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타의 형이냐는 전화를 받고 그대로 얼어붙은 히라가.
히라가 : "료타에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수화기 너머 의사는 히라가를 진정시키며
료타의 용태가 갑자기 나빠졌는데
해외 출장 중인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친형인 히라가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이어지는
병원 중환자실.
사경을 헤매는 료타(CV : 요나가 츠바사).
그런 료타 앞에 선
하얀 두건,
검은 두건,
빨간 두건을 쓴 정체불명의 세 사람.
7화에서 로베르토가 독사에 물려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 봤던 환상에 나왔던 사람과 동일합니다.
료타 : '드디어...'
료타 : '내 차례인 거구나...'
이번화 오프닝에는 줄리아의 단독샷이 나옵니다.
바티칸 기적 조사관 최종화 '신포니아'입니다.
신포니아(sinfonia)는 이탈리아어로 바로크 시대의 기악합주곡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료타 : "있잖아, 왜 별님은 우리를 따라와?"
히라가 : "그건 말이죠, 지구와 항성의 거리는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히라가 : "태양을 제외하면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도 4.243광년..."
히라가 : "아, 쉽게 말하자면 열차의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볼 때..."
전형적인 이과 타입인 형이 전문 용어를 써가며 어려운 말을 늘어놔도 빙긋이 미소짓던 동생 료타.
료타 : '나는... 형이 정말 좋았다. 따스하고 항상 다정히 대해주던 형이...'
시간이 지나, 히라가는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히라가의 대학생활이나 건강을 염려하지만
형을 무척 따랐던 료타는 시무룩.
히라가는 동생을 달래기 위해서 방학 때는 꼭 집에 오겠다고 약속합니다,
료타 : '쓸쓸하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료타 : '그런 말을 했다가는 형이 걱정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형이 대학에 진학한 후,
료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아들 대니를 데리고 료타네 집을 찾았습니다.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라서
보드 게임도 같이 하는 사이인데
게임 한 판 하자며 즐거워하던 료타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합니다.
친구 등 뒤에 선 하얀 두건, 빨간 두건, 검은 두건을 쓴 세 사람.
이들은 료타의 친구 대니가 곧 죽을 거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료타 : "누구야?"
이 사람들 누구냐고 료타가 어머니에게 묻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료타 : '다른 사람한테는'
료타 : '안 보이는 거야...?'
그날 밤.
ZZZ...
낮에 왔던 친구 대니가 죽었다며
애도를 표해야 한다는 이유로 료타의 잠을 깨우는 낯선 목소리.
그래서 두건을 쓴 세 사람의 말에 따라
공동묘지로 향한 료타.
료타 : '주님, 당신의 위광으로 대니의 앞길을 밝혀주소서.'
료타 : '이 등불을 대니의 등불에 옮겨주소서.'
료타 : '죽음의 협곡을 나아가는 대니가 결코 길을 헤매지 않도록...'
두건을 쓴 세 사람은 료타의 기도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셨기에
그 기도가 성취될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아시발꿈 1)
꿈이었습니다.
료타의 어머니 에이다(CV : 카와카미 아야)가 아침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에이다 : "료타."
에이다 : "대니가..."
에이다 : "대니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단다."
설마 지난밤에 꾼 꿈이 개꿈이 아니라 예지몽?
료타는 자신이 꾼 예지몽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당연히 믿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믿었건만...
여기는 료타의 꿈 속.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에 타기 위해 길다랗게 늘어선 사람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을 연상시키는 동물의 길쭉한 다리가 배경에 보입니다.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살바도르 달리, 1946년, 유채, 90cm × 119.5cm,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
그 동물들 못지 않게 길쭉하게 생긴 사람이 배에 타지 않느냐고 료타에게 묻습니다.
이 배의 이름은 '구제의 배'.
타지도 않을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느냐며 의아해하자
두건을 쓴 세 사람은 료타를 대신해서
어머니 에이다를 데려가야 하겠다고 서로 의논합니다.
료타 : "잠깐만요! 제가 탈게요! 제가 배에 탈게요!"
자신이 배에 탈 거니까 어머니를 데려가지 말라고
이들에게 매달리며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료타.
그렇게 애원하다가...
(아시발꿈 2)
유감스럽게도 이번 역시 그냥 개꿈이 아니었습니다.
에이다 : "그런 표정 짓지 마려무나, 료타."
