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니버스는 1995년 개국 당시까지만 해도 만화는 더 이상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다양한 연령대의 애니를 방영하고 있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변화와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해 원작자의 입김도 더욱 강해졌고, 고연령 애니들을 소모하는 방법도 TV가 아닌 인터넷 스트리밍 등으로 변화하면서 기존과 같은 노선으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어린이 채널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CJ 인수가 어린이 채널 전환에 영향을 줬다는 목소리도 많지만, 그 전에 보보보를 단지 판권료가 싸서 가져왔다든가, 방통위 제재로 ARS 퀴즈를 더 못 하게 되자 고연령 애니 몇 개 방영했던 퀴니도 얼마 안 가 폐국했던 거 생각하면 오리온이 온미디어 안 매각했다 해도 어린이 채널로의 전환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봅니다.
또한 스타리그를 통해 투니버스에서 분리되어 개국했고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자사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였던 온게임넷(현 OGN)도 승부조작 사건과 저작권 분쟁이라든지, 새로운 게임들에 밀려 스타 1,2 할 것 없이 인기가 떨어지니까 정체성을 내친다느니 뭐니 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타리그를 폐지시켰고, 그나마 간간히 이벤트전 종종 해 줬던 스타 1도 2017년 서울컵 흥행 망하고 오버워치 중계권 등 블리자드와 관계 틀어지니까 그 이벤트전을 끝으로 스1까지 완전히 손절했습니다.
이 외에도 롤챔스나 오버워치 리그 등 중계권 사서라도 중계하는 것이 낫다, 이제는 게임사가 리그를 주도하는 시대인데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2004년 이후 매년 중계했으며 올해 다시 부활한 WCG도 스마게가 주관하게 된 대회이니 게임사만 좋은 일 시켜줄 이유 없다는 논리로 더 이상 중계하지 않는다거나 모바일게임, OGN 슈퍼리그/퓨처스를 통해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것도 게임의 인기, 이슈는 롤 등보다 떨어질 지라도 중계권 논란 등 외적인 문제가 터질 가능성을 줄이고 적은 투자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쪽으로 선택을 한 겁니다.
이 외에도 과거에는 건담, 용자, 엘드란 등 로봇물을 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러브라이브 같은 미소녀 모에물이라든지 여러 애니들 다양하게 제작하는 것으로 노선이 바뀐 선라이즈라든가(실제로 선라이즈 신년 일러스트 때 왜 용자, 엘드란은 없고 럽라가 나오느냐고 말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카도카와 관련 작품들(하루히, Key 작품 등)과 손절하고 에스마 문고 등 자체적으로 작품을 발굴하거나 근래 들어서 극장판에 주력하고 있는 쿄애니라든지, 탑플레이트 표절 논란 등 수십년 가까이 파트너였던 타카라토미 배신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타카라토미하고 손절하고 초이락을 설립해 터닝메카드, 카봇, 소피루비 등 앞으로는 자사 컨텐츠로 직접 승부하는 것을 선택한 손오공이라든지, 여러 논란이나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지 몰라도 결국 이들은 모두 자사에게 있어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물론 위의 사례에 대해서는 투니버스나 선라이즈, 쿄애니 이런 쪽은 기존 팬들을 디스하거나 한 적은 없었기에 자본주의 관점에서 저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어린이 채널 전환 후로도 투니버스 관련 작품들 몇 개 챙겨본 적도 있고, 선라이즈, 쿄애니도 용자, Key 작품들 외에도 그 이후 작품들 많이 봐 왔습니다.) OGN의 경우에는 방송국장 등 관련 인사들까지 대놓고 스타 2와 그 팬들을 디스하고 지속적으로 악담을 가하는 짓을 벌였고, 손오공과 같이 표절 논란이 상존하거나 경쟁 작품에 대한 갑질, 회삿돈 횡령 등 명백히 도의적/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OGN의 경우에는 롤, 오버워치까지 포기할 정도이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도 포기한 건 이제 이해가 가더라도 왜 기존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벌였는가, 손오공에 대해서는 좋게 헤어져도 될 것을 탑플레이트 표절 논란 등 굳이 안 좋은 모양새로 헤어져야 했느냐, 과거 성공시대에 나왔던 도덕책을 서재에 항상 두고 다닌다는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우선인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런 도의적/법적 논란과 관련된 비판에 앞장서는 저 같은 사람들이 저런 회사들의 매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게 어린이/청소년 등 어린 시절의 추억 등과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라면 감성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이상 저런 발언과 행동이 과거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만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주력 분야, 정체성이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팬들도 그로 인한 과도한 비난은 지양해야겠지만, 회사 쪽도 이와 관련한 실언이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