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얼마 전부터 하이카라 스퀘어에 옥타리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그들을 보자마자 기절할 정도로 놀랐는데, 잉클링들은 별 신경쓰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천하태평한게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조금 너무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느님 맙소사, 옆집에 사는 잉클링인 파이 양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줬었는데, 그냥 조금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잉클링이 아니냐고 했다. 눈가는 안 본 건가? 진짜로? 더 슬픈 건 파이 양만 그런 대답을 내놓은 게 아니라는 것이지만. (오히려 옥타리안들 스타일이 맘에 든다며 따라해보고 싶다는 잉클링들도 많이 만났다. 뭐라 말해야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나만 그걸 알아차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적어도 이이다 씨만은 같은 옥타리안이라서인지 알아챈 듯했다. 히메 씨는...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 혼자만 이상한 느낌은 안 들어서 다행이었다. (근데 이상한 것이, 여긴 잉클링들 말고도 새우라던가, 해파리라던가, 많이 있는데 왜 아무도 모르는 거지?)
어쨌든, 옥타리안들이 예전처럼 침공할 생각으로 오는 건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기회가 되면 옥타리안 친구도 좀 사귀어 봐야겠다. 이곳에 온 뒤로 본 옥타리안은 이이다 씨밖에 없으니.
#화요일
오늘 바다쪽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해서 해안가로 달려가 보니 왠 이상한 석상이 바다 한가운데에 불쑥 솟아 있었다. 그 주변엔 헬기들이 돌아다녔는데, 텐타클즈의 노래가 들렸던 것 같다. 설마 텐타클즈가 그 안에 타고 있진 않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석상 위에서 뭔가 펑펑 터지기 시작했는데, 잉크였다. 아마도 또 무슨 돈 많고 심심한 잉클링들이 자신만의 나와바리 장소를 만들고 노는 듯했다. 저렇게 크고 이상한게 나타났는데도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그런 듯했다. 그런 거겠지? 설마 이런 이상한 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타났는데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는 건 아니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옥타리안들이 달려와서 무슨 일인가 구경하기 시작했다. 옥타리안들만.
그렇게 그 거대한 석상이 칠해지는 걸 구경하던 중에, 입처럼 보이는 것이 열리더니 엄청나게 큰 무언가가 발사되는 게 보였다. 우리를 향해 발사한 것으로 보였는데,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떠올려 봐도 절대 착각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이 정도면 이전의 대전쟁 수준으로 심각한 사건인거 같은데, 대체 왜 아무도 놀라지 않은 걸까. 물론 나를 포함한 그곳에 있던 옥타리안들은 모두 놀라긴 했지만.
그리고 그 앞에 있던 헬기에서 엄청난 뭔가가 또 발사됐는데, 그건 분명히 히메 씨의 목소리였다. 시오카라즈와 텐타클즈의 골수 팬인 내가 그걸 못 알아챌 리가 없었다. 히메 씨의 원래 목소리는 엄청나게 컸다고 하던데, 아마 그거일지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석상이 터졌고, 다 끝났다. 옥타리안들하고 나는 한동안 벙쪄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아무 잉클링도 그곳 와있지 않았다. 원래 있던 잉클링들이 나와바리 배틀하러 가자며 떠나는 걸 보긴 했는데... 이젠 슬슬 익숙해져야 할지도.
뭐, 그곳에 있던 옥타리안 하나랑 연락해보기로 했는데, 그건 내일. 어쩌면 처음으로 옥타리안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도.
#수요일
예상대로 뉴스에는 아무 언급도 없었다. 다들 그냥 또 누가 사고친 걸로 기억하는 듯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히메 씨로. (히메 씨하고 이이다 씨가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아 보였는데, 어제 일 때문일까?)
