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
2019.01.26~01.27에 다녀온 대구 여행기입니다.
올해부턴 한 해에 여섯번은 여행을 다녀오려고 계획중인데요, 그 첫 발입니다.
사실 이번 대구여행을 통해서 1박 2일로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네요.
아마 올해부턴 국내로 네 번, 해외로 두 번 정도 다녀올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에 후쿠오카에 다녀왔으니, 벌써 세 달 만의 여행이다.
작년에는 한 해에 4번 여행을 계획했다면, 올해는 6번을 생각하는 중인데,
여섯 곳의 행선지 중, 가장 첫 번째로 찾아갈 곳이 바로 대구다.
부산도 아니고 대구 정도면 KTX부터 생각하기 마련인데, 의외로 비행기가 더 싼 가격에 나와서 이번에는 항공편으로 가보고자 한다.
공항에서 짧은 대기를 마친 비행기는 김포를 출발해 한 바퀴 크게 돈 뒤, 남쪽으로 기수를 향한다.
간밤에 잠을 잘 못 잤는지 목이 영 불편해서 도저히 눈을 붙일 수가 없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소백산맥 위를 날아가는 중인 모양이다.
하늘에서 봐도 눈에 띄게 거칠어진 산세가 인상적이다.
탑승교를 쓰지 않고 내린 적은 몇 번 있지만,
주기장에서 터미널까지 걸어가는 경험은 또 처음이지 싶다.
여차저차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공항을 나온 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인 대구역에 도착했다.
항상 내 여행의 기본은 추울 땐 따스한 곳으로, 더울 땐 시원한 곳으로이다.
대구, 하면 뜨거운 도시로 이미지가 박혀있는지라 겨울 여행지로 정했는데, 의외로 바람이 차다.
마음 같아선 휑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숙소에서 편히 쉬고 싶건만 체크인 시간은 멀기만 하다.
날도 추운데 허기라도 채울 겸 ‘동성로’로 향하는 중 작은 성당이 눈에 띈다.
성공회의 성 프란시스 성당인데, 100년 가까이 된 역사를 지닌 성당이면서도 그 단아한 규모가 참 마음에 든다.
여행으로 온 게 아니라면 미사도 한 번 참가하고 싶다만, 이번엔 이렇게 겉에서 본 걸로 만족해야겠다.
대로를 따라 중앙로역을 거쳐 종로로 향한다.
추운 날에 허기까지 지니 평소보다 배로 힘든 기분이다.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해보자.
그렇게 도착한 영생덕.
그런데 가게 문은 열려있다만, 영업은 11시부터라고 한다. 분명 구글맵에서는 8시부터라고 했는데...
잠깐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오는 길에 열려있던 따로국밥집이 기억나 그거라도 먹으러 다시 온 길을 돌아간다.
따로국밥에 무슨 뜻이 있나 했더니, 그냥 국하고 밥이 따로 나와서 따로국밥이라고 한다.
뭐 원래 국밥은 토렴이 기본이니, 옛날에는 이게 마이너한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선지 맛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는데, 아쉽게도 부속고기가 영 마음에 안 든다.
다음에 먹게 된다면 고기 빼고 선지만 넣어달라고 해봐야겠다.
맞은편 테이블의 아저씨들이 푹 삶은 선지만 시켜 먹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였지 싶다.
오후에 J와 이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밖에서 서서 기다릴 날씨는 아닌지라 카페를 찾아봤다.
마침 커피 한 잔 할 타이밍이기도 했으니 금상첨화다.
길게 앉아 있을 것 같진 않아서, 오늘의 블렌드로 한 잔 내린 것을 받아왔는데, 꽤 마음에 든다.
이 때, 핸드폰으로 한 30분 정도 늦을 것 같다는 J의 문자가 온다.
그렇다면, 책도 읽고 간단한 디저트도 한 입 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디저트 메뉴를 보던 중, 설명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까눌레를 하나 시켜본다.
디저트와 함께 책을 읽고 잠시 목이 뻐근해져 쉬던 중 J가 왔다.
들어보니 어제 과음을 한 것 같아, 해장을 겸해서 굴짬뽕이나 한 그릇 먹고자 ‘복해반점’을 들른다.
굉장히 가정집과 일체화 된 것 같은 느낌의 가게다.
원래 처음 가는 중화요리집에서는 늘 볶음밥 종류의 음식을 시킨다만, 오늘은 해장이 목적이니 굴짬뽕으로 간다.
의외로 맛은 평범하게 시원했던 굴짬뽕. 다음에는 다른 요리 메뉴를 시켜보고 싶어졌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래도 굴이 이 정도로 들어간 요리면 부담스러울 만한데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었으니 분명 맛은 있었다.
