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결국엔, 아무 일도 없이 람 일행이랑 합류는 했지만……)
스바루:「그건 그렇고, 이건 좀 많이 산 거 아니냐……들 수 있는 한도를생각하라고. 장보기 뉴비냐.」
람:「축제와심사회가 겹친 게 불운일까. 어디서도 축제 덕분에 대 세일……바루스도 있으니까, 장보기가 대성황이네」
렘:「그렇네요. 무심코, 축제 분위기에 젖어 버렸네요. 시간이 남으면 쿠키라도 만들까요.」
스바루:「렘의 쿠키는 솔직히 기대되지만…….」
스바루:「그래도, 대회 중엔 우리 전부 성에서 묵는다구? 식사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람:「렘, 렘. 바루스는 렘의 쿠키가 필요없는 것 같아. 침이 줄줄 흐를 정도로 맛있게 부탁할게.」
스바루:「다 들리는데! 먹는다고! 렘이만든 쿠키 진짜 맛있지!」
렘:「그런, 렘이 맛있다니……부끄러워요.」
스바루:「일부, 내용에 혼선이 있습니다만!」
스바루:「정말이지……그건 그렇고, 모두 들뜬 얼굴 하고 있구만. 그야말로 축제 상태.」
스바루:「그 과일 가게 아재도, 링가를 서비스로 줬으니까. 변함없이 얼굴은 무서웠지만…….」
스바루:「덕택에 링가가 봉투에서 넘쳐……오, 옷!」
렘:「괜찮은가요, 스바루 군?」
람:「기껏해야짐꾼도 제대로 못 하니? 이건 슬슬 잉여스럽네.」
스바루:「진짜 깔보는 얼굴 하지 말라고!」
람:「하핫!(코웃음)」
스바루:「언니는 언니구만…….」
스바루:「아-, 정말이지. 링가가굴러가 버린다고. 먹을 걸 깔보면 천벌이 내린다는데. 일단은발로 멈춰야…….」
의문의 목소리:「피를 바쳐라……」
스바루:「엑……?」
스바루:(지금 들린 목소리……)
스바루:「클났다! 발로 막으려고 한 게 걷어차 버렸다……멈춰어!」
스바루:(이상한 목소리에 정신이 팔렸구만, 젠장! 링가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렘:「스바루군!? 안돼, 그 쪽은……!」
람:「바보, 그 쪽은 큰길이라고!」
스바루:「큰길이라니……위험했다!」
스바루:(축제 때문에 불어난 용차가 쌩쌩 달리고 있는 길에, 달려들 뻔했다……)
스바루:「그래도, 세이프-……에엥!?」
스바루:(링가를, 밟았다? 무게중심이……흔들려서, 넘어져? 넘어진 탓에 굴러서, 어라, 큰길, 쪽으로……)
렘:「스바루군--!!」
람:「바루스--!!」
스바루:「……구라지?」
차바퀴가 용서없이 목을 짓뭉갠다.
의식이 날아가 버리기까지는 찰나.
그 찰나가, 길고, 길다.
머릿가죽이 머리털째로 벗겨내져, 두개골이 바스라져, 내용물이 흘러넘친다.
그럼에도 그보다 빠르게, 충격이 사고(思考)와뇌를 내리섞어서—
스바루:(내리섞어서, ㄴ리서ㄲ어서, 서ㄱ어, 서, ㅅ, ㅅ. 아---------)
--스바루, 사망.
카도몬:「어이, 형씨. 형씨, 들리냐?」
스바루:「에?」
카도몬:「엉, 이 아니라고! 살건지 말 건지 묻고 있잖아. 링가! 사는 중이었잖아?」
스바루:「아, 아아. 에…….」
람:「뭘머엉-때리고 있어, 바루스.얼빠진 건 사고방식만으로 해 줄래?」
스바루:「람이랑, 렘이랑……아재랑……? 난……여긴…….」
렘:「괜찮으신가요? 지쳐 버렸나요? 죄송해요. 축제분위기에 정신이 팔려서 눈치채질 못했네요…….」
스바루:「--아니, 괜찮아! 쌩쌩하다고. 미안. 쬐끔, 갑자기 서서 잠들어 버린 듯!」
스바루:「사는 중, 사는 중이었지. 그래그래. 헤헤헤……그랬지.」
스바루:「그럼, 아자씨! 목함(木箱)가득하게 링가를 담아 줘. 덤도 잊지 말고!」
카도몬:「철면피구만, 너!? 보통, 사는 사람이 덤 내놓으라고 하냐?」
카도몬:「그야, 즐거운 축제니까 그럴 생각은 있다만…….」
스바루:(맞아. 아재가 링가를 덤으로 준다……. 축제 분위기로 들뜬 거리, 틀림없이, 이건 두 번째……)
스바루:(“사망회귀”다……. 죽는 원인은, 젠장. 알 턱이 없잖냐.)