해외 출장이 잦아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던 아버지로서는 유방암 선고를 받은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애니에서는 생략됐지만 원작에서는 아버지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기부도 많이 했는데
정작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을 때는 수술비조차 마련하지 못할 형편으로 나옵니다.
료타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면서
'그 사람들'에게 부탁해보겠다고,
계속해서 부탁해보겠다고 하는데...
에이다 : "료타."
에이다 : "부탁이 있단다."
(끄덕)
료타 : '어머니의 부탁으로, 형에게는 병환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료타 : '결국 울면서 연락했을 때는 이미...'
장례미사를 집전하는 신부.
슬픔에 잠긴 히라가와
형의 손을 잡은 료타.
무표정한 얼굴로 신부의 강론을 듣던 료타는
문득 형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료타 : '형은 어머니의 임종에 맞춰서 오지 못했다.'
료타 : '나도 울지 못했다.
형보다 먼저 울어도 될 리가 없어.'
료타 : '어머니에 대해 침묵해놓고 무슨 말로 사과하면 좋을까.'
장례식이 끝나고...
료타 : "너희들 도대체 뭐야!"
(시선집중)
왜 어머니를 데려갔느냐고,
왜 나를 따라다니느냐고,
왜 내게 죽음을 보여주느냐고,
왜 사람은 죽는 거냐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왜 사람은 태어나는 거냐고,
왜 살아가는 거냐고 절규합니다.
하필이면 이 광경을 목격한 히라가.
히라가는 어린 동생을 끌어 안으며
히라가 : "미안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료타한테만 전부 짊어지게 해서..."
히라가 : "이렇게나 괴롭고도 슬픈..."
히라가 : "불안한 마음을 료타 혼자한테만..."
히라가 : "부디 용서해주세요..."
가까스로 참았던 눈물이 형의 사과에 흘러넘치면서
(대성통곡)
형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면서 료타가 결심한 것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그 사람들'에 대해서,
특히 형인 히라가에게는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는 거였습니다.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대학을 졸업한 히라가는
바티칸 시성성의 '성도의 자리'로 가게 됩니다.
등 뒤에 뭔가를 숨긴 료타.
자그마한 빨간색 상자를 건네줍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놀란 히라가.
그것은 바로 은제 십자고상이 달린 묵주.
료타 : '하느님, 부디 형을 그 녀석들로부터 지켜주소서.'
히라가가 바티칸으로 떠나고 몇 년 후,
중증 골육종이라는 진단을 받은 료타는
바덴 병원에 입원합니다.
독일에서 유명한 소아과 병원이라
료타 또래의 아이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불치병에 걸린 시한부 인생.
료타에게만 보이는,
'그 사람들'이 어린 생명을 거둬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료타 : '아마도 이것이 남겨진 시간 동안 내가 해야할 일이겠지.'
비가 내리는 저녁.
휠체어를 탄 채 두 손 모아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곧 숨을 거둘 가여운 영혼을 위해서.
날이 갠 다음날.
주인을 잃은 침대.
'그 사람들'이 다녀가면 어김없이 사람이 죽어나갑니다.
그 뒤로 료타는 밤이면 밤마다
'그 사람들'이 나타나는 병실에 가서
곧 죽게 될 사람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렇게 료타가 기도를 바치고 나면
(사망)
불치병 환자가 많은 이 병원의 특성상
죽음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환경.
료타는 그저 하루하루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나날을 보냅니다.
이건 흡사 사신이나 마찬가지...
그렇게 기도하고 죽어나가는 일상이 반복되는 동안,
료타 : '그리고 어느새인가 나는'
료타 : '어서 내 차례가 오지는 않으려나'
료타 :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병원 내부에 있는 도서관.
무표정한 얼굴로 열람실을 지나다가
뭔가가 반짝거려서 휠체어를 멈췄더니
두꺼운 책들 사이에 꽂힌 얇은 노트 한 권.
그리고 그 얇은 노트에 끼워진
금색 책갈피 하나.
료타 : '그건 금색 책갈피가 끼워진 노트였는데 책과 책 사이에 감추듯 놓여 있었다.'
료타 : '이탈리아어로 적힌 그 문장은...'
료타 : "'친애하는 너에게. 너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지내고 있을까.'"
'그 사람들'은 이미 열린 운명의 문이 닫힐 일은 없을 거라며 불길한 말만 주워섬기고
료타 : "'네가 지금'"
요셉 : "네가 지금"
료타 & 요셉 : "행복하다면 좋겠어."
