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명월도, 텐센트가 대작 MMORPG를 만드는 법
지난 수년간 여러 중국 게임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개발력이 떨어진다거나 특정 문화색에 편중됐다는 편견은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올해 초 넥슨이 들여온 MMORPG ‘천애명월도’는 뛰어난 완성도를 뽐내며 중국 게임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과연 중국 게임사는 어떠한 방식으로 대규모 MMORPG를 만들고 또 운영하는 걸까. 4월 25일(수) 판교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8’을 통해 텐센트 오로라 스튜디오 브루스 펑 개발자와 숀 후 사업 PM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브루스 펑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천애명월도’를 개발하며 수없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처음부터 액션성을 강조한 온라인 게임이란 방향성은 확고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3년경 세계적으로 오픈월드 유행을 맞아 ‘천애명월도’도 거대한 필드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넓은 지역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경공 시스템을 넣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기존 엔진이 경공을 구현할 수 없어 근본부터 뜯어고치기까지 했다. 이처럼 5년간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우리가 아는 ‘천애명월도’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난감했던 부분은 그때까지 개발팀에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어본 개발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오픈월드를 구현하려면 2000M 이상의 시야를 보장하는 사실적인 풍경과 날씨 시스템, 그에 걸맞은 로직 및 충돌 시스템, 내실을 채워줄 온갖 콘텐츠가 받쳐줘야 했다. 이에 오로라 스튜디오는 우선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반복 제작하며 빠르게 노하우를 축척하고자 했다. 이 와중에 정립된 개발 방법론은 효율성을 검증하여 시스템화했고, 번거롭거나 과한 공정은 과감히 버렸다. 본격적인 제작은 시스템이 갖춰진 후의 문제였다.
개발 공정의 복잡도가 지나치게 증가할 때는 이를 단순한 문제들로 쪼개는 것이 좋다. 여러 영역에 걸친 고난도 문제라도 하나씩 분할해보면 의외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따라서 어떤 식으로 얽히고설킨 문제인지 분석하는 것이 개발 속도를 촉진하는 관건인 셈이다. 또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점수를 매여 관리하길 추천했는데, 가령 좋은 설계로 기한보다 일찍 완성되거나 효율성이 높다면 가산점을 주고 점진적인 성과가 없고 예산이 초과되는 콘텐츠는 감점해 최종적으로 0점이 되면 게임에서 들어내는 것이다.
이어서 숀 후는 ‘천애명월도’를 라이브 서비스하며 습득한 머케팅 노하우를 전했다. 매순간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중국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끄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에는 TV나 신문과 같은 매체가 마케팅의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이나 유저 커뮤니티가 더욱 파급력 있는 채널로 부상했다. 그래서 숀 후는 ‘천애명월도’를 선전하는데 큰 돈을 쏟는 대신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에 애정을 갖고 소식을 공유하도록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바로 여성 유저 유치와 동인 양성, 그리고 매력적인 IP 구축이다.
중국의 페이스북이라 할 수 있는 웨이보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 대다수는 여성이다. 숀 후는 중국 여성이 게임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천애명월도’는 여성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외에도 2차 창작과 같은 동인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 배경 설정을 참고하기 쉽게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게임 클라이언트에 동인 창작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력 있는 유저들은 경연 대회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끝으로 BM(수익화 구조)에 있어서 지나친 과금 유도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역설했다.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면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주어져야 하지만, 그 대다수는 게임 내에서 얻는 보상으로도 획득 가능해야 한다. 대신 매월 진행하는 유입 이벤트는 비교적 높은 강도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판매와 동시에 증정품을 지급하여 유저의 방어 기제를 완화하는 것도 괜찮다. ‘한 번도 안 지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지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과금 유도라는 인상을 희석시켜 첫 결제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