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을 다녀오며 언젠가 꼭 여행기를 써야지 써야지 했던 다짐이 정확히 1년 전쯤 입니다.
그간 일도 바쁘고 여유도 없다는 핑계로 적지 못하다 마음먹고 러시아-핀란드-에스토니아의 여행기를 적어봅니다.
여행하며 썼던 여행 일기가 바탕이지만 1년전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도 있군요.
처음 계획 할 때 컨셉은 시베리아 횡단이었는데, 이것저것 넣다보니 길어지고 생략하고 사건사고도 있었고, 정말 좌충우돌 연속의 여행이었습니다.
출발. 인천공항
이른 아츰 7시 40분쯤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더니 11시쯤이 되더군요.
공항까지의 3시간이 개인적으론 가장 설레곤 합니다.
작은 공연이 있길래 여유를 가지며 음악 감상.
공항 터미널.
사람들이 자주가는 일본행이나 동남아행 비행기는 한국인이 다수인 경우가 많은 데,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저희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가 러시아인들인 상황.
러시아란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본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싶어 구상한 여행이었으나, 여행 일정상 블라디보스톡 부터 타기는 무리가 있었기에
아쉽지만 포기하고, 결국 인천-이르쿠츠크 행 비행기를 타기로 합니다.
타고갈 비행기는 오로라 항공 (러시아 아에로플롯의 자회사 쯤 되는)의 비행기 였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꽤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했었죠.
국제선 기내식
러시아 항공은 처음이었기에 당일 먹은 기내식으로, 옆이 좀 잘렸는데 메뉴는 연어 스테이크 였습니다.
연어는 생각 이상으로 존맛 +_+! 하지만 빵은 딱딱해서 버터 없이 먹기는 영 아니었고, 오른쪽 위 디저트도 그냥 먹을만 한 수준.
하바롭스크 국내선 공항
이르쿠츠크에 가기 위해서는 직항편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저렴한 여행 컨셉에 맞춰 하바롭스크를 경유하기로 합니다.
러시아에서의 첫걸음. 하바롭스크 공항에 내리며 기억남는 3가지.
1. 상상이상으로 춥다는 것.
2. 사람들이 영어를 정말 정말 정말 못한다는 것. (모스크바나 상트 쪽 가면 덜한데 정말 기초적인 영어를 못 알아 듣는 사람이 많아요.)
3. 사람들이 정말...예쁘고 잘생겼다는 것!!
입국심사장에 경찰로 보이는 아가씨가 기억나는 데, 정말 놀랄만한 미모여서 괜히 한마디 걸어보게 됐습니다만...
차갑고 난처하게만 바라보며, 그냥 따지지 말고 순순히 입국심사대로 가라는 눈치 주길래. (그렇지 뭐..)
러시아 입국심사는 정말 단순한데, 그냥 여권 한번 쓱 사람 쓱. 통과입니다.
다만. 러시아 체류시 딱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입국시 주는 출입국카드를 잘 보관했다 출국 때 제출해야 한다는 것.
추후 이것 때문에 하루를 통째로 날려먹지만.. 이때는 잘 몰랐죠.
하바롭스크 국제선 공항은 버스터미널 보다도 작은데, 국내선 공항은 그나마 조금 큰 버스터미널의 대합실만 합니다.
국제선 기내식
국내선 기내식 역시 선택이었는데, 연어를 달라 했더니 남자 승무원이 웃으며 굿초이스 라더군요다.
은박에 쌓여 있는 메인 연어스테이크는 역시 존맛. 위에 보이는 회(?)도 매우매우 만족!
이르쿠츠크의 '바이칼러 호스텔'
늦은 밤 도착한 이르쿠츠크 였기에 잠시 묵었던 '바이칼러 호스텔' 앞
전날 비행기가 밤늦게 도착한 관계로 짐을 찾자마자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가기로 합니다.
여러 택시기사가 흥정하는 데 그 중 100루블 적게 부르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죠.