렘:「스바루군, 정말로 괜찮으신가요? 안색이 별로 좋질 않은데요…….」
스바루:「ㅁ, 멀쩡하다고? 그게, 잠들었을 때 악몽을 꿔서…….」
람:「핫! 재주도 좋네. 맘편한 건 부럽네.」
스바루:「좁쌀만큼도 부럽지 않은 부럽다 ㄳ. 하아…….」
람:「……상태가안 좋네. 바루스, 진짜로 몸이 안 좋아 보여.」
렘:「네, 강한 척 하고 계신 게 전부 보여요. 무리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릴게요.」
스바루:「아니아니아니. 쎈 척이라든가, 그런게… 그지?」
람:「그지? 라고 해도, 람은 모르겠는데. 렘한테판정을 맡길게. 렘, 판정은?」
렘:「안되겠네요. 스바루 군은 금방 무리해 버리니까, 스바루 군이무리하지 않게 하는 것도 렘의 일입니다.」
스바루:「아니, 그. 무리 따위...」
렘:「내일의준비는 렘과 언니만으로 충분하니까요. 먼저 성에 돌아가셔서 쉬세요.」
스바루:「렘…….」
렘:「부탁드려요. 걱정시키지 말아 주세요.」
스바루:(역시, “사망회귀”직후의 동요는 숨길 수 없었던 건가. 그 둘에겐 걱정을 끼쳐 버렸구나……)
스바루:「성에 돌아가세요, 라고 해서 헤어졌지만……. “아까건”, 사고사, 인가?」
스바루:「이 세계에 오고 나서 몇 번이나 죽어 버렸지만, 이번 건 쬐끔 어이털렸지…….」
스바루:(불의의 사고, 라고밖엔 할 수 없나)
스바루:(결과적으로 “사망회귀”가 발동해 줘서, 이렇게 암일도 없었단 얼굴로 있지만서도……)
스바루:「거기다, 그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목소리가……뭐지?」
작은 아이:「도망쳐! 서두르라니까!」
스바루:「……아, 꼬마?」
스바루:(저 쪽 길에서 뛰어들어 왔다. 엄청 당황하고 있는데……)
스바루:「어이, 꼬마들! 이 쪽은계단이니까 그렇게 서두르면 위험ㅎ……」
뚱뚱한 아이:「어라!? 이 길이 맞는 거야?」
스바루:「사람 말을 들어! 글고 늘어나지 마! 길도 좁은데……」
불량스러운 아이:「어이, 거기 너! 길도좁아터졌는데 멍때리고 서 있지 말라고 븅신아!」
스바루:「아니 그러니깐, 그건 내가 할 말……!」
스바루:「……이랄까, 멈추라고! 앞에바로 계단……!」
의문의 목소리:「피를 바쳐라……」
스바루:「--!? 또, 그……!?」
작은 아이:「가게 녀석이 쫓아와서……와앗!?」
스바루:「--윽!! 젠장, 멍청한 꼬마들이--!!」
스바루:(뒤쪽에만 잔뜩 신경을 쓰면서 계단에 발을 내딛는, 맨 앞에 선 꼬마의팔을, 잡아채서--)
스바루:「온 힘을 다해, 달려왔던 길로……도로 내던진다!」
아이들:「와아앗!」
스바루:(좋아, 꼬맹이들은 무사! 다음은……)
스바루:「원심력으로, 내가 굴러떨어져 버리나, 이거…….」
스바루:「으극! 켁! 으아! 아아아—ㅅ!」
잡을 만한 물건, 없음. 계단은, 돌계단. 높이, 대략 10미터.
멈출 방법, 없음.
스바루:(운이, 없는 것도……)
단단한 층계에 부딪힐 때마다, 몸의 이곳저곳이 부러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결국, 잡을 곳 없는 계단에서 떨어져--
스바루:「젠장할」
수직으로 머리부터 지면에 부딪힌다.