그건 그렇고, 어제 만났던 옥타리안이랑 드디어 연락해 보았다! 머리를 짧게 내린 옥타리안 양이었는데, 조금 무례하게 보였을지도 모르는 내 연락에 답해주었다! 아침을 먹고 하이카라 스퀘어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먼저 와 있었다. 조금 미안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617번이라고 소개했는데, 난 그냥 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스스로도 말하고 조금 많이 구린 이름이다 싶었는데, 칠이는 맘에 든다고 했다. 나중에 뭐 이름붙일 일 있으면 절대 조언을 구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칠이 덕분에 요즘 옥타리안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었다. 카페에 앉아서 이것저것 수다를 떠는 동안, 그녀는 친절하게 웃으며 내 질문들에 모두 답해 주었다.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너무 궁금해서 어쩔 수 없었다.
군대라니, 상상도 못하긴 했다. 그래도 막 들리는 대로 엄청 엄격하거나 그런 곳은 아니라곤 하지만, 그래도. 잉클링들 사이에서만 있다 보니 그런건 조금 많이 별세계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녀 말로는 얼마 전에도 잉클링들이랑 충돌해서 사령관이 잡혀갔다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잉클링들 입장에서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보단 이번 페스티벌 주제가 더 중요하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옥타리안을 만나니 너무 좋았다. 그곳에서 연락처를 주고받고 나서, 용기내서 친구가 되어달라 하니, 칠이는 활짝 웃으며 좋다고 했다. 기쁘다.
그러고보니, 막 이곳에 온 칠이가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물었더니, 머리가 삐죽삐죽한 한 착한 상인한테서 임시 거처하고 핸드폰을 받았다고 했다. 옥타리안들이 단체생활하고 있는 곳이라던데, 곧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중에 조금 도와줘 볼까.
#목요일
마침 얼마 전에 연어 잡고 번 돈도 있겠다, 칠이에게 지상의 아주 좋은 문화들을 소개시켜 주기로 했다. 지상에 나온 옥타리안들은 모두 시오카라부시를 듣고 나왔다 하니, 역시 그분들을 소개시켜 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칠이도 나와바리 배틀에 몇번 나가봐서 기어들은 충분히 있었으니, 조금 특별한 것을 쇼핑해 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시오카라즈 관련 굿즈들을 보여주니 칠이는 아주 좋아했다. 잔뜩 들떠서 한번 구경해 보겠다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팬으로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일단 시오카라즈 애코백하고 지갑을 산 뒤, 쇼핑몰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하이카라시티에 오고 나서 이런 곳에 온 적이 없다고 하니 (그럴 여유도 당연히 없었을테고), 꼭 한번 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멋진 곳을 한번도 와본 적이 없다니, 그런 슬픈 일은 절대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칠이를 보니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자기가 아는 옥타리안들도 한번 데려와 봐야겠다는데, 그럴 수 있도록 잘 알려주어야겠다.
오늘은 일단 쇼핑몰하고 상가 거리를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칠이는 역시 병사 출신이라 힘이 넘쳤지만, 나는 그런 것과는 조금 거리가 먼 해산물이니까.
집에 오고 나서 좀 쉬고 있자 칠이에게 문자가 왔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같이 생활하는 옥타리안들에게 말했더니 모두 부러워했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으니까 옥타리안들은 여기 지상에 올라와서 하루종일 뭘 하고 있나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피곤하니 내일 물어보기로 하고, 조금 자자. 피곤해...
#금요일
아침 일찍 칠이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오늘은 조금 느긋하게 도시를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보였다. 화면 너머로 에너지가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 칠이를 만나자, 그녀는 시오카라즈에 대한 거, 더 없냐고 했다. 아무래도 푹 빠진 모양이었다. 숙소에서는 다같이 시오카라부시만 틀고 놀았다고 하니, 더 말할 필요야 없겠지만.
일단 하이칼라 스퀘어 쪽은 텐타클즈가 주류니, 플라자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천천히 거리를 구경하면서 플라자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칠이는 이런 풍경이 참 멋지다고 했다. 푸른 하늘이라던가, 나뭇잎 사이로 세어들어오는 햇빛이라던가. 지하는 너무 삭막하다고 했는데, 상상만 해도 그럴 것 같았다. 용캐 그런 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말이 나오려고 할 정도로. 물론 그런 말 대신 내가 직접 더 많이 보게 도와주겠다는 조금 멋진 말을 해봤다.