그렇게 불꺼진 이르쿠츠크 시내를 달리는 데, 낯선 러시아 땅에서 새우잡이 팔리는 건 아닌지 구글 맵만 켜놓고 잘 가고 있는지 초집중.
그렇게 도착한 숙소. 돈을 내미니 택시기사 왈. 100루블 더 내놔(저희 때 100루블=약 2,000원)
어이없는 표정 지으니 택시안에서 줬던 가이드 관광쪽지 가리키며 몇장 준게 그 값이랍니다. ㅋㅋ
호스텔 앞까지 데려다 줬기도 했고, 다른 택시기사들도 불렀던 금액이기에 사실 큰 불만은 없었지만 첫 인상이 썩 좋지 않더군요.
피곤해서 팁이라고 걍 줬습니다. (물론 그 택시기사 덩치를 보면 개길 생각따윈 애시당초 들지 않았음 -_-;)
호스텔은 위의 사진과 같은 곳인데, 보통 러시아의 호스텔이 다 그렇지만 제대로 간판이 있는 곳이 없습니다. 저게 크게 표시한 수준이랄까요. 그래서 호텔을 잡고 간다면 모를까 호스텔은 처음 찾아가려면 생각보다 헤메는 경우도 많아요. 문도 추운 러시아의 특성 상 죄다 이중문으로 되어 있는 데, 문 바깥쪽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지만 안쪽 문에 호스텔 써놓기도 하고 아예 현관문 가기 전까진 제대로 된 표식을 찾기 힘든 경우도 있고요.
아무튼 호스텔에서 아래와 같은 알혼섬 행 버스 2자리를 예약한 후. 우리는 곧 골아 떨어지..
고 싶었으나 대화 내용으로 볼 때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 하나가 호스트와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반쯤 설치게 됩니다.
호스텔 시설은 딱 호스텔 수준으로 좋진 않았으나, 호스트가 꽤 좋은 분이란게 느껴져서 좋았던 곳.
영어도 유창하셔서 의사소통에 무리도 없구요.
이르쿠츠크를 다시 간다면 재방문 의사 음...생각해 봐야겠군요.
알혼섬행 왕복 티켓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래와 같이 날씨는 좋음 좋음.
호스트는 우리에게 운이 좋다면서 오늘 베리 웜 하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이날 날씨는 낮기온 -5도.
흠흠..베리 웜하네.
호스트가 한국인 공연에 대해 이거저거 이야기 하며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기에 우리도 적당히 대꾸해 주다보니 버스가 도착!
버스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버스...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의 그냥 벤이었습니다.
손님은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서양인은 서양인끼리 동양인은 동양인끼리 태우더군요. 중국인이 있는 경우 시끄럽다고 하는데, 제 경우 버스에서 만난 몇몇 한국인들과
'여길 겨울에 뭐하러 왔냐'는 화제로 시끄러웠기에 민폐끼쳤을 듯.
탑승한 차량은 여기저기 숙소를 돌며 사람을 우겨넣고 넣어서 꽉 채운 후 목적지를 향하는 구조로
쉬는 타임 딱 한번 외에 약 6시간을 종일 가야합니다.
급해도 화장실 가고 싶어요 라는 말조차 의사소통 하기 곤란하니 미리미리 준비할 것.
차 멀미가 있을 경우엔 멀미약 사전 복용 필수.
알혼섬 가는 길 (휴게소 식당에서)
열심히 버스를 타고 위와 같은 얼음 벌판을 달리다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식당에 도착해서 점심 겸 휴식을 가집니다.
먹다 찍어서 좀 그렇지만, 피자였는데 먹을만 했습니다. 당근김치 등 이것 외에 다양한 메뉴가 있으니 츄라이 츄라이.
가격도 합리적임. 다만 위와 같은 풍경에 있는 외딴 휴게소였기에 이 사람들 출근은 어떻게 하는지 오히려 이쪽이 궁금.
화장실은 옛날 시골에서 볼 법한 푸세식이라 여름에 갔으면 참...