료타 : "누구야?"
요셉 루콜라스 바트리치(CV : 오노 켄쇼) : "또 하나의 너, 미래의 나.
지금부터 네게 '새크러먼트의 꽃' 이야기를 하려고 해."
료타 : "새크러먼트의... 꽃?"
요셉 : "넌 스스로의 운명에 절망해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았어?
과거의 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을 때처럼."
하지만 그런 요셉에게도
하느님께서 길을 가리켜 주셨다며
그 길에 해당하는 존재가
'저 아이'였다고 료타에게 말합니다.
요셉 : "그래요. 그 사람의 이름은"
요셉 : "로베르토 니콜라스."
장소가 바뀌어, 로베르토가 사는 집 대문을 두들기는 히라가.
로베르토 : "무슨 일이야, 히라가?"
지금 당장 독일로 갈 거라 직장을 빠지게 됐으니
상관인 사울 대주교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평소의 침착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라 히라가를 붙잡은 로베르토는
료타에게 변고가 생겼음을 직감으로 깨닫습니다.
히라가는 뒷일을 부탁한다며 자리를 뜨려고 하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오히려 동생만 걱정시킬 뿐이라고 로베르토가 진정시킵니다.
그 말에 잠시 감정을 추스르다가...
히라가 : "로베르토...!"
로베르토 : "나도 함께 가겠어."
생사고락을 함께한 파트너의 믿음직한 한마디에
히라가는 로베르토에게 매달려 흐느낍니다.
(아이캐치)
검사 결과 악성 뇌종양이라는 진단이 나왔을 때
요셉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냉정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절망이 너무나 큰 나머지 그걸 똑바로 마주하는 대신
마음 한구석에 던져넣고 뚜껑을 덮어 외면해버린 거였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지금의 료타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은 요셉은 자신만의 고독에 젖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로베르토에 대해서는 요셉도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탓에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는 괴짜라고 알려진
로베르토 니콜라스.
혼자서 시간을 보내던 로베르토에게
다가간 사람이 있었으니
책을 든 요셉.
요셉 : "'불모의 사막이 나타나고 자칼이 엄니를 드러낸다.'"
요셉 : "'더듬더듬 너를 찾아 넘실대는 밤의 물결 속에서,'"
요셉 : "'설령 공포가 피어오르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겠어.'"
요셉 : "'너는 어디에 있어? 어디에 있는 거야?
자,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책의 내용을 읽은 건지 로베르토에게 하는 말인지 모호한 낭독을 마친 요셉은
'사람과 대화하기 어렵거든 책과 대화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책은 성가시게 굴지도 않고, 대화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으며,
질문에도 반드시 대답해줄 거라는 말도 덧붙이며
요셉 : "봐, 모두들 네 친구야!"
!
요셉 : "나는 요셉 루콜라스 바트리치."
자기는 도서위원이니까 항상 도서관 접수대에 있을 거라면서 자리를 뜹니다.
혼자 지내던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요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책)
학교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 로베르토.
전에 말한대로 접수대에서 업무를 보던 요셉은
로베르토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요셉 : "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요셉 : "슬픔의 수렁으로부터 그를 건져내고 싶다고."
요셉 : "하지만 그건 제 어리광이었을 뿐이었죠."
요셉 : "보다 정확히는 오만에 가까웠어요."
요셉 : "사실은 제가 더 친구를 바랐던 거죠."
고독이라는 상처를 서로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를 바랐던 요셉.
쓸쓸했던 건 오히려 요셉 본인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윌슨가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던 로베르토.
작중에서 아버지가 전사하자 아이들이 슬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궁금해합니다.
왜 막내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왜 장남은 아버지를 대신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고생을 하는 건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에
요셉은 로베르토가 그 아이들 중 하나라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거나
전사한 사람이 로베르토의 아버지라 생각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하지만
로베르토 : "...기억이 안 나거든."
부모에 대해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도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놀람)
로베르토 : "떠올리려고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
이런 눈물은 처음 본 요셉.
서로 다른 절망 두 가지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요셉이 느꼈던 건
그날 로베르토의 눈물을 보고,
자기 자신에게 반복했던 거짓말이 까발려져 심판을 받았으며
또한 용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로베르토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자 당황하고
손수건을 꺼낸 요셉은 로베르토의 눈가를 닦아줍니다.
