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분이 건축설계사무소를 개업한지 좀 됬지만 찾아뵐 일이 생겨 작은 선물을 고민했었죠.
그러다 '상어'는 우리 집에 정말 많이 있어('O'의 개인 컬렉션인데...) 이름에 꼭 맞는 선물을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건축사사무소 이름이 '상어건축사사무소'(상상하는 어른들)였습니다.
일단 적당한 크기의 녀석들을 주인 몰래 가져왔습니다.
형틀을 뜨기 적당한 녀석을 골랐지만 물고기는 지느러미 때문에 복제 작업이 쉽지 않죠.
더구나 긴 모양이기에 몰드용 실리콘도 많이 사용되어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든 다섯 마리를 한 번에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본 결과 일단 실리콘 양을 줄여보자 해서 각 상어들을 포장용 완충재로 감싸 봅니다.
그리고 몰드용 박스를 제작합니다.
사실 몰드용이라기 보다 몰드용 실리콘을 아낄 박스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그리고 석고가루에 물을 개어 적당량 넣고 포장된 상어를 넣어 줍니다.
2년 전 아파트 인테리어에 쓴다고 엄청 사놓은 석고가루가 그래도 있어서 어디다 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적당한 사용처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것을 다 만들고 나서, 그리고 지금도 다시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단 그땐 시간이... 납품 일정에 시간이 없어 다급했나 봅니다.
절반 정도 넣은 석고가 굳기를 기다렸다가 나머지 절반을 다시 채웠습니다.
그리고...
석고가 굳은 것을 확인하고 안에 잠들어 있는 포장된 상어를 꺼냅니다.
마치 고고학자가 화석을 캐내듯이 조심 조심.......왜 그랬을까요..... 그냥 석고로 몰드를 떠도 됐었는데...
석고몰드에 상어를 집어넣고 실리콘으로 채웁니다. 충전용 포장재 두께만큼 소비되므로 몰드용 실리콘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대왕고래 때는 한 마리에 1kg을 다 썼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상어 다섯 마리나 만들었으니까요.
예전에 대왕고래 몰드 작업 시 지느러미 부분이 그나마 말랑한 실리콘 몰드라서 잘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실리콘 몰드에 달라붙은 우레탄 조각이 잘 박리되어 석고몰드보단 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리콘 몰드는 경화제를 섞어 잘 저어 줍니다. 대충 저으면 경화제와 안 섞인 부분은 안 굳기에 잘 저어 줘야 합니다.
사진을 못 찍어 몰드 만드는 것은 보여드릴 수 없지만 온도에 따라 경화되는 속도가 달라져 표준 경화시간(5시간)보다 길게 하루 정도 지나니 잘 굳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몰드가 완성되면 피겨용 우레탄을 준비합니다. 1년 전에 구입해 대왕고래 2마리 만들고 남은 것을 재 사용했는데 왜 빨리 쓰라고 했는지 알겠더군요.
우레탄은 특성상 습도 및 온도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온도와 습도가 높을수록 더 빨리 굳어지게 됩니다)
주제와 경화제를 1:1로 섞으면 30초에서 1분 사이에 투명한 색이 점점 백색이 되면서 5분 안에 거의 굳어지게 됩니다. 발열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오래된, 더구나 주제는 마개가 깨져 있었는데 섞이니 경화되는 시간 및 경화된 품질도 좋지 않았습니다.
기포 발생이 심하고 더구나 기포가 발생하면서 밖으로 나와 표면이 볼록볼록하게 돼 버립니다.
이미지에 보이는 감자떡처럼 생긴 상어 몰드 안에 우레탄을 채워 기다립니다.
바닥이 장난 아닙니다.
신문 같은 보양재를 깔면 되는데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전에 이런 작업을 집에서 했었는데 아내가 등짝을 가루로 만들려고 하더군요. ㅎㅎ
이제 한 마리씩 꺼내 봅니다. 역시 지느러미가 문제입니다.
중간에 잘린 게 대부분인데 몰드 내 공기 때문에 우레탄이 끝까지 안 들어간 예입니다.
오래된 우레탄으로 경화 속도도 많이 느리고 품질도 안 좋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굳었다고 생각해서 빼면 달리의 시계 그림처럼 축 늘어져 버리더군요.
그나마 황소 상어가 선전을 해줍니다. 모양은 잘 나온 듯 하나 역시 기포가 많이 맺혀있습니다.
샥스핀 요리를 위해 지느러미만 잘려 버려진 상어와 같은 아이도 있구요.
남은 우레탄을 다 썼습니다.
성공율이 50%도 안되네요. 잘 나온 복제품만 샌딩 및 서페이서로 흉터를 숨긴 후 낚싯줄로 매달아 줍니다.
이렇게 상어건축사사무소의 개업식 선물이 완성되었고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뻤는데 오히려 전통방식으로 그려진 일월오봉도를 답례품으로 받아 더 좋은 선물을 받아 오게 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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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동감합니다. 하지만 기포로 인해 표면상태가 너무 않좋아 갈아내다 보니 너무 심하더군요. 대왕고래 만들땐 깔끔하게 나왔었는데요 ㅎㅎ 감사합니다. | 18.11.12 19: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