휴게소 식당.
다시 버스를 타고 아무것도 없는 황야를 열심히 달리면 얼마후
드디어 바이칼에 도착!
하지만 아직 여정이 좀 남았는데,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먼저 아래와 같은 선착장에서 하차가 필요합니다. 도착하면 쪽지하나를 주고 내리라는 데 물 건너편에 그 번호에 해당하는 밴이 있어서 그걸 타고 다시 출발하는 구조.
처음 본 바이칼은 참..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기회가 되면 꼭 가보세요!
사실 여기서 상당수의 사람이 고민에 빠집니다. 사진의 왼쪽 저편이 목적지인데, 날이 좋아 별로 멀어보이지 않았거든요.
가을까진 배가 다니다가 겨울이 되면 호수가 얼어서 배 대신 아래와 같은 호버크래프트가 다니는 데, 배의 경우 공짜지만, 호버크래프트의 경우 거리에 비해 꽤 비싼 요금이 필요하기도 하고 긴 줄이 서있기도 하고. 저희는 바이칼 호수위를 걸어본다는 로망에 호수위를 걸어봤습니다.
는... 아래 사진처럼 캐리어 끌고 한 번 걸어가 보면 올 땐 비싸고 기다려도 호버크래프트 타게 될 겁니다.
알혼섬을 앞두고 바이칼호수 선착장.
맞은편 선착장에 도착하면 아까보다 더 작고 불편한 밴을 타고 약 한시간을 다시 이동이동.
그렇게 해서 도착해 보면~ 각각 숙소 앞에 떨궈주는 데.
쿠지르 마을
네. 여기가 바이칼 호수 관광으로 유명(?)한 쿠지르 마을입니다.
멀리 이 마을의 정모장소 니키타하우스가 보이는군요.
니키타 하우스는 알혼섬을 관광명소로 만든 장본이기도 한 니키타 할아버지가 세운 곳이라고 하더군요. (이 할아버지 딱 한번 뵀는 데 4개국어 가능자)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부분 한두 객실은 비어있어서 여행자라면 꼭 한번은 들리게 되는 곳입니다.
숙소 '나바이마르'
이곳은 우리가 묵었던 숙소 '나바이마르'
우리도 사실 니키타에 묵고 싶었으나! 니키타는 예약을 자체 홈페이지에서 메일로만 신청 가능한데, 우리가 가는 날에는 빈 객실이 없다는 대답을 받았더라죠. 그래서 대체제로 남아있던 곳. 이었으나 객실이나 부대시설 자체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객실 요금을 제외한 모든 것이 니키타 비해 너무 비싸단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요.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보고 너네는 밥도 한끼도 안먹는다고 예약했는 데 괜찮냐 묻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먹을 것 준비해 왔다고 하니 커다란 케리어를 가리키며 저게 다 니들 밥통이냐고 -_-;
객실은 위의 사진과 같이 오른쪽에 침대 하나 더 있는 2인실이었습니다.
돈을 더 주면 욕실이 딸린 방도 가능하긴 한데 난방도 잘되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지만 러시아 티비도 잘 나오고 이 마을에서 이 정도면 됐죠 뭐.
근처 매점에 나가서 사온 것들.
저렇게 오지임에도 가격은 엄청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도 괜찮아요.
맥주는 뭐...그냥 저냥이네요.
쿠지르 마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솟대.
니키타 하우스 윗쪽으로 향하다 보면 위 사진과 같은 솟대를 볼 수 있는 데 저 너머로는 여름이면 해변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펼쳐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여기 찾는 데 해메긴 했는데, 숙소에서 꽤 걸어야 했지만 이곳만 들려도 충분할 정도로 절경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니키타 하우스로 가서 내일 갈 북부 투어를 예약합니다.
투어 가격은 점심이 포함된 것으로 900루블 정도.
저렴할 뿐만아니라 직원들이 영어가 유창해서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이곳의 다른 숙소의 경우 관광지 임에도 영어 거의 안통하거든요..
