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트맨2에 대한 마지막 글이다.
* 전에 감상글을 쓸 때도 했던 말이지만.
히트맨 시리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2016년도에 나온 시즌 1과 2018년에 나온 시즌 2를 하다 보면 묘한 기분을 받을 때가 있다.
* 처음에 할 때는 버벅대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미션 스토리라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기능을 사용할 경우 게임은 무척이나 쉬워진다.
미션 스토리는 말 그대로 화면에 표시되는 방향으로 가면 알아서 밥상이 차려지는지라 그걸 떠먹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 미션 스토리 시스템은 워낙 기발한 것이 많고 간편해서 영화 보듯이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시즌 2에 와서는 미션 스토리에 조건을 걸어서 약간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쉬워진다.
물론 미션 스토리의 의도가 방법을 못 찾아서 어버버 거리는 뉴비들을 위한 시스템이긴 하다.
심지어 언어의 압박까지 해결해준다.
* 문제는 미션 스토리를 졸업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창조해 낼 때이다.
히트맨은 동선과 스크립트가 굉장히 빡빡하게 짜여 있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총탄을 갈긴 다음 빤스런 하면 되긴 하는데, '멋스럽게' 죽이기 어려운 편이다.
깔끔하게 암살을 마치고 웅장한 음악을 들으면서 유유히 퇴장하는 게 참맛인데.
* 조용히 암살을 마치고 간지나게 퇴장하는 모습.
* 조용히 암살을 마치고 간지나게 퇴장하는 모습 2.
* 암살을 창조해내기 어려운 이유는 히트맨의 암살이 이런 장소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일련의 잠입 게임은 마주치는 소수의 적들을 조용히 제압, 혹은 지나치며 다음 구역으로 전진하는 방식이라면
히트맨은 미행과 변장을 통해 거리를 좁히고 참을성 있게 빈 틈을 찾는 게임에 가깝다.
목표를 서너명이서 감시하는데 소음기 달린 총으로 석양이 진다 빵야 빵야 해버리면 쉽긴 하다.
하지만 그건 에이전트 47이 가야 할 길이 아니지.
때문에 미션 스토리를 따라서 편하게만 암살하다가 자신만의 방법을 개척하려 할 때 벽에 부딪친다.
* 워낙 게임이 빡빡한 구조로 짜여져 있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돌파구를 마련해줄 허구적인 요소가 별로 없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은 요 타이밍에서 한계에 봉착해 게임을 좀 더 파고들지 못 하고 접게 될 것이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변기에 처박아서 암살하기. 스캇러는 아님.
그런 식으로 진가를 알아보지 못 하고 금방 떨어져 나가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수긍하는 바이다.
게임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게임이 잠재력을 완전히 다 펼치지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다.
* 제작사도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직접 목표와 암살 방식을 지정해서 유저들과 미션을 공유하는 컨트랙츠 모드라거나,
온갖 까다로운 조건들이 계속 추가되는 에스컬레이션 모드라거나,
온라인 상대와 누가 먼저 목표를 암살하나 대결을 펼치는 고스트 모드,
스나이퍼 어쌔신 등등.
* 하지만 컨트랙츠 모드는 기본 틀이 정해져 있어서 창의력을 살리기 부족하고,
에스컬레이션 모드는 기존의 것에 까다로운 조건만 덕지덕지 붙인 모드에 불과하고,
고스트 모드는 영화 본 시리즈에서 보던 암살자끼리의 대결이 아니라 누가 먼저 빨리 암살하느냐는 기괴한 방식이며,
스나이퍼 어쌔신은 가볍고 깊이가 없다.
* 딱 한 번의 기회만을 제공하는 일루시브 타겟은 높은 긴장감을 통해 썩 괜찮은 컨텐츠처럼 느껴지긴 한다.
진짜 프로 암살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니까.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성공적인 컨텐츠 인 건 인정하지만 이게 게임이 지닌 가능성을 만개시키는 요소는 아니다.
* 컨트랙츠 모드는 폴아웃4의 정착지 시스템에 비유를 할 수 있는데, 의미는 완전히 반대된다.
폴아웃4의 정착지는 창의력을 발휘해서 기지를 건설할 수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반대로 히트맨의 컨트랙츠 모드는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지만 근본적인 것을 뜯어 고칠 수는 없다.
주요 인물의 위치나 동선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면 모를까.
기존 배치, 기존 동선을 고스란히 따라가기에 컨트랙츠 모드를 뒤져보면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것들 뿐이며 직접 창조해내는 재미도 부족하다.
* 히트맨이라는 게임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현장감과 레벨링을 위해서 맵은 넓고 디테일해야 하며 군중도 많아야 하고 오브젝트도 풍부해야 한다.
복잡하게 문어발처럼 이어지며 무수히 많은 복층과 숨겨진 루트가 있다.
예전보다 그래픽에 들어가는 수고가 늘기도 했고 이런 정성 때문에 맵을 잔뜩 만들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엄청나게 공들인 맵은 캠페인의 암살 목표 한 두 명을 죽이면 절반의 재미가 뚝 떨어져 나간다.
워낙 파고들 거리가 많아서 이후에도 재미가 유지되긴 하지만 '신선함'이 확 달아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그 중에서도 유니티와 신디케이트에도 이런 식의 접근이 존재했다.
거대한 액자 뒤에 숨었다가 목표를 찌른다거나 의학 실험용 시체로 변장하여 접근한다거나.
하지만 이후부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독특한 암살이 가능했던 특별한 장소를 다 쳐내고 평범한 거점으로 맵을 채워넣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상적인 구조와 방식으로 공들여서 맵 하나를 제작하느니 양산형 맵을 다수 만들어 내는 게 더 효율적이고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이고. 다회차, 파고들기 그런 거 의미 없다. 맵 같은 거 양산형으로 찍어서 초회차 볼륨 잔뜩 늘려! 돈값 한다는 느낌이 들게."
뭐, 유니티와 신디케이트 이후 어크 시리즈가 장르의 방향성을 아예 바꾼 탓도 있기는 하지만.
* 애초에 아이오 인터랙티브는 유비처럼 찍어낼 수가 없다. 그것도 다 자본과 인력이 빵빵레후 해야 가능한 거니까.
그렇다면 역시 답은 하나다.
* 히트맨 시리즈는 분명 고유하며 매력적인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다.
하지만 잠재력을 끌어올릴 획기적인, 번뜩이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이스터 에그 찾기 게임으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
유저에게나 개발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히트맨은 하나로 통한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죽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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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때를 돌이켜 보면 아마 기존 맵을 손 본 보너스 스테이지가 추후 공개되지 않을까 싶네요. | 18.11.25 08: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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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타겟 근처에서 알짱 거리면서 각 재는 게임이라서 되게 여유롭습니다. | 18.11.26 00: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