요셉 : "그날 정말로 울었던 건"
요셉 : "저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이 지난 어느날, 요셉은 로베르토에게 선물 하나를 건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로부터 받아 줄곧 몸에 지니고 다녔던 묵주.
자신이 입원하게 됐기에 준다면서
앞으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요셉 : "아마 난 그리 오래 살지 못할 거야."
청천벽력같은 통보에 로베르토는 요셉이 겨우 16세밖에 안 됐다며 그럴 리 없다고 현실을 부정하나
요셉 : "거짓말이 아니야. 열여섯 살까지 산 것도 기적이야."
(공황)
자신은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왜냐하면 로베르토와 만났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울먹)
요셉 : "주님의 은총이 너에게 있기를."
요셉은 그렇게 로베르토 곁을 떠났습니다.
료타 : "그 이후로 만나지 못한 거구나?"
그날의 대화가 로베르토와 나눈 마지막 대화.
그렇지만 도서위원으로 일하는 동안 자신이 좋아한 책,
로베르토가 읽어줬으면 하는 책들을 골라 도서관 장서마다 책갈피를 꽂아뒀습니다.
자신과 로베르토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적은 책갈피와 더불어 독후감까지...
요셉 : "언젠가 로베르토는 그 중 한 권을 손에 들어 끝까지 다 읽고 책갈피에 적힌 제 감상을 보게 될 거예요.
그리고 새로운 책갈피가 꽂힌 책을 찾겠죠..."
요셉 : "그런 식으로 저희는 책을 통해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는 겁니다."
료타 : "새크러먼트의 꽃, 새까만 어둠 속에서 지극히 어렴풋한 빛을 발하리니."
새크러먼트(sacrament ; 성사(聖事))는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은 알지 못하는 하느님의 헤아리심'을 가리키는 단어로
요셉에게 있어서는 로베르토가 새크러먼트에 해당했으며
로베르토가 있었기에 공포와 절망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요셉 : '이것을 읽고 있을 너도 자신만의 새크러먼트를 찾아.'
요셉 : '그렇다면 분명 그 어떤 순간에도 틀림없이 인생이 풍요롭게 느껴질 거야.'
요셉의 노트를 통해 요셉이라는 존재와 통할 수 있었던 료타.
료타 : '내게 있어 새크러먼트... 그것은...'
료타 : '그것은... 물론...'
맥박이 점점 약해지면서
자신을 데리러 온 '그 사람들'을 보며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형을 찾는데...
'신부님'이 오셨다는 말에
료타의 형이 임종에 늦지 않게 왔나 싶었지만
새하얀 가운에
오른손에 든 약상자며
흩날리는 플래티나 블론드.
료타를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줄리아 미카엘 보르지에.
흡사 성인과도 같은 빛을 온몸에서 내뿜으며 료타에게 다가간 줄리아는
그대로 손을 쭉 뻗습니다.
꽃밭 저 너머에서 보이는 세 사람의 실루엣.
정황상 료타의 어머니 에이다, 료타의 친구 대니, 로베르토의 친구이자 선배 요셉으로 보입니다.
'구제의 배'에 타려는 망자들의 길다란 줄이 없습니다.
눈을 뜬 료타의 시선에 들어온 건
죽기 직전까지 애타게 찾았던 형.
히라가 : "료타! 잘 버텼어요!"
료타 : "형...?"
동생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히라가.
료타 : "나, 만나고 싶었어."
료타 : "정말로... 만나고 싶었어..."
히라가 : "저도 만나고 싶었어요, 료타!"
전날밤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았다는 의사양반.
'바티칸에서 온 친구'가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는 말에 히라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의사 : "이름이 그러니까... 줄리아라고 했습니다."
히라가 : "줄리아 미카엘 보르지에?!"
줄리아 : "신약을 가져왔습니다."
아직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투약을 위해서는 본인 내지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니 자기한테 맡겨달라고 했다는 것.
줄리아의 말로는 료타의 형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잠시 할 말을 잃은 히라가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합니다.
히라가 : "로베르토! 료타가 눈을 떴습니다!"
히라가와 함께 독일로 건너온 로베르토도 료타를 위해 기도했는지 묵주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동생이 무사한데도 표정이 밝지 않자
무슨 일 있었느냐는 로베르토의 질문에 히라가는 대답을 피하며
료타와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화제를 돌립니다.
병세가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진 료타.