예약할 때 우연히 니키타 할아버지를 뵐 수 있었는데, 한국인 인걸 알아보시 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 주시더군요. 한국어도 할 줄 아시나 신기해서 여쭤보니 그냥 한국인들이 자주와서 인삿말 정도만 배웠다고 하네요. 인상 좋은 분이셨음.
바이칼 호수 북부투어
대략 위와 같은 곳들을 아래 보이는 버스(?)를 이용하여 순회하는 것이 바이칼 호수 북부투어!
대부분 북부투어를 신청하는 데 남부투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쿠지르마을에 들어올 때 이미 남쪽을 거쳐서 왔으니 굳이 시간이 부족하다면 생략가능.
이동은 사진과 같은 차량을 이용하는 데 길도 제대로 없는 눈위를 달리는지라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해 보입니다.
한참 관광을 하다보면 버스기사가 점심을 준비합니다.
우리 점심은 오물(바이칼 자생 물고기)을 찐 것.
예전에 세계테마기행 보면 상당히 맛나게 먹길래 궁금했는 데... 제 입맛은 아니더군요 -_-; 오히려 부식으로 주는 퍽퍽한 빵이 맛있을 정도
여담이지만 여기서 일행이 핸드폰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숙소 사진에 보이는 바로 저 핸드폰.
오자마자 니키타에 분실신고를 했는 데, 사실 모래밭에서 바늘보다 어렵죠. 하지만 우리가 알혼 섬 떠난 뒤로도 못찾았다고 연락을 종종 주는 서비스 정신에 감동.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파티 (장소는 어디였더라..)
저녁에는 북부투어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들과 조촐한 파티를 가졌습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아니었으나... 주인 아줌마가 러시아식 호떡(?) 이름이 뭔지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를 위해 음식도 내어 주시고, 같이 묵고 있던 캐나다 사람까지 합류해서 약 8명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죠. 저기 보이는 보드카 외에 캐나다 분이 기분이라며 자기가 아껴둔 얼린 보드카 (밖에 내놓으면 자동으로 얼지만 -_-)를 내놓았는데, 보드카 병은 본래 얼려도 안깨지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아쉽지만..떠날 시간.
버스 출발 시간은 미리 방문에 쪽지로 붙여주는 데 우리는 왜 11시로 써 두셨을까요.. 덕분에 밖에서 2시간 언제오나 걱정하며 오매불망 했는데.
숙소만 이용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아 심통났나 -_-; 아무튼 숙소 주인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정해진 시간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여름이라면 움직였을 배겠죠?
바람으로 가는 호버크래프트.
한번 쯤은 타볼만 해요.
이르쿠츠크 역.
그렇게 1시쯤 출발한 버스가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이르쿠츠크에 도착합니다.
도착한 후에는 트램을 이용해서 위의 역까지 이동해야 했죠.
사실 북부투어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비슷한 일정이 많아 이곳에서 대부분 재회.
낯선 땅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아는 얼굴을 보니 반갑더군요.
저녁으로 먹은 것들.
일단 거의 모든 식사를 출발 전 집에서 가져간 라면으로 때우다 싶이해서, 러시아 도착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했던 적이 없던 우리였습니다.
그렇기에 도착 하자마자 식당으로 직행했는 데, 역시 직원들 영어는 못알아듣습니다.
아무튼 손짓 발짓 하며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땅에서 처음으로 주문한 메뉴.
러시아 음식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자면, 전체적으로 야채는 적고 고기의 양이 매우 많습니다.
배부른 소리냐고 할 분들도 드셔보면 아실 텐데 고기 빼고 야채좀 넣어줘 ㅠㅠ 하는 경우는 제 인생에서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적당히 저녁을 때운 다음 할 일은, 3일간 기차에서 먹을 간식을 사는 것.
근처 슈퍼를 들려 먹거리를 잔뜩 구입합니다.
