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리다 보니 가끔 이메일이나 쪽지로 협찬 제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거주하는지라 협찬을 받고 싶어도 배송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는 거지요.
게다가 평소에 주로 사용하던 상품이라면 모를까, 처음 보는 제품을 받아서 좋은 점만 광고를 해줘야 한다는 건 왠지 부담이 되기 때문에 결국은 다 사양하게 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키친에이드나 롯지나 옥소가 후원해준다고 하면 정말 광고 잘 해 줄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콘밀 관련해서 글을 쓰면 소정의 원고료를 준다는 제안이 들어와서 낼름 응답했습니다.
굳이 자기네 상표를 강조할 필요도 없고, 그냥 콘밀을 이용해서 아레빠(남미에서 만들어먹는 옥수수빵)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대인배스러운 마케팅의 일환이었거든요.
어쩐지 네이버 블로그 여기저기서 아레빠 포스팅이 보이더라니...
하지만 한 번도 안 써본 상품을 광고하는 것도 꺼려지는 마당에 한 번도 안 먹어본 요리를 홍보용으로 만드는 건 왠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레빠는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 여행을 다녀온 후에나 만들기로 하고, 이번에는 일단 허시파피를 준비합니다.
콘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콘브레드(https://blog.naver.com/40075km/221048051869)는 예전에 벌써 만들었으니까요.
콘밀, 밀가루, 양파, 달걀, 베이킹파우더, 우유, 소금, 레몬이 준비물의 전부입니다.
가장 먼저 양파 반 개를 잘게 다져줍니다.
뿌리 부분을 남겨놓고 칼집을 낸 다음 썰면 눈물나기 전에 재빨리 다질 수 있습니다.
입맛에 따라서는 매운 고추도 약간 썰어넣거나 파프리카 가루를 뿌리기도 합니다.
재료를 다 넣고 섞어주면 준비 완료.
우유와 레몬즙 대신 버터를 만들고 남은 유청을 발효시켜 만든 버터밀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재료는 역시 콘밀 (Cornmeal). 옥수수가루와 같은 재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말린 옥수수를 갈아서 만드는 것은 동일하지만 입자의 굵기가 다르거든요.
인터넷에서 간혹 콘브레드 만들다가 실패했다는 경험담이 보이는데, 콘밀이 아니라 옥수수가루를 사용한 것이 원인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식 레시피에는 옥수수 가루(Corn flour)와 콘밀을 구분해서 사용하지요.
특히 중남미 요리에는 아레빠 뿐만 아니라 엠빠나다, 또르띠아 등 주식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반죽을 동글동글하게 굴려서 모양을 잡습니다.
미국 북부 지역에서는 옥수수에서 짜낸 콘시럽으로 코카콜라나 만드는 반면에,
미국 남부식 요리에서는 콘밀로 만든 사이드 디쉬가 없으면 식탁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특히 허시파피는 생선튀김 요리에 항상 따라다니는 사이드 메뉴지요.
프렌치 프라이가 햄버거의 옆을 차지한다면 메기 튀김은 허시파피로 장식해야 제 맛입니다.
둥글게 모양을 잡은 반죽을 끓는 기름에 넣고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2~3분 정도 튀깁니다.
생양파나 삶은 양파는 정말 싫어하는데 기름에 튀긴 양파는 너무나도 맛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기름에 튀기면 신문지도 맛있다는 농담도 있지만, 끓는 기름에 들어가기 전과 후가 이렇게 다른 채소도 흔치 않으니까요.
무쇠 스킬렛으로 튀김을 하면서 소울 푸드 만드는 기분을 내 봅니다.
진짜 흑인 노예들이 해먹던 방식이라면 돼지 기름이나 땅콩 기름을 사용해서 튀기는 게 정석이지만요.
다 튀겨진 허시파피는 키친타월 위에 얹어서 기름기를 뺍니다.
취향에 맞게 소금이나 후추를 뿌리고 레몬 조각을 곁들이면 완성입니다. 입맛에 따라서는 토마토 케첩이나 허니 머스타드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허시파피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큰 귀를 펄럭이는 바셋하운드 강아지가 선전하는 신발 브랜드를 떠올리게 됩니다.
경영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콤 글래드웰이 허시파피가 파산 직전에 기적처럼 부활한 것을 관찰하고 제시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조그마한 행동이 확산되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현상)까지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허시파피의 원조는 바로 이 콘밀 반죽을 튀겨서 만드는 빵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남부의 낚시꾼들이 생선을 잡아서 요리할 때 개들이 배고파서 보채는 것을 달래기 위해 반죽을 떼어서 던져줬다는 이야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야영을 하다가 북부군이 오는 소리를 듣고 군견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옥수수빵 반죽을 먹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공통적으로 "멍멍아, 조용히 해 (Hush, puppy)"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겉은 바삭하지만 안쪽은 부드럽습니다.
콘브레드처럼 고소한 옥수수의 맛은 살아있으면서도 기름에 튀긴 덕에 꺼끌거리는 콘브레드의 식감 대신 촉촉한 허시파피의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튀긴 양파의 풍미가 섞이면서 맥주 한 잔 곁들이게 만드는 옥수수 빵이 탄생하는 거지요.
양파가 섞인 튀김빵이라는 점에서는 야채 고로케가 생각나는 맛이기도 하네요. 그보다는 조금 심심한 맛이고, 그래서 다른 메인 요리와 잘 어울리며 보조 역할을 한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별다른 재료도 필요없고, 만드는 것도 워낙 간단해서 사이드 디쉬로 먹을 게 마땅치 않을 때 뚝딱 튀겨서 곁들이면 좋은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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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제목보고 이걸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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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겉모습만 봐서는 마치 오징어 땅콩같은데, 조리법은 패스트푸드에 사이드로 붙여도 괜찮을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심심한 맛은 케첩으로 보완하면 될것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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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겉모습만 봐서는 마치 오징어 땅콩같은데, 조리법은 패스트푸드에 사이드로 붙여도 괜찮을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심심한 맛은 케첩으로 보완하면 될것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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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코드네임은 네이키드 스네이크다 이후로 스네이크라고 부르도록하지 본명은 삼가도록. | 18.05.14 17: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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