뭔가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막상 먹으니 조금 기운이 빠진, 그런 느낌이다.
J가 속이 제법 풀렸는지 만두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영생덕에 가고 싶다 했더니 거기보다 더 추천하는 곳이 있다 해서 잠자코 따라 나선다.
뭔가 가게 이름이나 모양새는 분식집 같은데, 높게 쌓여있는 찜통이 제법 마음에 든다.
일단은 찐교스부터 먹어보자.
뭔가 잘 다진 고기가 안에 가득 차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데, 고기 자체의 질도 꽤나 신경을 쓰신 것 같다.
입안에서 맴도는 고기 맛이 일품이다.
다음은 군만두.
개인적으로 군만두 안에 육즙이 가득한 군만두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녀석은 육즙보단 겉을 바삭하게 하는데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렇다고 안이 바싹 마른 건 아니고, 딱 찐만두 정도의 느낌이다.
확실히 이런 수준에 이 가격이면 훌륭한 맛집이지 싶다. 메뉴판에 소주 반병만 파는 것도 신기하고...
오랜만에 만난 J와 수다도 떨 겸, J가 추천하는 카페로 향한다.
뭔가 남대문시장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리를 지나다 보니 종로, 그 다음엔 용산 느낌의 거리가 펼쳐진다.
대구도 꽤 큰 도시이니 당연히 이런 저런 모습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좁은 곳에 여러 분위기가 있는 것은 꽤나 재밌는 일이다.
그리고 도착한 카페, ‘커핑포스트’.
몇 종류 원두 이름만 적혀있는 메뉴판을 보다 보니 뭔가 카페보다는 작은 로스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한국의 카페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본격적이면 기대를 안 할 수 없게 된다.
두 종류의 커피를 마시다 보니 갑자기 잠이 쏟아진다.
남들은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는데, 난 이상하게 어느 정도 마시면 잠이 쏟아지고,
이 때 꼭 10분 정도 자야 피로가 풀린다.
다시 맑아진 정신으로 J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슬슬 저녁 먹을 장소로 갈 시간이 됐다.
마침 지갑에 있던 문화상품권도 쓸 겸, 알라딘 매장을 거쳐 반월당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지난번에 인천에서 중고매장을 뒤적이다 본 만년필 두 자루를 사고 복잡한 번화가를 지나니 조금은 차분한 느낌의 거리가 나온다.
자 그럼 또 먹어보자!
멀리 대구까지 왔으니, 그래도 고기는 한 번 먹어야겠지 싶어서 왔다.
요즘 술을 거의 끊어서 소주를 안마신지 오래 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엔 소주 말고는 답이 없지 싶다.
둘이서 딱 한 병만 마셔야겠다.
막창에서 떨어지는 기름 덕에 불길이 잦아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구워먹으려고 올려놨던 마늘은 순식간에 숯이 되버렸고...
다행히 고기는 안 태워먹었다만 긴장감 넘치는 식사였다.
디저트로 커피는 조금 물리기에, 간단히 맥주나 한 잔 하려고 이자카야에 들렀다.
간단히 목이나 축이려 들른 곳인데, 좌석을 전부 커버하고도 남는 크기의 철판이 몹시 신경쓰인다.
정신을 차리니 맥주에 오코노미야끼, 교자, 거기에 야끼소바까지 주문해버린 뒤였다.
앞에서 한참 오코노미야끼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시킨 명란 교자가 왔다. 마요네즈에 와사비를 섞어서 찍어 먹으니 그 맛이 참 안주로 일품이다.
일식엔 역시 일본 맥주고, 한식엔 역시 독일 맥주다.
그리고 나온 오코노미야끼.
일본 여행은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산요 지방이나 오사카는 한 번도 안 가봐서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인데,
이렇게 한국에서 첫 발을 떼게 될 줄은 몰랐다.
맛은 훌륭함 그 자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서 정말 좋은 가게를 만난 것 같다.
이미 배가 부르지만,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는 관계로 마지막 메뉴인 야끼소바까지 해치운다.
과연... 자매의 도시.
요즘 하는 꼴을 보면 자매보단 시누이에 가깝지만, 뭐 이런 얘기는 넘어가자.
가득 찬 배 덕분에 몹시 행복한 기분.
만족스럽게 술 한 잔 걸치고 들어가려는데, 가려고 한 가게가 문을 닫은지라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로 한다.
생각해보니 요즘 술을 줄이기도 했으니, 이게 맞는 거겠지.
숙소에 들어와 대자로 쭉 뻗고, TV를 켜 본다.