차가운 물과 음료수 과자 등등 필수 (유럽이 다 그렇지만 탄산수가 많으니, 꼭! 하늘색 병뚜껑 있는 것을 사세요. 파란색은 탄산수입니다.)
열차를 기다리며
그리고 위와 같이 플래폼에서 기다리다 보면, 열차가 도착합니다.
열차 시간은 거의 정확히 지키니 시간엄수.
열차에 올라타려면 칸마다 차장(?)이 열차표와 여권을 검사하니 타기전에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우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플라츠카르타 (3등석)를 이용했는 데, 6인 1공간 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방이 따로 나뉜건 아니지만 복도쪽에 위, 아래 한명씩 안쪽에 위2,아래2 아래 사진과 같은 구조입니다.
대부분이 알고 있듯. 2층보다는 1층이 편한데, 위치도 중요합니다.
일단 개인적으론 안쪽 1층이 제일 좋고, 그 다음이 안쪽 2층. 그리고 복도쪽 2층, 1층 순이겠군요.
복도쪽은 윗층 사람이 내려올 경우 앉을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하기에 서로 불편합니다.
안쪽도 그렇긴 한데 공간이 더 넓으니까요 -_-;
더불어 위치도 중요합니다.
차장실 뒤가 좋은 이유가 몇가지 더 있는데.
1. 사진과 같이 침구가 놓여있는 경우 4명이서 가기에 편함.
2. 열차 내 난방이 쌘 편인데, 공기가 통해서 준수함.
3. 차장실 앞 온수기(아래사진) 이용이 쉬움.
4. 차장과 친해질 경우 서비스(?) 이용이 쉬움.
5. 차장실 쪽으론 이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거리적 거리는 일이 적음.
3등실 내부
지금보니 제 윗칸의 아주머니 머리가 귀신처럼 찍혔네요 -_-;
열차내 화장실 시설.
사실상 머리를 감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달까요. (양철 과자통에 물 받아가며 머리 한번 감아 봤습니다.)
블라디보스톡부터 탄다면 일주일 내내 목욕은 커녕 머리도 못감게 되는 거죠.
머리 떡지고 완전...
화장실 앞 콘센트는 늘 사람으로 붐비는 데, 늦은 저녁이어서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더불어 제가 탔던 열차는 안쪽에도 몇몇 군데 콘센트가 더 있긴 했습니다.
차장실 쪽에는 이렇게 열차가 정차하는 역과 정차 시간 출발시간이 나와있습니다.
보다 싶이 노보시비르스크는 무려 67분이나 정차하죠.
이런 역에는 두쉬라고 해서 샤워 가능한 시설이 역 근처에 있긴 한데.. 어딘지도 모르는 곳 시간에 못돌아올까 무서워서 나가진 않았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안타깝게 새벽시간이어서.. 오래 쉼에도 못나갔죠.
더불어 정차시간에는 화장실 출입이 안되니 이건 주의.
열차 밖 풍경.
보통 시베리아 열차 라고 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요. 로망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첫날도 둘째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됩니다.
풍경도 대동소이 해요. (서쪽으로 가면 갈 수록 조금씩 도시화 되는 건 있음)
그래서 사실 첫날의 로망은 금세 사그라 들고 뭐로 시간 때우지 고민이 늘어나죠.
위 처럼 종종 역에 내려서 간식을 사오기도 하고.
(위의 햄버거는 냉동인데 차장님께 부탁드리면 차장실 전자랜지로 데워줍니다. 꼭 친해질 것!)
평소엔 차만 먹고 멍~ 때리는 게 다입니다.
위에 보이는 빵은 차량 안에서 파는 건데, 끼니 때마다 차장아주머니가 오셔서 저런 먹을 거리를 파십니다.
가격은 150루블. 펠메니는 100루블 우리 돈 당시 3,000원. 맛도 괜찮고 양도 너무 많아서 혼자는 다 못먹겠더군요.
위의 컵은 열차에서 무료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차장실에 말하면 컵을 줄 텐데 잘 사용하고 내리기 전에 반납하시면 됩니다.