료타와 첫 대면인 로베르토. 형의 친구라며 자기 소개를 하던 중
병상 아래에 떨어진 금색 책갈피를 발견하고 집어들자
료타 : "당신 거예요."
료타 : "그건 당신 물건이에요."
료타 : "이 노트도."
자신이 집어든 금색 책갈피를 본
로베르토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이 장면부터 바티칸 기적 조사관 ED '새크러먼트'가 배경에 깔립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히라가 역을 맡은 성우 오카모토 노부히코.
예전에 요셉이 책을 읽으면서
♬무수한 기적을 더듬으며
꽂아두곤 했던
그 책갈피.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읽다가
♬길 잃은 Astrum이 밤을 헤매네
잠시 자리 좀 비우겠다면서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모든 걸 보상받는다는 보장은 없어
료타 : "형."
♬구할 수 없는 목숨도 있어
형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린 료타.
♬그것이 Historia?
(감동)
(방긋)
료타 : '지금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료타 : '내 역할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 세계에 움텄지만
료타 : '죽은 사람이 바친 기도를'
료타 : '산 사람에게 전해주는 역할도 있었던 거야.'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료타 : '나에게 있어서의'
료타 : '새크러먼트만이 아니라'
♬축복의 빛이 분명 어딘가에 있어
료타 : '여러 사람들의'
료타 : '새크러먼트의 꽃을'
료타 : '또다시 여러 사람들에게.'
료타 : '그것이 나의...'
♬찾으러 가자
료타 : '그리고 그 역할을 내려준 건...'
후광을 두른 것처럼 빛나는 '그 사람들'.
요셉 : '로베르토, 너는 나의 새크러먼트의 꽃.'
♬이야기 끝에 기다리는
요셉 : '네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요셉 : '언제나 지켜보고 있을 거야.'
♬새크러먼트의 꽃을
병실 바깥으로 나와 로베르토의 곁으로 온 히라가.
히라가 : "저기... 그 노트는...?"
로베르토 : "기적이지. 기적이 일어난 거야."
히라가 : "료타가 회복한 것도 기적일지 몰라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상냥한 동화만 있는 건 아니야
♬생각하던 것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은
♬전해지지 않는 소원도 있어서
♬그러니 더욱 사랑스러운 거야
♬날아오르려 했지만 날지 못했지
♬하지만 실망하지 않아
♬다시 시도하면 되는 거야
♬만나러 갈게
♬엔딩롤의 너머에서 살짝 미소짓는
♬너에게
♬끝없는 이 여행길은 터무니없이 길어서
♬도중에 두려움으로 멈춰서는 일도 있었지
♬그렇다해도 놓치지 않을 테니까
♬이 세계에 움텄지만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 축복의 빛이 분명 어딘가에 있어
♬찾으러 가자
♬이야기의 끝에 기다리는 새크러먼트의 꽃을
엔딩곡 말미에 이어진 히라가와 로베르토의 대화.
로베르토 : "바티칸에 신청할 거야?"
히라가 :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로베르토 : "안 할래. 하느님께서 친히 운명지으신 숭고한 기적을
고지식한 조사관이 지저분하게 건드리도록 하고 싶지는 않아."
히라가 : "동감입니다."
히라가 : "그보다도, 지금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히라가 & 로베르토 : "우리 주님께 감사 기도를 바치는 것 뿐."
마지막 컷은 작별 인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Arrivederci, '안녕'입니다.
히라가 : "언젠가 또다시."
로베르토 : "여행을 떠나자."
히라가 & 로베르토 : "기적을 찾아서!"
이로써 바티칸 기적 조사관이 12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씁니다.
이번화는 원작 11권 단편 중 '신포니아'와 7권 단편 중'양지 바른 곳'을 합친 내용을 애니화했습니다.
지난화 마지막 컷이 책갈피라서 7권 내용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11권까지 다룰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히라가와 로베르토가 가는 곳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에
바티칸 기적 조사관이 아니라 바티칸 '범죄 수사관'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기적이라고 믿었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는 와중에도
작품 곳곳에 가톨릭의 교리와 신심을 배치해 추리 비중과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의 독자로서, 다른 라노벨과 달리 이건 애니화될 리 없다고 포기했던 제게는
이번 애니화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매우 기뻤습니다.
물론 애니화된 결과물이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애니화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제가 찬 밥 더운 밥 가릴 계제가 아닌지라...