결코 이걸 보려고 일찍 들어온 건 아니다만, 그래도 볼 건 봐야지.
1박 2일의 겨우 첫 날일 뿐인데, 제법 긴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2019.01.26
- 2부로 이어집니다 -
p.s.
부족한 여행기입니다만, 오랜만에 우측담장을 가네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IP보기클릭)210.99.***.***
대구가 여름에는 엄청 더운 도시지만, 겨울에는 평범하게 추운 도시죠.^ ^ 또 도심 중심지에 구역별로 다양한 것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한쪽은 불타는 젊음의 거리고, 한쪽은 60대이상 노인분들의 집결지이고 또 한쪽은 근현대사의 전통이 살아 숨쉬고, 다른 쪽은 최신 트렌드 아이템이 즐비한 곳이고....그런 오밀조밀한 매력이 있죠.
(IP보기클릭)175.115.***.***
역시 관광오는거랑 사는거랑은 보이는게 다르네요 저는 여기서 살다 보니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놀러와서 남긴 후기들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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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반은 식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ㅎㅎ | 19.01.28 2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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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라뇨...전 여행의 전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19.02.02 17: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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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십니다 ㅋㅋㅋ. 사실 이곳저곳 다녀봐도 결국 맛난거, 멋진거 빼면 아무것도 안 남아요 ㅎㅎ. | 19.02.02 20: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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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여름에는 엄청 더운 도시지만, 겨울에는 평범하게 추운 도시죠.^ ^ 또 도심 중심지에 구역별로 다양한 것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한쪽은 불타는 젊음의 거리고, 한쪽은 60대이상 노인분들의 집결지이고 또 한쪽은 근현대사의 전통이 살아 숨쉬고, 다른 쪽은 최신 트렌드 아이템이 즐비한 곳이고....그런 오밀조밀한 매력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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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한 3월 쯤에 오면 평범하게 좋은 기후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말씀처럼 좁은 구힉 안에 많은 모습이 있는 점은 꽤나 재밌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팔공산 가는 것도 잊고 거리에서 줄창 돌아다니기만 했네요 ㅎㅎ. | 19.01.29 11: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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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 왠만한 일본보다 좋아 보이더군요. | 19.02.02 20: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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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대구에서 공부를 했어서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알려준 집을 다 가보지도 못했는데, 다음 대구 여행 때 가보려구요. | 19.02.02 20: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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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실제로 맛도 좋았답니다. | 19.02.02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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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맛의 고장이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따스함을 찾아서 간 곳이었는데 날씨는 추웠지만, 속은 든든해서 행복했네요. | 19.02.02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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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19.02.02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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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추천받은 가게에 중화반점도 있었습니다 ㅎㅎ. 다음에 꼭 들러보려구요. | 19.02.02 2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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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재밌는 음식이 많은 것 같아요. 인천에 살아서 화교 음식점은 익숙한 편이지만, 대구는 대구 나름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 19.02.02 2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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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리버틴호텔이었습니다. | 19.02.03 09: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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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인지 링크 누르니까 오류가나는군요. | 19.02.03 0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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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친구들이 인천 차이나타운 오면 먹을거 없다고 툴툴거려요 ㅎㅎ 익숙한 곳에선 특별함을 느끼기 힘드니까요. | 19.02.03 09: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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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가 잘못 들어간 모양입니다; 수정했어요 ^^. 감사합니다. | 19.02.03 09: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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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장 이동이나 이런 것 까지 합쳐서 1시간 걸리는 것 같네요. | 19.02.03 0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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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인천이라 광명, 서울역 가는 시간보다 김포공항 가는게 더 낫더라구요. 아무래도 가격이 그렇게 설정된 것도 ktx랑 비교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 19.02.03 09: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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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광오는거랑 사는거랑은 보이는게 다르네요 저는 여기서 살다 보니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놀러와서 남긴 후기들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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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온 사람들이 보는 건 확실히 현지 사람하고 다르죠 ㅎㅎ | 19.02.03 0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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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왕만두를 못 먹어 봤네요. 다음에 갈 땐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19.02.03 0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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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커다란 왕만두 파는 곳이 정말 없더군요. 왕만두 라기 보단 "왕자" 만두 "공주" 만두 같다고 밖엔...(...) | 19.02.04 05: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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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울인심보단 푸짐하던데요 ㅎㅎ | 19.02.03 0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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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리버틴호텔이었습니다. 모바일이라 쪽지가 안 가 댓글로 남깁니다 ^^. | 19.03.18 20:31 | |
(IP보기클릭)114.200.***.***
감사합니다~!!!^^ | 19.03.19 12: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