지면과, 머리의 싸움—승패는, 말할 것도 없다.
스바루:(아마, 짓눌린 토마토처럼 돼서, 난, 죽--)
--스바루, 사망.
카도몬:「어이, 형씨.」
카도몬:「어이, 형씨. 형씨, 들리냐?」
스바루:「에?」
카도몬:「엉, 이 아니라고! 살건지 말 건지 묻고 있잖아. 링가! 사려고 하는 중이었잖아?」
스바루:「아니……난, 땡전 하나 없는 무일푼…….」
카도몬:「아앙?」
스바루:「……이 아니라! 아아, 에에. 으으, 오옷?」
렘:「치, 침착하세요, 스바루 군. 갑자기왜 그러세요?」
스바루:「에, 앗!? 아, 아니. 암것도 아냐! 암것도아니…….」
스바루:(또 “사망회귀”했다! 이런 단시간에, 대체뭐가 어떻게 된 거냐……!?)
스바루:(그, 사람 말을 안 듣는 꼬맹이들……)
스바루:(어린 띵똥땡 삼인조처럼, 멍청하다고 하지만……그 녀석들을 지키려다, 사고로 죽었다……!)
스바루:(이렇게 몇 번이나……그것도 그런, “불운”이연속해서--)
스바루:(아무리 뭐라 해도 이상하다고! 마치, 진짜로 저주받은 것처럼……)
스바루:「……저주.」
의문의 목소리:「피를 바쳐라……」
의문의 목소리:「그대의 피를 바쳐라……」
스바루:「설마, 아니……그런, 바보같구만. 그래도……」
스바루:(그 미티어……우승 상품이, 저주의 원인이라고? 거기에 키스한 게, 불행의 시작이라면……)
스바루:「……이거, 위험하지 않냐? 것두, 우승자는 그 미티어를 받는단 얘기고. 그걸 가지면…….」
스바루:(저주받는다. 그게 누구라 해도.)
스바루:(크루쉬, 아나스타시아, 펠트, 프리실라……)
스바루:(……그리고, 에밀리아라도!)
람:「바루스? 언제까지 백면상(百面相) 하고있는 걸까. 아직 장보는 중이란 걸 잊……」
스바루:「잠깐만, 장보긴 나중으로 하자고.중요한 말이 있어. 람, 렘, 들어 봐.」
렘:「스바루군? 대체, 뭘…….」
스바루:「이번 대회의 우승 상품, 행운의 미티어……그건, 저주받은 물건일지도 몰라.」
렘:「미티어가, 저주받은 물건?」
람:「뭘말할까 하고 생각했더니, 웃음도 안 나오네. 거국적인 사고라고? 그런 헛소릴……」
스바루:「의심하는 건 당연하지. 하지만, 진짜라고. 뭣하면, 지금 바로 확인……」
의문의 목소리:「금기를 깬 자에게, 재액을--」
스바루:「--!? 지금, 은…….」
렘:「스바루군!? 안색이 갑자기…….」
카도몬:「어이, 가게 앞에서 언제까지 어물어물댈 건데. 안 살 거면 장사에 방해다. 빨랑빨랑 어디라도 가 버리라고!」
렘:「……네, 죄송해요. 우선은, 다른곳으로 가도록 해요. 자세한 이야기는 거기서 들을 테니까요…….」
람:「하아……시간낭비라곤생각하지만, 정말. 번거롭네 바루스.」
스바루:「아아……미안. 나도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라……젠장!」
팍!
스바루:(돌멩이에 화풀이한들 죽도 밥도 안 돼. 일단, 지금은 서둘러 대회장으로……)
웅성웅성……
주변 사람들:「꺄아아아!!」
주변 사람들:「얼른 도망쳐!」
스바루:「뭐지……?」
스바루:(방금 전 걷어찬 돌이, 뭔가에 맞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놀라……)
지룡:「구아아아아아아아악!!」
스바루:「어……!? 뭐, 뭐야……!?」
스바루:(놀란 지룡이, 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길에 뛰어들어서……이, 이쪽으로 온다--!?)
람:「위험해! 렘, 바루스를……!」
렘:「언니……! 예! 스바루군, 여기로!」
쿠당탕!
