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파이널판타지를 접한건 6 부터였네요. 생소한 일본게임을 공략집 하나에 의지하여 하루가 멀다하게
빠져들었고 전형적인 스퀘어식 RPG에 팬이되어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은 7과 오늘의 라이트닝리턴즈에 이르기까지.
오랜시간을 플레이하고 변화해온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한국에는 조금 인색했던 스퀘어가 나름의 활동을하기 시작한 10 타이틀을 계기로, 뭔가 난잡했던 11과 12을 지나
마치 대규모 타이틀처럼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것이 13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악평들이 웹상을 떠돌아다니네요.
저는 스퀘어에 맹신론자도 아니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고 자부하는데, 라이트닝리턴즈까지 클리어한 지금
세간의 평가들은 아무리 눈높이를 맞추려 한들 그다지 납득이 가질 않는군요.
언제부턴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스퀘어=스토리가부실.대충만듬.노잼 이라는식의 공식이 암묵적으로 깔려졌습니다.
더욱이 언제나 오글거리는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JRPG답지 않게, 커플을 이어주지 않는 과감한 시도로 많은 여운을 남긴 10이
10-2 라는 후속작 발매를 시행, 그리고 전작과 괴리되는 게임색으로 유저들을 당혹시킨 사건이 있고 난 후 스퀘어=울궈먹기 라는등의
불명예를 추가로 얻게 되었죠.
물론 그때 당시에는 그럴만하기도 했다고는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때 스퀘어 입장에선 티더와 유우나의 해피엔딩을 결착지어야만 했었으리라 생각되고, 그를 위한 10-2 였겠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코스어가 되어버린 유우나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궈먹는다' 는 비난여론에 휘말려
너도나도 욕하기 바쁜 상황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 때문에 스퀘어의 타이틀은 기본적으로 '스토리 부실, 울궈먹기, 대충만듬' 을 안고 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스퀘어는 파이널판타지13 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공들이고, 많은 언론플레이를 한 대작프로젝트를 발매했습니다.
저는 이번 13 타이틀에서 스퀘어가 굉장한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주인공.
애초에 남자게이머가 많이 분포된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RPG의 주인공은 '남자캐릭터' 라는것은 불문율이라고 해도 좋지않나 싶습니다.
플레이어의 분신이되는 주인공은 당연히 플레이어의 입장과 동일한 남자주인공이 되어, 각종 여성 히로인들과의 접점이 있어야
게임의 몰입도와 캐릭터성을 얻기가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퀘어는 예상을 깨고 '여자주인공' 이라는 꽤 대담한 시도를 했습니다.
암묵적인 룰과도 같은 남자주인공->여자히로인의 모범 공식을 과감히 포기한 스퀘어는 그만큼 이번작에서 무언갈 시도해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번째로는 세계관.
스퀘어는 이번 13타이틀에선 주인공과 더불어 더 큰 모험을 시도했다고 생각됩니다.
원래부터 공통화된 판타지 틀을 가지않는것이 스퀘어의 특징이었지만 이번 13에서는 정말로 자기들만의 색깔과 이론으로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생소한 단어와 생소한 이론. 게이머들 입장에선 쉽게 몰입 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고도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독창적인 시도가 더 바람직한 부분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결국 그것을 플레이어에게 주입시킬 수 있었다면 그만큼 좋은것도 없으니까요.
또한 게임의 주 스토리.
결국 파이널 판타지 13의 큰 틀은 인간과 신의 대결을 빌려, 결과적으론 인간,삶=희망 이라는 전형적인 메세지를 주고 있습니다.
라이트닝 리턴즈에서 가장 칭찬을 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스퀘어가 13을 통해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라이트닝 리턴즈에 다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서브퀘스트를 하면서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인데요.
라이트닝리턴즈의 서브퀘스트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묘사를 하고 있죠.
사랑, 화합, 오해, 복수, 용서. 그리고 희망.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타인이며 희망이다 라는것을 이야기하듯, 게임속의 서브퀘스트들은
다 그런식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근심들을 타파하며 완료됩니다.
왜 이런 서브퀘스트를 통한 메시지전달을 이전 타이틀에선 하지 않았나 하고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뭐 부니벨제를 인연의 섬광으로 콰쾅-! 하는식의 손발퇴갤하는 장면들이 있는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인간은 살아가야 하고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함에 있었으니.
바닐라와 팡의 희생으로 세계는 지켜졌다- 라는 13-1만의 엔딩도 나쁘지 않은 끝맺음이라고 생각되지만
인간과 신, 그리고 세계에 대한 모든 부분을 결착짓고, 이것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 라는 끝맺음은
정말 괴씸하리 만치 깔끔하게 잘 엮어놓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13-1 2 3 으로 놓고 보았을때 파티원간의 옵티마시스템, 크리스탈리움 같은 색다른 전투방식을 꺼내든 13-1과
스타일커스터마이즈와 직접조작등 13-1과는 완전 다른 개념의 전투방식을 도입한 13-3 사이에서
13-2가 스토리적인면에서까지 가장 붕 뜨는 타이틀이고 그로인해 제일 욕을 많이 먹는 타이틀이긴 하지만
중간을 엮는 타이틀인 이상 그것은 어느정도 감안해야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라이트닝 자체도 캐릭터가 워낙 느낌이쌔서 세라 노엘로 커버치기에는 조금 벅찬감도 있었던것 같구요.
그런면에 있어서 라이트닝이라는 캐릭터성은 꽤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결과적으로 파이널판타지13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각 타이틀간의 단점들도 존재하고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그 게임만의 장점과 단점은 공존하는
것이니까요. 적어도 이 13타이틀의 캐릭터들과 라이트닝이 만들어내고 끝맺음한 이야기들은 3부작에 걸친 대장정속에
잘 어우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7이며 8이며 10이며 그 게임들만의 장점만을 갖다붙여 비교하거나 평가절하 하는 분들, 게임은 해보지도 않고 남들이 다
그러하다 하니까 무작정 까고 보는 사람들 참 많지만 이상하리 만치 파이널판타지에는 많은 색안경이 있는것 같네요.
그들에게 대작 또는 훌륭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라고 물으면 결국 모순투성인 대답들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JRPG, 스퀘어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게임, 그리고 그에 맞춰 그들만의 고집대로 파이널판타지13은 13만의 색깔을 잘 나타냈다고 봅니다.
오글거리고 과한 파이팅도 그 나름의 맛이라면 맛이랄까요. 허세잔뜩부리거나 반전으로 떡칠한 게임들도 많으니.
어쨌든 나름 만족하며 플레이 했습니다.
베르서스나 아기토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스퀘어는 여전히 믿고 게임할 수 있는 네임벨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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