얼마 전에 시오카라즈의 신곡이 나온 뒤라서, 마침 그 신곡에 대한 라디오 방송이 라이브로 진행되고 있었다. 'Fresh Start'라고, 들어본 적 있냐고 물으니까 칠이는 모른다고 했다. 아마도 시오카라부시만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기야, 그 아래서 시오카라즈의 노래를 듣는게 쉬운 일도 아니니까, 당연한 걸지도. (근데 시오카라부시는 대체 어떻게 들었길레 이렇게 많이 지상으로 나온 거지? 시오카라즈가 그 아래까지 직접 가서 콘서트를 열었을 리도 없을 테고...)
유리 너머에서 라이브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는 시오카라즈를 보자 칠이가 자신은 저 둘을 이전에 두 번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옥타리안의 사령관이 잡혀갈 때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사령관은 두 번이나 잡혀간 걸까...)
아오리 씨가 실종되었다가 다시 나타난지 아직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밝아 보였다. 단순한 영업용 미소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진심인 것 같았다. 어쨌든 둘의 얼굴을 볼 수 있어 기뻤다.
시오카라즈를 그렇게 보고 나니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우리도 모르게 푹 빠져 있던 모양이었다.
그 후에는, 그냥 플라자를 돌면서 시오카라즈 관련 물품들을 더 봤다. 이곳은 스퀘어보다 시오카라즈 관련 물품이 더 많으니까. 다음엔 텐타클즈를 칠이한테 소개해볼까? 이이다 씨도 있으니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헤어지기 전에, 칠이가 언제 한번 나와바리 배틀을 같이 해보자고 했다. 별로 실력에 자신있지는 않았지만, 그러기로 했다. 어차피 즐거우라고 하는 거니까.
#토요일
오늘은 조금 쉬기로 했다. 피곤하다. 칠이는 나와바리 배틀하러 간다던데,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다. 옥타리안들은 다 그런가.
#일요일
오늘은 놀러 가는 것 말고 다른 걸 조금 해보기로 했다. 칠이는 돈 걱정이 많으니까, 연어런을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칠이도 관심이 있어 보였고, 난 마침 열려 있던 연어런의 일자리를 그녀에게 소개했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름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니까 좋겠지. 더군다나, 병사 출신인 그녀에게는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완전히 들어맞았다! 난 처음에 엄청 당했었는데, 칠이는 한번도 당하지 않고 연어들을 해치웠다! 물론 좀 큰 녀석들은 공략법을 일일히 설명해줘야 했지만, 그것도 금방 적응해서는 해치웠다. 대단했다!
물론, 아쉽게도 실패하긴 했다. 첫 시도부터 성공을 바라는 건 조금 무리긴 했다. 세번째 웨이브에서는 하나하나 설명할 여유가 없어서 내가 먼저 당해버렸고, 나머지 둘도 곧 당해 칠이만 남았었고, 혼자서 황금 연어알들을 모두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덤으로 가장 웃겼던 건, 실패했다는 무전이 오자 칠이가 자기 등을 서둘러 돌아보며 벌벌 떨었다는 거다. 왜 그랬냐고 나중에 물으니까, 실패했으니 뒤에서 폭탄이 팡 터질 줄 알았다고 한다.
...옥토링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 걸까.
덕분에 한참을 웃긴 했지만.
집에 와선 뻗었다. 연어런은 언제나 힘들다. 특히나 이번 무기들은 죄다 무거운 것들 뿐이었다. 왜 일요일에 굳이 연어런을 하러 간 걸까. 후회된다. 내일 갈걸...
올릴곳 없어서 그냥 여기다 올립니다
(IP보기클릭)175.193.***.***
(IP보기클릭)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