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아직 플레이중이거나 게임 내용을 피하고 싶으신 분들은 읽지 말아 주세요. 정말 너무도 놀라움이 가득한 게임이라 생각되어, 가능한 게임 시스템이나 스토리 등의 언급을 최대한 배제한 리뷰입니다.
꽤나 오랜 기다림 끝에 레드데드리뎀션2가 발매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다려왔던 작품인데, 1편을 즐겨왔던 분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락스타나 유비식 오픈월드 게임에는 그닥 취미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GTA 시리즈는 바이스시티 정도가 엔딩을 본게 다네요. 매 시리즈마다 꾸준히 구입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엔딩까지 달려본 적이 없습니다. 제 취향이 선형적인 플레이 방식의 게임들에 쏠린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오픈월드 게임을 무작정 싫어하는 건 아니거든요. 실제로 젤다 야숨이나 호라이즌 제로던 같은 경우 최소 3회차 이상을 달렸으니까요. 특히 GTA 시리즈는 정말 영 손이 안가는 게 사실입니다. 락스타 게임은 매우 섬세하고 다채롭게 게임을 설계하지만 게임 플레이 편의성 부분이나, 결정적으로 내러티브가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는게 사실 제 인상입니다.
하지만 전작인 레드데드 리뎀션은 정말 흠뻑 빠져서 플레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후속작은 손 꼽아 기다릴만 했습니다. 전작의 프리퀄이라는 사실이 공개되고 조금 실망하긴 했습니다. 사실상 무법자들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그래도 가능한 1편 이후의 내용을 다뤄주길 바랬죠. 하지만 이번 작품을 플레이하고 난 뒤, 이건 무조건 프리퀄이어야 했다라고 납득했습니다.
저는 레드데드 리뎀션2가 게임사상 가장 황홀한 디테일로 가득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필드에서 노는 걸 극한까지 끌어올렸다고 생각한 젤다 야숨보다 더욱 더 말이죠. 여기에 세련되고 정제된 내러티브까지 더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GTA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기 힘들고 곧 패드를 놓게 되었던 부분이 미국식 유머나 가정문화, 폭력에 대한 시선 때문이었는데 매우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정서적으로 마음을 흔들만한 부분들이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오랜 시리즈동안 줄곧 이런 정체성을 유지했고, 이런 부분들이 GTA의 매력임을 부정하진 않습니다만, 안맞는 사람들한텐 정말 안맞는 것도 사실입니다. 레드데드 리뎀션2는 기존의 락스타의 색깔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정서를 깔아놨습니다. 마치 언차티드를 하다가 라오어를 접했을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죠. 주인공인 아서 모건의 경우는 정말 살짝만 틀어져도 그저그런 신파 캐릭터로 전락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단 한번도 캐릭터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보통 이렇게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은 제대로 설명도 안되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레드데드 리뎀션2에선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입니다. 심지어 게임 엔딩 내내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엉클이나 메리베스 같은 경우에도 플레이어와 단 몇차례만의 소통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었으니까요. 끊임없이 주위와 상호작용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마치 모노드라마처럼 플레이어 주위에서 계속 연극되어 표현됩니다. 갱단의 큰엄마 같은 그림셔는 메리베스의 따귀를 날려서 플레이어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는 엉클이 툭툭 던지는 시니컬한 대사 하나하나가 기억에 각인됩니다.