원작의 한국 정발본도 작년에 5권이 출간된 후 1년 넘게 다음권 소식이 뜸하다가
애니화 버프를 받아 올해에만 6~7권이 연달아 출간됐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한가지 씁쓸했던 점은, 지난화에서 가르도우네로 영입하려는 줄리아의 유혹을
자비심도 없는 사람의 도움 따위는 받지 않겠다며 히라가가 거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줄리아가 아니었으면 료타가 이미 죽었을 거라는 점에서
'신도 부처도 없다'는 일본의 관용구가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히라가가 가르도우네에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왜 줄리아가 도와줬는지는
차후 제작될지 모르는 2기에서 풀기 위해 떡밥을 뿌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018년에 출간될 원작 소설 17권 한정판에 TV 미방영 분량의 애니가 DVD로 수록될 예정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2기가 제작될 수 있는지는 결국 BD/DVD 판매량에 달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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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2기를 위해 BD판매를 살피소서... (P.S. 한분기 동안 매화 300장이 넘는 캡쳐를 첨부한 글을 보는 것도 기적(?) 일지도 모르겠네요. 바티칸에 조사의뢰를... 그동안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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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티칸 님이 올려주신 리뷰보고 이거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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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서도 로베르토가 히라가를 예술품같이 사랑한다는 언급도있고...반대로 히라가가 로베르토의 상반신 세미누드를 보는 장면도 있는가하면서 여성향적인 느낌이 나긴합니다. 근데 그런거 신경안쓰고 스릴러부분 생각하면재밌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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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덕분에 원작 소설 사서 읽어보고있습니다.처음부분은 기독교적이거나 여성향같아서 꺼리다가 전개가 몰아치기시작하는 부분들부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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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별님은 우리를 따라와? 재네들 스토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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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별님은 우리를 따라와? 재네들 스토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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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집이라면 이런 대화가 보통인데 히라가네 집이 정말 특이한 케이스죠. 결론은 이과가 또... | 17.09.25 2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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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2기를 위해 BD판매를 살피소서... (P.S. 한분기 동안 매화 300장이 넘는 캡쳐를 첨부한 글을 보는 것도 기적(?) 일지도 모르겠네요. 바티칸에 조사의뢰를... 그동안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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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 남은 분량이 3기까지 뽑아도 될 정도로 넘치니까 제발 BD/DVD가 잘 팔려서 2기가 나오기를 두 손 모아 바라고 있습니다. | 17.09.25 20: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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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 연필
원작 소설에서도 로베르토가 히라가를 예술품같이 사랑한다는 언급도있고...반대로 히라가가 로베르토의 상반신 세미누드를 보는 장면도 있는가하면서 여성향적인 느낌이 나긴합니다. 근데 그런거 신경안쓰고 스릴러부분 생각하면재밌어용! | 17.09.25 1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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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향적인 느낌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소프트한 분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 17.09.25 2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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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덕분에 원작 소설 사서 읽어보고있습니다.처음부분은 기독교적이거나 여성향같아서 꺼리다가 전개가 몰아치기시작하는 부분들부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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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리뷰를 통해 원작을 접하게 되셨다고 해서 원작 독자로서 정말 기쁩니다. 떡밥을 풀어서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다가 막판에 확 터뜨리는 게 바티칸 기적 조사관의 전개 방식인데, 이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주지만 맥이 탁 풀리게도 하는 등 일장일단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장점쪽이 더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 17.09.25 2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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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티칸 님이 올려주신 리뷰보고 이거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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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이 개편된 후로 이미지 업로드가 한번에 8장밖에 안 된 게 타격이 컸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대로 익숙해지더라구요. 요즘 애니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 취향을 많이 타는데,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시니 저도 안심입니다. | 17.09.25 2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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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려나... '세상을 자기 손바닥에 놓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0.1% 중의 0.1%', 제가 보기에 줄리아는 이런 사람으로 다가왔습니다. | 17.09.25 2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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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어디까지 뻗어있는건지 상상도 안갈 정도.. | 17.09.25 21: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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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화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원작에서 길게 설명한 단락을 애니에서는 그림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중 사건 전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애니 속 소재들에 대해 알게 되면 보다 폭넓은 감상이 가능할 거라고 여겼기에 제가 분석할 수 있는 한도에서 이것저것 설명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감상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만큼 좋은 소식도 없을 겁니다. | 17.09.26 0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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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도우네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줄리아를 본 로베르토의 인상이 딱 그거였습니다. '루시퍼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 17.09.26 11:4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