(종점에 도착할 즈음 되면 차장님이 기념품을 여럿 파는데, 거기엔 저 컵이 없습니다만 차장실에 따로 부탁하면 기념품으로 판매도 하니 하나 구입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격은 1060루블)
하지만 그런 저희에게 행운이 찾아오니.
왼쪽의 빅토리아 라는 아가씨.
나이는 24살로 기억하는 데, 한국에 관심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첫날 기차에 탔더니 우리 칸에 놀러와도 되냐고 먼저 묻길래, 엉겁결에 그래~ 대답한게 계기가 되서
둘째 날은 이 처자와 하루종일 이야기 하며 놀게 되었죠.
러시아 사람 치고 영어를 너무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한국에도 놀러온 적이 있다고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곤 정말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여러가지 질문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심심했나 보네 -_-)
(편의상 빅토리아 V 나 M)
V 빅토리아라고 해 비키라고 불러줘
V 한국 사람은 몇 살 쯤 결혼해?
M 대략 남녀모두 30살 언저리
V 너무 늦게 한다. 여자 애 낳기 힘들어, 러시아는 20대 초반에 다 해
M 그래?
V 너는 결혼 안해?
M 아픈 곳 찌르네. 아직 안했어 너는?
V 찾는 중이야.
M 뭐야 ㅋㅋ
V 러시아 여자 소개시켜 줄까?
M 너처럼 예쁜 사람이면 땡큐지
V 나 예뻐?
M 모델같은데
V 너네가 볼 때 내가 서양사람이라 그런거야.
.....중략
M 복권 당첨되면 뭐하고 싶어?
V 모스크바에 집살래.
M 여기도 부동산 사 ㅋㅋ?
V 모스크바에 사는 사람들 다 부자야.
이런 내용부터 북한을 어떻게 생각해 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뭐하는 애인지 물어 볼 껄 그랬나 봅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할 내용은 분명 아닌데...
그렇게 오후 쯤 됐을까요?
비키가 끌고온 같은 차량 내 아이들.
왜 여자애들 뿐이야. 라고 묻는다면... 남자애들 둘이 더 있었는데 여자애들만 있어서인지 도망갔거든요.
보통 어릴적 숙기는 여자애들이 더 있는데 러시아도 마찬가진가 봅니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 중간의 여자아이는 몽골계입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애가 러시아말을 하는데...러시아가 다인종 국가임을 괜시리 실감했달까요.
안타깝게도 이 애들 영어는 정말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통성명 정도 했던 게 커뮤니케이션의 끝이었어요.
그나마 비키가 옆에서 조금씩 해석해 주는게 재미였는데, 그런 비키도 오후 5시쯤 되니까 내리더군요.
가기전에 제 카톡에 프리비엣 이라고 남겨주길래 무슨 뜻이냐니까. 안녕이란 말이랍니다.
(괜시리 나만 설랬잖아...)
아이들과의 카드놀이 '바보'
비키가 내리고 아이들과 만날 기회가 없나 했었는 데, 아까 만났던 한무리의 아이들이 오더니 카드를 내밀더군요.
그런데 카드는 카드인데... 평소 봤던 트럼프카드와 같으면서 다릅디다.
여기에서는 우리 윗칸에 계시던 아저씨가 대활약
규칙을 모르는 우리를 데리고 손짓 발짓 다 해가며 우리에게 이 게임 규칙을 알려주셨죠.
물론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기에 -_-; 당황스러웠으나, 다행스럽게도 제 일행은 인터넷만 좀 살펴보더니 감을 잡더군요?
그렇게 한 두시간 카드를 쳤을까요. 재미도 붙여갈 무렵 찾아오신 차장아줌마. 소등시간이라 조용히 해달라고 하십니다 ㅠ
아이들도 이제 자야죠.
그런데 이 애들 표정이 심상치 않아요. 다 프리비엣 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러시아 사람들의 담배사랑
네. 그날 밤 잠든 사이 내렸더군요.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왠지 모르는 아쉬움.