주요 인물들 뿐 아니라, 필드에서 스쳐지나는 캐릭터들에게도 이런 개성이 부여되어 있는 모습은 매우 놀랍습니다. 비록 몇 번 반복되어 만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요. 뱀에 물린 마을 사람과의 두번째 만남에서 "이젠 안 빨아줄거야" 라고 툭 던지는 아서 모건이나 이를 재치있데 맞받아 치는 마을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별거 아닌 이벤트임에도 생생하게 표현되어 잊지 않게 해줍니다. 또한 이런 별거 아닌 만남이 차후 마을에서 생각지도 못한 재회와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정말 매우 디테일하게 세팅된 부분이겠지요. 저는 플레이어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방식은 매우 새롭고 이 세계에 푹 빠지게 하는 요소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레드데드 리뎀션2는 기존 오픈월드 컨텐츠들과 마찬가지로 메인미션과 서브미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전형적인 클리셰를 무지막지한 디테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숲속을 거닐때 멀리 나무위에 목 매달린 시체가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자 매복해 있던 갱단들이 습격했을 땐 정말 아찔했습니다. 이런 필드위에서의 "작은" 이벤트들은 모두 스크립트 기반이지만, 순차적인 표현방식으로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게 일품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 저 멀리 말을 타고 천천히 다가오는 npc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을 때 스치듯 지나가는 모습에서 등 뒤에 무수히 화살이 꽂혀져 있다거나 신음 소리를 내며 이내 쓰러진다거나 하는 이벤트들은 사실상 플레이어가 홀몸으로 나와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잔혹한지를 체험하게 해주죠. 사실상 내러티브를 아우르는 훌륭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실제로 매복한 갱단들과 격렬하게 대치하게 되는데, 이런 이벤트들이 플레이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이 매우 훌륭합니다.
빠른 이동이라는 계륵같은 시스템을 극도로 최소화하면서 대신 플레이어가 여행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디테일들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네요. 실제로 저는 오픈월드 게임들을 플레이할때 빠른 이동을 되도록 쓰지 않는 주의입니다. 게임의 호흡을 끊는 어떤 요소들이라도 배제하고 싶거든요. 설령 편의성과 맞바꿔 먹어도 말이죠. 저는 엔딩까지 단한번의 로딩 화면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락스타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저는 젤다 야숨이 하지 못했던 심리스 오픈월드를 락스타가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동식물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게임에 등장하는 동식물들의 수집요소는 흔히 있는 단순한 컬렉션이 아닙니다. 사실상 레드데드 리뎀션2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얼마나 생생하고 풍부한 디테일로 가득차 있는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망원경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 부엉이가 뱀을 낚아채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뱀이 아둥바둥 거리는 모습이 마치 실사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심지어 라이플로 이를 맞추면 뱀과 부엉이를 모두 수집할 수 있기도 합니다. 게임 역사상 가장 풍부한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덕분에 플레이하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보안관 사무실에서 현상금 수배지를 가지고 나와 간지나게 난간을 넘어 말을 타려고 할 때 기둥에 발이 걸려 고꾸라질 때 저도 모르게 입에서 헐....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돌뿌리에 걸려서 캐릭터가 넘어지는 게임은 생전 처음 봤습니다. 사실 이런 애니메이션은 이전 언차티드4를 할때도 감탄한 부분이었는데, 네이트가 걸어가는 중에 언덕이나 돌에 걸려서 발을 헛딛는 모션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넘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매우 놀랐던 부분이었죠. 근데 이 게임은 진짜로 넘어집니다. 그것도 아예 제대로....
물론 유포리안 같은 거 쓰지 않아서 넘어지는 판정이 나오게 되면 랙돌이 되긴 합니다만....이건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니 뭐....