스바루:「크, 악--!?」
렘:「--!? 용차가……!」
람:「--안돼! 마석을 싣고 있어--!?」
시야가 희게 변하고, 무엇인가가 단숨에 짓눌러 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그 빛에 휩쓸려 사라지고—
스바루:「최후에, 나를 감싸안는 누군가의 감촉을 강하게 느끼고……그 감촉이사라져 가는 것을, 실감했다.」
--스바루, 사망회귀—
카도몬:「어이, 형씨. 형씨, 들리나?」
스바루:「………….」
카도몬:「이봐! 살 건지 말 건지 묻고 있다고. 링가! 사려고 하는 중이었잖아?」
람:「왜멍하니 있는 거야. 정신 차려, 바루스. --바루스?」
스바루:「----.」
렘:「스, 스바루 군……괜찮, 나요? 그, 그다지, 좋지 않은 향기가…….」
스바루:「레,ㅁ……?」
렘:「네. 넵. 스바루 군의 렘입니다. 정신을차려 주세요. 렘은 이 쪽에 있어요.」
스바루:「……게다가, 람도.」
람:「로즈월님과, 렘을 위한 람이야.」
람:「대체어떻게 된 거야. 가만히 있어도 멍청한 얼굴이, 지금은 더꼴불견이야. 보고 있기 힘들어.」
스바루:「그리고, 파리 날리는 청과점의 아저씨…….」
카도몬:「아앙!? 장사에 방해는커녕 사람을 바보로 보는 거냐!」
스바루:「바보로 하는 게 아니라구. ……지금, 그 얼굴에 안심한 거니까.」
카도몬:「뭐여 그건! 점점 더 장사에 방해잖냐!」
스바루:(영업방해도, 뭣도 아냐. 나는, 또 “사망회귀”했다. 이런 단기간에 3번이나……그것도, 그딴 일로!)
의문의 목소리:「만약, 이 저주를 타인에게 말하면……」
의문의 목소리:「견디기 힘든 불행이, 너를 덮칠 것이다……」
의문의 목소리:「금기를 깬 자에게, 재액을--」
스바루:(그 경고는 진짜였다. 저주도, 정말의저주다. --정말로, 견디기 힘든 불행이라고!)
스바루:(자갈을 걷어찬 걸로, 마석을 잔뜩 실은 용차가 전복, 폭발했다……그 폭발에 휩쓸린 탓에, 대체 몇 명이나 목숨을 잃었지?)
스바루:(알 수 있을 턱이 없잖아. 그치만,많은 행인들과, 과일가게 아저씨랑……람과 렘도, 휩쓸렸다.)
스바루:「전부, 내가 어리석은 탓에……! 미안해, 람. 렘……!」
렘:「레, 렘은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은걸요.」
렘:「그것보다, 스바루 군 쪽이 큰일이에요. 얼굴이 창백해요.」
람:「이정도로 지쳐 버리다니, 몸 관리가 안 되네. 한심해. 미안하지만, 물 좀 줄래?」
카도몬:「오, 오오. 잠깐만 기다리라구.」
스바루:「아니,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렘:「스바루군, 진정해요……. 쉬지 않으실래요?」
스바루:「미안. ……잠깐 백일몽을 꿨어. 거기서, 렘이 지독한 일에 말려들어서.」
렘:「엣!? 스바루 군의 꿈에, 렘이……?」
스바루:(괜찮다. 라곤 못 하겠지만, 상황은나쁘다. 어떻게 하지. 장소를 바꿔서 이야기할까……?)
스바루:(……바본가 난. 아니, 나는바보다.)
스바루:(저주라고. 장소의 문제가 아냐. 문제는금기를 깨는 것. 말하면 안 돼.)
스바루:(그래서, 누구한테도 말 못한다구.)
스바루:(로즈월한테도……팩이나, 에밀리아한테도 전할 수 없어. 저주를 말하는 걸로 발동해 버린다면, 에밀리아도 말려들어 버려.)
스바루:(팩한테 상담하는 것도 아웃이고. 그러면……)
스바루:「기댈 만한 상대가, 한 사람밖에 안 떠오르는데.」
스바루:(민폐를 끼쳐도 되는 건 아니지만, 조건으로 봤을 땐, 그 녀석밖에 없어……!)
렘:「그, 그런가요……. 스바루 군은, 어떤꿈을 꾸신 건가요.」
람:「자, 바루스. 물이야. 람의배려에 감복하면서 마셔.」
카도몬:「물을 준 건 난데…….」
스바루:「물, 감사. 그래서, 인데. 람. 실은 부탁하고싶은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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