고요? 그건 아니지만 해보고 싶은 건 생겼어요.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서 바닷속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잘 사는 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분명한 건 나 혼자만 잘 살 순 없다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도 평화롭고 즐거워야 나 역시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맛있는 것도 혼자 먹으면 영 맛이 없잖아요? 같이 먹으면서 얘길 나눠야 더 맛이 나는 거죠. 그처럼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저 역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보다 건강한 선택’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한다고.
“태어날 때부터 바른 생각을 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러워요. 대부분은 그러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도 ‘건강한 선택’이 뭔지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인생에서 선택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고 있거든요.”
인간으로서도, 또 배우로서도 부쩍 성숙해진 것 같다고 하니 슬쩍 웃는 그다.
“아무래도 삼십대에 접어들면서 연기에까지 영향을 받나봐요. 예전엔 하는 일에 더 집중했다면,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나 소중한 이들에게 포커스가 더 맞추게 되더라고요. 또 연기를 하면서 날 들여다보게 되고, 내가 누군지 더 잘 알게되니 그 관심이 남에게까지 뻗어가는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애정도도 점점 커졌고요. 그래서 더더욱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마음이 너무 편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