이런 다채로운 애니메이션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태계에서 더 놀랍습니다. 아래 화면은 매우 진귀한 광경인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이 얼마나 디테일에 힘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눈치채셨나요? 플레이어가 다가가자 숫사슴 두마리가 도망가다가 충돌해서 한마리는 목이 꺾여 즉사하고 다른 한마리는 뿔이 엉켜서 바둥거리다 간신히 뿔을 빼서 빠져 나오는 모습입니다. 저 뿔은 그냥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로 물리 판정이 되어 있다는 거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볼법한 장면을 게임속에서 보고 계십니다...저건 스크립트가 아닙니다. 게임속에 존재하는 동물들이 모두 저런 바리에이션을 가지고 실제로 움직이고 그 자리에서 존재하는 거죠. 동물학대 트로피의 경우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물을 봤을 때 너무나도 불편한 감정이 들었던 건 저 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저는 지금껏 이정도의 디테일을 보여준 게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런 동물들을 사냥하고 가죽을 벗기고 탄약과 화살을 크래프팅하는 부분에서 정말 사냥 시뮬레이션이 그대로 들어간 듯한 착각도 듭니다. 이 게임에서 도박은 걸러도 사냥과 수집은 절대 거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너무나 놀라운 광경들을 수없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레드데드 리뎀션2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헌신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지금껏 등장한 그 어떤 게임보다 훨씬 더 방대한 서사시라 할 수 있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서 모건이라는 한 남자의 서정시라 부르고 싶네요. 매우 호흡이 긴 게임이므로, 휴가를 내서라도 날잡고 진득하게 플레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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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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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뒤늦게 레데리2를 플레이 시작하고있습니다. 챕터3을 진행하면서 메인보다는 아직까진 여러 자잘한 퀘스트와 사냥을 하는정도지만, 불편해서 약간 짜증이 나던 부분들이 오히려 이해되고, 이렇게 만들었기에 몰입이 되는구나.. 기타 오픈월드처럼 목적지만을 향해 가는게임은 빠른이동이 필수겠지만 이동하는 내내 다양한 npc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그들만의 사건이 보여지고,다채로운 상호작용이 가득한 필드를 빠른이동으로 제껴버리면 그것보다 아쉬운게 없겠죠. 위쳐3 굉장히 명작입니다.위쳐를 비롯한 다양한 오픈월드가 단지 퀘스트를 받고 전투를 하거나, 아이템을 찾거나 하는 단순한 부분이었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것이 레데리2였습니다. 사소한 행동하나하나 직접 컨트롤해주는것이 불편하다 느끼던것도 잠깐. 그만큼 다양한 이벤트,다양한 퀘스트,질리지않고 새로운 행동을 계속 해나가는게 즐겁고 그현장에 있는것처럼 몰입이 되더라구요 위쳐는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레데리는 다양한 상황 그자체를 보여주는것 같이 느껴지네요.여튼 불편하다고 미루고미루다 뒤늦게 빠져들면서 플레이가 즐거워지는 중이고 이런 후기 리뷰를 보니 너무나 공감이 되서 장문의 댓글 달아봅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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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죄송합니다....༼;´༎ຶ ༎ຶ`༽ 쓰다가 도저히 스토리를 제대로 얘기 안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후다닥 마무리 했네요......ㅜㅜ | 18.11.19 18: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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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뒤늦게 레데리2를 플레이 시작하고있습니다. 챕터3을 진행하면서 메인보다는 아직까진 여러 자잘한 퀘스트와 사냥을 하는정도지만, 불편해서 약간 짜증이 나던 부분들이 오히려 이해되고, 이렇게 만들었기에 몰입이 되는구나.. 기타 오픈월드처럼 목적지만을 향해 가는게임은 빠른이동이 필수겠지만 이동하는 내내 다양한 npc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그들만의 사건이 보여지고,다채로운 상호작용이 가득한 필드를 빠른이동으로 제껴버리면 그것보다 아쉬운게 없겠죠. 위쳐3 굉장히 명작입니다.위쳐를 비롯한 다양한 오픈월드가 단지 퀘스트를 받고 전투를 하거나, 아이템을 찾거나 하는 단순한 부분이었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것이 레데리2였습니다. 사소한 행동하나하나 직접 컨트롤해주는것이 불편하다 느끼던것도 잠깐. 그만큼 다양한 이벤트,다양한 퀘스트,질리지않고 새로운 행동을 계속 해나가는게 즐겁고 그현장에 있는것처럼 몰입이 되더라구요 위쳐는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레데리는 다양한 상황 그자체를 보여주는것 같이 느껴지네요.여튼 불편하다고 미루고미루다 뒤늦게 빠져들면서 플레이가 즐거워지는 중이고 이런 후기 리뷰를 보니 너무나 공감이 되서 장문의 댓글 달아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