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지, 한 3주 쯤 됐던 것 같다. Y가 Y의 어머니와 함께 산에 가지 않겠냐고 말했었다.
평소 나보다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운동을 한 것도 아니며, 산을 즐기던 Y가 아니기에
기껏해야 동네 뒷산 정도겠지 라는 생각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러자고 했다.
예전에 꽤 높은 산에도 편한 차림으로 카메라를 들고 올랐던 경험도 적잖이 있고,
나름 체력에 대해선 자신이 있기에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일기장 한 구석에 갈 날만 적어놓았는데, 당일이 됐다.
새벽의 산은 꽤나 춥다.
다만 오르막길이 계속해서 이어져서 그런지 점점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 사진을 담았을 무렵엔 이미 넥워머도 벗고, 바지도 반바지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잠시 숨을 돌리며 아래를 보니 제법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도 정상은 기약이 없고, 어두운 산 속에서 걷기만 하는 행위는 시간감각마저 흐린다.
신불산으로 향하는 공룡능선에 도착했을 때 즈음 지평선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잠시 바위에 앉아 숨을 돌리며 태양과 아침이 보여주는 색을 조망한다.
험한 길을 계속해서 걷다보니 멀리 신불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경등산화를 신고 올라간 산행인지라 이제 겨우 올라왔을 뿐인데 제법 지친다.
그래도 신불산의 정상에서 내려다 본 능선의 풍경은 꽤 고됐던 산행을 보상해주는 느낌마저 든다.
영축산으로 가는 길을 등지고, 간월산을 향하기로 한다.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매섭고, 차다.
간월산으로 향하는 길은 내내 그늘이 져서 그런지 올라올 때보다 훨씬 춥게만 느껴진다.
Y 또한 체력이 다했는지 눈에 띄게 힘들어 한다. 햇살은 아직 따스하건만, 무심한 바람은 이를 모르는지 모든 걸 순식간에 차갑게 만든다.
본래라면 내려가는 길에도 사진을 여럿 찍었어야 했지만,
생각보다 더 난이도가 높았던 간월산의 하산길, 동행의 체력 고갈, 나 자신의 준비 부족 등 여러모로 사진까지 찍으며 여유롭게 내려올 형편은 되지 않았다.
사실 내려오는 길에만 해도 다시는 산에 가지 않을 거라 다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돌아와 사진으로 돌이켜 본 산의 모습은 왜 이리 아름다운지...
‘다시는 산에 가지 않겠다.’가 점점 ‘다음엔 준비를 잘 해서 가야겠다.’로 바뀌어 간다.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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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17.12.09 15: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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