일어나 보니 담요가 덮여있던데, 윗칸 아저씨도 같이 내리셨더군요.
추울까봐 덮어주신 것 같은데 정말 이런 작은 친절 하나하나가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너무 감동이었죠.
다음날 아침은 조용했습니다.
윗층 아주머니가 밖에 안나가냐고 손짓하시길래 이번만큼은 추워도 바람이나 쐬자! 하고 나가봤죠.
시베리아 열치는 위의 사진처럼 역마다 무언가 팔고 계시는 주민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지역의 특산물이겠거나 싶은데 사고 싶어도 보다 싶이 살품목이 없더군요;
더불어 담배는 남녀불문 얼마나 피던지 어제 만났던 비키도 기차가 멈출때면 이 추운날씨에 담배피러 나가더군요.
그나저나 지금 봤는데 영하 20도 날씨에 맨발로 담배피러 나오는 저 사람은 무엇...
기차도 이제 종점 모스크바를 향해 달립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부부가 함께 여행하시던 몽골 아저씨 부부와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같은 칸에 계셨는데 어제는 비키와 노느라 발견하지 못했나 봅니다.-_-;
베터리 충전하러 갔다가 한국인 처럼 보여서 말을 걸었던게 계기 였죠.
한국에서 무려 8년을 일하셨다고 자신을 소개한 아저씨.
한국말도 어찌나 유창하신지 몽골사람 이셨기에 처음엔 한국인인 줄 알았습니다.
한국에 대한 추억도 많으시고, 그때 같이 일했던 형님들 보고싶고 다시 한국 가보고 싶다 하시더군요.
건설업계에서 일하신다는데 봄,여름,가을 일하고 일이 없는 겨울엔 이렇게 사모님과 여행다니시고.
어찌보면 부러운 삶입니다.
8년간 일했다고 말하시길래 솔직히 처음엔 한국의 외노자 사정을 생각하며 아... 어지간히 시달렸겠구나 싶었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사시는 분이기도 하고,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시지도 않아서 오히려 의외였달까요.
정이 많은 분으로 몽골 놀러오면 연락 하라고 이메일까지 적어주셨는데
전 여행으로 만난 분은 누가 되었든 나중에 연락 안하는 주의여서 -_-... 따로 연락을 드리진 않았지만 뭔가 정이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내일 새벽이면 도착이네요.
열차에서의 마지막 날 식당칸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꽤 고오급 식당칸을 갖추고 있습니다.
차장아주머니가 파는 150루블 짜리 빵이 아닌 위의 사진처럼 제대로 된 식사인거죠.
사실 그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단품이 우리돈 만원 이상하는 일반적인 러시아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죠.. (우리에게도)
더불어 이곳에선 술도 팝니다.
기차안에서는 기본적으로 음주를 할 수 없으나 이곳만은 예외!
맛은 글쎄요...
기차안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니 그걸 감안해도 돈 값 못한다고 보는게 맞겠죠.
더불어 불쾌하게 구는 러시아 청년도 하나 만났으나 뭐. 좋은게 좋은것이겠죠.
여담이지만 저 보르쉬 위에 올라가는 것 사워크림 맞나요? 러시아에서 스프를 시키면 꼭 올려주던데 제 취향임!
모스크바 역에서
이 때가 새벽 5시 쯤.
겨우 눈만 비비고 일어나, 간단히 씻고 짐챙기니 도착이더군요.
도착 전 몇시간 전부터 대여용품 반납을 해야 합니다. 컵이라던가, 담요라던가, 베게커버 같은 것들. 잃어버리면 안되요.
그리고 도착한 모스크바 역.
아직 한참 잘 시간.
9시는 되야 해가 적당히 뜰 테니 역 안에서 노숙해야죠.
모스크바 역 내 서브웨이
그 전에 배좀 채우려고 보니 서브웨이가 있더군요.
왠지 반가웠습니다. 가격도 보다 싶이 우리나라 보다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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