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에요.
어이없게도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친척 형이 저 5살때
고등학생이어서, 한국 왔을 때 게임 못하게 한다고 절 줬습니다.
남들이 현대컴보이 갖고 놀때 저는 미국판 NES를 갖고 놀았죠.
근데 거기에 같이 준 팩들 중 하나가 파엠 외전이었답니다.
미국에서도 크고 긴 팩 말고도 패미콤용 팩을 팔았었대요.
(보통 패미콤용 팩에 어댑터를 끼워서 실행하곤 했었죠)
그때부터 저는 게임팩을 안 사주던 부모님 덕분에
5살때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파엠 외전에 몰두했습니다.
신기하게 이것저것 누르면 뭔가 진행이 되고 그러더군요.
그때부터 파엠 외전은 제 인생 게임이 되어버렸답니다. ㅎㅎ
암튼 에코즈 오늘 엔딩을 보고 느낀 소감.
1. 적들의 일러스트나 동작이 원작에 비해 귀여워(?!)졌다
- 패미콤에서는 왜 그리 적들이 무섭던지요. ㅎㅎ
누이바바 같은 요술사나 도마 같은 마물들이 그 2D도트로도
상당히 무섭게 그려졌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좀비가 마치 슬라임처럼 녹아내려 움직이다가 아군 앞에서
다시 형체를 구성해서 천천히 데미지를 주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어린 나이에 되게 무서웠었어요. ㅎㅎ 가고일이나 비글도 무서웠구...
비글은 근데 에코즈에서는 일러스트가 너무 징그럽게 나와서
비글만 원작 재현이 잘됐다(?!)고 느꼈습니다.
2. 패미콤 원작이 정말 당시에 여러모로 잘 만든 수작이었구나...
하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게임 밸런스, 그래픽, BGM 등등이요.
- 사실 검사 직업이 무한 전직이 되니 여기서 밸런스 붕괴라고
다들 그러지만, 적들도 사실 만만치 않아요. 좀비나 가고일 등을
에너지 1만 소비해서 무한 증식시키는 요술사라던가,
에너지 소비 없이 모든 맵에 워프해서 아머 계열 아군들을 간단하게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는 마녀, 특히 아무런 데미지나 페널티 없이
스스로 계속 무한 증식해버리는, 힘, 속도, 방어, 마방 다 강력한
마물 "비글" 의 존재들이 후반에 우글우글대기 때문에
아군 입장에선 이거라도 없으면 진짜 막막합니다.
은근히 밸런스가 절묘하게 잘 맞는데다가, 당시 기술력으로는
엄청난 애니메이션과 BGM, 게다가 마물 또는 자코 적을 죽일 경우 0.1%에서 0.001% 정도의 확률로
랜덤하게 드롭하는 강력한 무기 및
후반에 숨겨진 마을, 순서대로 출구에 들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반복되는 미궁의 숲 등
다양한 숨겨진 요소와 파고들기 요소 등등....
그 당시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패미콤 파엠 외전의 발매년도는 '1992년' 입니다. 무려 25년 전 작품인거죠...)
이후 파엠 시리즈를 비롯해, 이 정도의 자유도와 파고들기 요소를 보여준 RPG는
패미콤 내에서는 드래곤 퀘스트 정도 외에는 한동안 없었기 때문에 더 돋보이지 않았나 싶네요.
특히 "드래곤 좀비" 의 발상은 지금도 낯설 만큼 창의적인 적이 아닐까 싶어요.
드래곤 하면 일반적으로 뭔가 성스럽고 압도적인, 아군이 존경하는 존재이거나
또는 최종 보스이지만 연륜이 있고 웅장한 힘의 상징 같은 느낌인데,
마물에 지배당해 영혼 없이 파괴만을 추구하는
압도적인 이동력,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진 마물, 드래곤 좀비
(게다가 후반엔 진짜 말도 안 되게 맵을 뒤덮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의 등장은
상당히 신선하고 기존 상식을 뒤엎는 적 캐릭터 창조가 아니었었나... 싶네요.
제작진이 여러모로 고심하고 만든,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수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당시 파엠 외전의 판매량은, 파엠 시리즈 중 가장 저조했지요)
특히 에코즈의 훌륭한 BGM은 전부 외전 원작의 BGM을 리메이크한 것이니,
그 당시 1990년도 조악한 MIDI로 만든 BGM이 더 대단해보이죠.
이걸 어떻게 다 만들어서, 무려 '3메가' 밖에 안 되는 용량에 다 넣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당시 패미컴 팩 용량이 최대 4메가였죠....
3. 추가 요소로 진입 장벽을 많~이 낮췄다
- 던전을 직접 액션 게임처럼 탐험하고, 적과 조우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돌아가는 방식 / 그로 인해 다양한 던전 DLC 발매로 추가 요소 및 돈벌이 증가
특히 아군이 죽거나 불리한 상황이 되면,
정해진 수만큼 자유롭게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의 톱니바퀴" 요소 추가가
가장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춘 요소가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꽤 편했지만, 파엠 특유의 '죽으면 끝' 인 긴장감이 사라져서 조금 아쉽기도 했죠.
그리고 원작에 없던 캐릭터 추가 및 회복 아이템 추가로 인해
더욱 더 난이도가 내려갔지요. 하지만 그로 인해 서브미션 등도 생겨서 즐길 거리가 많아져
더 좋아진 면도 있었습니다. 원작처럼 얼굴 그래픽 재탕이 아니라
확실히 적과 아군들의 캐릭터 확립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추가해
개연성도 살아났고요. 아미보 같은 경우는 그냥 돈벌이 수단을 추가했다는 느낌이었네요.
신선하긴 했지만 뭐 DLC 치고는 추가 던전도 주고 가성비가 좋다... 는 느낌이었네요.
전작 아이크, 마르스 같은 아미보 캐릭터들도
굳이 쓸모가 많은 주인공의 HP를 10개나 소비해서, 한 턴만 소환하기에는 좀 아까웠고요.
결론은 제 입장에서는, 에코즈는 원작을 더 하고 싶게끔 만든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에코즈도 에코즈 나름대로 명작이고,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일부 DLC는 제외)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전 대사 풀 보이스라는 것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에코즈 엔딩을 보셨던 분들은, 기회가 되신다면 패미콤 파엠 외전 원작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에뮬로 한글화도 이미 완료가 됐고,
그래픽은 아쉬울 지 몰라도, 지금 플레이해도 상당한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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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던전 탐색 및 추가 던전, 풀 보이스 및 그래픽 외에는 기본적인 건 원작에 거의 손 안 댔는데도 지금도 할 만 하다는게 그저 대단할 따름이죠. 이 모든 것들이 25년전에 완성된 것들이라니... | 17.07.10 19: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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