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스로 플레이 중입니다.
아직 초반이라 할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반쯤 억장 무너지는 기분으로 초반 감상을 써봅니다.
0.
이미 외국에서 나온 플스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은 괜찮으시겠지만,
혹시나 멋도 모르고 게임성이 괜찮겠다 싶어서 무심코 지르신 분께 말씀드릴 것은......
X버튼이 O버튼입니다, O버튼이 X버튼입니다,
X버튼이 O버튼입니다, O버튼이 X버튼입니다,
X버튼이 O버튼입니다, O버튼이 X버튼입니다,
이거 헷갈리면 몇 시간을 플레이해도 헤맵니다.
1.
철도 경영 시뮬레이션 맞습니다.
게임이 허접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잘 만들어서 문제입니다.
역 하나 뚫을 때마다 대책 없이 역 짓고 철로 잇고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농장 자원들을 어떻게 역에 고루 분배해서 수익을 벌어들일 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우편물 수송도 고민해야 합니다.
고객 수송도 잘 고민해야 하기에 노선도 잘 짜야 합니다.
철로도 그냥 도시와 도시 사이를 막 이으면 안됩니다.
지형에 따라 철로 비용 소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멀쩡한 평지에 구덩이 파서 비싼 값에 철로를 파는 사단이 마구 벌어집니다.
열차 배치, 농장 자원 운송, 고객 운송, 우편물 운송, 철로 준설, 노선 배치 등등을
전부 고려해서 경영하지 않으면 분명히 어느 한 군데에서 제대로 빵꾸납니다.
철도 연결이 마을 부흥의 역할도 하기에
대책없이 장기 노선 마구 이으면 적자 커집니다.
적당히 늘리되, 부족해서도 너무 많아서도 안됩니다.
문제는 이게 게임이 심화 단게에 들어설 때부터가 아니라
튜토리얼부터 이 지랄을 합니다.
초반도 이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주식이며 투자며 온갖 게 다 열린다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머리를 더 쥐어뜯어야 할 지 걱정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계산해야 할 것이 많고,
뻘짓하면 실시간으로 돈이 깨지는 게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경영을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유하자면, 단순하게 즐기려고 신장의 야망을 샀는데
떡 하니 유로파 유니버셜리스가 배송되어 온 느낌?
2.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이 지랄맞다는 문제입니다......
역 관리 / 철도 관리 / 노선 관리 / 경영 관리에 쓰이는 버튼이 다 다른데
내가 지금 철도를 관리하는 건지 열차 노선을 관리하는 건지
어떻게 하면 역 관리에 들어갈 수 있는 건지 통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어 놨습니다.
왜 내가 원하는(역 증설, 노선 변경 등) 메뉴와 키 배치가 안 나오는지 헤매고 계시다면,
O버튼 연타하시고 다시 하나하나 눌러보세요.
십중팔구는 게임 버그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엉뚱한 기능에 들어와 있어서 헤매는 겁니다.
3.
철도가 늘어지면 늘어질 수록 열차 노선 관리 꼬입니다.
열차마다 따로 노선을 배정할 수 있는데,
그냥 철도 대충 찍고 노선 변경하다
재수 없으면 멀쩡한 열차가 제자리에서 퍼집니다.
몇 번 잘못 툭툭 누르다보면 노선이 증발해 버립니다.
그렇다고 노선을 수정하려고 R2 키를 눌러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꼭 L1, R1 버튼으로 열차를 하나하나 지정한 다음
노선 관리 메뉴로 들어가세요.
참고로 노선에 이름 하나하나 지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열차를 지정하던 말던 십중팔구 헷갈립니다.
그나마 이게 마을과 마을을 잇는 단기 노선이면 상관이 없는데,
나중에 급행으로 장기 노선 잇는 퀘스트 뜨면 머리 쥐어 뜯게 됩니다.
아니면 초반에 세팅한 기존 노선 건드리지 말고
겁나 돈을 많이 벌어서 새 열차 마구 지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겁나 돈을 많이 벌어서......
3-1.
커브길이 많을 수록 초반에 주어진 열차는 엄청 잘 고장납니다.
커브길에 최적화된 열차가 따로 있습니다.
결국 열차도 아무거나 싼 걸로 배치하시면 안 되고
뭐가 적합하고 뭐가 안 되는지 익히셔야 합니다.
4.
한 번의 삽질이 철로 대충 놓아둔 과거를 후회하게 만드는 무서운 게임입니다.
꼭 전체 맵 한 번 살펴보고 어떻게 철로를 놓을 지 구상해둔 다음에
역 만들고 철로를 까세요.
안 그러면 철로 어떻게 변경하고 없애야 할 지를 두고 또 삽질합니다.
물론 철로 수정하고 고치는 것도 다 돈입니다.
예산도 빠듯한데 그 짓 두세 번 하면 돈 바닥나서 아무 것도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역시, 저 지랄이 튜토리얼부터 시작된다는 겁니다.
5.
결론은 유저가 조오오오올라 기능을 익혀야 하는 게임입니다.
일단 이런 심도 있는 경영 시뮬레이션이나
철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붙잡을 만 합니다.
타이쿤 종류나 즐겜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은 절대 손대시면 안됩니다.
초반 장벽이 좀 거지같습니다.
튜토리얼이 나름대로 열심히 알려준답시고 알려주는데,
게임 자체가 복잡하게 잘 짜여있다보니 어쩔수 없이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6.
지금 이렇게 뭔가 많이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저도,
아직 열차에 승무원 한 명 배치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 얼마나 파고 들어야 이해할 수 있을 지,
그 바닥이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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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18.03.08 1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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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초반 튜토리얼에서 막히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세 번 정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ㅠㅜ 튜토리얼 안내자의 미묘한 어감 차이와 다소 복잡한 컨트롤 때문에 입문이 힘들지만 한 번 익히면 비교적 수월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초반 장벽이 높은 게임이라 봐야겠네요. | 18.03.08 1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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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저도 두 번 정도 패드 놓았다가 결국 몇 분 안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었습니다. 경영 시뮬로서 정말 못 만든 게임이라면 바로 손을 뗐겠지만, 말씀하신 대로 다시 하게 되는 제가 있더군요 ㅎㅎ 대신 빡침은 결국 제 몫 ㅠㅠ | 18.03.08 13: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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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일단 계속 붙잡아볼 생각입니다. (팁은, 솔직히 X버튼이 O버튼이고 O버튼이 X버튼인 것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네요 ㄷㄷ) 게임 자체가 이상했다면 바로 던졌겠지만, 말씀하신 대로 '타이쿤판 소울게임'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보니 아직 포기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ㅋㅋ 무서운 초반 진입 장벽... 게임으로서의 편의성보다는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구현을 더 중시하다보니 패드에서 최적화를 하기엔 기능이 너무 많았던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18.03.08 1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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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역 기능 모드인지 열차 노선 관리 모드인지 철도 관리 모드인지만 분명하게 알려주는 창이 하나만 있었어도 유저들이 이렇게 헤맬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식작이다보니 콘솔 최적화 측면은 많이 부족하네요. 여러모로 게임 자체가 욕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구현도는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버튼에 배당되는 기능이 너무 많네요. 열차 추가, 노선 추가, 역 확장... 저도 엄청 헷갈렸었습니다 ㅋㅋ | 18.03.08 14: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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