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이사를 하고 정신없이 생활을 하다가 묵은 짐들을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먼지 쌓인 짐들을 하나 둘 정리하다가 종이 박스 가득 담긴 낡은 앨범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돌아가시고...앨범보면 눈물나고 힘드시다며 어머니가 담아두신 앨범 박스였어요.
5~6년 그렇게 박스에 담겨 있는 앨범을 어머니 몰래 펼쳐 봤습니다.
한 장 두 장
앨범을 넘기다가 나온 어머니의 수학여행 사진...
사진 속 어머니는 저 돌계단 위에서 친구분들과 함께 반 측면 포즈로 활짝 웃으시며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문득 경주가 가고싶어졌습니다.
알쓸신잡 방송보고 관심도 있었고 어머니 사진을 보니 제 고등학교 시절도 생각이 나서
당일치기라도 가보자며 급 여행 출발~
서울-경주간 여행의 기차편은
빠른 방법은 서울-신경주의 KTX 직행
그 다음의 방법은 서울-동대구 까지 가서 포항선으로 환승해서 경주에서 내림.
기차는 군시절 지겹도록 탔으니
버스로 가는 방법을 택하도록 합니다.
동서울터미널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두 곳에서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루리인이니 국전과 가까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택합니다.
영천-경주구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서 소요시간이 좀 줄었다고
요금이 약간 인하됐네요.
8:10분 출발해서 약 4시간 걸려서 12시쯤 경주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계획은 도착해서 밀면 먹고 불국사로 출발하려고 했으나 불국사 둘러볼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경주맛집 맥도날드로 가서 점심을 때우고 길건너서 불국사행 버스를 탑니다.
10번 버스, 11번 버스가 있는데 10번 버스는 경주 주요관광지를 경유해서 갑니다.
관광객이 주변 구경 하면서 불국사 까지 가기엔 이 코스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진 속 그 장소...
안타깝게도 계단쪽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어요.
사실 불국사 방문한 이유중 하나가
어머니 모시고 와서 예전 수학여행사진과 비슷하게 찍어드리고 싶었거든요.
전 날 비도오고 오전까지 날씨가 좋지 않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후 되자마자 쨍~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경주의 여름...다시 한 번 실감을 하게 되네요.
조금만 움직여도 육수가 줄~줄~
대웅전 앞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는데...
속으로 엥?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여행때 봤던 탑보다 많이 작아 보였습니다.
제 키는 고등학교때보다 쪼그라들면 쪼그라들었지 더 크진 않았는데...
그 시절 봤던 탑들은 그렇게 커보였는데...
탑의 미학적인 의미...가치...이런것은 잘 모르지만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엔 석가탑이 더 가까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지고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살리는...
탄탄하고 세련된 모습입니다.
사실 저는 장식적인 유물이나 예술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보탑을 더 좋아해요.
큰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더 예쁘고 눈이 더 가고
자세히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이고...
여러번 봐도 다른 면을 발견 할 수 있는...
수학여행때 찍은 사진들이...그 때는 무슨생각이었는지 흑백필름으로 찍은 사진들만 있어서...
불국사의 색깔이 이렇게 예쁜지 잊고 있었습니다.
여름이라 더욱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불그스름한 기둥들...처마끝 단청의 화려함...
햇살은 따갑지만 산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아...이래서 성인이 되고 난 후의 경주...불국사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고 하는구나...
고등학교시절...그 시절엔 왜 이런것들은 몰랐을까...아니면 그동안 잊고 살았나...
이 복돼지 앞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거립니다.
생긴것을 보아하니 멧돼지 같은데...
요즘세상에 가장 사랑받는 멧돼지가 아닌가 하네요.
사람들과 공존하기는 어려우니...그렇겠지만...
불국사 경내는 크지 않아서 다 돌아보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더군요.
오랫만에 카메라 짊어지고 하는 여행이라 셔터만 눌러도 재밌네요.
제일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외국인들이 뷰가 좋다면 사진을 찍고 있어서
저도 끼어들어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내려다보는 불국사 지붕들도 새롭네요.
불국사 앞에서 버스타고 첨성대 근처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첨성대가 떡하니 나타납니다.
주변이 꽃밭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보기에는 예쁜데...전날 내린 비가 땡볕에 증발하면서 습한 기운이 확 느껴지면서
거름냄새가 훅 하고 틀어옵니다...당황스러워서 걸음을 빨리 첨성대로 옮깁니다.
수평이...안맞긴 했는데...
지진으로 첨성대가 살짝 기우뚱해진 기분이 들더군요.
첨성대 주변에 여러 릉이 있네요...
땅만파도 유물이 출토된다는 농담섞인 이야기가 농담같지 않아지는 풍경입니다.
천마총...수학여행때는 그냥 별 생각 없었는데
들어가보니 내가 무덤안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분이 오묘해집니다.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에 들어서면 이렇게 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땡볕에 있다가 들어오니 시원함이 확 느껴지는데
곳곳에 있는 스피커에서 국악BGM이 흘러 나옵니다.
천천히 걸으니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대릉원 옆으로 요즘 핫하다는 거리를 걷다가 귀여운 간판...
사람이 많아서 가게에 들어갈 생각은 못하겠네요.
방송에 나온 카페는 가보고 싶긴 했는데...이 쯤에서 터미널로 가야해서
그래도 아쉬우니 기념품점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첨성대 뱃지 하나 득템
터미널가서 5:10분 서울행 버스표 구입하고 약간 남은 시간은
경주 커피맛집 스타벅스에서 아아 하나 마시면서 버스시간 기다렸습니다.
농담으로 경주맛집 맥도날드, 커피맛집 스타벅스 라고 했지만...
경주 여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먹거리였어요.
...
하루만에 돌아보기에 시간이 모자라서 몇몇 관광지도 생략했고
더위도 조금 힘들었지만...아쉬워서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추억에서 시작해서 제 추억으로 이어져서 시작을 했던 여행인데...
어머니 모시고 한 번 더 와야겠네요.
여러가지로 의미있던 여행이었습니다.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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